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충격과 파란의 6·13 ⑥화제의 당선자 10인

사연도 가지각색 사정도 각양각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6·13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당선인들이 있다. 남들과는 다른 사연 때문에 거머쥔 색다른 타이틀 때문에 화제의 중심에 선 이들. 화제의 당선인들을 뽑아봤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전형적 ‘보수텃밭’으로 알려진 ‘강남 3구’에 푸른 바람이 분 가운데,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조 청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 25개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당선된 자유한국당 후보였기 때문이다. 

서초구청장 조은희

그는 1961년생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북여고, 서울대 대학원서 국문학 석사를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남일보>와 <경향신문> 등 언론서 10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지난 1998년부터 3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을 역임했다.

이후 회사 및 시민단체 대표와 교수직을 맡다가 2008년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일했으며 2010년부터 1년여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직을 맡아 일했다. 
 

당시 조 청장은 ‘국내 첫 여성 부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정무 파트를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부시장 퇴임 후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후학 양성에 힘썼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서초구청장에 출마, 성공해 구청장직에 올랐으며 지난달 연임을 꿈꾸며 또다시 도전해 당선의 기쁨을 안게 됐다. 

성남시장 은수미

은수미 성남시장이 첫 대도시 여성시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부촌(富村) 분당을 품은 성남은 이재명 전 시장의 경기지사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다. 선거 초반부터 은 시장은 상대 후보의 거센 네거티브 공세에 도덕성 시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혹이 커지자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서 재심 여부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곧 후보로 확정됐다. 개표결과,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후보에게 우호적인 성남 구시가지인 수정(59.64%)·중원(60.25%) 외에 분당(55.69%)서도 과반을 넘겼다. 
 

득표율 2위인 한국당 박정오 후보(수정 27.59%-중원 28.7%-분당 33.75%)를 압도했다.

은 시장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한 노동전문가로 지난 19대 국회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 무려 10시간18분 동안 연설해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 20대 총선 때 성남 중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재인정부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냈다. 

영등포구청장 채현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3선을 노리던 현역 구청장, 3선 시의원과의 경쟁을 뚫고 당선에 성공했다. 채 후보는 득표율 52.1%%를 기록, 김춘수 자유한국당 후보(25.2%)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 당선을 결정지었다. 

이번 영등포구청장 선거는 민주당 공천에 탈락한 현역 조길형 구청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자 구도로 치러졌다. 한국당은 3선 서울시의원인 김춘수 후보를 공천했으며 미래당은 두차례 구청장 선거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양창호 후보를 투입했다. 

여풍 버틴 서초, 성남 첫 여성시장 당선
무소속 3선 기장, 8전8승 불패 충북지사

총 5명이 도전장을 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채 청장은 50%를 넘기며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다. 박원순 시장 정무보좌관,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거친 국정·시정 경험이 풍부한 ‘젊은 구청장’을 앞세워 구민들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채 청장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청와대 국정경험과 서울시정 경험, 국회 정책경험을 살려 새로운 영등포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 청장은 1970년 7월26일생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기장군수 오규석

오규석 기장군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양당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 지난 두 번의 선거를 내리 무소속으로 당선된 오 군수의 저력은 민주당 바람도 잠재웠다. 오 군수는 ‘기장 나훈아’로 불릴 정도로 유명 인사다. 
 

보통 20대 젊은 계층은 기초단체장 후보의 이름을 잘 모르지만, 그만은 예외다. 1년 동안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하얀 목티셔츠에 파란색 재킷, 그리고 등산화만 고집해 ‘현장형 군수’의 대명사로 불렸다. 

유세 방법도 입소문을 타고 높은 득표율을 이끌었다. 오 군수는 대규모 유세를 벌이지 않고, 아내와 단둘이서 기장을 누비는 조용한 유세로 실속을 챙겼다. 

기장은 농촌과 신도시의 특징이 섞여 있는 도농 복합도시지만, 오 군수의 득표는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았다. 매일 이른 새벽 출근하는 근면함과 행사마다 큰절을 올리며 어르신을 챙기는 모습으로 노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젊은 계층이 많이 사는 정관에는 민주당의 이현만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오 군수는 이런 예상을 깨듯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충북도지사 이시종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8전8승 불패신화’를 세웠다. 이 지사는 오전 1시10분 기준 60.76%(37만2810표)의 득표율을 올려 자유한국당 박경국(29.92%, 18만3606표), 바른미래당 신용한(9.30%, 5만7108표) 후보를 꺾고 충북지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충북지사 당선으로 8번 선거에 나서 8번 모두 승리하는 ‘불패’ 기록을 달성했다. 1947년 충북 충주서 태어난 이 지사는 충주중, 청주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정고시(10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민자당 소속으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민선3기까지 내리 충주시장을 지냈다. 이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주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8대 국회에도 무난히 입성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정우택 충북지사에 맞설 대항마가 나오지 않자 직접 의원직을 포기하고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충북지사에 당선된 그는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서도 연승을 이어감으로써 선거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정치인이 됐다. 

