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폭탄발언 파문

김윤옥 무슨 사고 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경천동지할’ 일 세 가지 중 하나를 털어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17대 대선 때 당락을 좌우할 큰 실수를 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다만 김 여사의 ‘큰 실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된 상태다. 
 

최근 정두언 전 의원은 ‘경천동지’라는 말을 꺼내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있던 일들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 전 의원의 경천동지 발언은 지난 1월 한 매체를 통해 처음 언급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은 “17대 대선 과정서 경천동지할 일들이 세 번 벌어졌는데 후유증이 대선까지 갔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윤옥 겨냥한
정두언 작심 발언

정 전 의원의 경천동지 발언은 1월23일 JTBC <뉴스룸>을 통해 한층 구체화됐다. 경천동지할 일이 모두 돈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정 전 의원은 “돈도 관련이 되고, 좀 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사람도 관련이 있다”며 “당연히 불법적인 것은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김윤옥 여사가 경천동지할 일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서 가족이 연루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부인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또 같은 날 오후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선 “김윤옥 여사의 돈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김 여사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정 전 의원 발언은 지난달 28일 한층 구체화됐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서 불법 정치자금이 문제였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007년 대선 막판에 김 여사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일을 막느라고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 줬다”며 “요구하는 돈도 사재까지 털어가면서 줬다”고 고백했다. 

그는 ‘김윤옥 여사와 관련된 돈이라는 것은 어떤 성격이냐’는 물음에 “불법자금이 되겠다”고 답했다. 
 

대선 과정서 조성된 자금과 김 여사의 연관성을 묻자 “제가 그런 얘기는 확실하게 드릴 수 없다. 하여간 ‘여사하고도 관련이 있다’라고 까지만 얘기 드리겠다”며 “(대통령)후보 부인의 역할이 크다. 또 부인들 사이서 비용이 많이 나가니까 거기에 정치자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선거 과정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선거 활동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물음엔 “그러니까 비공식적인 돈이 또 들어간다”고만 답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의 작심 발언 뒤 여당은 곧바로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정두언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큰 실수’가 불법자금일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정 전 의원은 뜸들이지 말고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무마했다고 밝힌 만큼 누구보다 진실을 알고 있는 정 전 의원은 귀책사유가 있다”며 “진실은 감춰지지 않는다. 정 전 의원이 사필귀정의 자세로 용기를 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때 최측근
칼 들이댔다

사실 역대 정권마다 친인척 관리는 민감한 문제였고 정권 출범을 앞두고 늘 특별 대책을 발표하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정권이 후반부로 갈수록 구속되는 친인척이 늘어났다. 

친인척을 활용해 ‘한탕’ 하려는 이들의 유혹은 끈질겼다.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몫’ 챙기려는 욕심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범위는 8촌 이내 친족과 외가 쪽 6촌 이내, 부인 김윤옥 여사의 6촌 이내 친족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관련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관리해야 할 친인척이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200여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900여명이었는데 이명박정권에서는 1200여명에 달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를 겨냥한 정 전 의원의 발언이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 사건과 연루됐을 가능성을 내비친다. 당시 김옥희씨의 나이는 74세였다. 

2007년 대선 막판 엄청난 실수?
돈에 각서까지 써주면서 입막음

김옥희씨는 2008년 2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면서 김종원 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3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9년 4월 대법원은 김씨에 대해 징역 3년과 추징금 31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직 공기업 임원 등으로부터 다른 공기업 감사를 시켜줄 수 있다면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당시 민주당은 김옥희씨가 연루된 것을 두고 사기 혐의가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다뤄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측은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인 동시에 사기사건으로 같이 조사돼야 하는 것”이라며 “사기를 쳤는지 안쳤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하는 일로 25억을 반환했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사기를 할 의사가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으니 먼저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조사하고 사기죄 여부를 추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이 김 여사를 언급한 뒤부터 김옥희씨가 더욱 조명 받고 있다. 김 여사는 1947년 경상남도 진주서 태어나 3세 때 대구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창초등학교-대구여중-대구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8년 <여성동아>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은사와 김 여사 오빠의 중매로 처음 만나 1970년 12월19일 결혼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야간 고등학교 시절 은사가 김 여사의 오빠와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1941년생으로 당시 29세, 김 여사는 23세였다. 이 전 대통령이 1965년 입사한 현대건설서 젊은 나이에 이사로 승진해 승승장구할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입사 후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 등 굵직한 일을 도맡아 해냈다. 

