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상승’ 정운찬의 기막힌 대권 노림수 전모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21 10: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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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러브콜에 표정관리 “누울 자리 보고 발 뻗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다소 잠잠하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몸값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비박(比朴)세력’의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 출마의 뜻을 직접 밝히자 정치권은 그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평소 단어 선택 하나하나까지 신중을 기하는 그의 성격상 대선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위원장의 대권을 향한 노림수를 집중 분석해봤다.

MB 총선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 선언, 위원장 사퇴할 듯
대선 출마 공식선언할 듯, 비박연대 제안 거절하자 울상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면서 위원장직 사퇴와 총선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지난 13일 전해졌다.

대선출마 뜻이 있다면 4월 총선에서 역할 모색을 통해 정 위원장이 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이 권고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 위원장은 머지않은 시점에 위원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향후 정치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
대선 도전 기정사실화

지난주 새누리당의 공천에서 떨어진 친이계 인사들이 잇따라 탈당해 무소속이나 국민생각 등 제3지대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구체화 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중 장외 거물급 인사인 정 위원장이 잇단 ‘러브콜’을 받아 그의 행보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비박연대와 국민생각은 모두 한때 대권 주자로 거론됐던 정 위원장 같은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합류할 경우 총선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실제 박세일 국민생각 대표는 공개적으로 정 위원장을 대선주자로 영입할 수도 있음을 밝혔다. 몇 달 전부터 정 위원장 영입을 거론하며 노골적인 ‘구애작전’을 펼쳐왔던 것이다.

옛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를 아우르는 신당창당을 모색했던 김덕룡 전 의원도 정 위원장을 만나 보수신당 창당 문제를 논의하고 이 대열에 합류해 줄 것을 요청하며 당 대표를 카드로 내밀었다고 한다.

이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정 위원장은 대통령과의 독대를 가져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당초 청와대 독대는 정 위원장이 동반성장위원회 보조금 등을 더 받기 위해 먼저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면담을 추진해 왔었고 지난주 상황이 맞아떨어져 면담이 성사 된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 위원장의 지원요청을 듣고는 “동반성장위원회 일에 연연하지 말라. 그일 다 끝났다”는 취지의 말로 사퇴를 권했다고 한다. “이미 당에서 (동반성장) 관련된 일을 다 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퇴 타이밍만 남았다. 지금 전 국민이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하게 된 것 같다. 이 정도 했으면 됐다는 생각이고, 이제 새 아이디어 가진 분이 와서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사퇴를 기정사실화 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정 위원장에게 총선 출마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어느 지역에 나가면 좋을지 정교하게 리서치하고, 시뮬레이션 등을 해봐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기왕 대선에 뜻이 있다면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뛰어들어 세력을 확장하고 검증받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의중과 그를 바라는 비박연대의 바람과 달리 정 위원장은 지난 12일 “이번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고, 박세일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비박연대에 참가할 생각도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총선 한 달을 앞둔 상황에서 총선 불출마와 비박세력의 러브콜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정 위원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며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대선 출마 의지를 처음으로 피력했다.

MB, 정운찬에게
총선출마 권유해

정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와 비박연대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밝히자 국민생각과 비박연대는 울상이다. 당장 공천 낙천자들이 탈당 후 참여 움직임을 보였던 신당창당 움직임은 큰 차질을 빚으며 답보상태이고, 국민생각도 전여옥 의원의 입당 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지난 13일 한 라디오에서 “정 전 총리를 대권주자로 영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 사람을 상정할 수 없지만 그분들 중 한 분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 전 총리가 비박연대에 참여할 뜻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현실정치에 거리를 두고 (총선) 뒤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대선에는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은 총선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도 대선주자로 영입할 의사가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정 위원장의 비박연대 제의 거부에 대해 한 측근은 “오히려 대선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보수신당 흐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전직 총리가 총선에 나가는 것을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결집세력이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독자노선으로 대선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 위원장은 현재 정당 선택을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사퇴 후 정치행보를 신중하게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총선 후 본격화될 정치적 행보를 위해 중장기 정치플랜을 고민 중인 것이다.

정치권에선 그가 어떠한 세력들을 선택하고 결집해 대선에 참여할지에 벌써부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로선 비박연대에 합류할 뜻이 없고 “민주당으로 가면 의리 없는 거지”라고 밝힌 정 위원장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크게 두 가지 노선을 점쳐 볼 수 있다.


‘앙숙’ 박근혜와 관계설정은? 연대는 불가능 한판 승부?!
모락모락 피어나는 ‘정운찬 신당설’ 정치지형 변화 올 듯

먼저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참여해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과,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을 결집해 ‘정운찬 신당’을 창당하는 것이 그것이다.

사실 정 위원장과 박 위원장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아 둘의 연대는 힘들어 보인다.

과거 세종시 갈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둘은 총리 재임시절에는 박 위원장이 정 위원장에 대해 “뭘 모르는 사람”이라며 무차별 공격을 했고, 총리 사퇴 이후에는 정 위원장의 반격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나라당은 (선거에 참패해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 창피해하는 사람이 없는 한심한 정당으로 보여진다”고 당을 힐난했다.

이어 12월에는 “화려한 생일잔치를 기다리는 철부지 처녀처럼 보인다. 부연 설명이 더 필요한가”라며 박 위원장을 직접 겨냥했고 “많이 서운하다”며 “약속한 것이 있다 할지라도 국가를 위해서는 잘못된 생각을 고쳐야 하지 않느냐”고 맹비난했다.


며칠 뒤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자 정 위원장은 “의원들이 박 위원장의 치마 밑으로 숨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꼰 바 있다.

그래서일까. 정치권에선 박 위원장과 정 위원장의 대립구도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탈당 의사가 없음을 밝힌 대통령과 독대한 점을 미루어 본다면 새누리당에 입당해 대선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기에 청와대의 지원을 받는다는 시나리오다. 대통령으로서도 사퇴 후 자신을 지켜줄 인사가 절실해 새누리당 경선에 나선다면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된다.

친이계의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을 보류하고 공천 승복 릴레이 현상이 벌어지는 구심점에는 정 위원장이 있다는 설도 떠돌고 있다.

친이계에서 정운찬 카드를 낼 때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당에 잔류해 그를 도와야 하기 때문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도 현 정부에서 총리를 맡았고 지난 2월 “박근혜 위원장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낫다”고 밝혀 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새누리당의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택할 수도 있다.

신당을 창당해 새로운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비박연대와 국민생각의 제안을 거절해 가능성은 낮아 보이긴 하지만 교수시절부터 경제민주화 쪽에 관심을 보여 왔고 동반성장위원장으로 초과이익공유제 등 대기업 개혁의 목소리를 높여온 그로서는 정통 우파성향의 세력과는 연대하기 껄끄러워 거절한 것으로 풀이돼 신당 창당도 간과할 수 없는 노선이다.

신당 창당에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 고사했다는 얘기다.

또한 ‘보수 분열의 책임론에 휩싸이지 말라’는 중도·보수층 인사들의 조언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점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선 이후 있을 여권의 정치지형 변화를 지켜본 후 본격 대선행보에 나서기 위해 잠시 몸을 추스르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앙숙 박근혜와의
관계설정 어떻게?

이런 것들이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모든 관심이 총선에 쏠려있을 법도 하지만 한쪽 편에서 정 위원장의 행보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생산되는 이유다.

박 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총선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성적표에 따라 인지도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느긋하게 그들의 전쟁을 지켜보며 총선 후 정치행보를 모색하고 있는 정 위원장.

대선구도에 큰 전환점을 가지고 올 정 위원장이 총선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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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