연수구의원 조민경

조민경 연수구의원이 전국 최연소로 정치에 입문한 여성이 됐다. 대한민국 정치 입문을 위해선 ‘만 25세 이상’이 돼야만 한다. 하지만 피선거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정치 문턱을 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조 의원은 2017년 2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후 더불어민주당 가입과 동시에 6·13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의 깃발까지 꽂았다. 
 

젊은 패기로 똘똘뭉친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차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자신을 알렸다. 시민들도 선거운동기간 동안 패기있고 성실하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그를 보며 조민경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6·13지방선거 개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현 연수구의원인 자유한국당 이강구(45) 당선인 보다 4419표를 더 받은 2만1305표를 끌어모으며 당당히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이젠 최연소 의원이라는 딱지를 떼고 연수구 의원으로서 주민분들이 필요로 하는 곳엔 어디든지 달려가 주민분들과 소통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미시장 장세용

장세용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 텃밭의 상징이었던 경북 구미서 당선됐다. 장 시장의 당선은 이변이라 할 만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지역 단체장 중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이자 구미시장으로는 첫 민주당 계열 출신이기 때문. 
 

장 시장의 당선은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 요인이 겹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미·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한반도 평화 흐름과 한국당에 대한 실망 등 외부 요인에 내부적으로 진보 후보인 장 시장에 맞설 보수 후보 3명이 난립한 게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8선 신기록 군의원, 구미·TK 유일 민주 깃발
25세 최연소 여성의원, 4년 만의 신안군수

특히 선거 쟁점의 하나로 부각된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에 장 시장은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한국당 이양호 후보는 당론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선거서 ‘샤이진보’ 유권자들이 사전투표 등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을 당선의 원동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양시장 최대호

최대호 안양시장(더불어민주당)이 전·현직 시장 간 네 번째 맞대결서 승리했다. 최 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후보의 전적은 지난 2007년 안양시장 재선거서 이 후보가, 2010년 지방선거에선 최 시장이 승리해 각각 1승1패를 기록하다 지난 2014년 선거서 이 후보가 다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선 바른미래당 백종주 후보가 두 후보의 치열한 선거판에 가세하면서 선거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각종 변수에도 불구,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이번 선거서 예상과 달리 최 시장이 두 후보를 따돌리며 탈환에 성공했다. 

최 시장은 “오늘의 승리는 최대호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깨끗한 준법 선거운동을 올바르게 평가해 주신 안양시민의 위대한 승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시민 최대호가 지난 4년간 안양시민께 배운 대로, 들은 대로, 약속드린 대로 그 약속 실천해 안양시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서 이 후보가 패배하면서 전·현직 시장 간 맞대결 결과는 2승2패로 동수를 기록하게 됐다. 

신안군수 박우량

박우량 신안군수가 4년 만에 재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군수는 무소속 고길호 후보와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박 군수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한 고 후보가 취임도 하지 못한채 퇴진한 이후 실시된 재선거서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낙후된 신안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선이 확실시 됐던 2014년 지방선거의 중도사퇴를 두고 갖은 억측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사건의 ‘유병언 연루설’과 ‘비리 수사’ 등의 루머가 꼬리를 물었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에서 권유했던 입당을 두고 민주당 중앙당은 후보 자격을 박탈했고 그는 무소속 출마로 선회해야 했다. 추미애 당 대표실 부실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유력한 경쟁자인 박 군수를 밀어내기 위한 잔꾀였다는 것을 자인하고 말았다. 

박 군수는 “신안군민은 정당을 넘어서 인물과 능력을 보고 무소속 후보인 저를 선택했다”면서 “정치적 의사결정에 자율권을 보여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광군의원 강필구

강필구 영광군의원(더불어민주당)이 8선 도전에 성공하면서 전국 최다선 신기록을 수립했다. 강 의원은 전국적으로는 경북 안동시의회 무소속 이재갑 후보와 공동으로 8선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서 2명을 선출하는 영광군 가 선거구에 출마해 7명 중 1위(23.9%)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강 의원은 1991년 당시 40세의 나이로 지방의회에 첫 입성한 뒤 내리 연이어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당선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선거까지 민주당 2차례, 무소속으로는 6차례 당선됐다. 직업이 ‘군의원’이자 ‘의리의 정치인’ ‘민원 해결사’로 통하는 그는 ‘강필구를 사랑하는 모임’ 등 절대불변의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통상 기초의원 3선을 한 경우에는 광역(도)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많지만 강 의원은 27년간 한결같이 ‘주민 곁에서 호홉’하는 군의원의 길만 고집해왔다.

강 의원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이 행복한 영광을 만드는 심부름꾼이 되어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영광을 지키는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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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