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 ‘미리 보는 평창’ 북한 참가 관전포인트

손잡고 입성하지만…미녀 응원단만 보이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다가올수록 대회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서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데다 국제무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북한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작용한 덕분이다. 다만 급작스럽게 이뤄진 결정이라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대형 이벤트다. 개최국으로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남과 북이 단일팀으로 올림픽을 치른다는 점이야말로 평창올림픽에 차별성을 부여한다. 

어려워 보였던
 단일팀 구상

당초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까닭이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뒤 상황이 급반전됐다. 

북한의 참가 수순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역대 올림픽 최초 남북 단일팀 성사가 최종 결정됐다. 

지난달 21일 스위스 로잔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 참가 남북회의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에 참여하는 북한 선수단의 규모를 46명으로 승인했다고 말했다. 북한 역대 동계올림픽 최대 규모다. 


애초에 북한은 선수 10명, 임원 10명을 파견할 예정이었지만 논의 끝에 선수 22명, 코치를 포함한 임원 24명으로 선수단 구성을 완료했다.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알파인과 크로스컨트리 각 3명씩 이름을 올렸다. 북한 선수들은 5개 종목에 출전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는 전체 북한선수 인원의 절반이 넘는 12명이 포함됐다. 

단일팀 구성이 확정되면서 한국 선수 23명을 포함한 총 35명의 여자 아이스하키 엔트리도 확정됐다. 

순식간 매듭진 단일 결론 
북한 선수들 메달은 글쎄

올림픽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최초지만, 국제적인 이벤트나 세계선수권서 남북은 종종 단일팀을 구성한 적이 있다. 남북 최초 단일팀 구성은 1991년 일본 지바서 열린 탁구 제41회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남한 현정화와 북한 이분희를 주축으로 하는 남북단일팀은 여자 단체전에 나서 중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 한 번의 단일팀은 축구였다. 1991년 포르투갈서 열린 20세 이하(U-20)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였다. 당시 북한 안세욱 감독, 남한 남대식 코치와 함께 18명으로 구성된 단일팀은 조 2위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들은 참가에 의의를 둔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2010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인데 이번에 평창에 올 북한 선수들은 대부분 국제대회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나서는 렴대옥-김주식 조다. 이들은 세계선수권 대회서 15위권 정도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렸던 2017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대회서도 15위를 기록했고, 2016년 4대륙 선수권에선 7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북한 선수들
메달 가능성은?

쇼트트랙 남자 500m와 1500m에 출전하는 최은성과 정광범은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고, ISU에 프로필조차 등록돼있지 않다. 최은성은 지난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선 준준결승까지 진출했고, 올 시즌 월드컵 1,2차 대회에 개인전 전 종목에 참가했다. 

한국서 열렸던 4차 월드컵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알파인 스키에 출전하는 최명광, 강성일, 김련향도 국제대회 출전 경력이 많지 않다. 최명광은 지난해 이란서 열린 슈퍼-G 대회 출전해 11명 가운데 한 번은 10위, 한 번은 11위를 기록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김련향은 같은 대회서 10명 중 8위, 11명 중 10위에 그쳤다.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프리스타일에 출전하게 된 한춘경과 박일철, 여자 10㎞ 프리스타일의 리영금은 지난해 4월 러시아서 열렸던 대회에 출전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들은 모두 92명의 선수 가운데 90위권을 기록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화제성과 별개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메달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세계 랭킹 25위에 불과하다. 약체로 분류되는 한국보다 3계단 밑이고 전체적인 실력서도 한국 대표팀에 비해 밀린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해 4월 강릉서 열렸던 세계선수권 대회 디비전 2그룹A 4차전서 한국에 0-3으로 패했다. 세라 머리 대표팀 총감독은 지난달 16일 “아이스하키 3-0의 스코어는 축구의 3-0 스코어 차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와 단일팀 구성은 화제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고 이는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다. 

여기에 한국서 열리는 올림픽서 남북 단일팀이 함께 뛴다는 상징성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지칭하고 이전 정부서 무너졌던 남북 관계를 다시금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해 대외 여론도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 연방 상·하원은 지난달 29일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초당적인 결의안을 각각 발의하고 의회 차원 지지를 모았다. 

이번 결의안에는 한미 정상간 평화·안전 올림픽 개최 노력 합의,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평창 올림픽 지지 및 안전 올림픽의 확고한 공약 재확인, 한반도·동북아 평화와 번영 기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기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확실한 상징성
호의적인 시선

국내서도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이 61%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지난달 31일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시민 인식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설문조사 전문업체인 마켓링크에 의뢰해 진행했다. 조사대상자는 연령과 거주 지역을 고려한 할당표집으로 선정했다. 응답률은 15.3%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 포인트다.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1074명 가운데 북한 선수단 참가, 남북 공동 응원에 대해 각각 61%, 58%가 긍정적 의견을 밝혔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예상치 못한 잡음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문제였다. 기존에 국가대표로 피땀 흘려 노력했던 선수들의 박탈감은 고려하지 않고 단일팀을 밀어 붙이는 모양새는 공정한 경쟁을 무시한 북한의 무임승차로 비춰졌다.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출전하는 경기에는 엔트리 22명 가운데 북한 선수 3명이 의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 결국 우리 선수 3명이 엔트리서 제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촉박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단일팀을 구성하는 데 있어 소통이 부족했고 일방적인 비난이 들끓었다. 여기에 이낙연 총리의 “어차피 메달권이 아니다”라는 발언까지 겹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다.   

화해 분위기 조성 상징성 충분
올림픽 끝나면 다시 ‘안갯속?’

공교롭게도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확정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60%대 아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2∼24일 전국 성인 150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지난주 주간집계보다 6.2%포인트 내린 59.8%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청와대로 입성한 문재인정부가 단일팀 구성 과정서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 뒷따랐다.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완화된 남북 긴장관계가 순식간에 돌변하지 말란 보장도 없다. 평창서 보여준 남북의 우호기류가 올림픽 이후 급격하게 식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이미 북한은 대회 개막 하루 전인 오는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치르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평창을 주시하고 있을 때 다시금 자신들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북한의 전형적인 이중적 행보라는 평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남북의 사이가 악화되면 현 정부는 역풍을 피할 수 없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에는 대규모 북한 응원단이 파견된다. 오는 8일과 11일 각각 서울과 강릉서 북한예술단 공연이 잡혀 있다. 태권도시범단의 경우 서울 공연은 물론이고 평창올림픽 개막식 식전 공연 여부도 합의 중이다. 

공정성 흠집
예상 못한 잡음

하지만 남아 있는 남북 합의 사항이 모두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북한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도 개막을 20여일 앞둔 상황서 응원단 파견을 철회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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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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