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포스코 구원투수’ 최정우 회장 내정자

“참견 마” 외풍 막고 내실 다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포스코 그룹을 이끌 차기 수장에 최정우 포스코 컴텍사장이 내정됐다. 포스코 50년 역사상 첫 비엔지니어 출신 회장이다. 그가 최종후보로 낙점되면서 말 많던 인사논란도 일단락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 회장 후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승계카운슬(Council, 심의회)의 검찰 수사 등 남은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그가 어떻게 위기를 돌파해갈지 주목된다.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확정됐다. 최 사장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포스코 이사회서 차기 CEO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에 만장일치로 임명됐다. 

만장일치 임명
비엔지니어 출신

포스코는 지난 4월18일, 권오준 전 회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한 이후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위한 승계카운슬을 설치하고 2개월여에 걸쳐 심도있게 후보군 발굴을 진행해왔다. 

이 기간동안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권오준 회장이 승계카운슬에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승계카운슬은 포스코그룹 내부후보 10명 외에도 폭넓은 후보군 검토를 위해 30여개의 주주사, 7개 외부 써치펌,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 직원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 등을 활용해 11명의 외부인사를 추천받아 총 21명의 후보군을 발굴했다. 

승계카운슬은 총 8차례의 회의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을 검토해왔으며, 이를 통해 최종 선정된 후보군 5명을 지난달 22일, 이사회에 제안한 바 있다. 


포스코 이사회는 승계카운슬이 발굴한 후보군들의 자격 심사와 후보 확정을 위해 22일 사외이사 7인으로만 구성되는 CEO후보추천위원회 운영을 결의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포스코그룹 100년을 이끌어갈 혁신적인 적임자 선정을 위해 22일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10분까지 후보자 심층면접과 이후 자정을 넘어서까지 이어진 토론을 통해 장인화 후보, 최정우 후보 2명을 선정했다. 

이후 23일 오전 2명을 대상으로 4시간에 걸쳐 2차 면접을 이어갔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점심식사 후 이어진 3차 면접서 글로벌 경영역량, 혁신역량, 핵심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 및 사업추진 역량 등 CEO 요구역량에 대해 2명의 후보자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최정우 사장을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포스코 차기 후보로 확정한 배경에 대해 CEO후보추천위원회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 후보는 회장이 되기까지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 포스코켐텍 등 주요 핵심계열사에 근무하면서 그룹 전체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전체 그룹 경쟁력과 시너지 창출에 가장 적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철강 생산, 판매서 탈피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 그룹사들과의 시너지, 수요산업과의 시너지, 거래 중소기업과의 시너지, 주주, 직원, 국민 등 각 이해관계자들과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인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포스코 50년 역사에 최초의 비엔지니어출신 내부 회장 후보로, 경영관리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비철강분야 그룹사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는 포스코 회장 후보로 선정 것에 대해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어깨가 무겁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룹 전체 이해도 높아 
“시너지 창출 적격” 평가

최 후보는 “포스코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 성공역사를 바탕으로 명실상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마음가짐과 신념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배들의 위대한 업적에 누가 되지 않고,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임직원, 고객사, 공급사, 주주, 국민 등 내외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상생하고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는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포스코 회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최 후보가 포스코 수장으로 선출되면서 해외 적자 계열사에 대한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가 붙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포스코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지만 각종 돌발 악재로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순손실 규모만 2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해외 손실이 포스코 투자 위험 요소로 부각되면서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철강 업황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PT. KRAKATAU POSCO)’ 부진이 심각했다. 크라카타우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합작 계약을 맺고 설립한 해외 계열사다. 

지난해 판매 가격 상승과 후판 내수 판매 확대로 가동 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자 등 각종 금융 비용까지 반영된 순손익은 여전히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만 1343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동안 약 7000억원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포스코그룹 대표 자회사인 포스코대우와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각각 1503억원, 61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핵심 계열사들이 벌어들인 이익을 해외 자회사 한 곳이 모두 까먹은 셈이다.

베트남 계열사들 또한 가동률 상승과 내수 가격 강세로 손실폭이 줄고 있지만 만성 적자를 면치는 못하고 있다. 

베트남 철강재 제조·판매 계열사인 'POSCO SS VINA'는 지난해 55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베트남 현지서 철강 구조물 가공과 판매 사업을 하고 있는 ‘POSCO E&C Vietnam’ 또한 200억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포스코 야심작이었던 ‘인도 일관제철소’도 골칫거리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제철소 건립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해까지 총 1865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 반대와 국제 환경단체 시위 등 돌발 악재 탓에 착공도 못한채 10년 넘는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법인 운영에 따른 각종 비용 지출이 늘어나자 포스코는 지난해 인도법인에 대한 손상차손 검사를 실시해 총 1092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이는 전체 투자비(1865억원)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해외 업황 부진
맞춤형 체질개선

포스코가 인도법인에 대해 손상을 인식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추가 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사업 재개와 투자 손실 최소화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 후보가 그룹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재무 전략 전문가라는 점에서 적자 해외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최 후보는 2015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에 선임된 후 고강도 구조 조정과 본원적 체질 개선 방안을 내놨다. 

