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2주년 특집] 지난 1년 본지 달군 최고의 이슈메이커 22인

팀킴부터 이영학까지…국민 웃고 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1년에도 수차례씩 강산이 바뀐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은 여느 때보다 떠들썩했다. 정치·경제·사회 할 것 없이 각 분야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22인의 이슈메이커를 꼽아봤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빵빵’ 터진 1년이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섰다. 각종 사건·사고가 전국을 덮쳤다. 미투 운동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각계각층 인사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전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아 뜻밖의 성공을 이뤘다.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서 만났다. 지방선거와 북미 정상회담이 코앞이다.

다사다난
지난 1년

▲문재인= 지난해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문 대통령에게 지난 1년은 숨 가쁜 시간이었다. 취임 당시 각 분야의 적폐, 주변국 상황 등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건 가시밭길이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 힘입어 여러 분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현안을 성사시켰다.

▲김정은= 지난달 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을 넘어 문 대통령과 손을 맞잡았다. 김 위원장의 제안으로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채 판문점 북측으로 한 걸음 내딛던 순간은 도보다리 회담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미국을 상대로 핵 도발을 펼치면서 ‘미치광이’로 묘사됐던 김 위원장은 이번 정상회담으로 전 세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노벨! 노벨!”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유세 집회서 그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통제 불가능한 악동 이미지를 고수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서만큼은 평화 전도사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국내 여론 또한 한미 정상회담 이후 호의적으로 변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포석을 다져놓은 상황서 진행될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결단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전직 대통령의 수난은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이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을 조사하며 수사망을 좁혀간 검찰은 3월22일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을 23일 오전 0시2분에 집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8일 증거인부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인부서를 통해 “모든 증거를 동의한다”면서도 “입증 취지는 부인한다”는 뜻을 밝혔다. 증거 사용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통해 검찰이 입증하려는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부인한다는 의미다.

▲드루킹=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비핵화 등의 사안이 다른 이슈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드루킹 사건은 여전히 정치권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댓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 김모씨를 둘러싸고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의 연루 여부, 김 후보의 보좌관과 연관된 500만원의 성격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주장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기도 했다.

전현 대통령
희비 엇갈려

▲이재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353일 만에 구치소서 나왔다. 문제는 최근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 간 연관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논란이 대법원 판결이 남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현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총수 일가는 물론 그룹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진그룹은 4년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이후 또 다시 불거진 오너리스크로 위기를 맞게 됐다. 
 


오너 일가의 갑질 행태는 그룹의 비리 의혹으로 번졌다. 한진그룹 전·현직 직원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는 것. 조 전 전무가 던진 물 컵이 불러온 나비효과는 한진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최호식= 지난해 6월 최호식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전 회장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다. 최 전 회장이 상생 경영을 꾸준히 강조해왔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최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 식당가서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최 전 회장의 성추행 의혹에 불매운동이 진행됐고 가맹점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실제 사건 당시 가맹점의 매출은 40%가량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살 생일 맞아 화제의 인물 선정
대선·올림픽·회담 대형 이슈 많아

▲김상조=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재벌 개혁에 매진했다. 그 결과 총수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는 편법 수단으로 악용됐던 순환출자가 대폭 감소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해소한 이후 대기업 공익법인이나 지주회사, 금산분리 문제 등을 중심으로 2단계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송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방남했다. 현 단장은 북한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 점검 문제로 1박2일간 머물렀다. 현 단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외모, 의상, 액세서리는 물론 손짓, 몸짓, 말 등이 전부 언론을 통해 노출됐다.

