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폭탄발언 파문

김윤옥 무슨 사고 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경천동지할’ 일 세 가지 중 하나를 털어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17대 대선 때 당락을 좌우할 큰 실수를 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다만 김 여사의 ‘큰 실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된 상태다. 
 

최근 정두언 전 의원은 ‘경천동지’라는 말을 꺼내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있던 일들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 전 의원의 경천동지 발언은 지난 1월 한 매체를 통해 처음 언급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은 “17대 대선 과정서 경천동지할 일들이 세 번 벌어졌는데 후유증이 대선까지 갔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윤옥 겨냥한
정두언 작심 발언

정 전 의원의 경천동지 발언은 1월23일 JTBC <뉴스룸>을 통해 한층 구체화됐다. 경천동지할 일이 모두 돈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정 전 의원은 “돈도 관련이 되고, 좀 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사람도 관련이 있다”며 “당연히 불법적인 것은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김윤옥 여사가 경천동지할 일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서 가족이 연루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부인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또 같은 날 오후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선 “김윤옥 여사의 돈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김 여사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정 전 의원 발언은 지난달 28일 한층 구체화됐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서 불법 정치자금이 문제였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007년 대선 막판에 김 여사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일을 막느라고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 줬다”며 “요구하는 돈도 사재까지 털어가면서 줬다”고 고백했다. 

그는 ‘김윤옥 여사와 관련된 돈이라는 것은 어떤 성격이냐’는 물음에 “불법자금이 되겠다”고 답했다. 
 

대선 과정서 조성된 자금과 김 여사의 연관성을 묻자 “제가 그런 얘기는 확실하게 드릴 수 없다. 하여간 ‘여사하고도 관련이 있다’라고 까지만 얘기 드리겠다”며 “(대통령)후보 부인의 역할이 크다. 또 부인들 사이서 비용이 많이 나가니까 거기에 정치자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선거 과정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선거 활동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물음엔 “그러니까 비공식적인 돈이 또 들어간다”고만 답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의 작심 발언 뒤 여당은 곧바로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정두언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큰 실수’가 불법자금일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정 전 의원은 뜸들이지 말고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무마했다고 밝힌 만큼 누구보다 진실을 알고 있는 정 전 의원은 귀책사유가 있다”며 “진실은 감춰지지 않는다. 정 전 의원이 사필귀정의 자세로 용기를 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때 최측근
칼 들이댔다

사실 역대 정권마다 친인척 관리는 민감한 문제였고 정권 출범을 앞두고 늘 특별 대책을 발표하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정권이 후반부로 갈수록 구속되는 친인척이 늘어났다. 

친인척을 활용해 ‘한탕’ 하려는 이들의 유혹은 끈질겼다.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몫’ 챙기려는 욕심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범위는 8촌 이내 친족과 외가 쪽 6촌 이내, 부인 김윤옥 여사의 6촌 이내 친족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관련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관리해야 할 친인척이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200여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900여명이었는데 이명박정권에서는 1200여명에 달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를 겨냥한 정 전 의원의 발언이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 사건과 연루됐을 가능성을 내비친다. 당시 김옥희씨의 나이는 74세였다. 

2007년 대선 막판 엄청난 실수?
돈에 각서까지 써주면서 입막음

김옥희씨는 2008년 2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면서 김종원 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3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9년 4월 대법원은 김씨에 대해 징역 3년과 추징금 31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직 공기업 임원 등으로부터 다른 공기업 감사를 시켜줄 수 있다면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당시 민주당은 김옥희씨가 연루된 것을 두고 사기 혐의가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다뤄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측은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인 동시에 사기사건으로 같이 조사돼야 하는 것”이라며 “사기를 쳤는지 안쳤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하는 일로 25억을 반환했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사기를 할 의사가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으니 먼저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조사하고 사기죄 여부를 추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이 김 여사를 언급한 뒤부터 김옥희씨가 더욱 조명 받고 있다. 김 여사는 1947년 경상남도 진주서 태어나 3세 때 대구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창초등학교-대구여중-대구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8년 <여성동아>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은사와 김 여사 오빠의 중매로 처음 만나 1970년 12월19일 결혼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야간 고등학교 시절 은사가 김 여사의 오빠와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1941년생으로 당시 29세, 김 여사는 23세였다. 이 전 대통령이 1965년 입사한 현대건설서 젊은 나이에 이사로 승진해 승승장구할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입사 후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 등 굵직한 일을 도맡아 해냈다. 

