[긴급기획] 믿기 싫은 '박지성 위기론' 실체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5.08 16: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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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탱크'에 정작 산소가 부족하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지 어느덧 7년이 됐다. 입단 당시 상당수의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후보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작년 시즌까지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맨유 방출설이 거론되면서 박지성이 커다란 위기에 봉착했다. 그간 각국 매체에 의해 수많은 이적설과 방출설에 시달려 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올 시즌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박지성을 대체할 선수 명단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산소공급이 필요한 '산소탱크' 박지성의 '퇴출 위기설' 실체를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명지대학교, 교토 퍼플 상가, PSV 에인트호번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이하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31)은 지난 시즌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물론 중간 중간 부상 등으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특유의 활동력으로 지금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축구선수로 떠올랐다.

대한민국 최고 축구선수
'위숭 빠르크'의 전설

그간 박지성의 진가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수차례 발휘되어 왔다. 특히 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교토 상가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는 점과 자신에게 야유를 보냈던 홈팬들의 마음을 끈기와 열정으로 돌려세우며 '위숭 빠르크'(네덜란드 어로 JI-SUNG PARK) 송을 탄생시켰던 경기는 지금까지도 국내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2002년 12월31일 교토 상가와의 계약이 종료된 후 박지성은 2003년 1월1일 일본의 FA컵 대회격인 일왕배 전일본 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동점골을 성공시키면서 교토 상가가 처음으로 우승컵을 안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때 일본팬들은 박지성의 희생정신에 많은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또한 2003년 에인트호번 이적 초기,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을 상황에 이르렀지만 차차 페이스를 끌어 올리면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팀내 주요 선수로 발돋움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AC밀란과의 원정 1차전 0-2 패배 이후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박지성은 선제골을 기록하며 최초로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골을 터뜨린 대한민국 선수가 됐다. 이 경기에서 에인트호번은 AC밀란과 승점과 골득실 부분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던 박지성은 외신들의 찬사를 받았고 그때까지 박지성을 괴롭혔던 팬들의 야유가 열광적인 위숭 빠르크송으로 바뀌었다.

7경기만의 출전, 맨시티전 58분 뛰고 최악 평점 4점
미드필더 입지 점점 좁아져…"그 박지성 어디 갔나"


이런 그에게 손을 내밀었던 구단이 현재의 맨유였다. 박지성은 2005년 6월22일 맨유와 계약을 하고 같은 해 7월14일 등번호 13번으로 입단식을 가졌다. 2005년 7월23일 홍콩 프로 선발팀과의 친선경기로 첫 경기를 가진 박지성은 3일 뒤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현대와의 친선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당시 국내팬들은 박지성이 맨유의 후보선수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며 걱정했지만 박지성은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며 맨유의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박지성은 현재까지 7시즌 동안 맨유에서 많은 것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칼링컵 3회 우승 등이 대표적이며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200경기 출장은 맨유 역사상 92번째 기록이며 아시아인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박지성이 아시아인 최초로 세운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가 06-07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함에 따라 아시아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우승메달을 받았으며 2008년 4월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보이면서 팀을 4강에 이끌어 역시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 시즌(04-05 에인트호벤, 06-07·07-08 맨유)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는 기록을 이뤄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12일 박지성은 연봉 81억4300만원으로 맨유와 2년 재계약을 이끌어냈으며 박지성은 웨인 루니(27), 리오 퍼디낸드(34)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런 박지성에게 '퇴출 위기'가 찾아왔다. 2005년 맨유에 입단 후 끊임없는 이적설에 시달렸던 박지성은 유독 큰 경기와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칠 줄 모르는 활동력과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위치선정으로 '두 개의 심장' '산소 탱크' '언성 히어로'(드러나지 않은 영웅) 등의 별명도 얻었다.

퍼거슨 감독 의도
비껴간 실망스런 모습


그러나 이런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에 불거진 박지성의 퇴출 위기는 심상치가 않다. 올 시즌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지난 1일(한국시간)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와 치른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 13분 교체되기도 했다.

이날 박지성은 측면이 아닌 중앙 미드필드에 배치됐고 이는 박지성의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맨시티 미드필더 야야 투레(29)를 이기지 못했다.박지성은 경기 내내 현격한 피지컬 차이를 실감해야했고 허리가 무너진 맨유는 맨시티에게 승리를 내줘야 했다.

박지성 특유의 위치 선정도 이날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 시에는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원톱 루니를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현지 언론 잇따른 혹평
박지성 발목 옥죈다

결국 이날 맨시티와의 경기는 퇴출 위기에 처한 박지성에게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다. <골닷컴> 영국판은 박지성을 이날 경기 '최악의 선수'로 선정하며 평점 4.0을 부여했고 <스카이스포츠>도 "경기 페이스를 따라가지 못하며 부진했다"고 전한 뒤 평점 5점을 부여했다. 지역 언론인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도 "교체되기 전까지 보여준 게 없었다"며 평점 5점을 줬다.

