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칠 김상조 키워드6

지금까진 몸풀기 지금부터 본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이 되면서 재계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그의 행보에는 몇 가지 키워드가 따라다니는데 기업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경영전략을 펴는 모양새다. 새해에도 큰 틀에서 김상조호의 공정위는 달라질 것이 없다. 재계를 덮칠 여섯 가지 키워드를 확인했다.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장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평소 김 위원장이 재계의 재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스탠스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었다.

1.일감

공정거래위원회는 거래 주체간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김 위원장은 현재 재계에 불공정거래가 만연해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일정 부분 재벌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재벌 경영 문제의 ‘시발점’을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하고 있으며 실제로 꾸준히 일감 몰아주기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서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엄중 제재하고,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을 위해 공익법인과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 조사 및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 경영권 승계, 중소기업 경쟁기반 훼손의 대표적 사례로,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일 경우 내부거래 비중은 11.4%에 불과하지만 100%일 경우 66%에 달한다. 또 SI(69%), 부동산 임대·관리(56%), 물류(34%) 등 중소기업 집중업종서 내부거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친족분리 기업의 사익편취 적발 시 분리를 취소하고,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내부거래 등 취약분야의 공시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기업집단포털시스템 고도화 추진 등을 통해 시장감시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서둘러 문제가 예상되는 기업들을 정리하고 있다. 

태광그룹, 대림 등은 과거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된 기업들 정리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먹튀’라는 지적이 일기도 하지만 문제가 되는 기업들을 정리하는 부분에는 반색하고 있다.

2.프랜차이즈

김 위원장이 공정위의 ‘방향키’를 잡았을 때 최초의 행보는 가맹점의 문제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었다. 지난해 7월 취임 한달째를 맞은 김 위원장은 가맹본부 단체인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를 만나 선진화된 비즈니스 모델로의 과감한 전환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선진국은 브랜드 로열티를 내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데 우리는 필수품목 공급 과정서 마진을 붙이고 광고 및  매장 리뉴얼하는 과정서 수익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재 프랜차이즈의 수익 모델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구체적인 대책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달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경제력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갑질 피해가 많은 주요 외식업종 50개 가맹본부에 대한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6대 과제는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가맹점주 피해방지 시스템 확충 ▲정보공개 강화 ▲광역지자체와 협업체계 마련 ▲피해예방시스템 구축 등이다.

이에 따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프랜차이즈에 대해서는 과감히 조사를 실시하고 제재를 가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검찰에 고발도 불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정위가 프랜차이즈의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면서 고발 조치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정 전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동생 회사를 통해 치즈를 납품받아 치즈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의혹과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출점 등이다.

압박 수위 높이는데…실효성은 아직
6가지만 보면 공정위 방향키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지난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정 전 회장의 동생에게는 무죄를, MP그룹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생 정씨로 하여금 부당이익을 취하게 해 치즈 가격을 부풀렸다고 보기 어렵고, 공급 가격이 정상 형성됐다”며 “(탈퇴 가맹점주에 대한) 위법한 보복행위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딸 정씨와 측근에 대한 허위급여 지급을 인정하며 “국내서 손꼽히는 요식업 프랜차이즈로 법률과 윤리를 준수하며 회사를 운영할 사회적 책임을 버리고 부당지원했다”고 판단했다. 


미스터피자의 고발 조치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나자 김 위원장의 프랜차이즈 개혁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공정위의 다음 행보에 프랜차이즈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3.중소기업

김 위원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제적 약자를 위한 지원도 올해 더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대·중소기업간 공정한 거래기반 조성을 위해 협상력 격차를 해소하고 불공정거래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전속거래 관행 개선을 위한 하도급 분야 전속거래 실태조사 실시한다. 원가 등 경영정보 요구 관행 근절을 위해 금지대상 경영정보도 구체화한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상공인의 부담완화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비용분담 합리화를 위해 마련한 제도들이 시장서 효과적으로 작동, 자율적 분담·조정으로 이어지도록 독려·점검한다. 

더불어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의 4대 불공정행위에 징벌배상제를 도입하고,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배상제를 강화(배상액 3배→10배)한다. 4대 불공정행위는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에 종업원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이다. 


