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공기업 방만 경영 충격 실태 공개

빚더미 위에서 ‘룰루~랄라’ 그들만의 ‘성과급 파티’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아무리 지적하고 타일러도 끊이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일부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상당수 공기업들이 부채와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막장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기업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전격 폭로한다.

공기업 부채 증가속도 가계부채의 두 배
2006년 부채 134조서 지난해 271조 급증


최근 기획재정부가 2011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손학규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34조2759억원으로 집계된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271조7501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사이에 공기업 부채가 두 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공기업 부채의 규모는 가계 부채의 3분의1 가량이다. 그러나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 중 가계대출은 지난 2006년말 550조4313억원에서 지난해 말 797조4918억원으로 44% 가량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공기업 부채 증가율 1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대형공기업이 부재
증가 주도한 것

이런 급속한 부채 증가는 자산 규모가 큰 대형공기업들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자산순위 5위권 이내 공기업들의 부채는 2006년 105조3390억원에서 2010년 216조69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체 공기업 부채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별로 보면 LH공사는 부채가 같은 기간 50조4301억원에서 125조4692억원으로 폭증했다. 한국전력은 20조5742억원에서 33조3511억원으로, 도로공사는 16조7936억원에서 22조8547억원으로, 한수원은 8조8715억원에서 15조3989억원으로, 가스공사는 8조7296억원에서 18조9955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도 같은 기간 1조7436억원에서 7조9607억원으로 4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지경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부채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경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12곳의 부채는 2006년 51조원에서 2010년 97조원으로 무려 46조원이나 증가했다. 공기업별로 부채비율은 대다수 기업들이 자산의 2배를 넘고, 가스공사는 3배를 초과했다.

지방 공기업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진영 한나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37개 지방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2008년 32조4374억원에서 지난해 46조4744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공기업이 부채가 늘어 파산하면 이는 고스란히 정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회사별로 보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2008년 2조7858억원이던 부채 규모는 2010년 3조701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적자 규모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14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서울메트로는 2009년 2374억원, 지난해 2568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도 지난해 22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두 지방 공기업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하철 요금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구도시공사의 부채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08년 6519억원에서 지난해 9360억원으로 급등했다. 부산교통공사의 재정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8년 6712억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1조1417억원으로 늘어났다.

서울시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 중에는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 위험 수준의 지방 공기업도 상당수 있다. 성동구 도시관리공단은 2008년 713%이던 부채비율이 2010년 912%로 높아지며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송파구 시설관리공단도 2008년 189%에서 2009년에는 3186%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다소 줄었으나 부채비율이 여전히 1290%였다.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508%를 기록해 가장 열악한 재정 상황을 나타냈다. 이처럼 부채가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상당수 공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 1000%
넘는 공기업 상당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일호 의원(한나라당)이 19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7개 공기업의 2010년 성과급 지급 총액은 1조34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11억원(42.5%) 증가했다.

성과급 지급액이 가장 많은 공기업은 한국전력(3753억원)과 한국철도공사(2369억원), 한국수력원자력공사(134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1070억원) 순이었다. 증가 비율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83.9%)로, 인천국제공항공사(64.7%), LH공사(60.6%), 수자원공사(5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전체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 공기업은 인천항만공사와 대한주택보증 밖에 없었다.

한전은 2009년 자사 직원에게 2640억11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42.1% 늘어난 3752억9800만원을 줬다. 남동발전도 작년 332억730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 전년보다 40.3% 인상률을 보였다. 남부발전과 서부발전도 각각 전년대비 34.2%, 37.9% 늘어난 금액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줬다.

부채 산더민데 상당수 공기업 성과급 잔치
정치권, 방만경영 뿌리 뽑을 법안 추진 중


또 서울메트로는 직원 1인당 709만원의 성과급을 줬다. 직원 전체에 지급된 금액은 686억원에 달했다. 성과급이 적자의 26%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도 직원들에게 평균 663만원씩 총 425억원을 성과급으로 풀었다. 사장은 4165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부산교통공사 역시 1인당 623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총액은 219억원에 달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도 1인당 444만원의 성과급을 줬다.

지방 공기업의 성과급 잔치도 여전했다. 지방 공기업 중 부산도시공사가 1인당 912만원으로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 경기도시공사도 직원 평균 888만원을 줬으며 시설관리공단은 1인당 359만원을 지급했다. 인천환경공단은 508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매년 적자를 보는 등 경영상황도 좋지 못해 직원들에게 지나친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공공기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일부 공기업은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고 있음에도 상당한 성과급을 주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하도록 할 것

이처럼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뿌리 뽑기 위한 법안이 추진한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지난 21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각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마친 후 대상기관별로 전년도 감사에서 시정 요구한 사항의 처리결과와 당해연도 자료제출 등의 성실도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등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국정감사 시 재무 및 경영상황 전반은 물론 그간의 지적사항을 각 상임위원회 위원들이 면밀히 분석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고 성과급 잔치에 따른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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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