▲포레카 매각과 ▲포스코플랜텍 워크아웃 ▲POSCO Klappan Coal 청산 ▲Posco Investment 합병 ▲포스코-우루과이 청산 ▲POSCO BIOVENTURES 청산 ▲VAUTIDAMERICAS 청산 등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포스코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2015년 6월 말 연결기준 23조 6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그해 말 16조5500억원까지 줄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86.9%서 78.4%로 하락했다. 

반면 현금 순유입을 나타내는 지표인 FCF(잉여현금흐름)는 5조8560억원으로 개선됐다.

회장 선출을 주관한 승계카운슬 또한 최 후보의 사업 재편 성과와 글로벌 경영역량을 높이 평가해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다. 최 후보 입장서도 적자 해외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 전략을 마련해, 가시적인 성과 도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해외 사업의 경우, 정착 단계의 계열사들이 많아 초기 비용들이 실적이 반영되고 있다”며 “다만 신임 회장 입장에선 이 리스크마저 철저히 관리해 실적 안전판을 마련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사장은 1957년생으로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하고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한 뒤 재무관리, 감사분야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정도경영실장,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장,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 등 철강 이외의 분야서도 많은 경력을 쌓은 비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그룹 내에서 전략가이자 강한 추진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으로 꼽힌다. 

포스코와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건설, 포스코대우서 전략과 재무 담당 임원을 두루 거친 최정우 사장은 2015년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 포스코는 글로벌 저성장과 철강경기 위축이라는 외부요인과 함께 신규 투자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잡음
권오준 방패막이?

최정우 회장 후보는 철강 본원의 경쟁력 회복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내세우며 그룹 구조 개편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부분은 효율성 있게 재편했다. 

특히, 정준양 회장 시절 과잉됐었던 포스코 그룹 투자사업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실제로 한때 71개까지 늘어난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38개로, 해외 계열사는 181개서 124개로 줄었다. 7조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고, 포스코건설과 에너지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 회장 후보는 올해 2월부터는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소재분야사업 육성에 위해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포스코켐텍은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음극재와 프리미엄 침상코크스 등 탄소소재 사업에 진출하며 포스코 그룹 소재 분야 핵심 계열사로 부상할 수 있었다. 
 

아울러 최 회장 후보는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적용한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에 중점을 두어 전 사업 영역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는 한편 월드클래스 수준의 품질 경쟁력 확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안전을 경영활동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선진 안전 체계와 문화를 구축해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포스코 회장직을 놓고 정치권에선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야 일부 의원들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포스코 회장 선출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벌써부터 최정우 회장 후보에 대한 ‘흔들기’가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은 특히 포스코의 ‘CEO 승계카운슬’을 문제삼고 있다. 카운슬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밀실인사가 아니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포스코는 카운슬이란 기구를 좀더 투명한 회장 선출을 위해 만들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승계카운슬에 맡겼다. 현 권오준 회장이 승계카운슬에 의해 선출됐다. 

“선출 방식 문제” 정치권 또 딴지 
“승계카운슬은 공정·투명” 일축

승계카운슬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식 모델을 벤치마킹한 경영자 인선 방식이다. 

1968년 당시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9년까지 국영기업이었다. 그러나 2000년 9월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민영화됐다. 민영화 이전까지는 최대주주인 정부가 회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도 회장 선출과 운영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끊임없이 작용했다. 민영화 이후 회장 선출을 투명하게 하라는 이 같은 대내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CEO후보추천위원회와 승계카운슬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최 회장 후보에 대해 “권오준 전 회장 비리를 덮어줄 사람이 뽑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스코 CEO(최고경영자) 선출과정이 투명하고 제도화돼야 한다. 포스코를 구성원들이 직접 회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9일에도 홍 원내대표는 “이번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를 보면 소위 카운슬이라는 몇몇 사람들이 밀실서 영향력을 미친다는 의혹이 많다”며 “문재인정부에서는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회장 선출 관련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공개적인 비판을 무시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최 회장 후보가 권오준 전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은 포스코 직원들도 다 알고 있는 만큼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회장 후보에 대한 김 원내대표의 비판은 권 전 회장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 개인 뿐 아니라 민주당도 권 전 회장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권 전 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문재인정부의 상징인 ‘정의’와 거리가 먼 인물로 보는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정권의 부역자 측근이 포스코 회장이 되는 것은 포스코 미래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명성 확보”
집권여당 비판

포스코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지난 2006년 정관개정을 통해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회장 선출 제도에 투명성을 높인 것”이라며 “지난 2013년 첫 가동한 승계카운슬 역시 투명성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릴 후보군을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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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