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감 엑소더스’ 막전막후

수천억씩 땡기고 이제 와서 아닌 척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독당국의 칼날이 매섭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 기업에 대해 고발 조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재계는 서둘러 문제가 될 기업들을 정리하고 있다.
 

공정위의 드라이브가 영향을 미쳤을까. 과거 논란이 되던 그룹들이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일감 몰아주기 관련 기업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그룹이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정부의 중점과제인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의 과제에 적극 부응하고, 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경영에 대한 사회요구에 화답하기 위해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대림산업의 쇄신안이 불공정행위에 대한 높은 감시를 피하려는 행보로 판단하고 있다. 

오너의 회사들
계열사서 팍팍

대림그룹은 하이트진로만큼이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그룹이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대림그룹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C&S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감독당국의 사정 압박이 정점에 달했다는 말이 나온다. 

공정위 의지에
논란 기업 정리

대림그룹은 대림산업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며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대림산업 지분은 대림코퍼레이션이 21.67%를 쥐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지분 52.35%를 가지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강도 높은 검증을 받게 될 기업은 오너 및 친족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는 켐텍(90%), 에이플러스디(100%) 등이다.

켐텍은 2010년 설립됐다. 주 사업목적은 자재구매다. 켐텍은 설립초기 이 부회장의 동생 이해창 부사장이 60%, 부친 이준용 명예회장이 30%, 대림코퍼레이션이 10%의 지분을 가져갔다. 

이후 이 명예회장이 지분 30%를 이 부사장의 딸 이주영씨에게 넘겼다. 켐텍은 이 부사장 일가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셈.

이 부사장이 켐텍 증자에 참여하면서 현재 지분율은 이해창(68.37%) 이주영(23.72%) 대림코퍼레이션(7.91%) 등으로 집계된다.


켐텍은 대림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추세다. 2013년 2억5000만원 규모의 일감은 2016년 기준 345억원까지 확대됐다. 전체 매출액(1414억원)의 24.4%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거래금액과 비중 모두 일감몰아주기 감독 대상에 포함돼 이번 공정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관리 업체인 에이플러스디의 경우 4세 승계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었다. 그러나 대림산업의 쇄신안 발표에 따라 내부거래가 감소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4세 승계작업이 멈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공개된 쇄신안에 따르면 대림그룹은 에이플러스디의 주주인 이 부회장(55%)과 그의 아들 이동훈씨(45%)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자산 72억원, 매출 44억원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이 부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라는 점에서 향후 승계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던 곳이었다. 

승계작업의 핵심 역할을 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지주사 역할을 하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회장이 단독 지배하다 대림에이치엔앨(물류), 대림아이엔에스(정보통신)과 잇따라 합병했다. 

합병을 통해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을 52.3%까지 끌어올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전히 내부거래 물량이 많은 점도 사정당국의 꼼꼼히 들여다볼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코퍼레이션의 2016년 기준 2조6059억원의 매출 가운데 20.09%인 5236억원이 계열사 물량으로 집계됐다.

한화그룹도 논란이 되는 기업들을 서둘러 정리하는 모습이다. 한화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 관련 조사를 공정위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이 떨고 있는 이유는 명쾌하다. 2015년부터 공정위는 한화, 하이트진로, 현대, CJ, 한진, LS 등 6개 그룹에 대한 대기업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했다. 

그 가운데 공정위의 제재를 받지 않은 곳은 하이트진로와 한화였는데 이번에 하이트진로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한화만 역시 어떻게 조사가 마무리 될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9월 낸 ‘주주대표 소송 판결을 계기로 본 한화에스앤씨(S&C) 관련 지배구조 문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화가 한화에스앤씨 주식을 총수 아들에게 헐값에 넘겼다는 혐의에선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일감 몰아주기와 회사기회유용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지적했다.


대기업 잇달아 내부거래 해소안 발표
통큰 결단 같지만 챙길 건 다 챙겼다

한화에스앤씨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50%, 25%, 25% 등 총 100% 지분을 갖고 있으며, 한화 계열사의 아이티(IT) 관련 일감을 받는다.

대법원은 지난해 경제개혁연대와 한화 소액주주 2명이 김 회장과 한화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주주대표소송 상고심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2005년 한화가 갖고 있던 한화에스앤씨 주식 40만주(지분 66.7%)를 김동관 전무에게 헐값에 매각해 한화에 600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한화에스앤씨의 공시를 분석해보면, 이 회사는 2001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설립돼 2005년 총자산(연결기준) 723억원 규모의 회사였다. 이후 한화그룹의 계열사 일감을 성장동력 삼아 성장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총자산은 2조5280억원, 매출은 8579억원으로 증가했다. 2005년에  비해 총자산은 35배, 매출은 7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화에스앤씨의 내부거래 비중은 50% 수준이었다.


김 전무는 한화에스앤씨로부터 325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보유 주식 가치는 7117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의 주식 매입가 614억원을 빼면 11년 동안 6828억원이나 재산가치가 증가한 셈이다.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씨의 지분을 더하면 이들 형제는 한화에스앤씨를 통해 1조3542억원의 돈을 벌었다.