TV홈쇼핑, 대형슈퍼마켓 분야에 대해 직권조사도 실시한다. 가맹사업의 경우 판촉행사 시 사전동의를 의무화하고, 가맹금 수취를 기존 공급물품 유통마진 부과방식서 매출액의 일정비율만 지급하는 로열티 방식으로 전환토록 유도하기 위해 협약평가기준을 개선한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대리점단체 구성권을 인정하고 상생협약 체결 등 대리점 분야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4.내부단속

내부단속에도 한창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후 지금까지 공정위의 OB(올드보이)로 불리는 공정위 퇴직자들과 현직 공정위 직원 간 유착관계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쓴소리를 내놨다. 

취임 초기 김 위원장은 OB과의 만남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만나야할 경우가 생기면 기록을 당부했다. 그러나 실제 보고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외부 관계자들, 특히 OB와의 접촉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시스템은 지난 12월에 마련돼 올 1월부터 시범시행을 거친 후 2월부터 공식 시행한다. 

공정위 직원이 조심해야 할 부분은 OB와의 만남 뿐 아니다. 기업이나 로펌으로 이직한 공정위 OB(퇴직자)뿐만 아니라 대형로펌에 소속된 변호사·회계사, 기업 대관담당자와 접촉한 공정위 직원은 일일이 기록에 남기고, 누락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됐다. 

경제민주화 가는길
쉽지 않은 난제들

‘부정 청탁’이 이뤄진 외부인은 향후 1년 간 접촉을 금지하는 방안도 담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제도 시행에 앞서 접촉가능성이 높은 민간인에게도 “업무 관련성이 있는 모든 민간인 접촉을 보고하겠다고 언명한 만큼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문자를 발송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건 처리의 공정성·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정위 공무원이 퇴직자 등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외부인과 접촉할 경우 그 내용을 보고하도록하는 ‘외부인 접촉 관리규정(훈령)’을 제정했다. 

이는 그간 공정위의 불신을 씻고 신뢰를 제고하겠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실험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부인 접촉 차단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 부정한 접촉을 막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며 “공정위 신뢰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제도 시행에 앞서 내부 규정서 한발 더 나아가 로펌 변호사, 대기업 대관 담당 외에도 모든 민간인 접촉을 보고하겠다고 지인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그간 시민단체서 활동하면서 대기업 임원들과 잦은 접촉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접촉에 대해서는 기록에 남기고 투명화하겠다는 취지다.

5. 4대 그룹

김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재계의 개혁을 4대 주요 그룹부터 시작할 것을 천명했다. 해당 4대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4대그룹 주요경영인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박정호 SK사장, 하현회 LG 사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 그룹에 대해 12월까지 변화의지를 보일 시간을 줬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 일간지와 인터뷰서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12월 정기국회 법안 심사 때까지가 1차 데드라인”이라며 개혁의 의지가 안 읽힐 경우 구조적 처방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4대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집단들은 한국경제가 이룩한 놀라운 성공의 증거이며 미래에도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간 대기업집단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우리 대기업집단들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없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기업인들 스스로 선제적으로 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기준에는 4대그룹 변화가 미치지 못 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김 위원장은 이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각 그룹의 문제점은 그룹 내에서 가장 잘 알고 있다”며 “문제는 실행하는 결정인데 그 결정을 빨리 해달라는 것이다. 변화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을 보여달라”고 날을 세웠다.

자율적인 개혁의 시간을 줬지만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생각만큼 진척이 안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제재는 없다. 재계가 김 위원장의 다음 결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6.경제민주화

김 위원장의 둘러싼 키워드는 ‘경제민주화’로 가는 수단이다. 그는 지난 18일 경제민주화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갑을관계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하도급 대책도 그것에 포함되지만 가맹·유통·대리점 분야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경제민주화가 단순히 구호로만 좋은 게 아니라 국민 삶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게 지난 6개월 간 주력한 분야”라고 말했다.

특히 “그것을 통해 우리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으로 확산하고 그 결과가 다시 한 번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더 위로 상승하는 ‘트랙’의 국민경제·공정경제의 기반을 만드는 일을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에도 주력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개혁의지가 취임 반년이 넘어가면서 드러났다”며 “그 가운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부분도 있지만 강도 높은 압박에 재계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완급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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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