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희 기구한 팔자 풀스토리

영원한 ‘국민여배우’…그녀가 울고 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1970∼80년대를 주름 잡던 여배우 정윤희씨. 최근 아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느덧 그의 나이 57세. 은막 최고의 스타로 활약하다 간통 사건이 얽힌 재벌과의 결혼, 돌연 잠적, 이후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은 정씨의 기구한 삶을 재조명해봤다.

아들 미국유학 중 사망 “약물로 인한 심장마비”
일각선 마약 복용설 돌아…내년 초 결과 나올듯

1954년 경상남도 통영에서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정윤희씨는 부산 당감초등학교와 혜화여중·고를 졸업하고 1975년 영화 <욕망>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탤런트 노주현씨가 상대역이었다. 정씨는 한 영화사가 공모한 연기자 모집에서 떨어졌으나 우연히 영화인들의 눈에 띄어 이경태 감독에게 소개되면서 <욕망>에 출연하게 됐다.

당시 정씨는 모델 에이전시의 소개로 먼저 영화계 거장 신상옥 감독을 만났고, 신 감독이 이 감독에게 정씨를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이 감독에게 “(정씨 같이) 가능성 있는 얼굴을 대담하게 쓰라”고 조언했다는 후문이다.

1975년 21세 때 데뷔
여우주연상 싹쓸이

정씨는 영화 출연 후 처음엔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같은해 해태제과 CF모델을 맡으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TBC-TV(현 KBS-2TV)의 <쇼쇼쇼> MC로 박탈돼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후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 연기자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 총 36편의 영화와 4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유명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충무로와 방송가에서 ‘캐스팅 영순위’여배우로 꼽혔다.

영화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와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로 1980년과 1981년 2년 연속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미모뿐만 아니라 연기파 배우로도 두각을 나타냈다. 1982년엔 영화 <사랑하는 사람아>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정씨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장미희, 유지인씨와 함께 ‘3대 트로이카 여배우 시대’를 이끌며 당대 최고의 톱스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짙은 눈썹과 큰 눈망울,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 고전미와 청순미, 현대적 미색을 겸비한 절세미녀로 평가받았다.

정씨는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스타였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의 원조 격인 셈이다. 정씨의 뛰어난 미모는 일본과 대만 등 해외에도 알려져 외국 감독들의 러브콜이 잇달았다.

세계적인 톱스타들만 참석했던 일본 <동경가요제>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받아 영화 <러브스토리>의 여주인공 알리 맥그로우와 시상을 했다. 대만에선 정씨의 영화가 개봉됐었는데, 정씨가 대만을 방문했을 당시 공항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액션배우 성룡이 첫눈에 반한 정씨 때문에 한국을 자주 방문했고 한국을 너무 사랑하게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인기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던 정씨는 1984년 심재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배우 이영하씨와 출연한 <사랑의 찬가>를 끝으로 그해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날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떠났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장미희·유지인과 ‘80년대 트로이카’
‘간통 회장님’과 결혼 후 연예계 떠나 
영화·방송사 러브콜 모두 거절 ‘칩거’

상대남은 조규영 중앙건설 회장. 재벌가로 시집간 것이다. 당시 정씨의 나이는 30세. 조 회장은 38세였다. 친지의 소개로 정씨를 우연히 만난 것으로 알려진 조 회장은 남산초등학교와 경기고를 졸업하고 미국 사립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회계학과를 나와 1980년 중앙건설을 설립, 현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중앙건설의 최대주주는 조 회장으로, 지분 12.95%(85만3510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씨도 4.29%(28만2525주)의 지분이 있다.

‘하이츠’브랜드로 알려진 이 회사는 전북 전주시에 본사가 있으며 1994년 코스피시장에 상장했다. 지난달 말 종가는 주당 1115원이었다. 실적은 부진하다. 지난해 매출 380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손실 551억원, 순손실 1199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총자산과 총자본은 각각 5243억원, 755억원이다.

중앙건설의 모태는 조 회장의 부친 조성철 창업주(1981년 별세)가 1946년 설립한 중앙산업이다. 조 회장이 선친의 뒤를 이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것. 중앙산업은 1950년 6·25전쟁 이후 복구사업 바람을 타고 각종 건설공사를 수주해 1952∼54년 3년 연속 건설업체 도급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로 성장했다. 1958년엔 서울 종암동에 한국 최초의 아파트 ‘종암아파트’를 건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부도로 공중분해 됐다. 조 창업주의 4남1녀 중 차남인 조 회장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LA에서 개인사업(폴함사)을 하다 중앙산업이 파산 위기에 처하자 1977년 귀국해 계열사를 인수한 후 사실상 회사를 재건했다.