한화는 이 같은 논란을 미리 피해갔다. 한화에스엔씨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한화에스엔씨는 지난해 8월 스틱인베스트먼트서 운용하는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컨소시엄에 정보기술 서비스 사업부문에 대한 지분 44.6%를 2500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결정에 따라 한화에스앤씨는 기존 존속법인과 사업부문 법인으로 물적분할이 진행되고 스틱컨소시엄은 분할된 사업부문 법인의 지분 44.6%를 인수하게 된다. 예정대로 회사가 분할하면서 공정위 규제 대상서 벗어나게 됐다.  

한화프런티어와 한화에스앤씨로 분할이 이뤄지면 기존 SI업무는 모두 신설회사인 한화에스앤씨로 이전하는 데 공정위 규제 대상에 오너 일가 회사인 한화프런티어의 자회사인 신설 한화에스앤씨는 제외된다.

태광그룹도 지난해 말 쇄신안을 발표하며 공정위의 칼날을 피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태광그룹이 핵심 자회사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단순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그동안 태광그룹 지배구조는 이호진 전 회장과 그의 아들 이현준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유지됐다.  
 

이 때문에 태광그룹은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전 회장 부자가 소유한 티시스와 태광그룹 소속 6개 금융계열사가 내부거래로 공정위로부터 제재 또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때문에 올해 도입될 예정인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포함될 경우 이 전 회장에 대한 규제 강도가 더욱 세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태광그룹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태광그룹은 지난달 ‘한국도서보급’과 ‘티시스(투자부문)’ ‘쇼핑엔티’ 등 3개사의 합병 계획을 공시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티시스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짐에 따라 보유하고 있던 1000억원 상당의 ‘티시스’ 지분 전체를 무상으로 증여할 계획이다. 

해당 지분은 올해 상반기 중 증여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의 무상 증여 등 후속조치가 완료되면 이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시스 등 계열사를 둘러싼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이 모두 해소된다. 합병 예정일은 오는 4월1일이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전체 계열사 수가 26개서 22개로 줄어들게 된다. 

조사는 시작
과연 결과는?

특히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는 ‘세광패션’ ‘메르벵’ ‘에스티임’ ‘동림건설’ 등 7개서 ‘한국도서보급’ 1개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한 내부거래 가능성도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개선작업은 지배구조 개혁에 관한 그간의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며 “출자구조의 개혁에 그치지 않고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 윤리경영시스템의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해 선진 지배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강한 조사를 받고 있는 그룹 가운데 하림도 빼놓을 수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취임한 후 대기업집단에 대한 첫 조사로 하림그룹을 정조준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공정위가 하림을 어디까지 파헤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상속세를 정당하게 납부하지 않고 기업을 물려준 행태가 드러날 경우 사회 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워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도 예상된다. 

하림그룹은 2016년 자산 규모가 10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정부 심상찮은 낌새
부랴부랴 먹튀 러시 

공정위는 김홍국 회장이 2012년 장남 준영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원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준영씨는 현재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올품' 주식 100%를 김 회장으로부터 2012년 물려받으며 증여세로 100억원을 냈다. 

이를 통해 준영씨는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당시 하림그룹의 자산규모가 3조5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증여세가 적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증여세를 마련하는 방법도 문제로 지적됐다. 

올품이 2016년 100% 주주인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 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하는 방식을 동원하면서 그는 올품 지분 100%를 유지하면서도 회사로부터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공정위는 올품 매출액이 5년 만에 급격히 성장하면서 일감 몰아주기로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운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올품 매출액은 준영씨가 증여받기 전인 2011년 706억원이었지만 2016년에는 4039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서 하림 계열사에 닭고기와 동물 의약품 등을 팔아 2015년 745억원, 2016년 848억원을 벌어 내부거래 비중이 20% 이상이었다. 현재까지 하림의 구체적인 없는 상황. 공정위의 하림에 대한 처분에 눈길이 쏠릴 수 밖에 없다.

한국타이어도 지난해 대규모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감시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문제가 됐다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어떤 방식으로 해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계열사인 신양관광개발, 엠프론티어, 엠케이테크놀로지는 계열사의 일감으로 성장하고 있다. 내부거래 비중은 엠프론티어 81.8%, 엠케이테크놀로지 98.6%, 신양관광개발 100% 등으로 집계됐다. 

그룹의 건물·시설관리와 부동산임대업 등을 담당하는 신양관광개발의 경우 2014년부터 매출의 100%를 내부거래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오너 일가의 지분이 상당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양관광개발은 그룹의 건물 및 시설관리용역 부동산임대사업을 주사업 목적으로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100%다. 

없앤다고 
없어질까 

전산체계관리와 시스템통합서비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엠프론티어는 조현범과 조현범, 조희경 등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가 각각 24%와 24%, 12% 지분율을 나타내고 있다. 엠케이테크놀로지는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각각 20.0%, 29.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관련 이슈는 편법 승계를 위해 끊이지 않고 논란이 제기됐다”며 “공정위의 제재 의지가 강해 재계 스스로 논란이 될만한 기업들을 서둘러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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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