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선상 오른 친MB기업 추적

서슬 퍼런 검날에 숨죽인 재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불법 자금 수수 혐의로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 후 검찰의 칼끝이 재벌기업을 겨냥할거란 우려 때문이다. 소위 ‘친MB기업’으로 분류되는 몇몇 재벌기업들은 숨죽이며 사태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둔 검찰은 막판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4일 오전 9시30분 이 전 대통령을 청사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 뇌물수수, 탈세, 횡령 등 혐의를 비롯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게 된다. 

조여 오는 그물망
어디까지 밝혀지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해 다스 실소유주 문제,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수수 의혹, 각종 민간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직접 조사할 방침이다. 그간 조사를 통해 검찰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인 것으로 사실상 결론지은 상태다.

이 전 대통령 소환까지 남은 시간 동안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 다수가 연루된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마무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압수수색 대상이 됐던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 전 대통령 소환에 앞서 조사가 필요한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여러 불법자금 수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7일에는 2011년 초 직접 억대의 특활비를 챙긴 혐의를 받던 이상득 전 의원이 재소환됐다. 지난 1월26일 검찰에 출석했던 이 전 의원은 병환을 이유로 3시간 만에 귀가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재소환 된 이 전 의원에게 국정원 특활비를 받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에게는 100억원대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2008년과 2010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4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방조)로 구속 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이 주범”이라고 밝혔다.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011년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국정원 돈 1억여원에 대해서도 검찰은 뇌물로 보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인사청탁 등의 명목으로 건넨 22억5000만원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총선 공천헌금으로 건넨 4억원도 확인했다.

전방위로 확대되는 수사 
대기업부터…시작에 불과?

MB정부 시절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던 것으로 드러난 유력 경제인도 검찰의 용의 선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정권과 결탁설이 끊이지 않던 대보그룹이 대표적이다. 

대보그룹은 전국 각지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과 교통정보시스템 관리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중견기업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계약이 이 회사에 편중되면서 국정감사 때마다 한국도로공사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됐었다.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은 200억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징역 3년형이 확정돼 현재 수감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중견기업 대보그룹으로부터 수억원대 불법 자금을 건네받은 정황을 포착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수사를 본격 진행했다. 
 

검찰 측은 대보그룹이 MB정부 시절인 2010년 무렵 관급공사 수주청탁을 하며 이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수억원대 금품을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보그룹 측이 금품을 전달한 금품의 진짜 목적지가 이 전 대통령일 경우 적용될 뇌물 혐의액은 한층 늘어나게 된다. 

엄청난 후폭풍
누가 타깃 될까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단순한 정치적 이슈가 아니다. 당연히 재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우려할 부분은 검찰의 칼끝이다.

검찰은 대보그룹을 용의선상에 올린 것 이외에는 아직까지 재계에 적극적은 공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사가 확대되지 말란 보장은 없다. 이 경우 훨씬 더 많은 재벌 총수들이 검찰의 용의선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친MB 성향’을 의심받던 곳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포스코는 MB정부 시절 18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날린 것과 이 전 의원과 연결고리를 의심받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 ‘산토스CMI’라는 회사를 800억원에 인수했는데 실제 가치는 100억원도 안 된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토스CMI는 적자를 거듭했고 포스코는 결국 지난해 이 회사를 인수금의 8분의 1도 안 되는 단 68억원에 원소유자에게 되팔았다.

검찰은 지난 1일 이상은 다스 회장 소환 당시 포스코그룹이 사들인 도곡동 땅 실소유주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은 1995년 이상은 회장과 이 전 대통령 처남인 고 김재정씨 공동명의로 된 도곡동 땅을 263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이 회장이 아닌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에게 일부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일면서 다스와 마찬가지로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지난달 초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도곡동 땅 매입과 관련된 장부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이른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1심 공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면서 창업 51년 만에 최초로 총수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롯데가 이명박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MB정부 시절 청와대가 제2롯데월드 건설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제2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 방안’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이 전 의원이 국가기록원을 열람해 기록해온 것으로 여기에는 제2롯데월드 건설 인허가를 비롯해 여론관리까지 청와대가 직접 지침을 내린 정황이 담겼다. 

삼독이 된 긴밀한 연결고리
밝혀지는 이권 개입 정황

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다스 소송비 논란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검찰은 다스가 BBK투자자문으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회수한 과정을 수사하는 과정서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다스의 미국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에 소송비용 40억원을 대납한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삼성 2인자로 불리던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소송비용 대납을 승인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도 다스의 로펌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당시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현대차 협력업체이던 다스의 매출이 급증하는 과정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 몫 잡으려다
다함께 엮일 판

코오롱, 효성, 서희건설 등은 이 전 대통령 측근들과 긴밀한 연결고리로 인해 친MB기업으로 분류되는 분위기다. 코오롱은 이 전 의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뒤 이 전 의원을 보좌하던 코오롱 계열 출신의 직원들이 사건에 연루되면서 관계마저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전 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던 시기에 의원실 관계자 대부분은 코오롱 출신인사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이상득 전 의원부터가 코오롱 출신이라는 점이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1980년대 코오롱,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재직하며 35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았다. 

이 전 의원은 1988년 코오롱그룹서 퇴사한 이후 24년간 고문직을 유지하며 고문료 및 고문활동비, 차량과 운전기사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코오롱은 회계법을 위반해 이 전고문을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동찬 회장이 곤혹에 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그룹이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4대강 수질개선사업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재조명받는 상황이다. 코오롱워터텍(현 코오롱이엔지니어링)은 4대강 수질개선 프로젝트인 ‘총인 처리 사업’을 대거 수주하면서 급성장했한 회사로,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80%가량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효성그룹은 전 대통령과 혈연으로 맺어져 있다. 조석래 전 효성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며느리가 이 전 대통령의 딸 수연씨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과 수연씨는 지난 2001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효성그룹과 이 전 대통령은 사돈관계인 셈이다.

이 같은 연결고리 탓에 효성은 MB정부 시절 각종 특혜 및 정경유착 의혹과 관련해 그 이름이 가장 빈번하게 거론됐다. 지난해 11월17일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가 효성 본사와 관계사 4곳, 관련자 주거지 4곳 등 총 8곳을 압수수색한 뒤 이 같은 견해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다만 효성그룹이 아직까지 MB정부서 어떤 이득을 얻었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진 게 없다.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의 경우 2014년 7월 효성의 부동산 계열사의 1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한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 측과 연결고리를 의심받는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역시 뇌물죄 적용 가능성이다. 개별적으로 추가 지원하려한 정황이 있거나 해당 시점에 이해관계가 발생했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이 수사에서 드러나면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긴장 상태
삐끗하면 끝

검찰은 일부 기업서 2008년 이후 자료를 제출받아 박근혜정부서 MB정부까지 폭넓게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이들 기업의 정권유착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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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