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포스트시즌> 전국체전 관전포인트

  • 전상일 기자 jsi@apsk.co.kr
  • 등록 2018.10.15 10:05:19
  • 호수 1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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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진검승부가 시작됐다!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고교야구의 포스트시즌이 시작됐다. 고교야구의 가을야구이자 최후의 승부, 바로 전국체전이다. 전국체전은 사실상 고교야구의 한 시즌 자체를 마무리하는 대회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교들은 모교의 명예뿐만 아니라 지역의 명예를 걸고 전국체전에 출전하기 때문에 고교야구의 포스트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체전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자면 3학년들이 마지막으로 총출동을 하는 대회다. 이미 프로에 지명된 서준원·변우혁·노시환·김창평·고승민·이정훈·이병헌·양우현·김범준·박영완 등 고교시절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대회다. 이 대회가 끝나면 3학년들은 공식적으로 고교야구의 모든 경기를 마무리하고 팀에서 퇴단한다.

[프로행 확정]
[3학년 출격]

전국체전은 선수들의 진로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국체전이 의미가 있는 것은 모교의 명예와 여러 가지 실익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일반 전국대회보다 학교 측에 더 많은 실익과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은 전국체전이다.

모 고교 관계자는 “사실 일반 전국대회는 학생들의 진학 및 프로입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학교에 실질적으로 더 큰 이익이 가는 것은 전국체전이다. 일단 전국체전서 좋은 성적이 나면 학교 운동장 사업, 혹은 숙소 완공 같은 숙원사업을 하기위한 예산집행에 매우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교직원들의 승진에도 가산점이 붙는다. 일례로 교감 선생님의 교장 승진 등에도 마찬가지”라며 전국체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3학년들까지 총출동해서 전국체전을 준비하는 이유다.


이번 전국체전에선 각 지역의 내로라하는 강자들이 다수 출전했다. 서울 충암고, 경기 야탑고, 광주의 광주일고, 대구의 대구고, 부산의 경남고, 인천의 인천고, 홈팀인 전북 전주고 등이 출전했다. 

특히 웬만한 전국대회 16강전 보다 더더욱 박진감 넘치는 대진이 형성돼 고교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개교 참가]
[우승후보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16개교 중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를 꼽아보자면 역시 대구 대표 대구고, 부산 대표 경남고, 광주대표 광주일고를 꼽을 수 있을 듯 하다. 

3개교는 베스트전력으로 붙으면 누가 이길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의 막상막하의 전력을 지니고 있다. 서로가 만나기 전까지 투수를 어떻게 아끼고 당일 어떤 컨디션을 지니고 있는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승후보1 = 대구고는 자타공인 2018 최강의 팀이다. 투·타·수비·주루 등에서 빈틈이 없다. 적어도 2018년 새로 적용된 투구 수 제한 시스템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팀이고 그에 대한 대비가 잘 돼있는 팀이다. 일단 투수진이 탄탄하다. 작년 영입된 김태석 투수코치의 지도하에 누가 나가도 일정 수준 이상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투수진이 형성돼있다.

에이스 김주섭을 비롯해 좌완 에이스 이승민·여도건, 사이드암 한연욱, 우완 백현수·박영완 등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은 양에서 타 팀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전국 76개교 중 이 정도로 많은 즉시 전력감 투수를 구비하고 있는 팀은 대구고뿐이다.


타선도 나쁘지 않다. 지난 대통령배부터 미친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옥준우와 대통령배·봉황대기 MVP 서상호의 테이블세터진에 롯데 자이언츠의 박영완, NC 다이노스에 입단이 확정된 미스터 풀스윙 김범준, 공격형 포수 현원회로 이어지는 타선도 마찬가지다.

16강전 모두 최고의 빅매치
강력한 우승후보 대거 포진

무엇보다 대구고의 가장 큰 강점은 센터라인의 수비다. 2번의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바로 센터라인의 강력한 수비다. 대구고 포수 현원회는 어깨가 나쁘지 않은 포수다. 최근 송구가 약간 불안한 것이 눈에 띄지만 전체적인 수비력은 좋다는 평가다.

유격수, 3루수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는 신준우·조민성의 수비력은 이견이 없는 고교 최강이다. 결승에서 상대였던 경기고 감독이 엄지를 치켜들 정도다. 중견수 서상호는 고교야구 전체로 봐도 한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빠른 주력을 자랑하는 외야수다.
 

문제는 대진운이다. 대진운이 ‘최악 of 최악’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객관적인 전력으로만 판단하면(물론 전력으로 모든 것이 경기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16강서 야탑, 8강에서 경남, 4강서 광주를 만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투수진이 양적으로 아무리 풍부해도 이정도 대진이면 투수진이 고갈되고도 남음이 있는데다가 질적으로 보면 광주나 경남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것이 대구고다.

▲우승후보2 = 두 번째 우승후보는 역시 경남고다. 선수 면면이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에이스 서준원을 필두로 내년 1차지명 강력 후보 최준용과 kt위즈 2차 2라운드 이정훈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은 고교 최고다.

여기에 김민수·노시환·김현민 등 프로입단이 확정된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타선도 매섭기는 매한가지다. 2루수 이주형·포수 전의산 등 2학년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 올 시즌 아직 우승타이틀이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호화군단이다.

