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0000000000원’ 한국콜마 베팅의 비밀

‘승자의 저주’ 두렵지 아니한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콜마가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초대형 매물을 사들였다. 기존 사업영역과 동반상승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다만 자금 확보 여부가 변수다.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새어나온다.  
 

글로벌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기업이자 국내 CMO(의약품위탁생산) 1위 기업인 한국콜마가 CJ그룹 제약사인 CJ헬스케어의 새 주인이 됐다. 지난 20일, CJ헬스케어 지분 100%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콜마는 이튿날 바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약 1조3100억원이다.

업계 지각변동

CJ헬스케어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한국콜마는 매출 7000억원대 제약사로 도약하게 된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8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제약사업 매출은 2000억원대 수준이다. 같은 기간 CJ헬스케어의 매출액은 5300억대로 추산된다. 단순 합산 매출액 1조3500억원은 유한양행(1조4622억원)에 이은 제약업계 2위 규모다. 

CJ그룹은 엔터테인먼트와 식품·바이오를 비롯한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CJ헬스케어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CJ제일제당은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해 제약 사업을 시작했으며 2014년 CJ헬스케어로 분리했다.

CJ헬스케어를 손에 넣은 한국콜마는 기존 CMO사업에 CJ헬스케어의 전문의약품과 건강미용 사업을 결합하기 위함이라고 인수 이유를 들었다. 여기에 CJ헬스케어의 의약품·기능성음료 개발·생산·판매 역량이 결합되면 빠른 시일에 제약 부문 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한국콜마의 CMO사업에 CJ헬스케어의 전문의약품과 뷰티&헬스사업이 융합되면 명실공히 종합 제약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를 두고 대체적으로 후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제약업계가 일제히 미래 먹거리로 설정한 화장품 사업이 한국콜마의 주력인 까닭이다. 
 

최근 제약업계는 의약품 제조 노하우를 활용한 코스메슈티컬(의약품+화장품)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화장품 사업은 한국콜마의 경쟁력이 가장 돋보이는 영역이다. 한국콜마는 ODM 화장품 사업서 코스맥스와 업계 1~2위를 다툰다.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의료진들에게 직접 영업 가능한 조직도 갖추게 됐다. 이는 한국콜마가 제약사의 면모를 완벽히 갖추게 됐음을 뜻한다. 또한 '컨디션' '헛개수' 등으로 잘 알려진 CJ헬스케어의 인지도를 통해 한국콜마의 브랜드 가치 확장도 기대해봄직하다. 

초대형 매물 CJ헬스케어 집어삼켜
시너지 효과 기대…일각선 우려도

커진 덩치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자금조달이다. 말 그대로 기대 반 걱정 반인 상태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를 위해 1조31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금액 가운데 500억원(인수금액 대비 4%)만 계약금 형식으로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일 CJ그룹 측에 넘겨졌을 뿐이다. 제약업계는 3월 중 실사와 1차 대금 납부가 이뤄진 뒤 상반기 내에 잔금 결제를 통해 인수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최대한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콜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9억원인데 반해 차입금은 1005억원으로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지주사인 한국콜마홀딩스 역시 현금 사정이 빠듯하다. 한국콜마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719억원, 장단기 차입금은 1879억원이다.

그나마 우군의 뒷받침이 있다는 건 다행이다. 한국콜마는 CJ헬스케어 인수에 참여하면서 사모투자운용사(H&Q코리아와 미래에셋자산운용PE,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맺었다. 구체적인 분담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재무적투자자인 3개 사모투자운용사가 에쿼티 금액(지분 또는 기업재산에 대한 자본주 또는 기업주의 권리나 청구권) 절반을 나머지 절반은 한국콜마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콜마의 부담액수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해당 금액은 인수금융(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나은행, 하나금융투자 등과 함께 주선사로 이번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비용은 만만치 않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화장품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금리마저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든 만큼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40억원에 그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K증권 서영화 연구원은 “한국콜마는 일정 기간 사모펀드에 확정이자를 지급, 매년 혹은 일정 기간 이후 사모펀드의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며 “한국콜마를 레벨업 시켜주는 요인은 분명하지만 현재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재무적 부담 요인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인수 가격의 적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복제약을 위주로 하는 CJ헬스케어의 포트포리오 특성상 신약개발 가능성을 높게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수 합병에 쏟아부어야 하는 현금을 감안하면 인수 직후부터 연구·개발(R&D)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고 보장하기도 힘들다. 

빌린 돈으로…

한국콜마 관계자는 “인수를 통해 화장품, 제약, 건강식품 세 영역을 균형 있게 갖추게 됐고 이 같은 플랫폼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라며 “잔금 처리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비용 부족을 우려하는 일부의 의견은 단순 기우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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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