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충격과 파란의 6·13 ⑥화제의 당선자 10인

사연도 가지각색 사정도 각양각색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6·13지방선거가 마무리됐다.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당선인들이 있다. 남들과는 다른 사연 때문에 거머쥔 색다른 타이틀 때문에 화제의 중심에 선 이들. 화제의 당선인들을 뽑아봤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전형적 ‘보수텃밭’으로 알려진 ‘강남 3구’에 푸른 바람이 분 가운데, 당선의 기쁨을 안았다. 조 청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 25개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당선된 자유한국당 후보였기 때문이다. 

서초구청장 조은희

그는 1961년생 경북 청송 출신으로 경북여고, 서울대 대학원서 국문학 석사를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남일보>와 <경향신문> 등 언론서 10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지난 1998년부터 3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과 문화관광비서관을 역임했다.

이후 회사 및 시민단체 대표와 교수직을 맡다가 2008년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일했으며 2010년부터 1년여간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직을 맡아 일했다. 
 

당시 조 청장은 ‘국내 첫 여성 부시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정무 파트를 맡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부시장 퇴임 후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후학 양성에 힘썼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서초구청장에 출마, 성공해 구청장직에 올랐으며 지난달 연임을 꿈꾸며 또다시 도전해 당선의 기쁨을 안게 됐다. 

성남시장 은수미

은수미 성남시장이 첫 대도시 여성시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제2의 강남’으로 불리는 부촌(富村) 분당을 품은 성남은 이재명 전 시장의 경기지사 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구다. 선거 초반부터 은 시장은 상대 후보의 거센 네거티브 공세에 도덕성 시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의혹이 커지자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서 재심 여부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곧 후보로 확정됐다. 개표결과, 상대적으로 진보성향 후보에게 우호적인 성남 구시가지인 수정(59.64%)·중원(60.25%) 외에 분당(55.69%)서도 과반을 넘겼다. 
 

득표율 2위인 한국당 박정오 후보(수정 27.59%-중원 28.7%-분당 33.75%)를 압도했다.

은 시장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한 노동전문가로 지난 19대 국회서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서 무려 10시간18분 동안 연설해 정치인으로서 주목받기도 했다. 

이후 20대 총선 때 성남 중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재인정부서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을 지냈다. 

영등포구청장 채현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3선을 노리던 현역 구청장, 3선 시의원과의 경쟁을 뚫고 당선에 성공했다. 채 후보는 득표율 52.1%%를 기록, 김춘수 자유한국당 후보(25.2%)를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 당선을 결정지었다. 

이번 영등포구청장 선거는 민주당 공천에 탈락한 현역 조길형 구청장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다자 구도로 치러졌다. 한국당은 3선 서울시의원인 김춘수 후보를 공천했으며 미래당은 두차례 구청장 선거에 도전한 경험이 있는 양창호 후보를 투입했다. 

여풍 버틴 서초, 성남 첫 여성시장 당선
무소속 3선 기장, 8전8승 불패 충북지사

총 5명이 도전장을 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채 청장은 50%를 넘기며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다. 박원순 시장 정무보좌관,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거친 국정·시정 경험이 풍부한 ‘젊은 구청장’을 앞세워 구민들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채 청장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청와대 국정경험과 서울시정 경험, 국회 정책경험을 살려 새로운 영등포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채 청장은 1970년 7월26일생으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기장군수 오규석

오규석 기장군수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양당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3선에 성공했다. 지난 두 번의 선거를 내리 무소속으로 당선된 오 군수의 저력은 민주당 바람도 잠재웠다. 오 군수는 ‘기장 나훈아’로 불릴 정도로 유명 인사다. 
 

보통 20대 젊은 계층은 기초단체장 후보의 이름을 잘 모르지만, 그만은 예외다. 1년 동안 계절을 가리지 않고 하얀 목티셔츠에 파란색 재킷, 그리고 등산화만 고집해 ‘현장형 군수’의 대명사로 불렸다. 

유세 방법도 입소문을 타고 높은 득표율을 이끌었다. 오 군수는 대규모 유세를 벌이지 않고, 아내와 단둘이서 기장을 누비는 조용한 유세로 실속을 챙겼다. 

기장은 농촌과 신도시의 특징이 섞여 있는 도농 복합도시지만, 오 군수의 득표는 도심과 농촌을 가리지 않았다. 매일 이른 새벽 출근하는 근면함과 행사마다 큰절을 올리며 어르신을 챙기는 모습으로 노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젊은 계층이 많이 사는 정관에는 민주당의 이현만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오 군수는 이런 예상을 깨듯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충북도지사 이시종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8전8승 불패신화’를 세웠다. 이 지사는 오전 1시10분 기준 60.76%(37만2810표)의 득표율을 올려 자유한국당 박경국(29.92%, 18만3606표), 바른미래당 신용한(9.30%, 5만7108표) 후보를 꺾고 충북지사 3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충북지사 당선으로 8번 선거에 나서 8번 모두 승리하는 ‘불패’ 기록을 달성했다. 1947년 충북 충주서 태어난 이 지사는 충주중, 청주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정고시(10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민자당 소속으로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민선3기까지 내리 충주시장을 지냈다. 이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충주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18대 국회에도 무난히 입성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정우택 충북지사에 맞설 대항마가 나오지 않자 직접 의원직을 포기하고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충북지사에 당선된 그는 2014년, 2018년 지방선거서도 연승을 이어감으로써 선거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정치인이 됐다. 

