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조폭+꽃뱀, 진화하는 '사기도박단'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3.03 15:5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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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치는 도박단이나 '해결사' 고용한 피해자나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도박사가 현란한 손동작으로 카드를 섞는다.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도 의심스러운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한동안 카드를 섞던 도박사가 총 5명의 사람들에게 각각 4장의 카드를 분배한다. 물론 오른쪽 사람부터 한 장씩 번갈아 가면서 나눠준다. 카드를 모두 나눠가지고 도박사가 자신의 패를 모두 뒤집는다. 놀랍게도 A카드 4장이 도박사의 손에 들어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사기도박기술 동영상의 일부다. 두 눈을 씻고 다시 돌려봐도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라는 영화 <타짜>의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타짜' 꼼짝마"…특수카드 감별하는 어플 개발
특수 렌즈부터 꽃뱀까지…진화하는 사기도박

사기도박이 날이 갈수록 첨단화·지능화 되고 있다. 손으로 하는 기술을 넘어 속임수 카드를 알아 볼 수 있는 자외선 특수 렌즈가 등장했고 판돈을 키우기 위한 위조수표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꽃뱀과 조폭까지 동원해 사기도박을 당한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손쉽게 돈을 벌려던 피해자들은 사기도박꾼의 교묘한 수법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기 뒤 성관계 입막음

최근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사기 도박판을 벌여 6억여원을 빼앗고 사기도박 사실이 발각되자 꽃뱀을 이용해 허위 고소까지 한 사기 도박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 21일 대전지검 천안지청(김주선 지청장)은 사기도박단 주범 배모(44)씨와 '타짜' 윤모(40)씨, '꽃뱀' 김모(35)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사기도박 등에 개입한 '신미도파' 조직원 한모(31)씨, 김모(32)씨 등 1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주범인 배씨는 2010년 12월13일부터 지난해 3월16일까지 충남 천안과 아산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수십명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도박판을 벌였다. 이들은 피해자가 화장실 등의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손기술로 패를 조작하거나 특수 콘택트렌즈를 끼고 카드 뒷면의 패를 알아보는 수법으로 사기도박을 벌여 약 6억원을 편취했다.

또한 위조된 수표를 만들어 도박판을 크게 키우기도 했으며 피해 남성의 입막음을 위해 꽃뱀 김씨 등과 성관계를 갖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피해자인 A씨가 사기도박을 눈치 채자 꽃뱀 김씨는 "자신을 강간했다"며 A씨를 고소했고, 검찰 조사에서 배씨가 김씨와 짜고 A씨와 성관계를 갖도록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피해자들이 사기도박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다"면서 "범죄집단에 기생하며 이들을 범행대상으로 삼는 조폭 일당을 검거한 점도 수사 성과"라고 밝혔다.

한편 사기도박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 남성이 해결사를 고용해 도박판을 벌인 일당을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같은 날 성남 수정경찰서는 카드 바꿔치기 수법으로 2억원 가량을 가로챈 사기도박 일당 홍모(54)씨 등 2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또 다른 일당 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돈을 잃자 해결사를 동원해 사기도박 일당을 폭행 후 금품을 빼앗은 권모(56)씨 등 5명을 강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홍씨 등 일당 3명은 "고향사람이다"며 권씨에게 접근, 고양시 소재 오피스텔에서 도박판을 벌인 후 권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미리 순서를 맞춰놓은 카드로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속칭 '바둑이 게임'이라 불리는 사기도박을 벌여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26차례에 걸쳐 권씨로부터 2억원 가량을 가로챈 혐의다.

권씨는 자신이 사기도박으로 돈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지난 1월7일 지인 등을 해결사로 동원해 홍씨 등을 폭행 후 현금 1300만원과 외제차량(3500만원 상당) 등을 빼앗고 1억5000만원 상당의 현금보관증을 강제로 작성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화야? 진짜야?

경찰 조사 결과 권씨는 자신이 계속 돈을 잃자 이를 이상히 여기고 미리 오피스텔에 CCTV를 설치해 사기도박 사실을 알게 됐으며 이를 근거로 홍씨 일당을 협박·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사기도박 및 강도사건에 관한 첩보 입수 후 신속히 수사에 착수, 사기도박범 들을 차례로 검거하여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아 사기도박 일당인 홍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추가범행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사기도박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적외선이 투과되지 않는 카드나 고유번호가 적혀 있어 다른 카드가 섞이는 걸 방지하는 카드, 한번 열면 다시 닫을 수 없는 카드케이스 등이 개발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며, 숨어 있는 카메라나 녹음기를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찾아낼 수 있는 장비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특수 렌즈로만 볼 수 있는 사기도박용 카드를 스마트폰만으로도 감별이 가능하게 하는 어플리케이션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개발됐으며, 베트남과 마카오 경찰들까지 이 어플에 관심을 갖고 구매요청을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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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