정윤희-조규영 부부의 결혼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문제는 조 회장이 법적으로 부인이 있는 유부남 상태에서 사랑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전부인과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교제가 시작된 것이다.

결국 두 사람은 1984년 8월 간통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정씨와 조 회장은 함께 집에서 잠을 자다가 급습한 조 회장의 전부인 등에게 발각, 전부인의 고소로 경찰에 연행됐다. 줄곧 간통 사실을 부인한 이들은 유치장에 들어간 지 4일 만에 풀려났다. 전부인은 조 회장과 이혼 조건으로 거액의 위자료를 받고 고소를 취하했다.

1984년 재벌가로 시집
이혼과정서 만나 파문

조 회장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정씨와의 관계 때문에 가정불화가 생긴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이혼 얘기가 나오는 등 가정문제가 복잡하던 중 정씨를 만나 친하게 지내게 된 것”이라며 “부인이 원하는 대로 위자료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고소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풀려난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연기생활 10년 만에 공인이란 사실을 새삼 느꼈다. 무조건 죄송하다. 깊이 사죄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조 회장에 대해 “그를 좋아한다. 꼬집어 말할 수는 없으나 그 사람의 무엇이 나를 끌어 잡아당긴다. 모든 것에 대해 나를 리드한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에서 “당분간 쉬고 싶다”던 정씨는 4개월 뒤 조 회장과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 이후 연예계를 완전히 떠났다. 영화와 TV 출연은 물론 일체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영화·방송 제작진들은 수없이 정씨에게 러브콜을 보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1993년 조 회장이 대주주로 있었던 가구업체 모델로 브라운관에 잠깐 등장했고, 1995년 한 토크쇼에서 전화 인터뷰를 한 것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공개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2000년대 초반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한 ‘정윤희 영화주간’에 여전히 고운 모습 그대로 나타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렇게 ‘왕년의 스타’로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정씨가 다시 회자된 것은 지난 추석 때다. 지난 9월 한 세대를 풍미한 정씨의 인생과 필모그래피, 현재까지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터넷 팬클럽 회원 4000여명) 등을 전한 MBC 한가위특집 <우리가 사랑한 여배우-카페 정윤희>가 전파를 타면서 은퇴 27년 만에 그의 미모가 재조명됐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최불암, 노주현씨 등은 “정말 예뻤다”고 극찬했고, 성형외과 전문의는 “완벽한 황금비율”이라고 평했다. 특히 정씨의 과거 사진들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자연 미인”, “진정한 여신”, “올킬 미모” 등의 찬사를 보냈다.

‘최고 톱스타…간통 사건…재벌과 결혼…
돌연 잠적…평범한 주부…자녀 의문사…’


정씨는 이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끈질긴 섭외 요청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화환과 자필로 쓴 편지를 보냈다. 정씨는 편지를 통해 “여러분 곁을 떠난 지 벌써 27년이 흘렀습니다. 아직까지 저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계시다는 말씀에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직접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오늘 모이신 분들과 저를 기억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가득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란 메시지를 전했다.

정씨가 외부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자 베일에 싸여있는 그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증폭됐다. 항간엔 하도 소식이 없자 정씨를 둘러싼 악성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정씨는 주변의 걱정과 달리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남편을 내조하고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면서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씨와 결혼하기 전 조 회장은 전처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었다. 정씨는 이들 남매를 키우다 결혼 5년 만인 1989년 12월께 뒤늦게 막내아들을 낳았다. 이번에 사망한 아들이다.

이 아들은 국내에서 영재학교를 졸업한 뒤 조 회장과 같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유학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달 22일 친구들과 술을 마신 후 급성폐렴증세를 일으켜 한인타운 인근 할리우드장로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숨을 거뒀다.

의문사인 만큼 부검이 실시됐다. 이 결과 사인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소는 지난달 29일 “1차 부검 결과 약물과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검시소 측은 “숨진 조군이 약물 복용으로 심장마비 증세를 일으킨 것 같다”며 “타살이나 자살의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처 자녀들 키우다
아들 낳았는데…사망

일각에선 마약 복용설이 돌고 있다. 한 재미 한인매체는 “국내 유명인사의 자녀인 한인 학생이 마약 복용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시소가 발표한 약물이 마약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검시소는 독극물 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약물을 확인할 예정이다. 독극물 검사는 보통 4주에서 6주가 걸려 내년 초에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 빠져있을 게 분명하다. 여기에 아들의 괴소문까지 괴롭혀 패닉일 것이다. 은막 최고의 스타로 활약하다 간통 사건이 얽힌 재벌과의 결혼, 돌연 잠적, 이후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 갑작스럽게 아들을 잃은 정씨의 기구한 삶을 지켜보는 팬들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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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