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친부확인소송전 전말

“우리 아빠 누구야 뽀로뽀로?”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동그란 안경과 헬멧, 뒤뚱거리며 걷는 모양이 앙증맞은 아기 펭귄 ‘뽀로로’. 아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뽀로로. 바로 그 뽀로로가 최근 법정소송에 휘말렸다. 물론 죄를 지어서는 아니다. 뽀로로의 진짜 창작자가 누구인지를 가려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는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되는 ‘친부 확인 소송’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콘, “마치 창작자인 것인 양 언론 매체 통해 홍보”
아이코닉스, “저작권자 4개사니 오콘도 25%의 저작권”

‘뽀로로’ 제작사 오콘은 실제 창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저작자 확인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뽀로로는 EBS에서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으로 어린이들 사이에서 ‘뽀통령(뽀로로+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브랜드 가치가 3800억원대로 추산되며 캐릭터 상품 1000여 종의 연간 판매액만 5200억원에 달하고 세계 12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오콘은 “아이코닉스는 마치 창작자인 것처럼 언론 매체를 통해 홍보해 오콘 창작자들의 권리와 명예를 훼손했다”고 소송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오콘은 “피고 아이코닉스는 기획·광고·마케팅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저작권법상 뽀로로 캐릭터 및 영상저작물의 창작적인 표현 형식 자체를 직접 맡은 오콘만이 단독 저작자”라고 주장했다.

몸값 3800억원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오콘과 금강기획 출신 5~6명이 설립한 마케팅 전문회사 아이코닉스는 지난 2001년 말 동물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공동 투자 및 기획에 나서기로 했다. 당시 애니메이션 제작은 오콘이, 사업 마케팅은 아이코닉스가 주관하는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지난 2003년 말부터 EBS를 통해 뽀로로 시리즈가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오콘 측은 “아이코닉스는 그동안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뽀로로의 창작자가 자신들로 오인하도록 만들었다”며 “이에 대해 오콘의 수없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아니코닉스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뽀로로=아니코닉스’라는 인식을 불어넣을 만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아이코닉스는 2005~200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부문에 출품하면서 주 창작자인 오콘을 빼고 아이코닉스 단독으로 신청해 3년 연속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최근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가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마지막 회에도 혼자 출연해 ‘뽀로로 아빠’로 소개되면서 오콘은 왜곡이 정점에 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콘은 “뽀로로에 대한 저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소송을 통해 왜곡된 진실이 바로 잡혀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지난 수년간 아이코닉스가 홍보를 전담한 지위를 악용해 저지른 각종 부당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이코닉스 측은 공동제작 한 내용을 혼자만의 창작물이라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뽀로로 아빠로 불리는 아이코닉스 최 대표는 “뽀로뽀로라는 최초 이름을 지은 것도 뽀로로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자신”이라며 “저작권자가 4개사이니 오콘도 25%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는 게 정답”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뽀로로의 저작권 지분은 아이코닉스와 오콘이 각각 27%, SK브로드밴드가 20%, EBS가 26%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최 대표는 “작품을 출품할 때 상의하지 않고 한 적이 없으며 이번 <무릎팍도사> 출연 건도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또 오콘이 주 창작자라는 주장에 대해 그는 “김 대표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데 대한 피해의식이 있다”며 “만약에 소송으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거나 나머지 회사의 신뢰도에 위해가 가해진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돈 아닌 명예 싸움

한편, 이번 소송에서 눈에 띄는 점은 소장에 돈과 관련된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보통 저작권과 관련된 소송은 대부분 금전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창작자의 명예를 인정받기 위한 ‘인격권’ 소송으로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다. 일종의 명예대결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 법조관계자는 “저작권 싸움에서 자존심과 명예가 언급되는 게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란 정의를 고려하면 애초부터 저작물이란 명예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차라리 돈 문제라면 협상이 가능하지만,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진 어느 쪽이 이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소송으로 뽀로로의 이미지가, 그리고 뽀로로를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상처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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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