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절대 망하지 않는 집창촌 실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2.02.15 15: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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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의 '홍등'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사라질 듯 절대 안 사라지는 곳이 있다. 지난 2004년 9월23일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집중 단속이 이뤄져 직격탄을 맞았던 서울시내 집창촌의 모습이다. 2000년 김강자 당시 종암경찰서장의 주도로 이뤄진 대대적인 단속과 2008년부터 시작된 재개발로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일부 업소들은 아직도 공사장에 둘러싸여 외로운 홍등을 밝히고 있다.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한 갖가지 영업 방식도 등장했다. <일요시사>가 서울의 대표적 집창촌들을 찾았다.

모텔로 옮겨서 성매매 하기도…경찰 눈속임 영업
없어졌다는 서울 5대 집창촌 대다수 성업 중

지난 7일 오후 5시.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온 서울의 강추위는 매서웠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청량리역 광장은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 백화점을 드나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장을 빠져나와 5분쯤 걸었을까? 롯데백화점을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말 그대로 암흑가가 펼쳐진다. 수백여m 남짓한 골목에는 성매매가 이뤄졌던 일명 ‘유리방’들이 양쪽으로 즐비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지금의 30~40대 남성들에게 '성지'(性地)라고 불렸던 속칭 '청량리588'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단속의 영향인지 홍등을 밝혀놓은 집은 한 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 꺼진 청량리
실제 영업은?

드문드문 보이는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과 '철거'라고 적혀진 업소 출입문만이 기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멍하니 업소를 쳐다보고 있을 때 한 중년여성이 기자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멋진 오빠 오랜만에 왔나보네? 왜? 한번 하시게? 내가 평일 낮이니까 특별히 싸게 6만원에 해줄게. 아가씨 보러 가자."


못 이기는 척 여성을 따라 걸었다. 10여 분을 걸었을까? 여성이 기자를 한 PC방으로 이끌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성 몇몇이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경찰 단속을 피해 몰래 숨어서 영업을 이어가는 듯했다.

이곳에서 유리라는 이름을 쓰는 29살의 한 여성을 만났다. 유리씨와 함께 대실비 1만5000원을 지불하고 근처 여관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기려는 그녀를 만류하고 취재 중임을 밝혔다. 돈을 지불하고 정해진 30분 동안 얘기를 나누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분위기가 험악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리씨는 의외로 호의적이었다. 건넨 6만원 중 2만원을 기자에게 다시 돌려줬다. 이유를 물어봤다.

"성매매방지특별법인가 뭔가 시행되고 지금까지 우리가 시위했을 때 기자분들이 저희 의견 잘 반영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하는 언니들이나 동생들이 많아요. 물론 매스컴이 집중되면 어쩔 수 없이 경찰들도 더 많이 오긴 하는데 살아남는 방법이 있어요. 3만원은 포주 언니 줘야하고 30분 비용으로 만원만 받을게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청량리588 일부 업소는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모두 철거되거나 문을 닫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주들이 근처 포장마차나 불 꺼진 업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나면 은근슬쩍 접근해 아가씨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근처 PC방이나 책방, 미용실 등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손님은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함께 모텔이나 여관으로 이동해 '연애'를 한다. 경찰이 오더라도 연인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무허가 집창촌
카드 결제 가능

현금이 없을 경우 카드로 계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무허가 집장촌이 어떻게 카드 결제가 가능할까? 그녀는 속칭 '카드깡'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외부업체(카드깡업체)의 단말기로 손님이 결제를 하면 하루단위로 금액을 정산해서 일정 수수료를 떼고 남는 금액을 업소에 지급해 준다는 것. 수수료는 보통 15% 정도를 떼는데 가령 하루 결제금액이 100만원이라면 15만원을 카드깡업체에서 가져간다. 대신에 카드깡업체는 세금문제 등 불거져 나올 수 있는 각종 문제를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다.


업소가 문을 열지 않으면 여성들이 어떤 방법으로 숙식을 해결하는지 궁금해졌다. 유리씨는 이곳에서 4년을 일했다고 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대부분 '보도방'이나 '키스방' 등 유사 성행위 업소로 거처를 옮겼다. 유리씨는 현재 청량리588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포주의 횡포나 선불금, 감시, 감금은 옛말이에요. 지금은 하루 벌어 하루 챙기고 아프면 안 나올 수도 있고 떠나고 싶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어요."

시계를 보니 어느덧 약속시간인 30분을 한참 넘었다. 너무 늦게 가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유리씨와 함께 여관을 빠져나와 헤어졌다. 다시 업소가 모여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골목은 이내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퇴근시간 교통체증을 피해 진입한 몇몇 차량들의 전조등만이 을씨년스러운 골목을 간간히 비췄다.

