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 진원지에서 정계 여장부로’ 조배숙 의원<민주통합당?전북 익산을>

“정봉주 처벌은 MB정부에 ‘정의’ 물을 수 없다는 반증”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날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 역시 새해부터 ‘여풍당당’ 시대가 본격 개막한 모양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면등장에 이어 민주통합당 역시 한명숙 당 대표가 선출된 것. 여의도 정가는 그야말로 ‘여인의 향기’로 물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풍의 진원지는 따로 있다. 대한민국 1호 여검사로 여성 사회진출의 개막을 알린 조배숙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그는 그동안 민주당의 마지막 지도부의 홍일점이자 여장부로 MB정권 독주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일요시사>가 조 의원을 만나봤다.

“검찰과 경찰의 디도스 수사는 한편의 개그 보는 듯해”
“생물학적 나이?선수에 기초한 인위적 인적쇄신 안 돼!”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실망은 정치권 자체를 뒤집어 놓았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며 시민세력이 정치권에 전면 등장했다. 이어 설상가상의 악재가 겹치자 여성 정치인들이 해결사로 등장해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른바 ‘여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여풍의 주요 요인으로는 그간 서민경제 파탄에도 불구하고 대결 일변도로 치달았던 정치권에 이제는 타협과 공감의 정치가 절실해 지며 부드러운 여성 프리미엄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 폭탄이 줄줄이 터지며 분당 위험까지 치달은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여기에 지난 15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가 선출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의원은 바로 ‘여풍의 진원지’로 꼽히는 조배숙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조 의원은 지난 1982년 5번의 고배 끝에 우리나라 제1호 여검사가 되며 여성 사회진출의 개막을 알렸다. 당시 그가 배치되던 검찰청마다 여자 화장실이 새롭게 생겼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런 그가 정치권으로 옮겨와 때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여성 프리미엄을 앞세웠고, 때로는 MB정권의 독주를 막는 여장부 포스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조 의원은 특히 민주당의 마지막 지도부로 활동하며 2012년 의회권력과 정권교체의 발판으로 삼을 야권통합의 초석을 마련했다. 아울러 그는 보편적 복지와 서민 중심의 생활정치를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조 의원은 이러한 기조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의 무능과 실정을 심판해 총?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조 의원은 또 당의 생사와 직결된 공천문제는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길 촉구했다. 당원과 국민 앞에서 새롭게 평가받아 공천을 받는 상향식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

무엇보다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금권정치 문제에 대해 그는 오히려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이제부터 자유로운 공천문화가 장착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조 의원은 또 여성 정치참여 및 사회참여에 대해서도 더욱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지도부에서 당내 반발에도 ‘야권통합’이라는 초석을 마련했다. 소회를 밝히면?

▲야권통합은 역사적 흐름이고 시대적 과제였다. 그 과정에서의 반발은 더 큰 민주당을 위한 산고였고 민주당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의 안타까움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은 자기희생을 통해 시대적 과제인 야권통합을 이뤄냈다.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께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야권통합을 완성하여 불법과 부정으로 점철된 정부여당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완성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아직 호남 당원들이 야권통합(민주당을 통째로 내준다는 의심)에 대해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호남 당원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큰 축을 이끌어왔고, 60년 전통야당을 지켜온 자부심과 애당심과 충정이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 분들도 당의 미래를 걱정하신 분들이기에 앞으로 새로운 정치개혁과 더 큰 민주당, 더 강한 민주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

-차기 지도부에 주문하는 바는? 또 차기 공천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바람직할까?

▲차기 지도부는 우리나라의 성숙한 정치와 한 단계 발전한 민주주의를 이끌어내는 산파역할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개혁과 야권통합을 온전하게 이뤄내야 하며, 그 초석 위에 정권을 교체하여 MB정부와 한나라당의 무능과 실정을 심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차기 공천은 기존의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당원과 국민 앞에서 새롭게 평가받아 공천을 받는 상향식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돈 봉투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밀실공천, 돈 봉투 공천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러한 위기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제는 이로부터 자유로운 공천문화가 정착할 시기라고 본다.

-지속적으로 호남물갈이가 거론된다. 호남 의원으로서 이에 대한 생각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인적쇄신의 요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정당으로 호남에 많은 중진의원들이 있다. 하지만 인적쇄신은 생물학적 나이, 선수에 기초한 인위적인 것은 안 된다. 중진의원의 노련함과 지혜, 역량은 우리 정치에 필요한 부분이다. 생물학적 나이와 선수가 문제가 아니라 변화 개혁을 추동할 수 있는 생각과 정신, 가치와 지향이 젊고 새로운지 아닌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나이가 젊어도 구 정치인보다 더 낡은 정치행태를 보이는 정치인도 많기 때문이다.

-올해는 총·대선을 함께 치르는 해이다. 민주통합당의 전략은?

▲올해는 우리 야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더 발전된 선진국과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그 핵심이 총?대선이기에 우리의 각오는 남다르다. 보편적 복지와 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생활정치의 미래비전을 제시하고, 야권의 큰 틀의 합의와 미래지향적 연합으로 한나라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하고 승리할 것이다.

-18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안도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처리 됐다.

