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한탕주의에 빠진 ‘도박공화국’ 대한민국

한 판만 더…” 뛰는 단속에 나는 사이버도박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운동경기 승패 적중 여부에 따라 당첨금을 지급하는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가 난립하고 있다. 베팅방식이 단순한데다 승패조작 가능성이 거의 없어 다른 도박사이트에 손을 댔던 사람들이 속속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로 몰리고 있는 것. 현재 우리나라에 스포츠토토를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곳은 ㈜스포츠토토가 유일한데 이를 모방한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가 우후죽순 격으로 늘고 있다. 여기에 도박사이트 창업을 돕는 전문 업자들까지 활개 치면서 최근 3년 반 사이 불법 도박사이트는 세 배 가까이 늘었고, 불법 도박시장의 규모는 1년에 88조 원에 이를 정도로 팽창했다. 최근 몇 달 새만 해도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 적발이 속출하고 있고, 무리한 베팅으로 빚더미에 앉은 사람들도 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추적해 봤다.

요즘 대세는 불법 토토? 마늘밭 흉내 낸 도박사이트까지…
야구부터 e스포츠까지… “서버 해외에 두고 단속 땐 이사”

110억 원대의 불법 도박 수익금을 마늘밭에 묻어 화제가 됐던 ‘김제 마늘밭 사건’.

최근에는 이 마늘밭 사건 소식을 접하고 이를 모방해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기축구회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온라인 도박사이트가 또다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돈 주인’으로 밝혀진 공모(28)씨가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단 5개월 만에 10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운영수법 등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우후죽순
불법 도박사이트

공씨 등 10명은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중국 심천에 운영사무실을 두고, 일본에 서버를 구축해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후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2000여명의 회원을 상대로 축구·농구·야구 등 각종 스포츠경기와 스타크래프트의 승패 및 점수차를 예측해 최고 100만원까지 배팅하게 한 뒤 경기결과를 맞추지 못한 사람의 배당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40억원 규모의 스포츠토토를 발행하고 1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운영중인 (주)스포츠토토의 베팅금액(1인당 10만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1인당 100만원)을 배팅할 수 있다며 스팸문자 및 메일을 통해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제로 도박 경험이 있는 2000명만 회원으로 선발해 사이트 도메인명과 입·출금 계좌번호를 알려 주고 일체의 신입회원과 광고를 받지 않는 등 사이트 운영을 폐쇄적으로 함으로써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모두 조기축구회 회원으로 지난 3월 김제 마늘밭에서 수십억대 도박자금이 묻혀 있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이를 따라 크게 돈을 벌 목적으로 도박사이트를 개설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5일에는 중국과 일본의 도박서버와 연계해 800억원대의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 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를 불법으로 운영한 송모(26)씨등 25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일본과 중국의 도박서버와 연계한 53개의 사이트 운영계좌를 통해, 815억원을 입금 받아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5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수익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비롯해 아파트와 상가 등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이 확인돼 경찰은 범죄 수익금에 대한 몰수 보전도 신청하기로 했다.

‘한 방’에 목마른
도박꾼들 유혹

현재 국내에서 스포츠토토 복권을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곳은 ㈜스포츠토토가 유일하다. 2001년 시작된 스포츠토토는 국내외 축구,야구 등 30~50개 스포츠 경기 중 2~10개를 골라 승패를 맞히거나 경기 점수를 예측해 배당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를 모방한 유사 게임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스포츠토토는 한 번에 최대 10만원밖에 베팅할 수 없고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농구연맹(KBL)의 경기 등 제한된 경기에만 베팅할 수 있어 이른바 ‘대박’을 노리는 도박마니아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사설 토토다.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스포츠토토의 사이트 ‘배트맨’에 비해 환급률과 베팅금액이 높아 이용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또 배트맨의 환급률은 75%선이지만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환급률이 85~90%선이다. 잃는 돈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더구나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 사이트는 한도 베팅금액이 배트맨의 10배에 달하고 배당률에 따른 세금이 없다. 배트맨에선 22%의 세금이 붙는다.

당첨 확률도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가 이용자 입장에선 유리하다. 배트맨에서는 2경기를 묶어 2경기 모두 경기 스코어를 맞춰야 한다면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경기 스코어가 아닌 1경기의 승패만 맞추면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사설 토토 사이트는 베팅 금액에 제한이 없어 대박을 노리는 이들이 쉽게 빠져든다”며 “또 다른 도박사이트의 경우 운영자가 프로그램으로 승률을 조작하지만,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는 실시간으로 베팅한 경기의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조작 가능성이 극히 적은 것도 이용자들에게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무제한 베팅, 고배당 유인…학생?청소년까지 유행처럼 번져
사설사이트 4년 새 200배 증가…‘한탕주의’에 한방에 ‘훅’

종목도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와 유럽챔피언스리그(UEFA) 축구 등 전 세계 스포츠 경기에다 스타크래프트 등 e-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는 고배당을 미끼로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신고 된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만 해도 총 7천951건으로 2007년 40건에 비해 무려 200배 가까이 늘었다.

또 지난 23일 안경률(한나라당) 의원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의 연간 시장 규모가 1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이버도박에 빠져 거액의 빚에 나앉은 사람들 역시 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0~30대의 회사원과 대학생 등인데 지난 10월에 검거된 상습도박자 유학생 A씨는 빚을 지고 무려 2억1000만원 상당을 베팅해 잃은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줬다.

지난 7월에는 도박에 빠진 한 대학생이 도박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택시강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학생 A군은 사이버 도박에 빠져 사채를 쓰고, 또 휴학을 하면서 등록금까지 반환받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보다 끊기 힘들다는 도박. 그 끝이 파멸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한 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힘들다. 오죽하면 도박을 두고 “손이 없으면 발로 하고, 발이 없으면 입으로 한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거대한 도박판
단속엔 한계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이버 불법 도박에 빠져든 원인에 대해 “물론 한탕주의를 노리는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이들이 점점 더 도박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는 도박으로 이끄는 유혹의 손길이 너무 많음에도 불법 도박사이트를 뿌리 뽑는 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자본주의에 휘말려 사회 자체를 거대한 도박판으로 만들고 있다.

경제난과 취업난 등 문제는 많아지고 처한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속에서 전국의 땅 중 어느 곳을 골라 베팅을 거냐에 따라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기도 하고, 경기결과 하나 잘 맞추어 몇 배의 수익을 얻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다 보니 ‘나도 혹시…’ ‘역시 인생 한방이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많은 이들은 재테크라는 명목 하에 죄의식도 없이 사이버도박에 빠져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낚아채고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간다. 어쩌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의 난립은 투기를 하든, 도박을 하든 한탕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가 낳은 사회적 병리 현상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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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