이번에는 청량리588과 함께 서울의 양대 집창촌이라고 불리는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촌'을 찾기 위해 다시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오후 시간대와는 다르게 60~70대 여성들이 연신 기자에게 "3만원이면 돼" "한번 하고 가"라는 말을 하며 따라붙었다. 발길을 재촉해 저녁 10시경 길음역에 도착했다.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니 노란색 바탕에 '청소년 보호구역'이라는 큼직한 빨간 글씨가 보였다. 그 앞에는 모텔 주자장 입구를 연상시키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가림막을 제치고 안으로 들어가니 청량리588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은 문을 닫았지만 10여 개 업소는 홍등을 밝혀 놓고 호객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업소
꾸준히 영업 중

업소들이 밀집된 골목 안쪽으로 들어섰다.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호객꾼들이 끊임없이 기자의 팔을 잡았고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며 흥정을 붙였다. 서툰 한국말로 실랑이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습도 간혹 보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일본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떠오르며 1000여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일을 하던 예전 찬란한(?) 텍사스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곳에서 20년 이상을 일했다는 한 50대 업주를 따라 업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에는 흰 드레스를 입은 두 명의 여성이 머리를 단장하고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업이 가능한 것일까?
이 업주는 현재 상황을 이른바 '폭풍전야'라고 말했다.

"어차피 올해 상반기 안에 철거가 시작된다고 하니까 우리가 너무 노골적으로 호객행위만 하지 않으면 눈을 감아주는 분위기에요.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미성년자 출입을 금지시키는 등 노력하고 있으니까…."

2009년 1월 '도시환경정비사업 신월곡 1구역'으로 지정된 미아리 텍사스 일대는 올해 상반기 내에 본격적인 이주 및 철거를 시작한다. 이곳에는 최고 39층 높이의 주상복합건물 9개동(1192 가구)이 들어선다. 현재 일부 업소의 성업은 조만간 있을 경찰과 성매매 업소 간의 '전쟁'에 대비한 '휴전상태'로 보인다.

"이곳을 없앤다고 성매매가 사라질까요?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또 다른 방법으로 성매매를 할 거에요. 요즘에도 아가씨들이 보도방이나 안마방 같은 데로 옮겨가고 있어요.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터진다고 미아리에서 텍사스촌이 사라지면 다른 지역에 새로운 텍사스촌이 생길거에요."

문을 열고 업소를 빠져나왔다. 골목에는 일(?)을 마친 것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택시를 잡기위해 연신 팔을 흔들고 있었다.


"한 쪽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터지는 법"
'배운 게 도둑질' "이 일 아니면 살 수가 없다"

이렇듯 사라진 줄 알았던 청량리588과 미아리 텍사스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 경찰이 자랑스럽게 완전히 없어졌다고 발표한 용산역 인근 집창촌은 어떨까? 실상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일단 용산역 집창촌이 있던 자리는 도로변 상인들의 안내가 없었다면 찾기 어려웠을 정도로 황폐했다. 쓰레기더미와 연탄재들이 여기저기 나뒹굴었고 업소 유리창은 깨지고 출입문은 너덜거렸다. 경찰의 발표대로 용산역 집장촌은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발길을 돌렸다. 영등포로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용산역 파출소가 보이는 대로변으로 나왔다.

주차단속원으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도로변에 앉아 있었다. 택시를 잡고 있는 기자에게 갑자기 그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연애하러 왔어? 여기는 없어진지 오래고 딱 하나 남은 곳이 있는데 싸게 해줄 테니까 하고 갈래?"

팔을 잡아끄는 여성을 따라 골목골목을 지나 낡은 건물에 도착했다. '유리방'이 아닌 일반 가정집으로 보였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성매매 업소임을 증명하는 빨간 불빛이 새어나왔다. "생각 좀 더 해보고 오겠다" 는 말로 둘러대니 "너무 오래 끌지 말라"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을 골목에서 헤맨 끝에 다시 대로변으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영등포역 인근 집창촌도 일부 업소는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천호동 텍사스' '파주 용주골' 수원역 집창촌'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성매매특별법이 시행 7년을 넘었다. 성매매를 알선한 업주와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크게 높여 원천적으로 성매매를 근절시키겠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였다. 분명히 집창촌 업소의 수가 대폭 줄었다는 사실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일부 업소는 아직 영업 중이며 성매매 여성들과 업소 주인들은 경찰의 눈을 속이기 위한 갖가지 비책(?)들을 내놓으며 변종 성매매를 양산해 내고 있다.

경찰, 일부 업소
영업 사실 파악

아무리 취재라고 하지만 경찰 단속이 뜨면 낯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에 내내 불안했다. 하지만 하루 동안 방문한 청량리, 미아리, 용산, 영등포에서는 단 한 번도 경찰을 볼 수 없었다. 집창촌 업자들의 말대로 지금은 '폭풍전야'인 것일까?  

경찰관계자는 "아직도 영업을 하는 업소가 있다는 사실은 경찰 내부에서도 파악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성매매 증거를 잡기가 힘든 실정이다"며 "가게 안에 아가씨가 앉아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가지고 뭐라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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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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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