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로 팔리는 ‘자살 중고차’ 고발

믿고 샀는데 ‘번개탄 자국’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자살차량이 ‘무사고 중고차’로 둔갑한 채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 얼마 전 한 남성이 구매한 중고차에 번개탄을 피운 듯한 흔적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모 대기업서 운영하는 중고차 매매업체서도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자살 차량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경기 부천에 사는 A씨는 얼마 전 구입한 중고차를 청소하다가 아연실색했다. 운전석 뒷좌석 매트 아래서 동그란 모양의 시커멓게 탄 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번개탄 자국으로 의심되는 모양새였다. 

누가 봐도…

지난 4월21일 부천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서 중형차를 구입했다는 A씨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온라인커뮤니티에 지난 11일 글을 올려 도움을 요청했다. 차량 바닥에 있는 동그랗게 탄 자국을 찍은 사진과 함께 자동차양도증명서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중고차 구입 후 3주가 지난 이날 실내 청소를 하는 과정서 운전석 뒷좌석 바닥서 검게 탄 자국을 발견했다. 동그랗게 탄 모양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 번개탄 자국과 유사했다. 

이 차량에 누군가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놀란 마음을 진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즉시 차량을 구입한 매매상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시청 관련 부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사고 차량이 아니면 환불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소비자보호원서도 같은 이유를 들며 미온적으로 반응했다고 한다. 경찰의 대답도 같았다. 
고지의무위반 여부를 따지는 A씨에게 “사기 성립이 안된다”며 “성능에 문제 없으니 그냥 타고 다니시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경우와 같은 자살 차량의 판매는 예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지난해 6월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SK엔카 직영점서 홈엔카 서비스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한 B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어머니에게 선물용으로 드릴 차량을 알아보던 B씨는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대기업서 운영하는 직영점서 중고차를 구매했다. 

차량 진단 결과 무사고 판정을 받은 한 경차를 구매한 B씨는 새 차 분위기를 내기 위해 새 발 매트를 구매했다. 그런데 발 매트를 새것으로 교체하려는 과정서 B씨는 조수석에 연탄 크기만한 동그란 구멍을 발견했다. 

“사고 이력 없어요” 매매상 확인후 거래
“교환·환불 불가”…사기 성립 여부는?

이를 이상하게 여긴 B씨는 SK엔카 측에 전화로 확인했고 “음식 집을 운영하던 전 주인이 뜨거운 소스를 올려놓았다가 실수로 바닥을 태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판매점 측은 B씨에게 무상으로 수리해주겠고 말했고, B씨는 일이 잘 해결됐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있었다. 
 

이후 B씨는 차량 천장에 시커먼 그을음 자국을 발견했다. 수상한 느낌을 받은 B씨는 카센터 직원 등 차량 전문가들로부터 “번개탄 자국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들었다. 

화가 난 B씨는 SK엔카 측에 항의를 했으나 SK엔카 측은 “판매 책임은 직영점에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또 SK엔카 측은 B씨에게 문제 차량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본사 입장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B씨는 억울한 마음에 한 지상파 언론사에 해당 사실을 제보했고 뉴스가 나간 뒤 SK엔카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SK엔카 측은 사과와 보상에 대해서 B씨에게 이야기하면서도 차량 내에 자국은 번개탄의 흔적이 아니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B씨는 “대기업서 하는 곳이라 시세보다 비싸더라도 믿고 구매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저와 같은 피해를 당하시는 분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살 차량은 특수 청소를 받은 뒤 중고차 시장서 별 설명 없이 판매된다. 자살자가 사망한 뒤 방치되면 온도가 높아진 차량 내에서 시신이 부패하고 그 결과 피가 차량 전체에 흘러넘치게 된다. 

그래서 냄새가 심각하고 파리와 구더기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특수 청소를 받기 전에는 이런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 나올 수가 없다. 바닥재를 뜯어내고 차 바닥에 말라붙은 피를 씻어내고 교체 가능한 모든 섬유를 교체하는 등의 절차를 거친다. 

꼼꼼히 살펴야

문제는 청소를 받은 다음에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정서상 개인 소유의 차량이라면 유족들도 폐차시키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중고가 2000만원 이상의 고가일 경우 유족들도 그만한 거액을 포기하기 힘들기 때문에 매각한다. 렌터카도 그런 거 신경쓰지 않고 매각한다. 그래서 중고차 시장에는 조금씩 자살 차량이 유입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차 바닥에 동그랗게 녹아내린 자국, 시커멓게 그을린 자국, 애벌레 사체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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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