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경총 새 수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노하우와 노련미로 소통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자총협회(경총)의 새 수장에 손경식 CJ 회장이 추대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 회장은 올해 80세의 고령이지만 수시로 해외를 드나들 정도로 여전히 왕성한 경영활동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손 회장이 오랜 노하우와 노련미로 정권과 소통하며 원만히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5일, 경총회관서 제7대 손경식 회장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손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경총이 노사관계 안정과 일자리 창출 등 국가 사회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목소리 대변
노사정 대화 약속

그는 먼저 노사정 대화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손 회장은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재직 당시 ‘노사민정 합의’를 이뤄낸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2009년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고령화 심화, 내수부진, 신성장 산업 부재 등 펀더멘탈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우리 미래세대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사회의 펀더멘탈을 개선시킬 수 있는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경제 전반에 얽혀 있는 불합리한 규제들을 문제제기하고 해결하는 일에 앞장서겠다”며 “제조업, 서비스산업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가 될 4차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지금까지의 낡은 인사고과 관행, 제도를 개선함에 있어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노사관계 경쟁력 제고를 약속하며 “대립과 갈등의 노사관계를 종식시키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동계와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총이 일부 대기업 회원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비판을 의식해 “변화된 시대 정신을 반영해 대기업은 물론 중소·영세기업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경총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지난달 27일 손경식 회장을 경총 제7대 회장으로 공식추대했다. 경총 전형위원회는 손 회장의 경력과 현재 왕성한 행보들을 볼 때 위기에 빠진 경총의 구원투수로 최고 적임자라며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손 회장도 고심 끝에 “마지막 사회적 소임으로 생각하겠다”며 수락했다는 전언이다. 경총 회장직은 임기가 2년이지만 연임이 일반적이다. 
 

손 회장은 이전부터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상의 회장을 지낸 데 이어 경총 회장을 맡은 손 회장은 디테일에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를 받을 때면 세부 사항을 꼼꼼히 챙겨 간부들이 진땀을 뺀다고 한다.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사는 “나이에 비해 체력이 좋고 활동도 왕성하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성격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 ‘할 말은 하는’ 성격이어서 조용한 카리스마로 불린다. 


재계 관계자는 “의전과 격식을 다소 중시하고 명문대 등 엘리트 인재들을 아끼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 회장을 맞는 경총 직원들은 대한상의에 전화를 걸어 손 회장의 업무 스타일이나 성격을 묻는 등 긴장하는 분위기다. 

위기의 조직 구할 적임자…만장일치로 추대
나서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조용한 카리스마

2016년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 조사 청문회’서 증인으로 출석한 재계 오너가 인사들 중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이가 바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다. 

1939년생으로 증인 중 최고령이었지만,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부당성에 대해 세밀하고 솔직하게 꼬집어 속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했단 평가가 나왔다. 재계서도 ‘원로’ 손 회장의 인품과 덕망 뿐 아니라 성공적 경영 성과들에 이견을 다는 이는 거의 없다. 

그가 이재현 회장과 함께 일군 CJ그룹은 설탕회사를 넘어 외식·바이오에 이어 문화산업까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재계 15위권으로 승승장구했다. 대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늘 CJ를 손에 꼽는다. 

여기에 2013년까지 8년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고 2007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위원, 2011∼2013년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 위원장도 맡았다. 

각종 협회장도 맡으며 오랜 기간 동안 각계서 교류를 통해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사실상 한국 경영인이 해 볼 수 있는 중책들을 거의 다 섭렵했다. 

민간외교관 역할
정부와 원만하게

손 회장은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2009년 한-아세안 CEO 서밋을 비롯해 2010년 주요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치렀다. G20정상회의 기간 중 세계 최고의 CEO들을 초청해 한국경제를 알리는데 일등 공신했다. 