▲이영학=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를 충격으로 물들였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는 1심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과거 이씨는 희귀병인 유전성 거대 백악종을 앓고 있는 딸과 출연해 애틋한 부정을 드러낸 바 있어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컸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범인= 지난해 3월, 인천서 8살 초등학생이 살해됐다. 시신은 훼손된 상태로 아파트 물탱크서 발견됐다. 범행이 10대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주범 A양은 아이를 살해한 후 신체의 일부를 공범 B양에게 건넸다. 주범 A양이 사건 당시 18세 미만이라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지현= 지난해 10월, 미국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올해 1월 국내에 상륙했다. 서 검사는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의 폭로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성폭력 문제를 물 밖으로 끌어올렸다. 문화·예술계를 시작으로 정치권, 종교계, 학교 등에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흉악 범죄
국민 경악

▲안희정=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꼽혔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안 전 지사의 비서로 일했던 김지은씨는 8개월 동안 수차례에 걸쳐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안 전 지사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고은= 매년 노벨상 유력 후보로 지목됐던 고은 시인 역시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바닥까지 떨어졌다. 최영미 시인의 증언으로 불거진 성추문 의혹에 각 지자체들이 고은 시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설 정도. 

서울시는 서울도서관에 재현했던 고은 시인의 집필공간인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고은문학관을 세우려던 수원시도 건립 철회를 결정했다. 고은 시인은 성추문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추가 폭로가 나오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최시원= 가수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은 지난해 하반기 애완견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그의 애완견에게 물린 한일관 대표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과거 최씨가 목줄 없이 애완견을 데리고 다닌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최씨 사건 이후 입마개, 목줄 등 반려동물 관련 정책이 강화됐다.

▲조두순= 8살 초등학생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가해자 조두순에 대한 출소 반대 청원이 지난 11월 화제가 됐다. 지난해 9월 말 제기된 해당 청원은 2020년 출소하는 조두순에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청원에 61만명의 국민이 동의를 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원에 대해 “재심은 불가능하지만 법무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답했다.

미투로 몰락하고 국민청원 오르고
안 좋은 일로 구설에 오른 인물↑

▲김보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무렵 여자 팀추월 종목서 사건이 일어났다. 세 선수가 합심해 치러야 하는 팀추월 경기서 한 선수가 뒤처지는 일이 발생한 것. 여기서 김보름 선수의 인터뷰 태도가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김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60만명이 넘는 국민이 이 청원에 공감했다. 당시 청와대는 “팀추월 사태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팀킴= 여자 컬링팀 팀킴은 단연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최고의 스타다. 팀킴은 예선부터 차례로 강팀을 꺾으면서 파란을 예고했다. 백미는 일본과의 준결승 전. 팀킴이 예선서 기록한 유일한 패배는 일본에게 당한 것이었다. 


팀킴은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준결승서 일본을 꺾고 완벽한 설욕전을 펼쳤다. 팀플레이로 이뤄낸 일본전 마지막 샷은 이번 올림픽 최고 명장면이라 할 만큼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류현진= 미국 메이저리그 류현진 LA다저스 투수의 봄은 잔인하다. 류현진은 지난 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전에 선발 출장했다. 류현진은 2회말 1사 후 투구 도중 다리에 이상을 느꼈고, 결국 스스로 마운드서 내려왔다. 진단 결과는 왼쪽 사타구니 근육 파열. 다저스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던 터라 부상은 더욱 뼈아팠다. 후반기에나 다시 류현진의 투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림픽으로
감동 선사

▲조용필= 올해는 가왕 조용필의 데뷔 50주년이다. 1968년 데뷔한 조용필은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우리나라 대표 가수다. 정규앨범만 19집 20개, 비정규앨범까지 포함하면 50개에 달하는 음반을 발매했다. 조용필은 지난 12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서 ‘땡스 투 유(Thanks to you)’ 투어를 시작했다. 이번 투어는 대구, 광주, 의정부 등으로 이어진다.

▲이영자= 개그우먼 이영자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해 휴게소 음식 소개, 먹방 등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영자가 방송서 언급한 휴게소 음식의 매출이 폭증할 만큼 파급력도 크다. 하지만 최근 <전지적 참견시점>서 이영자의 어묵 먹방을 세월호 참사를 희화화하는 데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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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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