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개치는 스폰서 교제족 실태

명품만 사주신다면 마음도 몸도 모두 드리겠어요!

[헤이맨라이프=서  준 대표] 아무리 불경기가 심해도 명품 욕구는 멈출 수 없다? 명품을 사기 위해 돈 많은 남성들과 적당히 즐기고 돈을 받는 ‘스폰서 교제족’이 더욱 번져가고 있다. 스폰서 교제족은 일본에서 성행한 10대 소녀들의 ‘원조교제’가 20대 여성으로 옮겨 붙은 케이스. 명품이란 허영심을 충족하기 위한 자금마련 목적이 조금 다를 뿐 교제 내용은 원조교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돈 많은 ‘스폰남’을 만나 적당히 즐겨주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명품 걸치면 자신의 가치↑…스폰 거부 안 해
나이트와 가라오케, 룸살롱 등지서 스폰 구해

‘스폰서 교제족’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명품으로 치장함으로써 스스로 명품이 된다고 착각한다고 한다. 즉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지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전통적 사고관보다는 명품브랜드로 꾸미는 것이야 말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20대 여성 중에서 최고 지성의 요람이라 불리는 대학가의 많은 여대생들이 명품을 사기 위해 스폰서 교제를 한다는 것은 충격적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 K대의 한 남학생은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명품브랜드의 새 상품으로 꾸미고 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돈이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머리핀에서 속옷,
양말까지 명품

같은 대학의 한 조교는 “상품을 선전하는 모델인지 학생인지 분간이 안 간다. 여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같은 화제는 명품브랜드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역시 명품으로 치장한 남자에게 관심을 갖는다. 짝퉁(가짜 명품)을 갖고 다닐 경우 주변에서 따돌리기 때문에 어떻게든 명품을 가지려 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이렇게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은 여대생들을 ‘LG’라 부른다. LG란 ‘Luxury―Generation’의 약자. LG는 명품 한두 개를 갖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지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몸에 걸치는 것은 머리핀에서 속옷, 양말, 향수에 이르기까지 전부다 명품이어야 진정한 LG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LG는 대학캠퍼스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들이 스폰서 교제족이 되기를 주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영향은 역시 매스컴. S대의 한 여대생은 “연예인처럼 화려하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며 “물질적으로 풍요해 보이는 연예인들 모습을 닮아감으로써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한다.

스폰서 교제족이 남성을 고르는 주요 장소는 ‘물 좋다’는 유명 나이트클럽과 가라오케. 일부는 룸살롱을 기웃거리기까지 한다. J대학의 P양(21)의 경우 가라오케 웨이터의 소개로 모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남자를 알게 되어 그와 스폰서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는 경험이 많은지 먼저 자연스럽게 스폰서교제 제의를 했다고 한다.

이들이 명품을 조달하기 위해 마련한 또 하나의 방법은 바로 명품계. 명품계는 이들 스폰서 교제족 뿐 아니라 일반여성들 사이에서도 필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나 용돈을 매달 30만원씩 모아 계원 중 한 사람이 해외에 나가게 되면 각자가 주문한 명품목록에 따라 면세점에서 수천달러씩 무더기로 쇼핑을 해온다.

값이 싸고 종류가 다양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들에게 국산품애용이니 외화절약이니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유치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스폰서를 구하는 여성들이 원하는 상대는 특별한 조건이 없다. 그저 자신의 허영을 채워줄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으면 된다. 나이나 결혼 따위는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B양(23)은 “아직 졸업 하지 않는 친구들 중 값비싼 명품을 사려는 욕망에 스폰서 교제를 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하는 통에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명품계’ 들어
해외서 쇼핑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 자신의 스폰서를 곧 자신의 능력이라 생각해서 얼마만큼 능력 있는 스폰서를 두고 있나를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사실 스폰서에게 받는 만큼 확실한 서비스를 해줘야 지속적으로 받아낼 수 있어 몸매를 가꾸는 다이어트는 기본이고 침실테크닉을 위한 특별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대생 L양(23)은 “이런 세태가 눈에 심심찮게 띌 정도로 허다하지만 주위에서 손가락질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우리나라를 자주 오가는 일본 비즈니스맨을 상대하는 여대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과거 일부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인 사업가의 현지처로 고액의 몸값을 받아 명품으로 자신의 품위를 유지해 나간다. 일본인 뿐 아니다. 젊은 여성들이 명품 구입을 위해서라면 ‘외국인스폰서 교제’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회사원 C(26)씨는 남자친구가 있으나 그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해 근자에 새 남자를 만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건 아니다. 그는 “돈 걱정 안하고 여유 있게 만날 수 있는 남자를 얼마 전부터 만나고 있다. 물론 결혼목적이 아니라 그저 서로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주는 관계일 뿐이다”고 밝혔다.

몸매관리는 기본, 침실 테크닉 트레이닝도
조건·외모만 보고 만났다 몸만 빼앗기기도


이런 만남을 갖는 이들은 주로 경기도 일산이나 파주 등 인적이 드문 구석진 모텔에서 한나절을 즐긴다. 이 데이트 후 스폰서가 내미는 것은 한 장의 신용카드. 스폰서 교제족들은 그 신용카드를 갖고 서울 강남지역 백화점이나 청담동의 명품매장 거리에서 입맛대로 명품을 산다.

서울 강남지역 유명백화점 매장 종업원 L씨에 따르면 이들이 명품점에서 물건 구입 때 보이는 특성이 있는데 그것은 물건을 고르는 시간이 짧다는 점과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사간다는 것. 수 백만원의 쇼핑 뒤엔 밤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새로 산 물건을 자랑하며 진탕 논다. 이런 젊은 여성들의 소비문화가 명품열기를 부추긴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도 명품을 향한 여성들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한편 경제적 조건과 외모만을 따지는 만남이다 보니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여성들의 경우 고급차와 옷 등 남자의 겉모습만 믿고 만났다가 몸만 뺏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남성의 경우 잦은 사고는 금전거래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다. 아무리 서로 검증을 한다고는 하지만 돈을 전제로 한 만남의 끝은 행복보다 불행의 씨앗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스폰녀들 증가세
성공담도 횡행

그럼에도 스폰녀들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손쉽게 돈을 벌고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도 즐겼다는 믿을 수 없는 성공담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인대행 사이트에 ‘건전만남’만 하겠다고 글을 올린 여성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들 중 월 수백만원의 스폰서 제의를 뿌리칠 수 있는 여성은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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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