“경제계 인사 가운데서 가장 어른인데 맏형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청와대서 기업인 간담회를 열었을 때 손경식 CJ 회장에게 건넨 덕담이다. 손 회장은 당시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인사 가운데 가장 연조가 높았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의 겉옷을 받아주는 등 상당한 예우를 갖췄다. 

손 회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의 방미와 방중 경제인단에 모두 참여하는 등 문재인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1월 동남아 순방 때는 재계 단체장인 박용만 회장을 제외하면 기업 오너일가로서 유일하게 동행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경총 수장으로 추대되면서 다소 소원했던 경총과 문재인 정부의 관계가 다소 풀릴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경총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여러 차례 대립각을 나타냈다. 문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을 추진하자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산업현장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며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경총도 비정규직으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며 “책임감을 지니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문 대통령의 엄중한 반응에 경총의 반발 수위가 다소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경총은 비판적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박병원 전 경총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비판했다. 

선임 과정 잡음
“반성 기회로…”


올해 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부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개선 조짐이 없다”며 “규제 혁파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노사정위원회에 경영계를 대표해 참여하고 있으며 노사정의 사회적 대화의에서 중요한 한 축을 이룬다. 

정부 입장서 경총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유다. 이를 고려할 때 손 회장은 재계를 대변하면서 정부와 관계를 풀어나갈 적임자로 꼽힌다. 무엇보다 손 회장은 이미 재계단체장을 맡아 진보정권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재계와 정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6년 참여정부 시절 손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있을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대한상의 초청 강연에 나선 적도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손 회장께서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상공인들과 소통을 위해 왔다”고 말해 손 회장이 재계와 소통 창구 역할을 했음을 시사했다. 

손 회장은 당시 사회적 대화에도 참여했다. 2006년 노사정위원회를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로 개편할 당시 손 회장은 이수영 경총 회장과 함께 재계 대표로 나섰다. 문재인정부에서 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하고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손 회장의 경험은 사회적 대화 재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하지만 경총 신임 회장 선임 과정서 흘러나온 잡음은 손 회장의 임기 초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관계에 앞서 재계를 대표하는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내홍으로 크게 흔들린 조직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박병원 전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우세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박 회장이 사퇴 의지를 굳히면서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역임한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이 다음 회장에 낙점됐다. 박상희 회장은 “진정한 노사정 상성 모델을 만들겠다”며 취임 소감까지 밝혔다. 

“마지막 사회적 소임”
세부사항 꼼꼼히 챙겨

하지만 회장 선임 권한을 지닌 전형위원회서 반대의견을 내면서 박 회장은 회장에 오르지 못했다. 박 회장이 선임되면 유임될 것으로 여겨졌던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도 자리서 물러났다. 이 과정서 여권이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어려운 과정 끝에 회장자리에 오른 손 회장의 러닝메이트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총은 손 회장에게 현재 공석 중인 경총 상임부회장을 추천하도록 요청했다. 통상 경총 상임부회장 선출은 회장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박상희 회장은 경총 회장 선임 시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을 재임명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박 회장 선임은 무산됐고, 김 전 부회장은 사임을 결정했다. 

손 회장은 자신과 호흡을 맞출 상임부회장으로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동정책, 노사관계 전문가로, 한국노동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국내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이유로 ‘재계 책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기업의 입장을 적극 대변한 김영배 전 경총 상임부회장이 물러난 뒤 후임으로 과거 참여정부에서 일한 최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노조 측 입장을 대변해왔던 만큼 재계의 어려움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이번 회장 선임 과정서 발생한 복잡한 일들을 통해 경총이 변화와 발전을 미루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온화한 리더십
빛나는 친화력

1939년생으로 올해 79세인 손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한일은행과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뒤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직을 거쳐 제일제당(현 CJ)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3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부터다.

현재 그의 공식직함은 CJ㈜ 대표이사 회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드러운 리더십과 모나지 않은 친화력이 손 회장의 최대 강점”이라며 “2005년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기 시작한 이후 여러 재계단체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더욱 그의 진가가 발휘된 케이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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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