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사돈’ 한국타이어 사정몰이 막전막후

조씨일가 비자금 찾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시작됐다. 그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던 한국타이어에 강력한 사정 칼날이 들어갔다. 국세청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MB 사돈기업이라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 상황에서 향후 있을 압박의 신호탄이 될지 시간이 답해줄 예정이다. 흔들리는 한국타이어를 확인했다.
 

국세청이 한국타이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0일, 서울지방국세청은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해 회계 장부 등 회계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조사4국이 맡았다.

특별 세무조사
초미 관심 집중

한국타이어 측은 2014년 세무조사 이후 4년 만에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 성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의 해석은 한국타이어의 생각과 달랐다. 이번 세무조사를 맡은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린다. 통상 대기업의 탈루,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의 정황을 포착했을 경우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이 때문에 특별 세무조사라는 시각이 강하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이수연씨가 조 회장의 차남 조현범 사장과 2001년 혼인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때부터 한국타이어는 MB사돈 기업이라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이에 따라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따라다녔다. 한국타이어 부실 수사 의혹이 대표적인 예다. 2006~2007년 당시 한국타이어 공장 및 연구소서 발생한 노동자가 수명이 돌연사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2006년 5월∼2007년 9월 전·현직 한국타이어 직원 7명이 잇달아 돌연사한 것. 대전지방노동청은 한국타이어에 대한 특별감독을 하는 과정서 한국타이어가 산업재해 사고를 관계기관에 보고하지 않는 등 2005년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을 1394건 위반했다고 봤다. 
 

이중 273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고, 554건은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2009년 5월 사측과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에 대한 구형은 최고 징역 1년형과 벌금 500만원이었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은 한국타이어 이모(52) 공장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다른 공장장 정모(47)씨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연구개발부문 김모(64) 본부장, 중앙연구소 김모(53) 부소장에게도 벌금 400만원씩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MB사돈 기업 봐주기 판결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의 연쇄 돌연사 사건과 관련, 올해 8월 대전지방법원의 판결내용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국타이어 경영자들이 안전보건 의무를 다했는데도 돌연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며 “그러나 법원은 양형에 있어 검찰의 징역 1년에 벌금 500만원의 구형보다 훨씬 못 미치는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재계 저승사자’ 국세청 조사4국 붙어
내부거래, 역외탈세 등 현미경 조사

박 의원은 “이 사건의 핵심은 산안법 위반혐의에 대해 노동부가 한국타이어 사업장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고, 검찰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많은 유족과 노동자들이 피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단순히 서류검토 만으로 이렇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며 “특히, 한국타이어는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다. 즉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 봐주기의 하나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타이어는 논란이 된 이후에도 노동자 사건·사고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당시의 처벌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산재협의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타이어 공장서 사망한 노동자는 최소 165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경영진들은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사법 처리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도 시선이 집중되는 점도 있다. 이번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조 회장 및 오너 일가까지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의 수사가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해묵은 논란 
검증 도마에

한국타이어는 수상한 자금흐름이 드러나 의혹의 눈길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타이어가 2003년 국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금을 운용해 국세청에 80억원가량의 세금 탈루 세금을 납부했다. 

<한겨레>의 ‘한국타이어도 역외탈세…형제그룹 효성과 ‘닮은꼴’’ 제하 기사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1996년 조세회피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역외펀드를 통해 4100만달러(당시 환율로 3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끌어모은 뒤 외국인 투자자로 위장해 일본계인 요코하마가 내놓은 자사 주식 76만주(13.2%)를 매입했다. 

역외펀드가 1998년 말 기존 채권 상환을 위해 신규 채권을 발행했는데 계열사들이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해 채권을 사들이도록 했다.
 

한국타이어는 1998년 하반기 이후 100억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 10분의 1 액면분할 등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 사이 역외펀드는 주식을 되팔아 12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한국타이어는 주식 차익을 회사 장부에 반영하지 않고 3년간 자금을 운용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비자금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 당국이 2002년 2월까지 기업들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모든 역외펀드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는데도, 시한이 5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신고했다. 


한국타이어는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2003년에는 국세청에 80여억원의 탈루 세금을 납부했다.

일각에선 자금이 불투명하게 흐른 점을 두고 조 회장에게 차익이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는 해당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한국타이어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서 “역외펀드는 요코하마가 내놓은 회사 주식을 자사주 규제 때문에 사들일 수 없어 불가피하게 만든 것이고, 조양래 회장이 사익을 취한 것은 전혀 없다”며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당시 기술제휴 맺고 있던 요코하마가 보유한 자사주가 두 회사가 갈라서면서 매물로 나와 매입해야 필요성이 있었는데 자사주 관련 규제로 직접 매입할 수 없어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했다는 취지였다. 

