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박상미 기자]각 방송사 드라마국에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올 연말 출발하는 종편들이 킬러콘텐츠인 드라마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배우들의 캐스팅라인에서 흘러나온 잡음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종편은 첫 스타트를 끊을 다크호스를, 지상파는 종편에 대적할만한 명장을 찾다보니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인 찾아 돌고 도는 대본, 제작진 판단미스로 배우들 울상
대성 주연 <왓츠업>, 출연진 악재로 편성 불발…12월 종편행
방송가에 큰 변화를 가져올 종합편성채널 4사(jTBC·채널A·조선TV·MBN. 이하 종편)가 오는 12월 출격한다. 케이블과 지상파의 장점을 고루 갖춘 종편의 등장은 방송가 파이전쟁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모양새다. 종편의 성패를 결정할 초반 선점의 키는 예능프로그램, 드라마 등 킬러콘텐츠다. 종편이 각각 이에 힘을 쏟기 시작하자 그 여파가 지상파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주인을 찾아주세요
복수의 방송관계자에 따르면, 2011년에는 유독 주인 없는 대본이 연예가를 떠돌았다. 개중에는 이미 실력이 검증된 스타 작가의 작품도 속해있어 의문을 자아냈다. 탄탄한 대본과 실력파 연출진은 배우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이 경우에는 배우 측에서 먼저 제작진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답이 없는 문제를 두고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최근 캐스팅 대란의 주요인으로 ‘종편의 등장’을 꼽았다. 최근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던 작품 대다수는 올 하반기 방영을 시작하는 드라마였다. 이 관계자는 “사실상 종편과 맞붙어야 하는 작품이다. 출연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전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땅한 배우를 찾아 촬영 준비에 돌입한 이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정작 카메라가 돌기 전에 배우 측이 이런저런 핑계로 하차를 하는 상황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우가 전달한 사정이 진짜 이유이든 아니든 간에 현 상황에서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종편. 제작사들이 출연진과 연출진을 모두 준비한 상황에서도 불안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종편의 등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비단 제작진만이 아니다. 차기작을 골라야하는 배우들 역시 결정이 쉽지 않다. 심지어 출연 결정을 내리고 촬영 일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차 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 동시간대 종편 드라마의 출연진에 해당 출연진이 열세라고 판단되면 출연진 교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역을 맡은 신인들에게나 해당되는 처사였지만, 최근에는 주조연급을 막론하고 칼바람이 불어 닥쳐 드라마국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한 연예 관계자는 “출연작을 결정한 후에는 대본을 분석, 스케줄 조정 등이 순서인데 준비 중에 제작진이 변심하면 배우에겐 큰 상처일 수밖에 없다”면서 “상황은 이해하지만, 야속하게 느껴진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종편의 등장은 부정적인 효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지상파에 대적할 선수가 넷이나 등장하면서 기회와 선택의 폭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 기회만을 기다리던 신인 배우들이나, 편성불발로 골치를 썩던 드라마 제작사들에게 종편은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버티거나 혹은 묻히거나
그간 바늘구멍과 같았던 지상파 드라마의 벽을 넘지 못했던 신인들은 종편의 출격에 반색을 표하고 있다. 기존 스타배우에 아이돌 멤버들까지 연기자의 길에 뛰어들면서 신예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신인 연기자를 담당하고 있는 연예 관계자는 “종편이 등장하면서 기회가 더 많아졌다”며 “설움을 조금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 <왓츠업>은 현재까지 종편의 최대 수혜주다. <왓츠업>은 그룹 빅뱅의 대성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 드라마다. 당초 SBS 편성을 확정 짓고 순항이 예고됐으나 대성이 교통사고로 벼랑 끝에 몰리면서 편성이 불발됐다. 시청률 성적 등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방송 무한 연기라는 벽에 부딪쳤던 과거에 비하면 쾌재를 불러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