이를 인정받아 1977년 불과 35세의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으로 승진했다. 젊은 나이에 중역 부인이 된 김 여사는 조용히 남편을 내조했다. 

다시 들춰지는
숨기고픈 치부

정 전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김 여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가 김 여사에게 달러로 전달됐다는 진술까지 나오며 이 전 대통령 일가 전체를 조여가고 있는 상황에 또 다른 비리 의혹들이 계속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의 비리 의혹이 화수분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김옥희씨가 구속되던 상황이 사실은 김 여사와 연관됐을 가능성마저 의심하는 분위기다. 김어준은 지난 2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서 “과거 김윤옥 사촌언니가 구속된 사건이 있다”며 “당시에 김윤옥 여사 대신 갔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라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과의 깊은 골 때문이라도 정 전 의원이 언젠가는 경천동지할 일들을 밝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 창업공신으로 한 때 ‘MB의 남자’라 불린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의 인물이었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을 끝으로 20년 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정치권에 입문했다. 17대 총선부터 서울 서대문을서 내리 3선을 했다.

정 전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서 지지세가 약했던 이명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를 꿰찼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선 기획본부장으로, 대선 본선에선 총괄기획팀장으로 MB캠프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인수위 시절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주도권을 빼앗긴 정 전 의원은 즉각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파동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그는 4년간 이명박정부의 ‘눈엣가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양편서 ‘권력다툼’을 벌였던 정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은 2012년 저축은행 비리로 나란히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지난 2014년 대법원 판결로 다시 한 번 엇갈렸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나란히 재판을 받은 끝에 이 전 의원은 징역 1년2개월이 확정됐고, 정 전 의원은 파기환송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회생에 성공했다.  

요원한 실체
언제 터질까

최근 정 전 의원은 지속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 주장해왔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다스 관련 의혹에 대해 "이명박정부서 벌어진 일 중에 가장 치졸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역대 영부인 내조 스타일 비교

국민들의 기억에 영부인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각인시킨 육영수 여사는 전형적인 ‘활동형 퍼스트레이디’였다. 영부인 보좌를 위한 청와대 비서실을 최초로 만든 그는 ‘양지회’와 ‘육영재단’ 등 독자적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육 여사는 이들 단체를 통해 여성·장애인·아동 등 소외된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정신지체아동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육 여사의 이런 행보는 의도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의 반(反)민주적 독재통치의 그늘을 가리는 효과를 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역시 육 여사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내조를 아끼지 않은 영부인이었다. 하지만 육 여사와 달리 이 여사는 정권 내내 구설에 시달렸다. 이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 첫날부터 이탈리아산 명품 시계와 휘황찬란한 옷으로 치장하고 등장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아교육 진흥을 위한 ‘새세대육영회’,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지원하는 ‘새세대심장재단’ 등 선의로 시작한 사업조차 이 여사가 자금관리를 독점하면서 비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여사는 또 최근 펴낸 자서전서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밝혀 공분을 샀다. 

손명순 여사는 조용한 그림자 내조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손 여사는 청와대에서 생활한 5년 동안 수행원들과 운전기사, 여성 직원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만드는 활동 등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아침마다 상도동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100인분의 된장국을 준비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희호 여사와 김윤옥 여사는 참여형 퍼스트레이디로 분류된다. 이 여사는 수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바라지만 한 게 아니라 남편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벌였다. 

이 여사는 퍼스트레이디의 단독 해외순방을 처음 시도했고 2002년에는 유엔 아동특별총회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스스로 익힌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반자인 김 여사는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았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오찬과 만찬 메뉴를 직접 고르는 등 적극적인 내조 외교를 펼쳤다. 

김정숙 여사는 묵묵히 뒤를 지키는 그림자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국민과 긴밀히 소통하며 문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돕는다. 김 여사는 대선은 물론 총선 때도 문 대통령에게 마음을 돌린 호남을 종횡무진 누비며 ‘호남특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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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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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