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절대 망하지 않는 집창촌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15 15: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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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홍등'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사라질 듯 절대 안 사라지는 곳이 있다. 지난 2004년 9월23일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집중 단속이 이뤄져 직격탄을 맞았던 서울시내 집창촌의 모습이다. 2000년 김강자 당시 종암경찰서장의 주도로 이뤄진 대대적인 단속과 2008년부터 시작된 재개발로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은 아직도 공사장에 둘러싸여 외로운 홍등을 밝히고 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영업 방식도 등장했다. <일요시사>가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들을 찾았다.

모텔로 옮겨서 성매매 하기도…경찰 눈속임 영업
없어졌다는 서울 5대 집창촌 대다수 성업 중

지난 7일 오후 5시.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온 서울의 강추위는 매서웠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청량리역 광장은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백화점을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장을 빠져나와 5분쯤 걸었을까? 롯데백화점을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말 그대로 암흑가가 펼쳐진다. 수백여m 남짓한 골목에는 성매매가 이뤄졌던 일명 ‘유리방’들이 양쪽으로 즐비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지금의 30~40대 남성들에게 '성지'(性地)라고 불렸던 속칭 '청량리588'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단속의 영향인지 홍등을 밝혀놓은 집은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 꺼진 청량리
실제 영업은?

드문드문 보이는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과 '철거'라고 적혀진 업소 출입문만이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멍하니 업소를 쳐다보고 있을 때 한 중년여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멋진 오빠 오랜만에 왔나보네? 왜? 한번 하시게? 내가 평일 낮이니까 특별히 싸게 6만원에 해줄게. 아가씨 보러 가자."


못 이기는 척 여성을 따라 걸었다. 10여 분을 걸었을까? 여성이 기자를 한 PC방으로 이끌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 몇몇이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경찰 단속을 피해 몰래 숨어서 영업을 이어가는 듯했다.

이곳에서 유리라는 이름을 쓰는 29살의 한 여성을 만났다. 유리씨와 함께 대실비 1만5000원을 지불하고 근처 여관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기려는 그녀를 만류하고 취재 중임을 밝혔다. 돈을 지불하고 정해진 30분 동안 얘기를 나누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리씨는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건넨 6만원 중 2만원을 기자에게 다시 돌려줬다. 이유를 물어봤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인가 뭔가 시행되고 지금까지 우리가 시위했을 때 기자분들이 저희 의견 잘 반영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언니들이나 동생들이 많아요. 물론 매스컴이 집중되면 어쩔 수 없이 경찰들도 더 많이 오긴 하는데 살아남는 방법이 있어요. 3만원은 포주 언니 줘야하고 30분 비용으로 만원만 받을게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청량리588 일부 업소는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모두 철거되거나 문을 닫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주들이 근처 포장마차나 불 꺼진 업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나면 은근슬쩍 접근해 아가씨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근처 PC방이나 책방, 미용실 등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손님은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함께 모텔이나 여관으로 이동해 '연애'를 한다. 경찰이 오더라도 연인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무허가 집창촌
카드 결제 가능

현금이 없을 경우 카드로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무허가 집장촌이 어떻게 카드 결제가 가능할까? 그녀는 속칭 '카드깡'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외부업체(카드깡업체)의 단말기로 손님이 결제를 하면 하루단위로 금액을 정산해서 일정 수수료를 떼고 남는 금액을 업소에 지급해 준다는 것. 수수료는 보통 15% 정도를 떼는데 가령 하루 결제금액이 100만원이라면 15만원을 카드깡업체에서 가져간다. 대신에 카드깡업체는 세금문제 등 불거져 나올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업소가 문을 열지 않으면 여성들이 어떤 방법으로 숙식을 해결하는지 궁금해졌다. 유리씨는 이곳에서 4년을 일했다고 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대부분 '보도방'이나 '키스방' 등 유사 성행위 업소로 거처를 옮겼다. 유리씨는 현재 청량리588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포주의 횡포나 선불금, 감시, 감금은 옛말이에요. 지금은 하루 벌어 하루 챙기고 아프면 안 나올 수도 있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요."

시계를 보니 어느덧 약속시간인 30분을 한참 넘었다. 너무 늦게 가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유리씨와 함께 여관을 빠져나와 헤어졌다. 다시 업소가 모여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골목은 이내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퇴근시간 교통체증을 피해 진입한 몇몇 차량들의 전조등만이 을씨년스러운 골목을 간간히 비췄다.