역외펀드 신고 시한이 지난 뒤 신고한 점에 대해서는 단순 실수라며 금융당국의 지도를 받아 한국타이어의 자산으로 계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굳이 정치권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을 차치하고도 한국타이어는 해결해야할 논쟁이 있다. 최근 지적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문제다. 한국타이어가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점은 그동안 꾸준히 일감몰아주기로 뒷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및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타이어가 이번 특별세무조사에서 그간의 일감몰아주기가 정당했는지 집중적으로 검증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문제될 법한 계열사를 다수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계열사가 시스템관리 및 시스템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엠프론티어다. 2000년 8월 설립된 엠프론티어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분 40%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 24%,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24%, 조 회장 장녀 조희경씨 12%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이 100%에 달하는 셈. 

엠프론티어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지난해 653억541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506억2300만원을 일감몰아주기로 올렸다. 
 

전체 매출의 77.45%에 달하는 비중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엠프론티어가 조현식·현범 대표이사의 승계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양관광개발 역시 공정위의 사정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양관광개발은 1982년 12년18일 설립돼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과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양관광개발 지분은 조현식 대표이사가 44.12%, 조현범 대표이사가 32.65%를 가지고 있다.

이외 조희경씨와 조희원씨가 각각 17.35%, 5.8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 회장의 자녀가 지분 전부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153억7656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계열사와의 거래는 23억8157만원 수준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은 15.4%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타이어그룹은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회사가 아니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최대주주는 23.59%(지난 3월31일 기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이들 회사에 대한 제재에 들어갈 경우 그룹 지배력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재계의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사법처리 ‘0’
오너들 이번엔?

오너 일가 사익편취와 관련된 부분이 적절했는지 여부도 검증 대상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는 한국타이어의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급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타이어의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익이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아 상표권 수익료의 적절성에 의문의 제기된다.

‘재벌닷컴’이 자산 5000억원 이상의 지주회사 가운데 상표권 사용료 수익을 올린 13개 사의 매출 구성을 내용을 확인한 결과 상표권 사용료 수익(2016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전체 매출 가운데 14.9%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명단에는 SK, 롯데, GS 등 국내 굴지의 지주사들이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상표권 수익 비중이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해 전체 매출 903억원 가운데 479억원을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수익을 올렸다. 매출 비중은 53%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하림(58%, 22억원), 코오롱(58%, 306억원), 한솔홀딩스(53%, 130억원)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중이지만 절대적인 액수는 이들을 웃돌았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벌어들이는 상표권 수익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계열사에게 요구하는 상표권 사용료율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매출액 가운데 0.75%를 상표권 사용료로 받는다. 이는 20개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저 수준인 세아홀딩스(0.06%)에 견줘 0.69%포인트 높다.

일각에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한국타이어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이명박 사위 기업 혜택 정조준?
전·전전 정권 의혹들 ‘탈탈’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은 73.92%에 달했다. 

반면 주력계열사인 한국타이어의 지분 비중은 적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은 42.57% 수준으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 등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의 이익이 지분율이 높은 지주사에게 이익을 챙겨주는 모습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을 경우 오너 일가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쪽으로 경영방침이 흐를 수 있다. 
 

이 과정서 한국타이어 소액주주의 권익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한국타이어의 상표권 사용료가 적절한지에 대해서 의문의 시각이 존재한다.

다만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가 오너 일가의 입김에 따라 수익을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경영 방침을 세웠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해석에 따라서는 상표권 지불액수가 오히려 적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표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정해진 것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업이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는 상표권에 대한 사용료를 책정한 것을 두고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측도 이점에 대해 반박했다. 한국타이어 측은 상표권 사용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외부자문기관을 통해 수수료율을 산정했고, 브랜드가치가 고려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표권 관련 뒷말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한국타이어가 상표권 관련 공시 의무를 소홀히 해 감독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지난해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로 478억7000만원을 받았으나 이사회 의결일자를 허위로 꾸민 사실이 적발돼 지난 1월 1억4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전방위 압박
검찰 수사까지?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그동안 MB사돈 기업이란 이미지 때문인지 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그동안 논란이 된 부분을 종식시킬지 더 강한 사정압박을 위한 기초 작업이 될지 두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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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