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100일 소탕작전 풀스토리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경찰이 100일간 ‘조폭’ 집중 단속에 나섰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활개를 치던 조폭들이 줄줄이 검거되며 사실상 와해됐다. 경찰이 잡아들인 조폭들 중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연루설이 돌았던 조직도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조직들. 과연 누가 잡혔을까?
 

경찰청의 집중단속에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찰청은 3월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100일간 폭력과 각종 이권개입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직폭력배 집중단속에 나서 1385명을 검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가운데 232명이 구속됐다.

4개 조직
점거난동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유형별로는 폭력 행사가 857명(61.9%)으로 가장 많았고, 도박 등 사행성 불법행위 65명(4.7%), 유흥업소 등 갈취행위 37명(2.7%), 마약 관련 범죄 22명(1.6%), 기타 404명(29.1%) 등이었다.

연령대는 30대가 551명(39.8%)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20대(413명, 29.8%), 40대(271명, 19.6%), 50대 이상(83명, 6%) 순이었다. 10대 청소년도 67명(4.8%) 포함됐다.

특히, 이 가운데 전과 6범 이상은 1019명(73.6%), 1범서 5범까지가 289명(20.9%)으로 조폭 10명 중 9명꼴로 범죄 전력이 있는 것을 분석됐다. 


경찰은 이 기간 강원 춘천지역 토착 폭력배를 통합해 보도방 등 각종 이권사업을 독점한 폭력조직 두목과 조직원을 무더기 검거하는 한편 경남 양산서 유흥가 이권을 장악하려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직을 와해시키기도 했다.

이번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세력 확장을 위해 20대 신규 조직원을 대거 영입하고 경쟁 조직원을 집단 폭행한 경기 성남지역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휩싸인 ‘조폭연루설’ 관련 조직폭력배도 이번 검거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25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성남 조폭 2개파 54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2개 조직 두목들을 포함, 14명을 구속하고 40명을 형사입건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성남 국제마피아파는 1970년대 중반 성남 모란시장을 거점으로 생겨났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관리하는 폭력 조직 23곳 중 한 곳이다. 조직원 수 규모만 따지면 도내에서 손꼽히는 큰 조직은 아니라고 한다. 

경찰 집중 단속…1385명 검거 232명 구속
수십명씩 무더기로…가장 많이 잡힌 곳은?

1970∼1990년대만 해도 성남의 폭력조직은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국제시장(현재는 거의 사라짐)을 중심으로는 종합시장파가, 모란시장은 국제마피아파가 장악했다. 


이후 1990년대 종합시장파가 신종합시장파(국제시장)와 관광파(종합시장)로 분열되면서 성남지역 폭력조직은 3곳이 됐다. 이들은 지역 내 대표 전통시장과 유흥업소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를 키웠다. 

하지만 주 수익원이던 전통시장의 상권이 약화하고 경찰의 대대적인 조폭 소탕 작전도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7년 성남 수정경찰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61명을 폭력 행위 등 혐의로 적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마피아파는 2007∼2008년 신종합시장파의 잔당을 흡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고 한다. 유흥업소를 갈취하거나 건설현장 이권에 개입해 금품을 뜯어내는 방식서도 탈피해 새로운 수익처를 찾기 시작했다. 

다른 폭력조직이 합법을 가장한 건설업이나 대부업으로 진출할 때, 국제마피아파는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 해외에 본거지를 둔 도박사이트를 만들어 스포츠 결과에 돈을 걸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국제마피아파의 활약(?)으로 한때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자들 사이에선 ‘성남이 불법 도박사이트의 메카’ ‘성남에서 시작해 돈을 벌어 강남 간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382억원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국제마피아파 조직 3명을 구속하는 등 국제마피아파는 불법 도박 사이트 사건에 주로 이름을 올렸다. 

나쁜 짓은 
손발 척척

이 지사, 은 시장과 연관성이 제기된 무역업체 K사의 대표 이모(38)씨도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2007년 경찰 관리대상 조직폭력배로 이름을 올린 것은 맞고 사업 자금의 상당수도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하지만 이씨가 돈을 벌면서 조직과 거리를 뒀다는 말도 있어서 K사가 국제마피아파가 운영한 회사라고는 단정 짓긴 어렵다”고 했다. 

국제마피아파는 세를 늘리면서 ‘조폭 색’을 빼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특히 이씨처럼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이 유독 그랬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이씨는 주로 사업가로 행세해 조폭 출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는 친분이 있는 경찰을 자신의 사업체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K사에도 전직 경찰 3∼4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강원 춘천지역 4개 토착 세력이 합쳐진 ‘통합춘천식구파’ 두목과 조직원을 일망타진 하기도 했다.


지난 27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합춘천식구파’ 두목 A(48)씨와 고문 B(48)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범죄단체 구성·활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통합춘천식구파는 2011년 춘천 승택파와 동기파, 생활파, 식구파 등 4개 조직이 뭉쳐 탄생했다. 경찰은 소규모로 해체와 재결성을 반복하며 힘을 잃은 토착 폭력조직이 재기를 위해 손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조직은 2011년 6월 홍천군 모 리조트서 결성식을 개최하고 A씨를 두목으로 추대했다. ‘선배를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선배가 부르면 즉시 출동한다’ 등의 행동강령도 갖췄다. 

