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세계시장서 ‘뜨거운 감자’ 급부상

‘현지 맞춤형’ 차량으로 지구촌 달린다 ‘쌩~쌩’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유럽·인도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2007년 ‘현지 전략 모델’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을 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쏠라리스, 러시아 환경?운전문화 반영한 사양 대거 적용
K2, 크고 세련된 디자인 선호 하는 중국인 취향 고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 현지 사정에 맞춰 출시한 ‘현지전략형’ 모델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쏠라리스’다. ‘쏠라리스’는 현대차 글로벌 전략 소형차의 러시아 현지 맞춤형 차량으로, 러시아의 춥고 겨울이 긴 환경적 요인과 러시아 특유의 운전 문화를 반영한 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우선 낮은 기온에서도 시동을 잘 걸 수 있는 배터리와 눈이 많은 기후적 특성을 고려해 4ℓ의 대용량 워셔액 탱크 및 타이어의 머드 가드를 기본으로 적용했고, 중형급 이상 차량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윈드실드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Windshield deicer)’를 장착하는 한편, 헤드레스트는 대전 처리를 통해 정전기의 발생을 대폭 감소시켰다.

쏠라리스 사상 최대
월간 판매 대수 기록

또 급출발과 급제동이 빈번한 러시아의 운전문화를 고려해 ‘급제동 경보 장치(ESS, Emergency Stop system)’가 적용됐으며, 헤드램프를 계속 켜놓는 운전자들이 많은 러시아의 특성을 고려해 타지역에 비해 수명이 긴 램프를 장착했다.

쏠라리스는 지난 2월부터 공식적인 판매에 돌입, 지난 10월까지 8만4383대를 팔아치우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쏠라리스는 지난 2006년 12월 포드 포커스가 1만 280대 판매되며 기록했던 종전 최고 월간 판매실적을 제치고 러시아 시장에서 역대 수입차 사상 최대 월간 판매대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차 측 관계자는 “쏠라리스는 러시아의 춥고 겨울이 긴 환경적 요인과 러시아 특유의 운전문화를 반영한 현지화 전략으로 탄생한 러시아 현지 맞춤형 차량”이라며 “쏠라리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반으로 올해 러시아 수입차 브랜드 1위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K2도 주목받는 현지 전략형 모델 가운데 하나다. 제품기획 단계부터 크고 세련된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모두 중요시 하는 중국 20~30대 젊은 고객들의 다양해진 눈높이에 맞춰 설계됐다.

우선 K2 외관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K5 고유의 진보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가운데 기아의 디자인 철학인 ‘직선의 단순화’를 통해 강인하고 역동적인 스타일을 연출했다.

실내공간은 동급 최대 (2570mm)의 휠 베이스를 바탕으로 준중형급 수준의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확보했으며 운전자 중심의 넓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살렸다. 또한 ▲버튼시동&스마트 키 ▲슈퍼비전 클러스터 ▲가죽 클러스터 하우징 ▲고급화된 도어 트림 등 차별화된 고급 사양들을 적용했다.

또 최고출력 107마력, 최대토크 13.7 kg.m, 연비 16.4km/ℓ의 감마 1.4엔진과 최고출력 123마력, 최대토크 15.8kg.m, 연비 15.6km/ℓ의 감마 1.6엔진을 탑재해 고성능과 고연비를 갖추고 전륜에 맥퍼슨 스트럿 타입과 후륜에 토션빔 액슬 서스펜션을 적용,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K2는 거대한 중국 시장의 특성상 인지도 제고를 통한 판매 정상화까지 통상 5개월 정도가 걸림에도 불구, 출시 첫 달인 7월 4050대, 8월 7556대에 이어 9월에는 1만478대로 판매가 수직 상승하며 불과 3개월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기아차는 K2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데 있어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 측 관계자는 “올해 3월 중국에서 런칭한 K5가 혁신적인 디자인 및 성능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고 중국 소형차 시장에 고급차로 통하는 포르테 등의 인기에 힘입어 동풍열달기아차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다”며 “중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K5의 디자인을 계승한 K2 역시 지속적인 판매증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회장
i30 극찬해 화제

지난 9월부터 유럽 현지에서 본격 판매에 들어간 현대차의 ‘유러피언 신중형’ i40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i40은 기존 중형 세단과는 차별화된 가치와 실용성, 안락함을 함께 추구하는 유럽인들의 감성을 적극 반영했다.

또 수입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주행성능과 연비는 물론 ▲주차조향보조시스템과 ▲후방주차 가이드 시스템 ▲전자파킹브레이크 ▲오토홀드 ▲스마트 내비게이션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 등 다양한 첨단 편의 사양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i40은 유럽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실제, i40은 ‘스코틀랜드 자동차 기자 협회(ASMW, Association of Scottish Motoring Writers)’가 주관하는 ‘스코틀랜드 올해의 차(Scottish Car Of The Year)’의 ‘왜건 부문(Estate)’에서 BMW 5 투어링, 푸조 508 SW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최우수차로 선정됐다.
또 i40은 세계적 차체기술 컨퍼런스 중 하나인 ‘오토모티브 서클 인터내셔널 (Automotive Circle International)’에서 아우디 A6(2위), 벤츠 B클래스(3위) 등을 제치고 ‘2011 유럽 올해의 차체 기술상 (유로카바디 어워드, EuroCarBody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럽시장에서의 i30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본 장착된 7개의 에어백 시스템, 후방주차 보조 시스템, 전자파킹 브레이크, 글러브박스 쿨링, 샤시 통합 시스템, 운전자가 접근하면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며 사이드 미러가 펴지는 웰컴 시스템, 개방감이 극대화된 파노라마 선루프 등 동급 최고의 안전장치와 편의시설이다.

i30·i40, 동급 최고 성능으로 유럽시장서 인기 몰이
이온, 다양한 안전?편의사양 적용해 인도시장서 호평


이밖에 운전자 취향에 따라 핸들의 조향력을 컴포트, 노멀, 스포츠 모드로 변화시킬 수 있는 ‘플렉스 스티어’ 기능이나 후면 엠블렘에 가려져 있다 후진을 하면 엠블렘이 회전하며 돌출하는 ‘히든 후방 카메라’ 등 새로운 아이디어도 적용됐다.

한편, i30은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 동영상이 퍼지면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 9월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빈터콘 회장이 현대차 부스를 방문해 신형 i30를 직접 타보는 등 세심하게 관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빈터콘 회장은 엔지니어 출신 답게 계측 장비로 i30의 트렁크 등을 꼼꼼히 체크하기도 했고, 운전석에서 시트를 뒤로 여러 번 제치며 느낌이 좋다는 얘기까지 했다. 또 그는 핸들 높낮이를 조정해 보고 소음이 나지 않자 임원을 불러 “소음이 없지 않느냐”며“우리도 못하고 BMW도 못한 것을 어떻게 현대가 할 수 있냐”고 말했다.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선보인 차량 중 가장 작은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경차 이온(EON)도 선전하고 있다. 외관은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계승하면서도 인도인들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했다.

이온, i10·i20
성공행진 이어

이온은 전측면 에어백과 무선 키, 파워 윈도우 등 다양한 안전 및 편의사양을 적용해 인도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급 차량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파워트레인은 배기량 814cc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56마력, 최대토크 7.6kg·m, 연비 21.1km/ℓ의 성능을 발휘한다.

한편, 지난 9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신차 이온은 첫 달부터 1만3466대가 팔리면서 i10과 i20의 성공 행진을 이어갔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