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면죄부’ 회장님의 컴백 플랜

사고치고 당당히 퇴진…수습하고 조용히 복귀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회장님들이 사고(?)를 치고 흔히 내놓는 카드는 경영 퇴진이다. 기자들을 불러놓고 모든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모습은 ‘기시감’이 들 정도다. 이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났을까.

2016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있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가 마카오 도박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것이다. 당시 재판에 거물급 법조인이 연루되면서 게이트로 확대됐다. 정 전 대표는 뇌물공여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횡령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대법원까지 끌고갔지만 했지만 징역 3년6개월 형이 확정됐다.

퇴진 카드
진정성 의문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지난해 12월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의 상고심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 전 대표의 100억원대 횡령 혐의 등을 유죄로 봤다. 다만, 김수천(58·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준 뇌물공여 혐의는 직무 관련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대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김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1억5600여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젤’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SUV차량 레인지로버와 현금 등을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 

정 전 대표는 2015년 1∼2월 회계 장부를 조작해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7억9200만원과 관계사인 SK월드 법인자금 90억원 등 약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정 전 대표의 형이 확정되는 순간 ‘정운호의 화장품 신화’가 깨졌다. 정 전 대표는 남대문 좌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화장품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2003년 자연주의 화장품을 표방한 ‘더페이스샵’ 브랜드를 론칭했다. 시장에서 더페이스샵은 돌풍을 일으켰다. 더페이스샵이 시장에 진입한지 2년만에 연매출 1500억원을 기록했다. 2009년 정 전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넘겼다. 

구체적인 매각 대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 전 대표는 당시 거래로 2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 전 대표는 한동안 쉬다가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화장품업계에 복귀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앞에선 대국민 사과
뒤로는 지배력 강화

현재 논란 이후 대표직을 내려놨던 정 전 대표는 구속수감 상태라 경영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가족들을 통해 옥중경영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 전 대표의 부인 정숙진 씨는 현재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의장직을 맡고 있다. 


세계프라임개발과 에프에스비앤피의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정 전 대표 자신도 계열사 임원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정 전 대표가 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은 곳은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세계프라임개발, 에스케이월드,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 쿠지코스메틱, BEIJING NATURE INTERNATIONAL TRADE 등 5곳이다. 

출소 후 언제든지 회사로의 복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전 회장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회장직을 내려놨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말 미국으로 떠난 이후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출국 약 2달 뒤인 지난해 9월11일 그의 비서로 근무한 30대 초반 여성 A씨가 같은 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적인 추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고조됐다.

당시 A씨는 고소장과 신체 접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경찰에 제출했다. 김 전 회장 측은 A씨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과 관련,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강제추행은 아니라며 A씨가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사건이 대중에 알려진 이후인 지난해 9월21일 회장직서 물러났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추행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소환을 요구했지만 김 전 회장 측에서 3차례에 걸친 소환에 불응하자 체포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5월 김 전 회장을 기소 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5월 중순 김 전 회장 사건을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는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일시적으로 중단 됐음을 뜻한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이 미국서 장기간 체류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감옥서 
옥중경영

현재 그의 소재조차 파악이 되지 않는 만큼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다. 다만 그룹 내 지분율을 살펴보면 영향력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복귀가 갖는 국민 정서상의 문제를 차치하고 서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김 전 회장의 혐의 수사와 관련해 기소중지 상태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 불명 등으로 인해 수사를 종결하기 어려울 경우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넓은 의미의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다만 사유가 해소될 경우 수사는 재개되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의 신변이 확보되면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한다.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서 경찰 조사를 감수하고 모습을 드러낼지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따르는 이유다. 

그럼에도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의 지분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복귀를 위한 밑그림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어 향후 상황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갑질논란으로 회장직을 내려놨던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도 복귀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정 전 회장은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가맹점 치즈 유통단계에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넣어 5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이른바 ‘치즈통행세’에 항의하며 탈퇴한 가맹점주들이 협동조합 형태 회사를 설립해 매장을 열자 인근에 보복성으로 직영점을 내 영업을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또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광고비 중 5억700만원을 ‘우수 가맹점 포상 비용’ 등 광고비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하고, 친·인척 및 측근의 허위 급여로 29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정 전 회장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복귀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지난 1월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회장의 동생에게는 무죄를, MP그룹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생 정씨로 하여금 부당이익을 취하게 해 치즈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고, 공급 가격이 정상 형성됐다”며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위법한 보복행위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치즈 통행세 갑질논란이 불거지면서 회장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회장 복귀가 가능한 상황이다. 정 전 회장의 MP그룹 지분율은 16.78%로 주요 주주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다.

