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의 치졸한 ‘정치보복’ 실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3.05 13: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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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권력’ 고발 수사는 ‘지지부진’ ‘죽은 권력’ 의혹 제기는 ‘속전속결’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총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년 전 이미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금품수수 의혹을 보수단체의 의혹제기 한 번에 다시 들추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는 정치적 사건을 되도록 피하는 게 검찰의 관례이자 불문율이었지만 검찰이 스스로 불문율을 깨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둔 민감한 시점에 핵폭탄급 대형 사건을 들쑤시는 검찰에 ‘치졸한 정치보복’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보수단체 의혹 제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씨 재수사 논란
선 긋지만 ‘선거개입’ ‘정치보복’ ‘정치공작’ 비난 높아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것” 비난 움직임 확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과 관련해 보수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전 <월간조선> 사장)가 지난 1월18일 ‘노정연과 13억 돈 상자의 미스터리’란 기사를 올려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조 대표는 재미교포 이모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이 기사에서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검찰은 정연씨가 미국 뉴저지주 허드슨강변에 있는 고급 아파트 ‘허드슨클럽’을 미국시민권자인 경모(여)씨로부터 구입했다고 했다.

이씨가 2009년 초 정연씨가 콘도 매입 자금 중 13억원(100만달러)을 불법으로 환전한 뒤 한국에 있는 자신의 동생을 통해 경씨에게 건넸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외환거래법 위반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 돈이 2009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 나오지 않은 자금이라고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보수단체 의혹제기에
수사, 일사천리 진행


조 대표의 기사가 보도된 지 8일 뒤인 1월26일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이 대검찰청에 정연씨의 미국 콘도 매입 자금 출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서 본부장은 경씨가 도박을 한 돈의 출처와 송금과정,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남편의 미국 출장길에 대통령 전용기에 100만달러를 싣고 가 콘도 매입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함께 조사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재수사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검찰의 반응은 현 정권 비리 수사 때와 달리 신속했다. 고발장이 접수된 다음 날 바로 서 본부장에게 ‘해당 사건을 대검 중수1과에 배당해 처리할 방침’이라는 회신을 보냈고 이후 수사는 속전속결로 전개됐다.

지난달 25일 1만원권으로 13억원이 채워진 상자 7개를 건네받아 불법 환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외제차 수입판매업자인 은모씨를 체포해 조사한 뒤 귀가조치했고, 불과 이틀 뒤인 27일에는 2009년 중수부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출처로 지목됐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을 병원에서 요양 중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해 조사했다.

박 회장은 “13억원은 내 돈이 아니고 당시 구속된 상태여서 돈을 건네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한 경씨의 아버지를 면담해 경씨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바로 미국에 있는 경씨에게 “가능한 한 빨리 출석해 달라”고 압박했다.

조 대표가 의혹을 제기한 뒤 불과 한 달 사이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수사는 검찰이 앞서 말한 불문율을 깬 것 외에도 주 수사대상이 사망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한 사건을 재수사한 사례가 검찰 역사상 전무하고, 민간단체의 수사의뢰에 대검 중수부가 바로 나선 전례도 없어 검찰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총선·대선 앞둔
검찰의 노림수?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총선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은 부패한 친노세력 심판론을 주장하며 수사진행을 촉구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선거개입, 부관참시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최고위회의에서 “검찰의 생뚱맞은 노정연 재수사에 대해 몇 차례나 지적했다”면서 “노정연 수사는 이미 종결됐기 때문에 검찰이 즉각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검찰을 맹비난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검찰은 한 보수단체가 수사의뢰를 한 것에 따른 불가피한 수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지난 2009년 노 대통령 서거 이후 내사종결 됐던 이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노골적인 이명박 정권 편들기이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불법적인 선거개입행위”라고 비판했다.

참여정부 대변인을 지냈던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도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에 스스로 종결한 수사를 다시 재개한 것”이라면서 “이 자체가 이율배반인데다가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작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종혁 의원은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기록을 즉각 국민 앞에 공개하라”면서 “소위 노무현 비자금 600만달러 차명계좌 수사내역을 밝히고 관련 친노 측근 추가비리는 없는지 공개하고 관련자를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연씨의 아파트 구입사실 여부와 구입자금 245만달러의 불법송금 논란에 대한 수사결과 공개도 요구했다.

이 의원은 특히 “민주통합당 19대 총선 공천의 성격은 부패친노세력 역사전면 재등장”이라며 “나라망친 구시대 부패정권으로 스스로 폐족이라 칭했던 친노세력이 역사적 반성과 대국민 사과 없이 MB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정치부활을 시도하고 있고 국민의 망각을 이용, 친노폐족들을 모아 또 다시 친노정권 수립을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기자회견에 민주당은 “공천을 받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며 공방을 벌였다.

불문율 깨고 전례 없는 새로운 역사 만들어 가는 ‘떡검’
대선 앞두고 발언권과 영향력 강화하려는 검찰의 전략?

하지만 검찰은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의뢰가 있었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통상적인 방법에 따라 진행되는 수사”라며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금로 수사기획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나 2009년 수사의 연장선이 아니라며 “정연씨한테 13억원이 전달됐다는 것은 (기존 것이 아닌) 새로운 의혹이라 수사하는 것이며, 중수부가 맡은 것도 관련 기록들이 있기 때문에 보안을 고려해 다른 데로 보내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의중과는 달리 김경한 전 법무부장관이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내사 종결은 가족이 아닌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것”이라고 밝혀 정연씨 수사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돼 ‘수사개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과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전면에 나선 데는 ‘검찰 개혁’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과 대선의 결과에 따라 검찰 개혁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영향력을 과시하면, 12월 대선 때 검찰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속성상 이 사건 사실 여부를 결론 내지 않고 최대한 가지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결국 대선까지 사건을 끌고 가다가 검찰이 그들과 뜻을 같이하는 세력에 최대한 유리한 결론을 낼 것으로 보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이 기획관은 이날 수사가 오래 걸리냐는 질문에 “그렇게들 보시는 것 아니냐”고 답하기까지 했다.

또한 정연 씨 수사가 일사천리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반면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곡동 사저 부지의 매도인인 유모씨가 입국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받지 않은 채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검찰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사건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4개월이 되도록 시작도 하지 않은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친노의 몰락,
박근혜 부활?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자 ‘친노세력’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수사가 총선을 앞두고 친노세력이 부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까지 돌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유로워 보인다. 친박계 주성영 의원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는 당의 쇄신행보의 일환으로 묶어 버리면 그만이고 이상득 의원의 검찰 수사는 친이계를 버리기에 아주 적절한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수사로 친노세력에 흠집을 낸다면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고 대선 라이벌인 문재인 고문까지 발목을 잡을 수 있어 내심 미소를 숨기고 있는 듯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검찰은 정치적 수단과 이권에 연루되어 그들의 권력을  악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일부 정치검찰의 기획·표적수사로 인해 또 다시 국민들에게 상처와 슬픔을 안기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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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