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 진원지에서 정계 여장부로’ 조배숙 의원<민주통합당?전북 익산을>

“정봉주 처벌은 MB정부에 ‘정의’ 물을 수 없다는 반증”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날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 역시 새해부터 ‘여풍당당’ 시대가 본격 개막한 모양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면등장에 이어 민주통합당 역시 한명숙 당 대표가 선출된 것. 여의도 정가는 그야말로 ‘여인의 향기’로 물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풍의 진원지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1호 여검사로 여성 사회진출의 개막을 알린 조배숙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의 마지막 지도부의 홍일점이자 여장부로 MB정권 독주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일요시사>가 조 의원을 만나봤다.

“검찰과 경찰의 디도스 수사는 한편의 개그 보는 듯해”
“생물학적 나이?선수에 기초한 인위적 인적쇄신 안 돼!”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실망은 정치권 자체를 뒤집어 놓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며 시민세력이 정치권에 전면 등장했다. 이어 설상가상의 악재가 겹치자 여성 정치인들이 해결사로 등장해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른바 ‘여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풍의 주요 요인으로는 그간 서민경제 파탄에도 불구하고 대결 일변도로 치달았던 정치권에 이제는 타협과 공감의 정치가 절실해 지며 부드러운 여성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 폭탄이 줄줄이 터지며 분당 위험까지 치달은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여기에 지난 15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가 선출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의원은 바로 ‘여풍의 진원지’로 꼽히는 조배숙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1982년 5번의 고배 끝에 우리나라 제1호 여검사가 되며 여성 사회진출의 개막을 알렸다. 당시 그가 배치되던 검찰청마다 여자 화장실이 새롭게 생겼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런 그가 정치권으로 옮겨와 때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여성 프리미엄을 앞세웠고, 때로는 MB정권의 독주를 막는 여장부 포스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조 의원은 특히 민주당의 마지막 지도부로 활동하며 2012년 의회권력과 정권교체의 발판으로 삼을 야권통합의 초석을 마련했다. 아울러 그는 보편적 복지와 서민 중심의 생활정치를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조 의원은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의 무능과 실정을 심판해 총?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또 당의 생사와 직결된 공천문제는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길 촉구했다. 당원과 국민 앞에서 새롭게 평가받아 공천을 받는 상향식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

무엇보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금권정치 문제에 대해 그는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제부터 자유로운 공천문화가 장착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조 의원은 또 여성 정치참여 및 사회참여에 대해서도 더욱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지도부에서 당내 반발에도 ‘야권통합’이라는 초석을 마련했다. 소회를 밝히면?

▲야권통합은 역사적 흐름이고 시대적 과제였다. 그 과정에서의 반발은 더 큰 민주당을 위한 산고였고 민주당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의 안타까움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은 자기희생을 통해 시대적 과제인 야권통합을 이뤄냈다.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께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야권통합을 완성하여 불법과 부정으로 점철된 정부여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완성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아직 호남 당원들이 야권통합(민주당을 통째로 내준다는 의심)에 대해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호남 당원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큰 축을 이끌어왔고, 60년 전통야당을 지켜온 자부심과 애당심과 충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 분들도 당의 미래를 걱정하신 분들이기에 앞으로 새로운 정치개혁과 더 큰 민주당, 더 강한 민주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차기 지도부에 주문하는 바는? 또 차기 공천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바람직할까?

▲차기 지도부는 우리나라의 성숙한 정치와 한 단계 발전한 민주주의를 이끌어내는 산파역할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개혁과 야권통합을 온전하게 이뤄내야 하며, 그 초석 위에 정권을 교체하여 MB정부와 한나라당의 무능과 실정을 심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차기 공천은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당원과 국민 앞에서 새롭게 평가받아 공천을 받는 상향식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돈 봉투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밀실공천, 돈 봉투 공천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위기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제는 이로부터 자유로운 공천문화가 정착할 시기라고 본다.

-지속적으로 호남물갈이가 거론된다. 호남 의원으로서 이에 대한 생각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인적쇄신의 요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당으로 호남에 많은 중진의원들이 있다. 하지만 인적쇄신은 생물학적 나이, 선수에 기초한 인위적인 것은 안 된다. 중진의원의 노련함과 지혜, 역량은 우리 정치에 필요한 부분이다. 생물학적 나이와 선수가 문제가 아니라 변화 개혁을 추동할 수 있는 생각과 정신, 가치와 지향이 젊고 새로운지 아닌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나이가 젊어도 구 정치인보다 더 낡은 정치행태를 보이는 정치인도 많기 때문이다.

-올해는 총·대선을 함께 치르는 해이다. 민주통합당의 전략은?

▲올해는 우리 야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더 발전된 선진국과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그 핵심이 총?대선이기에 우리의 각오는 남다르다. 보편적 복지와 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활정치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야권의 큰 틀의 합의와 미래지향적 연합으로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하고 승리할 것이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안도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처리 됐다.