이를 인정받아 1977년 불과 35세의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으로 승진했다. 젊은 나이에 중역 부인이 된 김 여사는 조용히 남편을 내조했다. 

다시 들춰지는
숨기고픈 치부

정 전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김 여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가 김 여사에게 달러로 전달됐다는 진술까지 나오며 이 전 대통령 일가 전체를 조여가고 있는 상황에 또 다른 비리 의혹들이 계속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의 비리 의혹이 화수분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김옥희씨가 구속되던 상황이 사실은 김 여사와 연관됐을 가능성마저 의심하는 분위기다. 김어준은 지난 2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서 “과거 김윤옥 사촌언니가 구속된 사건이 있다”며 “당시에 김윤옥 여사 대신 갔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라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과의 깊은 골 때문이라도 정 전 의원이 언젠가는 경천동지할 일들을 밝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 창업공신으로 한 때 ‘MB의 남자’라 불린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의 인물이었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을 끝으로 20년 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정치권에 입문했다. 17대 총선부터 서울 서대문을서 내리 3선을 했다.

정 전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서 지지세가 약했던 이명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를 꿰찼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선 기획본부장으로, 대선 본선에선 총괄기획팀장으로 MB캠프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인수위 시절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주도권을 빼앗긴 정 전 의원은 즉각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파동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그는 4년간 이명박정부의 ‘눈엣가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양편서 ‘권력다툼’을 벌였던 정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은 2012년 저축은행 비리로 나란히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지난 2014년 대법원 판결로 다시 한 번 엇갈렸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나란히 재판을 받은 끝에 이 전 의원은 징역 1년2개월이 확정됐고, 정 전 의원은 파기환송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회생에 성공했다.  

요원한 실체
언제 터질까

최근 정 전 의원은 지속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 주장해왔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다스 관련 의혹에 대해 "이명박정부서 벌어진 일 중에 가장 치졸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역대 영부인 내조 스타일 비교

국민들의 기억에 영부인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각인시킨 육영수 여사는 전형적인 ‘활동형 퍼스트레이디’였다. 영부인 보좌를 위한 청와대 비서실을 최초로 만든 그는 ‘양지회’와 ‘육영재단’ 등 독자적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육 여사는 이들 단체를 통해 여성·장애인·아동 등 소외된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정신지체아동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육 여사의 이런 행보는 의도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의 반(反)민주적 독재통치의 그늘을 가리는 효과를 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역시 육 여사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내조를 아끼지 않은 영부인이었다. 하지만 육 여사와 달리 이 여사는 정권 내내 구설에 시달렸다. 이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 첫날부터 이탈리아산 명품 시계와 휘황찬란한 옷으로 치장하고 등장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아교육 진흥을 위한 ‘새세대육영회’,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지원하는 ‘새세대심장재단’ 등 선의로 시작한 사업조차 이 여사가 자금관리를 독점하면서 비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여사는 또 최근 펴낸 자서전서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밝혀 공분을 샀다. 

손명순 여사는 조용한 그림자 내조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손 여사는 청와대에서 생활한 5년 동안 수행원들과 운전기사, 여성 직원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만드는 활동 등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아침마다 상도동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100인분의 된장국을 준비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희호 여사와 김윤옥 여사는 참여형 퍼스트레이디로 분류된다. 이 여사는 수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바라지만 한 게 아니라 남편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벌였다. 

이 여사는 퍼스트레이디의 단독 해외순방을 처음 시도했고 2002년에는 유엔 아동특별총회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스스로 익힌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반자인 김 여사는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았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오찬과 만찬 메뉴를 직접 고르는 등 적극적인 내조 외교를 펼쳤다. 

김정숙 여사는 묵묵히 뒤를 지키는 그림자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국민과 긴밀히 소통하며 문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돕는다. 김 여사는 대선은 물론 총선 때도 문 대통령에게 마음을 돌린 호남을 종횡무진 누비며 ‘호남특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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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