<인디펜던트>는 "퍼거슨은 수비강화를 위해 미드필드에 손발이 안 맞는 박지성-스콜스-긱스를 모조리 집어넣고는 자멸했다"고 쓴소리를 퍼부으며 "이들이 동시에 출전한 건 최근 2년간 단 한 차례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박지성은 더 일찍 교체해야 했다. 솔직히 그가 뛴 건 도박이었다"고 패배의 주 원인으로 몰고갔다.

물론 박지성의 이번 맨시티전 출전은 7경기 연속 결장에 이은 갑작스러운 출전이었기 때문에 예전 기량을 선보이는 데에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영국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배제하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으며 박지성 퇴출 위기에 이어 터져 나오는 이런 현지 혹평은 박지성의 아킬레스건을 더욱 옥죄고 있다.

맨유 데이비드 길 사장도 박지성의 퇴출설에 힘을 실었다. 데이비드 사장은 지난달 20일(한국시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전력보강을 준비 중이다.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 구체적 검토 중이다"고 올 시즌 종료 후 맨유 선수단의 대대적인 개편을 암시했다.

영국 <데일리 미러>도 지난 2일(한국시간) "맨유는 올 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박지성, 베르바토프, 오언, 안데르손이 올 여름 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맨유가 지난 2005년 반 더사르, 박지성, 비디치를 영입하며 대대적인 선수 보강에 성공한 뒤 첼시를 누르고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실은 맨유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한다면 해당 포지션은 중원이라고 예측하게 하고 있다. 올 시즌 박지성은 측면 미드필더 자리를 애슐리 영, 나니, 발렌시아에게 모두 내줬고 중원을 강화하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뜻에 따라 중앙에서 경기를 뛰는 횟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박지성은 중앙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박지성의 자리를 차지만 선수들은 올 시즌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퍼거슨 '살생부'에  올라…큰 경기 사나이 버리나
현지언론 "올 시즌 종료 후 맨유 떠날 가능성 높다"

설상가상으로 맨유가 니콜라스 가이탄(24·아르헨티나)의 영입에 성공하면서 박지성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천재 미드필더'라고 불리는 가이탄의 영입은 박지성이 더는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이탄은 좌우 측면에서 중앙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하며 공격적인 스쿼드를 구성하고자 하는 퍼거슨 감독의 의도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기 때문.


이밖에도 박지성은 유력한 영입 후보로 거론되는 에당 아자르(21·릴), 루카 모드리치(27·토트넘), 오스카 데 마르쿠스(23·빌바오) 등과도 포지션이 겹친다.

또한 박지성은 30대에 접어들면서 라이언 긱스(39)와 폴 스콜스(38)과 함께 노장 반열에 올라 가장 큰 무기인 지치지 않는 체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도 퇴출설에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곧 박지성에게 맨유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박지성은 2013년 여름까지 맨유과 계약이 체결되어 있기 때문에 맨유가 당장 박지성을 내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박지성도 지난해 대표팀 은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맨유 잔류의 뜻을 확고히 했고 맨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맨유와 1년 재계약에 합의할 당시 박지성이 2~3년의 계약기간을 원했지만 구단의 뜻대로 1년만 합의한 사실을 미뤄볼 때 올 시즌이 끝나고 박지성이 다시 재계약을 얻어낼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퍼거슨 감독도 충성도 높은 선수를 아끼지만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는 가차 없이 내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또한 박지성 덕분에 맨유가 아시아 축구시장에서 입지가 단단해졌기 때문에 박지성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는 이적설도 제기됐다. 맨유가 일본대표팀의 상징적인 선수 가가와 신지 영입을 추진 중인 것. 가가와는 지난해 세레소 오사카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팀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새로운 중원의 마술사다. 이는 맨유가 박지성을 버리고 가가와를 선택해도 되는 충분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연봉 협상 테이블
주도권 잡기 힘들 듯

한편 계약 만료시점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가는 유럽 축구리그의 특성상 박지성의 재계약 협상도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상태다. 올 시즌 들어 출전 경기도 크게 줄고 그에 따라 공격 포인트도 감소한 박지성이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잡기는 힘들어 보인다. 또 남은 경기를 무조건 이기고 봐야하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대신 영과 발렌시아, 나니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박지성이 명예 회복의 기회를 잡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박지성의 비어버린 산소탱크를 맨유가 다시 채워줄지, 박지성 스스로가 그 탱크를 채울 방법을 찾아야 할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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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