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한탕주의에 빠진 ‘도박공화국’ 대한민국

한 판만 더…” 뛰는 단속에 나는 사이버도박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운동경기 승패 적중 여부에 따라 당첨금을 지급하는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가 난립하고 있다. 베팅방식이 단순한데다 승패조작 가능성이 거의 없어 다른 도박사이트에 손을 댔던 사람들이 속속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로 몰리고 있는 것. 현재 우리나라에 스포츠토토를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곳은 ㈜스포츠토토가 유일한데 이를 모방한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도박사이트 창업을 돕는 전문 업자들까지 활개 치면서 최근 3년 반 사이 불법 도박사이트는 세 배 가까이 늘었고, 불법 도박시장의 규모는 1년에 88조 원에 이를 정도로 팽창했다. 최근 몇 달 새만 해도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 적발이 속출하고 있고, 무리한 베팅으로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도 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추적해 봤다.

요즘 대세는 불법 토토? 마늘밭 흉내 낸 도박사이트까지…
야구부터 e스포츠까지… “서버 해외에 두고 단속 땐 이사”

110억 원대의 불법 도박 수익금을 마늘밭에 묻어 화제가 됐던 ‘김제 마늘밭 사건’.

최근에는 이 마늘밭 사건 소식을 접하고 이를 모방해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기축구회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온라인 도박사이트가 또다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돈 주인’으로 밝혀진 공모(28)씨가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단 5개월 만에 1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운영수법 등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우후죽순
불법 도박사이트

공씨 등 10명은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심천에 운영사무실을 두고, 일본에 서버를 구축해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후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20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축구·농구·야구 등 각종 스포츠경기와 스타크래프트의 승패 및 점수차를 예측해 최고 100만원까지 배팅하게 한 뒤 경기결과를 맞추지 못한 사람의 배당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40억원 규모의 스포츠토토를 발행하고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운영중인 (주)스포츠토토의 베팅금액(1인당 10만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1인당 100만원)을 배팅할 수 있다며 스팸문자 및 메일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제로 도박 경험이 있는 2000명만 회원으로 선발해 사이트 도메인명과 입·출금 계좌번호를 알려 주고 일체의 신입회원과 광고를 받지 않는 등 사이트 운영을 폐쇄적으로 함으로써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모두 조기축구회 회원으로 지난 3월 김제 마늘밭에서 수십억대 도박자금이 묻혀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를 따라 크게 돈을 벌 목적으로 도박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5일에는 중국과 일본의 도박서버와 연계해 800억원대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를 불법으로 운영한 송모(26)씨등 25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일본과 중국의 도박서버와 연계한 53개의 사이트 운영계좌를 통해, 815억원을 입금 받아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5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수익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비롯해 아파트와 상가 등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돼 경찰은 범죄 수익금에 대한 몰수 보전도 신청하기로 했다.

‘한 방’에 목마른
도박꾼들 유혹

현재 국내에서 스포츠토토 복권을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곳은 ㈜스포츠토토가 유일하다. 2001년 시작된 스포츠토토는 국내외 축구,야구 등 30~50개 스포츠 경기 중 2~10개를 골라 승패를 맞히거나 경기 점수를 예측해 배당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를 모방한 유사 게임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스포츠토토는 한 번에 최대 10만원밖에 베팅할 수 없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농구연맹(KBL)의 경기 등 제한된 경기에만 베팅할 수 있어 이른바 ‘대박’을 노리는 도박마니아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사설 토토다.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스포츠토토의 사이트 ‘배트맨’에 비해 환급률과 베팅금액이 높아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또 배트맨의 환급률은 75%선이지만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환급률이 85~90%선이다. 잃는 돈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더구나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는 한도 베팅금액이 배트맨의 10배에 달하고 배당률에 따른 세금이 없다. 배트맨에선 22%의 세금이 붙는다.

당첨 확률도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가 이용자 입장에선 유리하다. 배트맨에서는 2경기를 묶어 2경기 모두 경기 스코어를 맞춰야 한다면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경기 스코어가 아닌 1경기의 승패만 맞추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사설 토토 사이트는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어 대박을 노리는 이들이 쉽게 빠져든다”며 “또 다른 도박사이트의 경우 운영자가 프로그램으로 승률을 조작하지만,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실시간으로 베팅한 경기의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조작 가능성이 극히 적은 것도 이용자들에게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무제한 베팅, 고배당 유인…학생?청소년까지 유행처럼 번져
사설사이트 4년 새 200배 증가…‘한탕주의’에 한방에 ‘훅’

종목도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와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축구 등 전 세계 스포츠 경기에다 스타크래프트 등 e-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는 고배당을 미끼로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신고 된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만 해도 총 7천951건으로 2007년 40건에 비해 무려 200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 23일 안경률(한나라당) 의원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의 연간 시장 규모가 1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이버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에 나앉은 사람들 역시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0~30대의 회사원과 대학생 등인데 지난 10월에 검거된 상습도박자 유학생 A씨는 빚을 지고 무려 2억1000만원 상당을 베팅해 잃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다.

지난 7월에는 도박에 빠진 한 대학생이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택시강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학생 A군은 사이버 도박에 빠져 사채를 쓰고, 또 휴학을 하면서 등록금까지 반환받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보다 끊기 힘들다는 도박. 그 끝이 파멸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한 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힘들다. 오죽하면 도박을 두고 “손이 없으면 발로 하고, 발이 없으면 입으로 한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거대한 도박판
단속엔 한계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이버 불법 도박에 빠져든 원인에 대해 “물론 한탕주의를 노리는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이들이 점점 더 도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도박으로 이끄는 유혹의 손길이 너무 많음에도 불법 도박사이트를 뿌리 뽑는 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자본주의에 휘말려 사회 자체를 거대한 도박판으로 만들고 있다.

경제난과 취업난 등 문제는 많아지고 처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속에서 전국의 땅 중 어느 곳을 골라 베팅을 거냐에 따라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기도 하고, 경기결과 하나 잘 맞추어 몇 배의 수익을 얻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다 보니 ‘나도 혹시…’ ‘역시 인생 한방이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많은 이들은 재테크라는 명목 하에 죄의식도 없이 사이버도박에 빠져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낚아채고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간다. 어쩌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의 난립은 투기를 하든, 도박을 하든 한탕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가 낳은 사회적 병리 현상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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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