이들은 이후 유흥업소·보도방·사채업 등 각종 이권 사업을 독점하며 다른 조직폭력배들과 대치했다. A씨가 이끌었던 통합춘천식구파는 직종을 가리지 않고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먼저 지난 2011년 두목으로 추대된 이후 A씨는 장례식장 조화 납품 사업을 시작했다. 조직원을 동원해서 기존 사업자들에게 사업을 포기하도록 협박했다. 결국, 조직은 춘천·홍천지역 일대 사업을 독점했다. 

2012년에는 보도방 영업에 손을 뻗어 독점을 시도했다. A씨는 조직원들을 시켜 노래방서 도우미를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다음 경찰에 ‘불법 영업’으로 신고해 가게 문을 닫게 했다. 


2013년부터는 고수익을 위한 사채업에 눈길을 돌렸다. 이들은 각종 흉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 사채업자들을 협박해 영업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A씨는 춘천지역의 소위 ‘밑바닥’을 장악해 나가는 한편 필리핀에 근거지를 두고 도박사이트도 운영했다. 2015년 3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운영된 16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2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필리핀 리조트서 일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을 유인해 도박사이트 관련 일을 시키고 여권을 빼앗아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서울 강남
진출이 꿈

일부 조직원들은 조직에 충성한다는 명목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다. 핵심 조직원 6명은 모두 자신의 새끼손가락 한마디씩 잘랐다. 맹목적 충성을 맹세한 이들은 탈퇴한 조직원을 그냥 두지 않았다. 

야산으로 끌고 가 구덩이에 묻고 휘발유를 뿌릴 듯이 위협하고, 술집 등에서 조직원들을 동원해 흉기로 위협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핵심조직원들은 두목인 A씨 보호에 열을 올렸다. 조직원들은 “‘큰 형님에 대해 진술하면 나중에 가만히 두지 않겠다. 무조건 모른다고 해라’고 협박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현재 통합춘천식구파의 부두목은 달아난 상태다. 경찰은 부두목과 조직원 4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다른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 수집도 강화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각종 사행성 사업으로 조직 운영 자금을 확보한 만큼 조직 와해를 위해 몰수보전 조치 등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는 젊은 조직원들이 허위 전세계약서로 신혼부부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며 세력을 키워 온 조직폭력단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6월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불법 보도방과 유흥주점 등을 운영하며 조직운영 자금을 만들어 온 양산지역 조직폭력배 두목 B(42)씨와 조직원 등 95명을 검거, 이 중 9명을 구속하고 86명을 무더기로 입건했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1998년 양산지역 조직폭력배 간 집단폭행 사건으로 대다수 조직원이 구속돼 와해된 상황에서 두목 B씨는 2008년 4월께 남아있던 조직원들을 다시 결성해 위계 질서와 행동강령 등을 갖춰 옛 조직을 정비했다.

국제마피아파, 춘천식구파…
논란의 폭력조직들 일망타진

2010년 3월에는 울산 지역 저수지서 조직기강을 세운다는 명목으로 선배가 후배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속칭 줄빳다)하는 등 조직원에 대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6년 5월에는 양산지역 유흥가에서 퇴출한 조직원이 세력을 형성하려 한다는 이유로 조직원들이 퇴출한 조직원을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후 차량을 파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13년 6월부터 10월까지 매매 불가능한 오폐수 공장을 매매할 것처럼 속여 1억8000만원을 받아 가로채고, 2015년 8월께 허위 전세 계약서를 작성해 은행에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해 3억5000만원가량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지역 내 이권장악을 위해 지역 보도방을 각 지부별로 나눠 관리하고, 2014년 3월께 음료수와 물수건을 납품하는 유통업체를 차려 유흥주점 업주를 상대로 물품구입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1월께 경찰의 보도방 업주 조사여부를 알고 보도방 업주들을 불러모아 ‘서로간의 지켜야 할 것’이라는 문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위협을 가할 것처럼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대구와 울산 지역 조직원과 짜고 2016년 8월께 양산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도박장을 개설해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 결성 과정부터 현재의 활동상까지 실체를 규명해 입증하고, 조직 구성과 활동에 가담한 주범부터 하위 조직원까지 모두 엄단했다”며 “특히 보복을 두려워한 피해자들의 진술 회피와 조직원들의 증거인멸 시도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밀하고 입체적인 수사로 증거를 수집해 폭력조직 두목의 범행 가담 사실을 밝혀내 처벌했다”며 “불법 보도방 운영과 유흥업소 물건 강매 등 주요 자금원을 차단해 실질적으로 조직을 와해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조폭들이 합세해 명동의 밀리오레를 점거하고 난동을 부려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분양받은 호텔인 서울 명동 ‘르와지르호텔’ 수익률이 당초 약정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시행사 사무실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난동을 피운 구분소유자와 동원된 조폭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수유리파·대현파, 대전 신유성파·신한일파 등 4개 파 출신 조폭 10여 명은 지난 3월26일부터 명동 밀리오레 관리사무실과 기계실 등을 무단 침입해 점거했다. 무단 점거된 사무실은 명동 밀리오레 건물 지하에 위치한 르와지르호텔 사무실이다.

돈 되면 
이합집산

4월 3일에는 용역 30여 명이 더 투입돼 잠겨 있던 방재실 등 문을 부쉈으며 기계실과 주차 정산소에 있던 직원들을 쫓아내고 건물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무단 점거를 주도한 세력은 이 건물 호텔을 구분소유한 700여명 중 1명인 이씨가 이끈 이른바 ‘신관리단’이다. 2015년 건물 리모델링 후 ‘이 회장’으로 불린 이씨 측은 사드 여파로 수익금이 당초 약속한 월 수익의 7%에 못 미치는 4%에 그치자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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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