이번에는 청량리588과 함께 서울의 양대 집창촌이라고 불리는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촌'을 찾기 위해 다시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오후 시간대와는 다르게 60~70대 여성들이 연신 기자에게 "3만원이면 돼" "한번 하고 가"라는 말을 하며 따라붙었다. 발길을 재촉해 저녁 10시경 길음역에 도착했다.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니 노란색 바탕에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큼직한 빨간 글씨가 보였다. 그 앞에는 모텔 주자장 입구를 연상시키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가림막을 제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청량리588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은 문을 닫았지만 10여 개 업소는 홍등을 밝혀 놓고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업소
꾸준히 영업 중

업소들이 밀집된 골목 안쪽으로 들어섰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호객꾼들이 끊임없이 기자의 팔을 잡았고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며 흥정을 붙였다. 서툰 한국말로 실랑이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도 간혹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떠오르며 10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을 하던 예전 찬란한(?) 텍사스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곳에서 20년 이상을 일했다는 한 50대 업주를 따라 업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에는 흰 드레스를 입은 두 명의 여성이 머리를 단장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업이 가능한 것일까?
이 업주는 현재 상황을 이른바 '폭풍전야'라고 말했다.

"어차피 올해 상반기 안에 철거가 시작된다고 하니까 우리가 너무 노골적으로 호객행위만 하지 않으면 눈을 감아주는 분위기에요.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 노력하고 있으니까…."

2009년 1월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월곡 1구역'으로 지정된 미아리 텍사스 일대는 올해 상반기 내에 본격적인 이주 및 철거를 시작한다. 이곳에는 최고 3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9개동(1192 가구)이 들어선다. 현재 일부 업소의 성업은 조만간 있을 경찰과 성매매 업소 간의 '전쟁'에 대비한 '휴전상태'로 보인다.

"이곳을 없앤다고 성매매가 사라질까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또 다른 방법으로 성매매를 할 거에요. 요즘에도 아가씨들이 보도방이나 안마방 같은 데로 옮겨가고 있어요.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터진다고 미아리에서 텍사스촌이 사라지면 다른 지역에 새로운 텍사스촌이 생길거에요."

문을 열고 업소를 빠져나왔다. 골목에는 일(?)을 마친 것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택시를 잡기위해 연신 팔을 흔들고 있었다.


"한 쪽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터지는 법"
'배운 게 도둑질' "이 일 아니면 살 수가 없다"

이렇듯 사라진 줄 알았던 청량리588과 미아리 텍사스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 경찰이 자랑스럽게 완전히 없어졌다고 발표한 용산역 인근 집창촌은 어떨까?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일단 용산역 집창촌이 있던 자리는 도로변 상인들의 안내가 없었다면 찾기 어려웠을 정도로 황폐했다. 쓰레기더미와 연탄재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업소 유리창은 깨지고 출입문은 너덜거렸다. 경찰의 발표대로 용산역 집장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발길을 돌렸다. 영등포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용산역 파출소가 보이는 대로변으로 나왔다.

주차단속원으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도로변에 앉아 있었다. 택시를 잡고 있는 기자에게 갑자기 그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연애하러 왔어? 여기는 없어진지 오래고 딱 하나 남은 곳이 있는데 싸게 해줄 테니까 하고 갈래?"

팔을 잡아끄는 여성을 따라 골목골목을 지나 낡은 건물에 도착했다. '유리방'이 아닌 일반 가정집으로 보였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성매매 업소임을 증명하는 빨간 불빛이 새어나왔다. "생각 좀 더 해보고 오겠다" 는 말로 둘러대니 "너무 오래 끌지 말라"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을 골목에서 헤맨 끝에 다시 대로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영등포역 인근 집창촌도 일부 업소는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천호동 텍사스' '파주 용주골' 수원역 집창촌'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 7년을 넘었다.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 원천적으로 성매매를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였다. 분명히 집창촌 업소의 수가 대폭 줄었다는 사실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업소는 아직 영업 중이며 성매매 여성들과 업소 주인들은 경찰의 눈을 속이기 위한 갖가지 비책(?)들을 내놓으며 변종 성매매를 양산해 내고 있다.

경찰, 일부 업소
영업 사실 파악

아무리 취재라고 하지만 경찰 단속이 뜨면 낯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내내 불안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방문한 청량리, 미아리, 용산, 영등포에서는 단 한 번도 경찰을 볼 수 없었다. 집창촌 업자들의 말대로 지금은 '폭풍전야'인 것일까?  

경찰관계자는 "아직도 영업을 하는 업소가 있다는 사실은 경찰 내부에서도 파악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성매매 증거를 잡기가 힘든 실정이다"며 "가게 안에 아가씨가 앉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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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