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흔드는’ 국민청원 사연들 공개

회사 이름 나올라 노심초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 오는 17일 운영 1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말 못 할 고충을 하소연할 데 없는 청원인들이 청원 게시판을 이용하면서 많은 사연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평가는 긍정적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만, 국민청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일요시사>서 관심이 필요한 게시글들을 모아봤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이하 청원 게시판)에는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정책 제안부터 자신이 당한 억울한 일까지 국민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을 게시판은 허용한다. 이에 따라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호소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벌벌
임원들 긴장

기업에 대한 적폐 역시 국민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분야다. 직간접적으로 의식주를 제공하는 직장을 제공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자사 관련 내용이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면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청원인들의 목소리이기에 피할수 없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서도 갈등의 목소리가 청원 게시판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비정규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원인은 현재 IBK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작년 가을 기업은행에서는 정부서 실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발맞춰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며 “하지만 무늬만 정규직 전환일뿐 기업은행은 지금의 파견용역과 다름없는 자회사로의 동의없이 일방적인 자회사로의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단 선출회의 문제제기 ▲협의기구 외부전문가의 일방적인 선정 ▲기업은행의 자회사 강행을 위한 억지주장과 꼼수 ▲근로자대표단 단장 김모씨의 기업은행과의 커미션 의혹 ▲김모씨의 기행과 악행 등을 주장했다.

그동안 말 못한 고충 하소연
사내서 당한 억울한 일 폭로

실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보다는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롯데호텔서도 갑질 의혹이 나왔다. 지난 19일 청원 게시판에는 ‘롯데호텔 장xx 직원의 갑질을 제발 좀 멈춰주세요’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장xx라는 롯데 시그니엘 호텔의 헤드매니저를 고발하고 싶다"며 청원글을 게재했다. 

그는 “(장모씨가) 한 여직원이 임신을 했는데 ‘바쁜데 임신했다고 미친X’이라 소리 지르면서 직원들 다 있는데 모욕을 줘서 결국은 더 일하지도 모하고 휴직 쓰고 들어가게 만들었다”며 “성적인 농담이나 음담패설은 기본이다. 같이 일하는 다른 직원들도 정신병에 우울증 약까지 먹고 있고 심지어 자기 맘에 안드는 직원이라고 고객 게시판에 그 직원을 사칭하는 글이 올라오면 ‘돈 줘서 글 쓰게 한거냐’ ‘냄새 난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모욕을 주곤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롯데호텔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롯데호텔 측은 해당 부서 전직원 인터뷰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허위·과장된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이미지 치명타
게시글 관리 중


최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앱 업계 1위 ‘직방’도 청원 게시글이 올라오면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게시된 ‘부동산앱 직방의 갑질 행태 신고합니다’ 제하의 청원글에는 직방의 과도한 광고비 책정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직방은 광고비 한개의 값외에 안심추천매물이라는 매물순위를 위로 올릴 수 있는 형태로 두배 넘는 광고비를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경기도 열악한 상황서 갑질은 정말 참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한달 전 부터는 2개월 단위로 광고비를 결제하라는 불공정하다고 느껴지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1개월 단위는 결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횡포라고 주장했다.

숙박앱 ‘야놀자’ 역시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 청원 게시글 ‘숙박앱 야놀자의 갑질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에는 야놀자의 성장에 담긴 숙박업 대표들의 고통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해당 청원인은 “야놀자는 숙박업 대표들이 내주는 예약 수수료 10%서 15%를 받는다”며 “지역별로 250만원서 300만원 하는 광고비를 지불해야 상단에 올라간다. 소상공인이 매월 이를 부담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광고를 내지 않으면 15%의 징벌적 수수료를 징수한다”며 “야놀자가 TV나 버스 등에 막대한 광고세례를 퍼붓는 것은 숙박업 대표들의 눈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야놀자가 인터넷 숙박 예약업을 넘어 직접 사업에 진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숙박업 대표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막강한 자금력과 인터넷 예약망을 기반으로 직접 프랜차이즈를 하는 것”이라며 “숙박업소 덕분에 회사가 커졌는데 이제 직접 선수로 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 제품 및 서비스의 소비자 불만도 청원 게시판에 상당수를 차지했다. 

보안시스템 서비스를 설치했으나 도둑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청원글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30일부터 청원을 받기 시작한 해당 청원에 따르면 청원인은 2년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LGU+IOT 보안서비스를 설치했다. 

유상(2만원 상당)으로 제공되는 해당 서비스는 문 열림 감지 서비스 즉 창문이나 출입문이 열릴 경우 서비스 신청인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문제는 최근 청원인의 집에 도둑이 들면서부터다. 


청원인은 최근 도둑이 들었으나 보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범인이 창문을 통해 출입했으나 알림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었다.