특수관계자의 지분을 합치면 48.92%로 오른다. 소액주주의 비중이 31.1%란 점을 감안하면 회사의 지배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재승 대웅제약 전 대표이사 역시 역설 논란이 불거지자 회장 퇴진 행보를 했다. 윤 회장은 지난 8월27일 윤 회장과 직원간 대화 녹음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족에 주고
다시 찾아가

녹취록에는 윤 전 회장은 직원에게 “나 정말 정신병자랑 일하는 것 같아서” “이XX야. 변명만 하려고해. 너XX처럼 아무나 뽑아서 그래” 등의 욕설 섞인 말을 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공분을 샀다.

윤 전 회장은 논란이 불거진 당일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경영서 물러났다. 
 

윤 전 회장은 이날 대웅제약 보도자료를 통해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과 회사발전을 위해 고생하는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28일 모든 직위를 사임하고 회사를 떠난다”고 전했다. 

이어 “자숙의 시간을 갖고 제 자신을 바꿔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계에선 윤 전 회장의 부재가 길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회장직에 오르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기 때문이다.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재직한 법조인 출신이기도 하다. 1997∼2009년까지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형인 윤재훈씨에게 대표 자리를 내줬다가 2012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다시 복귀했다. 2014년 9월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 대웅제약의 수장자리를 두고 형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셈이다.

이런 연혁 탓에 윤 전 회장이 조기 복귀를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룹 내 윤 전 회장의 지분율이 높아 물리적으로인 복귀는 어렵지 않다. 윤 전 회장은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의 지분 11.61%를 확보해 최대주주 신분이다. 다만 국민 정서 상 복귀 시기가 적절한 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이다.

갑질로 고개 숙이고
성추행으로 망신살

구설에 오르면서 천호식품 회장직을 내려놨던 김지안 전 천호식품 대표와 김영식 전 회장 역시 복귀에 대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천호식품은 창업주 김영식 전 회장이 2016년 인터넷에 촛불집회 비난 글을 게재하면서 입길에 올랐다. 

이후 가짜 홍삼 파문까지 불거지면서 실적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김 회장 부자가 경영 복귀에 말이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실적악화 때문이다. 현재 천호식품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사모펀드인 카무르파트너스가 지분율 49.5%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여기에 김 전 회장과 김 전 대표가 각각 20.7%, 8.5%로 결코 지분이 적지 않다. 카무르파트너스 입장에선 실적 악화로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판단이 설 경우 김 전 회장 부자가 지분을 인수해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반면 회사 복귀 후 뒷말이 나오는 수장들도 있다. 횡령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박정빈 신원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구속 수감됐던 박 부회장이 9월 25일로 예정된 형기를 마치지 않고 가석방된 이후 이뤄진 복귀라 논란이 거셌다. 
 

박 부회장은 박성철 회장의 차남으로 유력 승계 후보자다. 하지만 2015년 11월27일 7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까지 항소심을 진행한 결과 형이 다소 완화된 2년6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 등으로 오너리스크가 부각되던 시기 신원의 경영상황은 악화됐다. 2015년은 영업이익 142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영업이익 139억8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감소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49억5000만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지난해 실적 역시 부진했다. 영업이익 12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83억9000만원을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잠잠해지니
슬그머니∼

신원 측은 회사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뤄진 복귀였다는 입장이었다. 신원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무급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며 “오랫동안 부회장이 부재한 탓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남북경협 등 하루빨리 해결할 현안이 있어 부회장이 생각보다 일찍 복귀했다”고 답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이끄는 오너 일가들이 물의를 일으킨 경우 ‘경영 퇴진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확고한 상황에서의 경영 퇴진은 진정한 퇴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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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