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의 여왕’ 변신 김선아

이제 그녀에게서 ‘김삼순’을 찾을 수 없다

[일요시사=김한솔 기자]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시한부 여성의 아름답고 잔잔한 일상을 그려 호평 받은 배우 김선아가 이번엔 스크린 나들이를 한다. 억척 삼순이에서 가슴 따뜻한 아내로 우리 가슴속을 두드린다. 김선아는 영화 <투혼>에서 가슴 아픈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과 함께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로 정평 난 김선아는 이번 영화로 확 달라졌다.

<투혼>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에서 멜로의 여왕으로 탈바꿈
‘사건사고 달인’ 윤도훈 역 김주혁과 ‘뒷수습 달인’ 오유란 열연


김선아는 영화 <투혼>에서 김주혁과 멜로연기에 첫 선을 보인다.
 
<투혼>은 왕년에 잘나갔던 철부지 투수 윤도훈(김주혁)과 그의 뒷수습을 전담한 아내 오유란(김선아)의 이야기로 방황하는 남편을 다시 마운드에 서게 하는 뚝심 있는 아내이면서 철부지 남편을 마냥 미워하기보다는 지켜 주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속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이연재와 오유란의 버킷리스트

김선아는 영화 <황산벌>에서 계백의 아내 역할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눈에 각인된 연기를 보여주어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 뒤를 이어 <몽정기> <위대한 유산>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S 다이어리> 등에 출연하며 로맨틱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의 김삼순의 역할은 로맨틱코미디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김삼순의 그림자는 쉽게 김선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출연하려 했던 영화 <목요일의 아이들>은 논란 끝에 하차했고, 선택한 영화 <걸스카우트>에서는 관록 있는 선배들과 출연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김선아에게 전환점은 있었다. 지난달 11일 끝난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담낭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면서도 사랑과 웃음, 일, 자신을 끝까지 놓지 않는 여인으로 출연하면서 성숙되고 차분한 느낌을 표현해 영화 <투혼> 선택은 연재의 마음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일 수 도 있다.

드라마 <여인의 향기>와 영화 <투혼>은 닮은 점이 많다. 두 작품에서 김선아는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벗어 던지고 공감되는 연기를 보여 주었고, 두 작품 모두 김선아가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김선아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한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목록을 말한다.

<여인의 향기>에서는 시안부 선고를 받은 연재가 “남은 인생 6개월 제대로 한번 살아보자!“라는 다짐을 하게 되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 20개 항목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다.

웨딩드레스 입어보기, 탱고 배우기, 하루에 한 번씩 엄마 웃게 하기, 나를 괴롭혔던 놈들 복수하기, 갖고 싶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거 참지 않기, 이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눈 감기 등이 있었다.

<투혼>에서는 병에 걸린 유란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유란의 ‘버킷 리스트’는 철부지 고물투수의 본격 개과천선 프로젝트로 골칫덩어리 윤도훈 인간 만들기, 윤도훈 다시 1군 투수로 에이스 만들기, 죽기 전에 집안 마당에서 캠핑하기, 철부지 남편을 태우고 차 들이받기 등으로 자기 자신이 아닌 오직 남편만을 생각하고 있다.

같은 듯 다른 이연재와 오유란의 ‘버킷 리스트’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다.

아내라는 자리

김선아는 <투혼>을 통해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로맨틱코미디로 웃음을 보여주었던 김선아는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결혼해 정신없이 살다 미소마저 잃어버린 이 시대 굳건한 아줌마 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영화 속에서 단색 옷과 단정한 차림새로 현재를 살아가는 아내이자 엄마들을 대변해 주고 있다.

처음으로 ‘엄마’역할을 맡은 김선아는 “자식과 남편의 내조를 통해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하는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다”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들을 헤아릴 수 있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김선아는 제작보고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저희 엄마가 아니라 우리네의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반문하면서 “시집을 늦게 가건 일찍 가건 어떤 환경에 처해있건 가족을 돌봐야 하는 엄마의 모습. 가족의 그림자가 아닐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참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우리네 엄마들도 속상하고 하기 힘들어도 오랜 세월들을 억누르면서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선아는 단정한 외출복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 온 세월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겠다는 각오다. 이제는 김선아에게서 김삼순을 찾을 수 없다.

뻔 한 드라마 공식을 벗어나 현실감 있는 멜로를 선보인다. 영화 <투혼>은 6일에 개봉한다. 다시 한 번 ‘김선아표 감동’을 느낄 차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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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