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공기업 방만 경영 충격 실태 공개

빚더미 위에서 ‘룰루~랄라’ 그들만의 ‘성과급 파티’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다. 아무리 지적하고 타일러도 끊이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일부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히 상당수 공기업들이 부채와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막장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기업의 실태를 <일요시사>가 전격 폭로한다.

공기업 부채 증가속도 가계부채의 두 배
2006년 부채 134조서 지난해 271조 급증


최근 기획재정부가 2011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손학규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34조2759억원으로 집계된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271조7501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4년 사이에 공기업 부채가 두 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공기업 부채의 규모는 가계 부채의 3분의1 가량이다. 그러나 증가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 중 가계대출은 지난 2006년말 550조4313억원에서 지난해 말 797조4918억원으로 44% 가량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공기업 부채 증가율 1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대형공기업이 부재
증가 주도한 것

이런 급속한 부채 증가는 자산 규모가 큰 대형공기업들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와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등 자산순위 5위권 이내 공기업들의 부채는 2006년 105조3390억원에서 2010년 216조69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전체 공기업 부채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별로 보면 LH공사는 부채가 같은 기간 50조4301억원에서 125조4692억원으로 폭증했다. 한국전력은 20조5742억원에서 33조3511억원으로, 도로공사는 16조7936억원에서 22조8547억원으로, 한수원은 8조8715억원에서 15조3989억원으로, 가스공사는 8조7296억원에서 18조9955억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진행시키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도 같은 기간 1조7436억원에서 7조9607억원으로 4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지경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기업들의 부채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경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 12곳의 부채는 2006년 51조원에서 2010년 97조원으로 무려 46조원이나 증가했다. 공기업별로 부채비율은 대다수 기업들이 자산의 2배를 넘고, 가스공사는 3배를 초과했다.

지방 공기업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진영 한나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37개 지방 공기업의 부채 규모가 2008년 32조4374억원에서 지난해 46조4744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공기업이 부채가 늘어 파산하면 이는 고스란히 정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회사별로 보면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2008년 2조7858억원이던 부채 규모는 2010년 3조701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적자 규모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14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서울메트로는 2009년 2374억원, 지난해 2568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도 지난해 221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두 지방 공기업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지하철 요금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구도시공사의 부채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2008년 6519억원에서 지난해 9360억원으로 급등했다. 부산교통공사의 재정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2008년 6712억원이던 부채는 지난해 1조1417억원으로 늘어났다.

서울시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 중에는 부채비율이 1000%가 넘는 위험 수준의 지방 공기업도 상당수 있다. 성동구 도시관리공단은 2008년 713%이던 부채비율이 2010년 912%로 높아지며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송파구 시설관리공단도 2008년 189%에서 2009년에는 3186%로 급등했다. 지난해에는 다소 줄었으나 부채비율이 여전히 1290%였다.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1508%를 기록해 가장 열악한 재정 상황을 나타냈다. 이처럼 부채가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상당수 공기업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 1000%
넘는 공기업 상당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일호 의원(한나라당)이 19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7개 공기업의 2010년 성과급 지급 총액은 1조3441억원으로 전년 대비 4011억원(42.5%) 증가했다.

성과급 지급액이 가장 많은 공기업은 한국전력(3753억원)과 한국철도공사(2369억원), 한국수력원자력공사(134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1070억원) 순이었다. 증가 비율이 가장 높은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83.9%)로, 인천국제공항공사(64.7%), LH공사(60.6%), 수자원공사(5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전체 성과급 규모가 줄어든 공기업은 인천항만공사와 대한주택보증 밖에 없었다.

한전은 2009년 자사 직원에게 2640억11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42.1% 늘어난 3752억9800만원을 줬다. 남동발전도 작년 332억730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 전년보다 40.3% 인상률을 보였다. 남부발전과 서부발전도 각각 전년대비 34.2%, 37.9% 늘어난 금액을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줬다.

부채 산더민데 상당수 공기업 성과급 잔치
정치권, 방만경영 뿌리 뽑을 법안 추진 중


또 서울메트로는 직원 1인당 709만원의 성과급을 줬다. 직원 전체에 지급된 금액은 686억원에 달했다. 성과급이 적자의 26%가량을 차지한 셈이다.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도 직원들에게 평균 663만원씩 총 425억원을 성과급으로 풀었다. 사장은 4165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부산교통공사 역시 1인당 623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총액은 219억원에 달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도 1인당 444만원의 성과급을 줬다.

지방 공기업의 성과급 잔치도 여전했다. 지방 공기업 중 부산도시공사가 1인당 912만원으로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 경기도시공사도 직원 평균 888만원을 줬으며 시설관리공단은 1인당 359만원을 지급했다. 인천환경공단은 508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들 회사는 모두 매년 적자를 보는 등 경영상황도 좋지 못해 직원들에게 지나친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공공기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는 하지만 부채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일부 공기업은 지속적으로 적자가 나고 있음에도 상당한 성과급을 주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하도록 할 것

이처럼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공기업의 방만경영을 뿌리 뽑기 위한 법안이 추진한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은 지난 21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각 상임위원회별로 국정감사를 마친 후 대상기관별로 전년도 감사에서 시정 요구한 사항의 처리결과와 당해연도 자료제출 등의 성실도 등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등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국정감사 시 재무 및 경영상황 전반은 물론 그간의 지적사항을 각 상임위원회 위원들이 면밀히 분석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만연한 도덕적 해이를 해소하고 성과급 잔치에 따른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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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