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정권’ 재계 금수저들 공개

10원이라도…탈탈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 이른바 수백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금수저들의 자금 출처를 꼼꼼히 파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살생부에 오른 이들은 긴장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향후 자산 승계 수단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에 따라 금수저 주식부자에게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24일 고액 금융자산 보유 미성년자와 연소자 등을 대상으로 증여세 등 탈루 혐의가 짙은 268명을 선정해 세무조사를 실시할 방침을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자력이 없는데도 고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미성년 주식부자가 주요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리 증여
절세 꼼수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가 주식을 변칙적으로 증여받는 경우 강도 높은 세무조사 대상 명단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금융조사 등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원천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필요에 따라 직계존비속의 자금흐름과 기업자금 유출 및 사적유용, 비자금 조성행위 등도 면밀히 들여다 볼 방침이다. 또 증여세 탈루 여부와 함께 증여자의 사업소득 탈루여부 등 자금 조성 경위와 적법성도 주요 조사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통상 미성년 주식 부자들은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하거나 증여받는 방식으로 자산규모를 키웠다. 일각에선 성장할 법인의 주식을 미리 증여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배력을 높이는 것은 편법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세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주식이 이용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밖에 자녀출자법인 끼워넣기와 과다한 이익 분배, 일감 몰아주기 부당 지원 등의 특수관계자 간 부당거래를 검증하고 있는 상태다.

자력 없는데 고액 금융자산 보유
미성년 주식부자 268명 세무조사

이에 따라 미성년 주식부자들에게도 눈길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경우 임성기 회장의 손자와 손녀들이 나란히 주식을 가지고 있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명단을 살펴보면 임성연(2003년생), 임성지(2006년생), 임성아(2008년생), 김원세(2004년생), 김지우(2007년생), 임후연(2008년생), 임윤지(2008년생), 임윤단(2013년생) 등이다. 

성연군이 68만4574주, 지분율 1.08%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성지양, 성아양, 원세군, 지우양, 후연군, 윤지양 등이 각각 66만8671주, 1.05%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윤단양의 경우 1774주로 가장 지분이 적다. 

지분이 가장 많은 성연군의 주식 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524억원에 달해 역시 금수저라는 말이 나왔다. 


문배철강도 약관의 나이의 주요주주를 두고 있다. 1973년 설립된 문배철강은 철강재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15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성인이 된 배승준씨는 문배철강의 2대 주주다. 그가 2대 주주로 오른 데는 핏줄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배종민 문배철강 회장의 장남이다. 승준씨는 성인이 되기 전 대거 회사 지분을 확보, 회사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마쳤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292만9100주다. 지분율은 14.29%로 1대주주 배 회장(15.05%)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가 가진 지분의 가치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113억2097만원 수준이다. 아버지 배 회장과의 지분율 차이가 1% 미만이라 향후 승준씨가 회사를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승준씨 외에도 윤경, 윤선, 윤정씨가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지분율 0.60% 수준으로 회사 내 지배력은 약하다.

삼영무역 역시 미성년자가 주요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영무역은 1959년에 설립돼 화공약품 수출입업과 전자제품 판매업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기준 2573억원, 80억원을 기록했다. 

2000년생인 이호준군은 삼영무역의 지분 28만6052주를 확보했다. 호준군은 이승용 대표의 장남이다. 지분율을 1.74%로 삼영무역의 지배력이 공고한 상황은 아니다. 아버지인 이 대표는 20.86%의 지분율을 보이고 있다. 

다만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가치는 일반 직장인이 모으기 힘든 액수다. 지난 2일, 종가 기준 50억2021만원 수준. 호준씨의 누나인 이현지(22)씨 역시 삼영무역의 주식 27만1659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6.5% 수준으로 47억6761만원 수준이다.

주식증여 후
일감 몰아줘

조선내화도 이번 국세청의 금수저 조사 기조에 눈길이 쏠리는 기업이다. 조선내화는 오너 일가의 미성년자가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화일 조선내화 명예회장의 손자인 문성군은 조선내화 주식 4만760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02%로 34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2004년 생인 문성군은 현재 중학교에 다닐 나이다. 

2009년생인 서준군은 1만2336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0.31%다.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 10억원 규모의 주식이다.

특히 조선내화는 내부거래로 인해 말이 나오는 기업이다. 조선내화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조선내화이엔지는 오너 일가들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개인회사인 셈.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인옥 회장의 누나 이명륜씨가가 가장 많은 49.06%의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인옥 회장과 동생 이인천 대한세라믹스 대표가 각각 23.44%다. 나머지 4.06%는 아버지 이화일 명예회장의 몫이었다. 지난해 조선내화이엔지의 매출은 410억원이다. 문제는 270억원이 내부거래였다는 점이다.  매출의 65%가량이 내부거래에 의존했다. 조선내화에 기댄 매출액이 26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GS그룹은 편법 주식 증여가 걸린 바 있어 주목받고 있다. GS 오너 일가는 미성년 자녀에게 편법 증여를 했다가 세무당국으로부터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받았다. 이에 이들은 국세청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강석규 부장판사)는 허용수 GS EPS 대표(부사장)의 자녀와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자녀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177억원대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서 최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원고들은 특수관계에 있는 조부나 부로부터 대외적으로 공표되지 않은 석유화학공장 건설 정보를 이용해 가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분을 유상취득했다”고 판시했다.