▲18대 국회 내내 한나라당은 예산안뿐 아니라 주요 논란 법안을 날치기 혹은 단독처리 하는 오명을 남겼다. 이는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로 한나라당이 얼마나 비민주적이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에 굴복하여 거수기 노릇한 것과 의회 민주주의를 부인한 점이다. 이런 정부와 거대여당의 횡포에 맞서 의회 민주주의를 지켜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으로서 죄송스런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디도스 공격과 관련한 검·경의 수사결과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거세다.

▲너무나 어이가 없는 수사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저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정황을 살펴볼 때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을 법한 배후세력에 대해 꼬리자르기로 일관하며 일개 비서들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검?경찰의 수사는 한편의 개그를 보는 것 같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무참히 짓밟은 만행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이자 유권자인 국민에 대한 테러다. 다시 한 번 검·경의 권력 눈치보기식 정치적 수사에 개탄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총?대선을 통해 의원권력과 정권교체를 이뤄 반드시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다.

-BBK가 이명박 대통령 소유라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정봉주 전 의원이 구속됐다.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은 한마디로 국민들이 MB정부에게 더 이상 ‘정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결과였다. 이 대통령 스스로가 BBK를 설립했다고 직접 언급한 동영상이 버젓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혹을 동시에 제기한 같은 당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위원장은 그대로 놔두고, 정 전 의원은 구속됐다. 박 위원장도 처벌하라는 것이 아니다. 명백히 정권에 기댄 재판부의 잘못된 판결이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이 정 전 의원 구명에 앞장서는 것은 일국 여당의 대표가 가져야할 정치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이다.


-민주통합당에서 ‘정봉주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봉주법’은 권력의 비판 과정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표현의 자유와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번 정 전 의원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은 심각하다. 본인이 한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허위라는 논리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국민들은 100%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공개적으로 권력을 비판할 수도, 문제점을 제기할 수도 없게 된다.

“MB정부는 대한민국 1% 위한 정부…반드시 심판해야”
“여성 정치인 생활밀착형 정치와 포용 리더십이 장점”

-MB정권이 말기로 접어들었다. 야당 의원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는지?

▲올해 총?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복지에 대한 당론으로 선회하고 있다. 하지만 MB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지난 4년 동안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을 기조로 국정을 운영해 온 대한민국 1%를 위한 정부가 아닌가. 그 결과 대한민국의 서민중산층은 몰락했다.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았고 중산층이 무너졌다. 가계부채와 물가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안한 세계경제의 흐름만 탓하며 여전히 저금리고환율 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출대기업을 배불려 주고 있다.

-중산층 붕괴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평이다. 복지에 대한 생각은? 그리고 포퓰리즘에 대한 견해는?

▲민주당의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정책에 대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정부와 여당이 이제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따라하고 있다. 내년 총?대선을 염두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행보다. 복지가 정치적?사회적으로 가장 큰 화두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 확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국민의 복지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선심성 정책을 내놓는 게 아니다. 감세정책으로 인한 국가재정 파행, 파탄난 서민경제, 고물가 전세대란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복지정당으로 거듭나려는 것처럼 한다면 감언이설로 국민을 호도하려는 포퓰리즘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선거용 포퓰리즘을 국민들은 올해 총?대선에서 반드시 심판해 주시리라 믿는다.


-요즘 지역구에 자주 내려가신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듣는 지역 민심은 어떤가?

▲현장의 민심은 정확하다. MB정부와 한나라당에 더 이상 국정운영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이보다 더 높을 수는 없다고 생각될 만큼 열기가 대단하다. 때문에 민주통합당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도 잘 안다.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국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며 반드시 정권교체 이룩하고 민주통합당의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여 국민의 기대에 보답하겠다.

-‘안철수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작년 10?26 재보선부터 총·대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희망이 동시에 표출된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많지만,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당정치가 어떻게 변화하고 진보해야 하는가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특히 안 원장의 기업 활동, 청춘콘서트를 포함한 사회활동, 기부 등이 보여주고 있는 소통, 공공성, 사람 중심의 가치는 현 정치권이 반드시 배양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정치권에 ‘여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여성의원으로서 장?단점은?

▲기존의 정치구도는 지배·권력·카리스마 등 남성적 리더십이 강했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력에 대한 변화욕구와 더불어 21세기 정치인에게는 화합을 이끌어 내는 자질과 능력,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원의 포용과 평화의 리더십은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면에서는 여성은 환경·교육·건강·육아문제 등 생활의 영역에 있어 ‘생활 밀착형 정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단점은 이렇게 공고화된 기존의 남성 위주의 정치에 여전히 여성이 변두리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특히 18대 국회를 포함해 역대 여성의원비율은 5.1%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국민의 절반인 여성대표성 자체가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여성정치인으로서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여성정치가 활발해져야 하는 이유는 비단 여성만을 위함이 아니다. 여성 주권이 확보될 때 비로소 가정과 사회가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어서다. 서유럽 선진복지국가들이 여성정치인이나 여성임원 할당제를 법으로 규정해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남녀평등과 여성의 사회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일·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화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공기업 및 일반기업의 여성임원 및 관리자 비율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앞으로도 여성과 가정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


<조배숙 의원 프로필>

▲ 1975년 경기여자고등학교 
▲ 1985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 석사 
▲ 1982년 제22회 사법고시 합격
▲ 1982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 1986년 수원지방법원 판사
▲ 1993년 서울고등법원 판사
▲ 2001년 제16대 국회의원
▲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 2006년 열린우리당 최고위원
▲ 2010년 민주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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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