▲18대 국회 내내 한나라당은 예산안뿐 아니라 주요 논란 법안을 날치기 혹은 단독처리 하는 오명을 남겼다. 이는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로 한나라당이 얼마나 비민주적이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에 굴복하여 거수기 노릇한 것과 의회 민주주의를 부인한 점이다. 이런 정부와 거대여당의 횡포에 맞서 의회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으로서 죄송스런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검·경의 수사결과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거세다.

▲너무나 어이가 없는 수사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저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정황을 살펴볼 때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을 법한 배후세력에 대해 꼬리자르기로 일관하며 일개 비서들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검?경찰의 수사는 한편의 개그를 보는 것 같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무참히 짓밟은 만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이자 유권자인 국민에 대한 테러다. 다시 한 번 검·경의 권력 눈치보기식 정치적 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총?대선을 통해 의원권력과 정권교체를 이뤄 반드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BBK가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됐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은 한마디로 국민들이 MB정부에게 더 이상 ‘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결과였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BBK를 설립했다고 직접 언급한 동영상이 버젓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을 동시에 제기한 같은 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위원장은 그대로 놔두고, 정 전 의원은 구속됐다. 박 위원장도 처벌하라는 것이 아니다. 명백히 정권에 기댄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정 전 의원 구명에 앞장서는 것은 일국 여당의 대표가 가져야할 정치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이다.


-민주통합당에서 ‘정봉주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봉주법’은 권력의 비판 과정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표현의 자유와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번 정 전 의원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심각하다. 본인이 한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허위라는 논리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국민들은 100%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공개적으로 권력을 비판할 수도, 문제점을 제기할 수도 없게 된다.

“MB정부는 대한민국 1% 위한 정부…반드시 심판해야”
“여성 정치인 생활밀착형 정치와 포용 리더십이 장점”

-MB정권이 말기로 접어들었다. 야당 의원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올해 총?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복지에 대한 당론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MB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지난 4년 동안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기조로 국정을 운영해 온 대한민국 1%를 위한 정부가 아닌가. 그 결과 대한민국의 서민중산층은 몰락했다.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았고 중산층이 무너졌다. 가계부채와 물가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안한 세계경제의 흐름만 탓하며 여전히 저금리고환율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출대기업을 배불려 주고 있다.

-중산층 붕괴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평이다. 복지에 대한 생각은? 그리고 포퓰리즘에 대한 견해는?

▲민주당의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정책에 대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정부와 여당이 이제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따라하고 있다. 내년 총?대선을 염두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행보다. 복지가 정치적?사회적으로 가장 큰 화두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확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국민의 복지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다. 감세정책으로 인한 국가재정 파행, 파탄난 서민경제, 고물가 전세대란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복지정당으로 거듭나려는 것처럼 한다면 감언이설로 국민을 호도하려는 포퓰리즘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거용 포퓰리즘을 국민들은 올해 총?대선에서 반드시 심판해 주시리라 믿는다.


-요즘 지역구에 자주 내려가신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듣는 지역 민심은 어떤가?

▲현장의 민심은 정확하다. MB정부와 한나라당에 더 이상 국정운영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이보다 더 높을 수는 없다고 생각될 만큼 열기가 대단하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도 잘 안다.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반드시 정권교체 이룩하고 민주통합당의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여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겠다.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작년 10?26 재보선부터 총·대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희망이 동시에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지만,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정치가 어떻게 변화하고 진보해야 하는가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안 원장의 기업 활동, 청춘콘서트를 포함한 사회활동, 기부 등이 보여주고 있는 소통, 공공성, 사람 중심의 가치는 현 정치권이 반드시 배양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정치권에 ‘여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여성의원으로서 장?단점은?

▲기존의 정치구도는 지배·권력·카리스마 등 남성적 리더십이 강했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력에 대한 변화욕구와 더불어 21세기 정치인에게는 화합을 이끌어 내는 자질과 능력,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원의 포용과 평화의 리더십은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면에서는 여성은 환경·교육·건강·육아문제 등 생활의 영역에 있어 ‘생활 밀착형 정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단점은 이렇게 공고화된 기존의 남성 위주의 정치에 여전히 여성이 변두리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18대 국회를 포함해 역대 여성의원비율은 5.1%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국민의 절반인 여성대표성 자체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성정치인으로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여성정치가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는 비단 여성만을 위함이 아니다. 여성 주권이 확보될 때 비로소 가정과 사회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어서다. 서유럽 선진복지국가들이 여성정치인이나 여성임원 할당제를 법으로 규정해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남녀평등과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일·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공기업 및 일반기업의 여성임원 및 관리자 비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앞으로도 여성과 가정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조배숙 의원 프로필>

▲ 1975년 경기여자고등학교 
▲ 1985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 1982년 제22회 사법고시 합격
▲ 1982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 1986년 수원지방법원 판사
▲ 1993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 2001년 제16대 국회의원
▲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 2006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 2010년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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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