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⑩ 한명숙의 운명은?

  • 정혜경 jhk@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4: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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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리알 신세…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혜경 기자] “정치인생의 마지막 승부다.” 지난 1월15일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에 당선된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처럼 밝혔다. 4·11 총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고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상황은 낙관적이었다. 원내 제1당이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그야말로 ‘무참히’ 깨졌다. 패배의 책임은 한 전 대표에 돌아갔다.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결국 한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치인생 마지막 승부에서 주저앉고 만 것이다.

재야운동에 25년 몸 바치다 DJ 권유로 정치 입문
정권교체에 비장한 각오 보였지만 ‘천재일우의 기회’ 놓쳐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과거 한국 민주화 운동과 여성 운동 등에 25년을 몸 바쳤다. 그런 한 전 대표가 정계에 발을 들인 건 1999년의 일이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새천년민주당 창당 작업에 여성 분과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

당시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 참여에 대해 “여성의 정치참여, 남녀평등 수준은 후진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지난 25년간 재야운동을 해왔지만 역시 가장 효율적인 길은 정치 참여를 통한 것이라고 느껴 정치에 투신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는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로서 제16대 국회의원에 선출됐다.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을 통해 미군 송유관, 비정규직, 공단들의 국립공원 훼손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성실하고 차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전 대표가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건 2000년 국정감사에서다. 새만금 사업의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노사정위원회에 주 5일제를 실시함과 더불어 주 5일 수업제, 여가시설 확충 등을 함께 추진할 것을 요구하며 일약 국감스타로 떠올랐다.

2001년에는 여성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초대 여성부장관에 임명됐다. 한 전 대표는 여성부장관을 지내면서 자신이 발의한 모성보호법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통해 성희롱에 대한 인식을 넓혔고,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는 등 원칙이 분명하게 일을 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참여 정부의 초대 내각 발표 전까지 여성부 장관으로 유력시 됐지만 결국 환경부장관으로 발탁됐다. 대선 당시 경쟁 후보들 중 환경 공약이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던 노무현 후보의 환경 정책은 정권의 시작부터 우려를 낳았고 결국 핵 폐기장 논의에 배제되거나 새만금 사업과 독도 개발 특별법 등을 반대하며 다른 부서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 전 대표가 이끄는 환경부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 야생동식물 보호법 등의 제정을 위해 앞장섰으며, 정부업무평가 최우수 부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환경부 장관을 사직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이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갑선거구에 공천이 확정, 한나라당 5선 중진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선거에서 승리하고 17대 국회의원이 됐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한 전 대표는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위해 노력했다. 이 기간 동안 당 내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가정법원에서는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중앙상임위원국회의원에 당선된 한 전 대표는 한때 당의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열린우리당 내에서 청와대의 국정 수행을 지원하는 국정과제수행특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005년 이부영 당시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비롯한 지도부가 4대 법안 처리 불발에 책임지고 사퇴할 당시 한 전 대표도 함께 상임중앙위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새 지도부의 당의장 후보로 문희상 의원과 함께 이름이 거론되다가 돌연 의장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의장 경선에서 친정동영 측이 지지의사를 밝히자 한 전 대표는 다시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박영선, 김희선 의원 등 당내의 여성 의원들은 모임을 갖고 한 전 대표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전당대회 결과 문희상 의장이 당 대표로, 한 전 대표가 4명의 중앙상임위원 중 하나로 당선됐다.

그러던 2006년 3월 노 전 대통령은 한 전 대표를 이해찬 전 총리에 이은 국무총리로 지명했다. 이틀에 걸친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전 대표는 당적 정리 문제와 국정 능력 및 이념적 편향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결국 국회의 임명 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에 등극했다.
2007년 3월에는 총리직을 내려놓고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갔다. 한 전 대표는 민주당과의 통합작업에 참여하는 동시에 대선 주자로 나서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대선 경선 참가를 선언했지만 결국 이 전 총리로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러나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리는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에 대통령 후보 자리를 넘겨줬다. 한 전 대표는 이후 정 최고위원 진영에서 문국현 전 창조한국당 대표와의 단일화에 대한 공동협상기구 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단일화는 실패했고, 정 최고위원은 대선에서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새누리당 단독 과반
향후 유리한 고지

대선 패배 이후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도부 구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2008년 1월 손학규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자 한 전 대표의 만류에도 불구, 친노계열로 분류되던 이 전 총리, 유 공동대표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탈당한다. 결국 대통합민주신당에 남은 한 전 대표는 2008년 3월 고양시 일산동구 선거구에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로 공천을 받게 됐다.