GS그룹은 주요 대기업집단 가운데 미성년 친족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기업 집단 별 주식소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1일 기준 9개 대기업 총수의 미성년 친족 25명이 상장 계열사 11곳, 비상장 계열사 10곳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S그룹의 미성년 친족 5명은 GS와 GS건설 주식 915억원을 보유했다. 1인당 평균 183억원 수준이다.

이는 다른 대기업 집단보다 큰 액수다. 두산그룹 미성년 친족 7명은 두산, 두산건설, 두산중공업 등 주식 4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LS그룹에서는 미성년 친족 3명이 LS와 예스코 주식 40억원을 가지고 있다. 효성그룹은 미성년 친족 2명이 효성 주식 32억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긴장하는 
로열패밀리

고려아연 역시 다수의 미성년자 주식을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주요 계열사다. 1974년에 설립돼 아연괴 제조 및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6조5966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947억원, 6340억원 수준이다. 고려아연에 미성년 주식 부자가 다수 있는 것은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미성년자인 이들이 자력으로 주식을 보유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08년생 최수연양은 1799주, 손자인 09년생 최승민군은 1799주, 2004년생 최진하양은 1068주, 최윤하양은 1068주를 각각 가지고 있다. 

최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이승원군과 이세림양도 1088주를 보유했다. 이들은 각각 2005, 2009년생이다. 이들이 가진 지분율은 각각 0.01% 수준이지만 개인인 2% 지분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다. 이들의 지분가치는 수억원 대에 달한다.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수연양의 지분은 7억7357만원 수준이고, 가장 적은 이세림양의 지분 가치는 4억원 수준이다.

소득 없이 수백억 지분 소유
각종 편법 현미경 조사 예정

샘표식품 역시 최근 미성년 손자, 손녀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눈길이 쏠렸다.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박진선 샘표 대표이사의 부인 고계원씨는 특수관계자 6명에게 각 3만주씩 총 18만주를 증여했다. 

증여일 기준 주가로 환산하면 총 66억8000만원 상당이다. 각각 10억원 상당의 주식이 돌아간다. 

수증자는 ▲박용주(82년 7월14일 출생) ▲이수진(79년 12월22일 출생) ▲이수진(79년 12월 22일 출생) ▲이신영(78년 1월12일 출생) ▲박준기(12년 6월23일 출생) ▲박현기(16년 12월13일) ▲이세현(17년 2월6일 출생) 등이다. 
 

주주명부에도 변동이 생겼다. 증여전 샘표식품의 지분 구조는 샘표 주식회사가 49.38%로 최대주주이고, 고영진씨가 5.73%로 2대주주, 고씨가 4.62%로 3대주주였다. 하지만 이번 증여로 고씨의 지분율은 0.68%로 낮아지면서 박용주씨(0.82%)보다 지분이 줄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수증자 가운데 10살도 채 넘지 않는 어린이가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태어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아기도 포함됐다. 

박준기·현기 어린이는 미취학아동이다. 이들은 오너 4세인 박용학 통도물류 이사의 자녀다. 만으로 1세가 채 안된 이세현양은 샘표 대표이사의 손녀다. 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민들은 평생 모으기도 힘든 액수를 손에 쥐게 됐다.

직계존비속 자금흐름 추적
차명·비자금 조성도 조사

고씨는 ‘세대생략 증여’를 통해 부를 이전했다. 세대생략 증여란 조부모가 자녀 세대를 건너 뛰고 손자·손녀 세대에 재산을 넘겨주는 것을 말한다. 다만 세대생략 증여의 경우 세대를 건너뛰는 것을 할증된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 57조에 따르면 조부모가 한세대를 거르고 증여를 하는 경우 증여세율이 30% 할증된다. 

가령 할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할 증여재산의 과세표준이 10억원이면 증여세의 세율은 10%가 적용돼 1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한 세대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면 1억3000만원의 세금이 발생한다. 

그러나 조부모가 아들에게 증여하고 아들이 손자에게 증여를 하면 2억원의 세금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차피 손자에게 증여할 재산이라면 세대를 건너뛰고 세금을 증여하는 방식이 유리하다. 

이런 점 때문에 세대생략 증여는 최근 논란이 되는 ‘합법적 세금 탈루’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또 미성년자인 오너 일가에 주식을 증여하는 사안은 여러가지 측면서 꾸준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오너 일가가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면 성년이 될 때 발생하는 배당금 및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가 없어서다.

결과 따라
세금 폭탄
 

한 재계 관계자는 “주식 증여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서 갖가지 꼼수가 비일비재했던 만큼 과세당국의 이번 세무조사 실시로 긴장하는 기업인들이 많을 것”이라며 “과세 당국의 성과에 따라 과세규모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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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