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불려가는’ 사장님 각양각색 사연

앉아만 있어도 따끔따끔 ‘바늘방석’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올해의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증인 채택을 두고 눈길이 쏠리고 있는 상황. 재계도 마찬가지다. 증인석에 모습을 드러낼 기업인들에게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국감서 증인으로 불려갈 ‘후보들’을 확인했다.
 

2018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시작으로 이달 31일까지의 일정이다. 여야는 증인신청을 놓고 이미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올해에도 국회상임위원회에선 주요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망신주기
누가 가나?

재계서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국감 기간 동안 자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수장이 증인석에 설 경우 잠재적인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

각 상임위에서는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정무위원회에선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은행장과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이 증인 으로 채택됐다. 

이들을 대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절차와 관련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증이 예상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금융권 채용비리,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과정 특혜 의혹 등을 국감서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지주사와 인터넷은행 대표 등 관련 인물들을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한국GM 부사장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GM은 법인 분리 및 철수 의혹과 관련해 올해 논란이 일었던 업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국정감사에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도 참고인으로 채택되면서 격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외에도 박상신 대림건설 대표와 임병용 GS건설 대표가 증인석에 오른다. 박 대표와 임 대표는 하도급 위반 여부를 두고 현미경 검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정준철 현대건설기계 영업본부장, 신동구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본부장, 전중선 포스코 가치경영실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신청 과정서 재계 총수가 이번 정무위 증인 명단서 제외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전 이것이 여야 간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증인 신청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재고를 요청한다. 정무위는 대한민국의 산업을 다루는 곳이다. 많은 부품업체 하도급 업체들이 있는데 이 하도급 문제는 기업 총수들이 나오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지만 결과적으로 총수들은 증인석을 피해갔다.


채용 비리부터
환경 문제까지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선 황창규 KT 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소환됐다.

방통위원회엔 서수길 아프리카 TV대표와 남득현 팝콘TV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근 일고 있는 1인 미디어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자극적인 방송으로 1인 미디어는 논란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이례적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가 인터넷방송서 과도한 욕설로 물의를 일으킨 BJ A씨에 대해 ‘이용정지 7일’ 징계를 내리기도 했다.

양대 포털의 상징인 이해진 네이버 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증인으로 채택돼 눈길을 끌었다. 이 의장은 지난해 국감서도 증인으로 출석된 바 있다. 이들은 지난해 뉴스편집 조작 등의 논란과 관련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올해도 야당에선 드루킹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방통위 위원들은 증인 채택을 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은 “한국당 과방위원은 특검을 통해 실체의 일부가 드러난 드루킹 관련자 8명을 증인 신청했다”며 “드루킹 사건 몸통으로 지목되는 김경수 경남지사,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드루킹 김동원, 초뽀 김보중, 서유기 박선민, 트렐로 강기대, 네이버 이해진 총수,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여론조작에 적극 가담한 양대 포털 사이트 총수들을 비호하느라 여념이 없다. 포털과 민주당 간 정경유착, 정언유착 의혹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네이버 이해진 총수는 지난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뉴스편집 조작, 소상공인 사이버갑질 관련해 국회에 이런저런 약속을 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약속도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다음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출석도 하지 않아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드루킹 사건은 무려 1억의 댓글조작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다. 드러난 것만 1억번이다. 드러나지 않은 여론조작은 그 실체를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브랜든 윤 애플 코리아 영업대표,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이사, 존리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등이 방통위의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국감이 눈길을 끄는 것은 편의점 업계 CEO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점이다. 우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에선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CU 서유승 상무는 정무위서 증인으로 채택돼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받아야 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본사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핵심은 근접 출점 논란이다. 법적 규정이 없어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 갈등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1994년 편의점 업계에서는 점포 간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80m 이내 출점을 금지하는 ‘근접출점자율규약’이 존재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 업계 내 자율 규약을 ‘카르텔(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고 2000년 시정조치 명령을 내려 근접 출점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공정위는 2012년 편의점 출점 간의 거리를 도보거리 250m 이내로 제한하는 모범거래기준을 세웠다가 2014년 폐지하면서 근접 출점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이후 편의점 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편의점이 우후죽순 생겨남에 따라 가맹점주와 본사와의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내년도 최저시급이 전년대비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책정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가맹점주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격전이 예고되는 분야는 홈쇼핑 부문이다. 조성구 GS홈쇼핑 대외본부장, 조항목 NS홈쇼핑 부사장, 이동현 홈앤홈쇼핑 경영전략본부장 등이 증인석 출석을 요청받았다.
 


그동안 TV홈쇼핑 업계에선 연계 편성과 관련해 잡음이 나왔다. 연계 편성은 종편의 건강정보프로그램 인근 시간대에 홈쇼핑 제품을 편성해 홍보효과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건강정보프로그램이 광고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방통위가 4개 종편과 7개 홈쇼핑의 지난해 9·11월 방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해당 기간 종편 4개사(MBN, TV조선, 채널A, JTBC)의 26개 프로그램서 110회 방송한 내용이 7개 TV홈쇼핑의 상품판매 방송(총 114회)과 연계 편성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막바지 작업
창과 방패는?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선 가습기살균제 사고 피해 논란 관계자들이 대거 소환될 예정이다. 김철 SK디스커버리 대표와 이운규 애경산업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가습기 살균제 논란은 수년째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에 따르면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인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하고 애경은 판매를 맡았다. 1994∼2001년 SK케미칼이 직접 제조하고 판매한 가습기메이트의 판매량은 35만5000개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2∼2011년 시중에 유통된 물량은 163만7000개로 집계된다. 가습기넷은 이들 제품의 유해성분 때문에 폐 질환으로 발전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수년 째 환경훼손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도 다뤄진다. 이와 관련해 영풍그룹의 이강인 대표 등 15명을 증인석 출석을 요구받으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석포제련소가 위치한)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이자 젖줄인 만큼 어떤 오염인자도 가볍게 넘겨서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영풍그룹 회장을 이번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러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지역의 김상훈 의원도 “낙동강 수질 문제에 대한 시도민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시도민 건강권과 직결된 오염 의혹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영풍석포제련소 사업장 대표의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도 긴장감이 감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감에서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블루홀 의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는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모바일 게임 <리니지M> 등은 확률형 아이템 등을 통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여전하다.

게임 유저는 좋은 아이템을 나올 것이란 희망에 수차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확률이 낮을뿐더러 아이템이 뽑힐 확률에 대한 공개가 자율방식으로 이뤄짐에 따라 게임유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되기도 했다.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주식회사 ‘펍지’의 모회사인 블루홀의 장 대표는 핵(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과 관련된 피해사례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내 핵 문제로 외국계 게임과의 경쟁에 힘이 부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고용노동청 국감도 치열한 검증이 예상된다. 

박상현 바디프렌드 대표가 명단에 포함됐다. 바디프랜드 내부 부조리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가자 바디프랜드는 언론 등의 제보한 직원에 대한 직원을 색출해 징계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대표가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하게 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의혹 검증에 나설 전망이다.

각 기업 정보맨
발빠른 움직임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국감서 재계 총수가 증인석에 출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국감서 대거 빠지면서 검증 수위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올해 논란이 불거졌던 이슈에 대한 강화된 검증이 예상되는 만큼 증인과 상임위원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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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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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