우승 징크스도 전국체전에서는 다르다. 경남고는 작년 시즌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만약 3학년들이 졸업 전에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덤빈다면 경남고를 감당할 수 있는 팀은 거의 없다. 결승무대서 자꾸 주저앉는 심리적인 부담만 탈피한다면 이번 대회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우승후보3 = 세 번째는 광주일고다. 광주일고 또한 위의 두 팀에 비교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 좋은 짜임새를 지니고 있다. 광주일고도 대구고의 김주섭-이승민, 경남고의 서준원-최준용에 전혀 뒤지지 않는 조준혁-정해영이라는 원투펀치가 있다. 올 시즌 고교 기준으로만 봤을 때에는 조준혁-정해영을 능가하는 원투펀치는 경남고 외에는 없다.

비록 이번에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프로의 기준이 아닌 고교야구의 기준에서 조준혁은 서준원·김기훈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짐이 없는 원탑 좌완 에이스다. 그의 우타자 바깥쪽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몸 쪽서 떨어지는 슬라이더 그리고 낮은 팔각도서 나오는 스리쿼터의 직구는 알면서도 치기 힘들다. 

아직 고교생의 타격기술로는 이를 쳐내는 것이 쉽지 않다.


정해영은 우타자들에게는 저승사자로 군림하는 명품슬라이더를 지니고 있는 장신 우완 투수다. 이 두 명의 투수가 황금사자기에서 경남고와 대구고를 각각 4강과 결승서 격파하고 우승을 일궈냈다. 광주일고에는 김창평·유장혁이라는 고교 최강의 테이블세터가 있다.
 

박시원·정건석·박준형 등이 받치고 있는 타선도 매섭기는 매한가지다. 다만 광주일고는 정해영, 조준혁 외에 제 3의 투수들이 대구고·경남고에 비해 너무 약하다. 대통령배서도 경기고에게 정해영이 105개 투구로 내려가자마자 4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다크호스 = 마지막으로 굳이 다크호스를 한 팀만 꼽아보자면 천안북일고다. 천안북일고는 지난 봉황기서 준우승을 하는 등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대진표가 워낙 좋다. 1회전서 만날 울산공업고는 분명 객관적인 전력서 북일고에 비해 한수 아래다. 거기에 제주고 vs 용마고의 승자 또한 까다롭기는 하지만 대구고, 야탑고, 광주일고 등에 비해서는 그나마 상대하기가 나쁘지 않다.

북일고의 가장 큰 장점은 장타력이다. 변우혁·고승민이 중심이 된 중심 타선이 폭발하면 말릴 수가 없다. 특히 2018년 홈런왕 변우혁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올라있어 과연 투수진이 이번 대회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초반부터]
[4강급 대진]

이번 전국체전의 대진표가 나타내는 경향은 명확하다. ‘좌저우고’다. 좌측 대진보다 우측 대진에 너무 강한 상대들이 많이 몰려있다. 물론 고교야구는 워낙 변수가 많아 전력만으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올해 3학년들이 모두 나오기 때문에 올 시즌 4개 전국대회 기준으로는 우측에 너무 많은 강자들이 몰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빅매치는 역시 대구고 vs 야탑고다. 야탑고에는 절대 에이스 안인산이 있다. 거기에 강민, 김성진, 안인산, 김태원 등이 포진한 타선은 고교정상급이다. 전력이 100%의 상태서 붙기 때문에 우완 안인산, 좌완 오원석, 사이드암 박명현이 초반부터 대구고 타선을 봉쇄하기 시작하면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대진이다.

2018년 고교야구 대미 장식
3학년 고교시절 마지막 대회

강릉고 vs 경남고의 대진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명장 최재호 감독이 이끄는 강릉고는 자이언츠 킬러다. 황금사자기서 충암고(7회 콜드게임), 청룡기에선 광주일고를 꺾어낸 전력이 있다. 특히 광주일고의 2018년 21연승의 광폭행진을 종료시킨 것이 바로 강릉고다.

최재호 감독의 지휘 아래 강릉고는 점점 강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장민이 출격하게 되는 1회전은 워낙 변수가 많아 충분히 경남고를 잡아낼 수도 있다(물론 객관적인 전력은 경남고가 많이 앞서기는 한다).

광주일고와 포항제철고의 대진도 흥미롭기는 매한가지다. 야탑고 vs 대구고만큼이나 박빙이다. 청룡기 준 우승팀 포항제철고는 모든 팀들 가운데서 가장 팀워크가 좋은 팀으로 알려져 있다. 토탈 야구를 구사하고 끈끈하다.
 

선수층이 고작 30여명이 조금 넘어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최상의 상태서 붙으면 이준·이형빈·이희윤이 중심이 된 마운드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1학년 최예한의 성장세도 무섭다. 이들이 동시에 가동되면 어느 팀과 붙어도 3점 이내로 틀어막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여기에 프로에 지명이 된 유격수 김동규를 비롯해 고교야구 최고급의 중견수 조일현, 조율, 최인호, 정준영 등의 타선은 장타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한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기관총 타선을 자랑한다.

청룡기에선 봉황대기 준우승에 빛나는 천안 북일고를 콜드게임으로 누른 전력도 있다. 전체적으로 좌타자들이 중심이 되고 있고 굉장히 공을 잘 보며 팀 전체적으로 배트컨트롤이 능하고 작전 수행능력이 좋다.

삼성라이온즈에 지명된 강견 포수 이병헌이 버티고 있는 제물포고와 내년 시즌 충청권 1차지명 후보이기도 한 좌완 홍민기가 버티고 있는 대전고의 대결도 기대된다. 전국체전 고교부는 10월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군산월명야구장서 펼쳐진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고교야구는 사실상 모든 대회를 마무리하게 된다. 과연 이번 대회서 어떤 팀이 우승 깃발을 품에 안고 따뜻한 겨울을 준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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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