고양 일산 갑 선거구에서는 이 대통령의 인수위 행정실장을 지냈던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과 경쟁했다. 총선을 20여일 앞둔 여론 조사결과 한 전 대표가 백 의원보다 약 10%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선거 사흘 전 한명숙의 선거운동원이 지역 사회단체장과 저녁식사를 한 뒤 “잘 부탁한다”며 음식값을 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43.8%의 지지율을 얻은 한 전 대표는 47.1%의 지지율을 얻은 백 의원에게 패배하게 됐다.

그러던 2009년 12월, 한 전 대표의 정치인생 최고의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총리 재직 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 인사청탁으로 5만달러(당시 환율로 4500만원 정도)를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 이른바 ‘대한통운 비자금 의혹’이다. 한 전 대표는 검찰의 수사에 대해 부당한 수사라고 주장하면서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체포 영장이 발부돼 체포됐고 조사과정에서 곽 전 사장과의 대질신문 등이 이어졌으나 한 전 대표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당시 일각에선 검찰과 곽 전 사장 간의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이 곽 전 사장의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거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리로 종결한 것을 두고서다.
길고긴 공판 끝에 2010년 4월, 이 사건의 1심 재판 결과 한 전 대표에 무죄가, 곽 전 사장에게 횡령 혐의로 징역 3년형이 선고되면서 의혹을 벗었다. 그 직후 한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리고 100% 여론조사로 이루어진 민주당 경선에서 이계안 전 의원에게 승리하면서 민주당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낙관적인 상황…막상 뚜껑열어보니 무참한 패배
총선 패배 책임론 사방에서 사퇴 요구하는 목소리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전 대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었다. 그러나 모든 여론조사에서 20%정도 뒤지며 오세훈 대세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선거 다음날 새벽까지 엎치락뒤치락 개표 끝에 오 전 시장에 근소한 차이로 뒤지며 낙선했다.


이후 몸을 낮추고 있던 한 전 대표는 지난해 말 민주통합당 당 대표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지난 15일 지도부 선출을 위해 열린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24.05%의 득표율을 보이며 16.68%로 2위를 차지한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를 따돌리고 신임 대표에 당선됐다. 한 전 대표는 정치인생 마지막 승부에 나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관심은 한 전 대표가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집중됐다.

상황은 좋았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새누리당에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야권에 유리했다. 원내 제1당이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통합당은 ‘무참히’ 깨졌다. 고작 127석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고전할 것이라 예상되던 새누리당은 단독 과반을 확보하면서 향후 정국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당초 이번 총선을 정권교체의 교두보로 여겼던 민주통합당에게는 큰 충격이다.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이루면서 MB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겠다는 야심 또한 힘들어졌다.

민주당의 이 같은 결과는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친노·486 특혜와 구 민주계 학살 논란, 도덕성 후퇴 논란, 모바일경선과 야권 단일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선거 논란 등이 승리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선거 운동 막판 서울 노원갑에 전략공천 했던 김용민 후보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 발언들이 드러나면서 새누리당의 거센 공격을 받게 됐지만, 민주통합당이 이에 대한 입장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민간인 불법사찰로 더욱 거세진 정권 심판론이 김용민의 막말 파문에 묻혀버렸다.

장성민, 박지원
사퇴·은퇴 촉구


화살은 한 전 대표에게 돌아갔다.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물어 한 전 대표와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12일 한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 및 정계은퇴, 지도부 해체를 요구했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이날 지도부 사퇴론에 가세했다. 한 전 대표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해버린 순간이다.

결국 한 전 대표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치인생의 마지막 승부에서 패배를 맞고 주저앉게 된 것. 한 전 대표는 이번 시련을 딛고 일어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명숙 프로필>?

학력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불문학 학사 
▲정신여자고등학교 

경력
▲민주통합당 대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민주당 상임고문
▲제17대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제37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국정과제수행특별위원회 위원장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제8대 환경부 장관
▲제1대 여성부 장관
▲제16대 국회의원
▲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한국여성민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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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