연수구의원 조민경

조민경 연수구의원이 전국 최연소로 정치에 입문한 여성이 됐다. 대한민국 정치 입문을 위해선 ‘만 25세 이상’이 돼야만 한다. 하지만 피선거권이 주어진다고 해도 정치 문턱을 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조 의원은 2017년 2월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후 더불어민주당 가입과 동시에 6·13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의 깃발까지 꽂았다. 
 

젊은 패기로 똘똘뭉친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유세차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자신을 알렸다. 시민들도 선거운동기간 동안 패기있고 성실하게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그를 보며 조민경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6·13지방선거 개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현 연수구의원인 자유한국당 이강구(45) 당선인 보다 4419표를 더 받은 2만1305표를 끌어모으며 당당히 1위로 이름을 올렸다. 

조 의원은 “이젠 최연소 의원이라는 딱지를 떼고 연수구 의원으로서 주민분들이 필요로 하는 곳엔 어디든지 달려가 주민분들과 소통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구미시장 장세용

장세용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 텃밭의 상징이었던 경북 구미서 당선됐다. 장 시장의 당선은 이변이라 할 만하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지역 단체장 중 유일한 민주당 당선자이자 구미시장으로는 첫 민주당 계열 출신이기 때문. 
 

장 시장의 당선은 외부적인 요인과 내부 요인이 겹친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미·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한반도 평화 흐름과 한국당에 대한 실망 등 외부 요인에 내부적으로 진보 후보인 장 시장에 맞설 보수 후보 3명이 난립한 게 당락을 결정짓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8선 신기록 군의원, 구미·TK 유일 민주 깃발
25세 최연소 여성의원, 4년 만의 신안군수

특히 선거 쟁점의 하나로 부각된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에 장 시장은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한국당 이양호 후보는 당론 때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어중간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젊은 층의 높은 투표율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가에선 이번 선거서 ‘샤이진보’ 유권자들이 사전투표 등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을 당선의 원동력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양시장 최대호

최대호 안양시장(더불어민주당)이 전·현직 시장 간 네 번째 맞대결서 승리했다. 최 시장과 자유한국당 이필운 후보의 전적은 지난 2007년 안양시장 재선거서 이 후보가, 2010년 지방선거에선 최 시장이 승리해 각각 1승1패를 기록하다 지난 2014년 선거서 이 후보가 다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선 바른미래당 백종주 후보가 두 후보의 치열한 선거판에 가세하면서 선거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각종 변수에도 불구,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이번 선거서 예상과 달리 최 시장이 두 후보를 따돌리며 탈환에 성공했다. 

최 시장은 “오늘의 승리는 최대호의 비전과 정책 그리고 깨끗한 준법 선거운동을 올바르게 평가해 주신 안양시민의 위대한 승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시민 최대호가 지난 4년간 안양시민께 배운 대로, 들은 대로, 약속드린 대로 그 약속 실천해 안양시민의 삶의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선거서 이 후보가 패배하면서 전·현직 시장 간 맞대결 결과는 2승2패로 동수를 기록하게 됐다. 

신안군수 박우량

박우량 신안군수가 4년 만에 재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박 군수는 무소속 고길호 후보와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박 군수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한 고 후보가 취임도 하지 못한채 퇴진한 이후 실시된 재선거서 당선됐다. 
 

이후 재선에 성공하면서 낙후된 신안군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선이 확실시 됐던 2014년 지방선거의 중도사퇴를 두고 갖은 억측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월호사건의 ‘유병언 연루설’과 ‘비리 수사’ 등의 루머가 꼬리를 물었다.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에서 권유했던 입당을 두고 민주당 중앙당은 후보 자격을 박탈했고 그는 무소속 출마로 선회해야 했다. 추미애 당 대표실 부실장을 전략공천하면서 유력한 경쟁자인 박 군수를 밀어내기 위한 잔꾀였다는 것을 자인하고 말았다. 

박 군수는 “신안군민은 정당을 넘어서 인물과 능력을 보고 무소속 후보인 저를 선택했다”면서 “정치적 의사결정에 자율권을 보여주신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광군의원 강필구

강필구 영광군의원(더불어민주당)이 8선 도전에 성공하면서 전국 최다선 신기록을 수립했다. 강 의원은 전국적으로는 경북 안동시의회 무소속 이재갑 후보와 공동으로 8선 진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서 2명을 선출하는 영광군 가 선거구에 출마해 7명 중 1위(23.9%)로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강 의원은 1991년 당시 40세의 나이로 지방의회에 첫 입성한 뒤 내리 연이어 당선되는 저력을 과시했다. 

당선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선거까지 민주당 2차례, 무소속으로는 6차례 당선됐다. 직업이 ‘군의원’이자 ‘의리의 정치인’ ‘민원 해결사’로 통하는 그는 ‘강필구를 사랑하는 모임’ 등 절대불변의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통상 기초의원 3선을 한 경우에는 광역(도)의원에 도전하는 후보들이 많지만 강 의원은 27년간 한결같이 ‘주민 곁에서 호홉’하는 군의원의 길만 고집해왔다.

강 의원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민이 행복한 영광을 만드는 심부름꾼이 되어 지역발전을 앞당기고, 영광을 지키는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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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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