청원인이 생각한 문제는 사후 대처였다. 청원인은 “보상관련 합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공이 안 되니 쓰지 마라. 시스템을 확인해 정상화시킬테니 기다려달라는 등 수습방향 제시는 물론 이렇다할 대안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K매직 역시 소비자의 불만이 나왔다. 지난 1일 올라온 ‘SK매직 대기업횡포 고발합니다’ 게시글에는 정수기 렌탈과 관련된 문제점이 지적됐다. 청원인은 자신을 정수기 렌탈 사용자라고 소개하며 “2016년 6월 렌탈 계약 후 만 2년을 사용한 시점서 부품이 없다며 계약해지 혹은 새계약(3년 약정)을 (회사가)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을 목소리 대변
허위·과장 난무

이어 “1년만 사용하면 계약이 만기에 추가 2년(총 5년)을 사용하면 명의이전까지 약속한 상황이었다”며 “계약 유지경우 현재 3만9900원인 금액에 1만원이 추가된 4만9900원에 이용하라고 (회사측이)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좀 더 높은 렌탈 비용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청원인은 “새제품이 나올 때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소비자의 골을 빼먹는 대기업의 갑질은 없어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간 갈등의 목소리도 청원 게시판을 통해 나왔다. 지난 1일 게시된 ‘롯데월드의 갑질과 소상공인의 눈물!!’ 청원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작년 8월쯤 롯데월드에서 갑자기 매장 공실 생겼다면서 네일샵 입점을 요청받았다. 

롯데월드 측 요청이라서 다른 매장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입점했다. 

청원인은 “매장 위치는 옆 식당가 공사를 인해 어수선했고 유동인구가 적은 모서리 쪽이라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찬 상황이었다”며 “3개월 후 안쪽 식당 공사가 마무리됐고, CJ푸드가 입점하면서 매장 앞 유동인구는 늘어나게 됨에 따라 매출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갑자기 새로 온 롯데월드 담당 매니저가 운영한지 1년도 안 되는 시점서 갑자기 나가라고 했다”며 “힘들때는 ‘투자해서 들어오라’ 하고 이제 좀 잘 되니까 ‘나가라’니 너무 황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롯데월드 측에) 부당함을 호소하자 롯데월드의 모든 매장들은 계약서상 3개월 갱신으로 돼있기 때문에 롯데월드가 원하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어느 매장이 1년도 안되는 곳에 시설을 투자하고 들어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꼼수 마케팅 고발
갑질 사례에 분노

해당 청원글은 게시글이 작성된지 이틀만인 3일 기준 현재 254명이 참여하면서 관심도가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향후 롯데월드 측의 대처가 주목되는 대목.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서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청원인의 목소리도 있다. 해당 청원글은 지난달 27일 게시됐다.

‘코웨이콜센터면접’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에 따르면 청원인은 지난 26일, 경기도 부천 중동에 있는 코웨이 A/S접수 콜센터 직원 공고 면접을 보게 됐다. 

45세인 한 청원인은 4명씩 앉아서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력서를 보던 여성 면접관은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이 득실거려서 본인이 이 센터를 하면서 거르는 중이라며 지금도 40대 아줌마들은 골라내고 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면접관이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은 전산도 느리다면서 근거 없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면접보던 사람들 중 유일한 40대 중반의 저에게 수치심과 모욕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면접공고 당시 나이제한을 두든지 왜 코웨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이제한 없다고 직원모집 공고를 해서 면접 보게 해놓고 그런 말(40대 여성을 비하는 말)을 하는지 너무 억울하고 창피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같은 수치를 똑같이 겪을 절실히 직장을 구하려고 면접보실 다른 분들을 나이든 분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차별 압박면접에 대한 규정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홍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사실 관계 확인이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어 자사가 홍보하는 매체가 거론될 경우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부고발자 
보호는 글쎄∼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로부터 이른바 ‘갑질을 당했을 경우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활성화 되면서 청원인들이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가 정의한 국민청원 의미는?

국민청원은 그 존재 자체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명예훼손·허위사실 공표·욕설·비방 등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엄격하게 이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을 관리한다며 순기능에 주목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원 게시판이 국민의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국민 청원 책임자인 정혜승 뉴미디어비서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 <11:50분 청와대입니다>를 통해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놀이터로 가능할 수 있다. 장난스럽고 비현실적인 제안도 이 공간에선 가능하고, 국민들이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과정서 공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욕설, 비방, 허위사실 공표, 명예훼손, 선정적인 내용과 청소년에게 유해가 될 내용은 삭제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며 “모든 제도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순기능이 크다고 보고 있고, 세심하게 대응하면서 가겠다”고 말했다. <호>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