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고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를 짚어봤다.
신안그룹은 휴스틸, 신안인스빌, 웰리힐리파크, 리베라CC, 호텔 리베라, 신안저축은행, 신안코스메틱 등 건설·레저·금융·호텔·제조·화장품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이다. 휴스틸을 제외한 나머지는 비상장 회사고 배당을 실시하는 계열사는 휴스틸과 신안저축은행 두 곳이다.
회사 어려운데…
강관 제조업체인 휴스틸은 2016년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경험했다. 연결 기준 매출 3640억원, 영업이익 13억원, 순손실 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이 16.9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4.15% 감소했다. 순이익은 적자전환 했다.
강관 판매량이 줄어든 게 실적 악화로 연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수요부진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보호 조치로 인해 수출에 애를 먹었다. 또 조선 등의 산업 장기 침체로 국내 매출도 부진했다.
그럼에도 배당 규모는 더 커졌다. 2016회계연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휴스틸은 34억5900만원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1주당 배당금은 500원, 시가배당율은 3.3%였다.
휴스틸은 2015년 27억6700만원(1주당 배당금 400원, 시가배당율은 2.5%)을 배당한 바 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배당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휴스틸은 2014년에 48억4300만원(1주당 배당금 700원, 시가배당율은 3.8%)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었다.
하지만 이 시기는 매출 5538억원, 영업이익 194억원, 순이익 150억원을 기록하는 등 휴스틸이 한창 고공행진을 벌이던 시기다.
배당이 실시된 최근 3년 회계연도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비율)’이 굉장히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32.2%였던 배당성향은 이듬해 399.3%로 치솟더니 2016년에는 -622.1%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순이익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 배당금으로 빠져나갔음을 뜻한다.
한술 더 떠 2016년에는 적자인 상황에서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셈이다.
마르지 않는 돈줄 휴스틸
순손실에도 배당은 확대
물론 배당의 기본 취지가 주주들에게 회사의 이익 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휴스틸이 취하는 적극적인 배당정책은 순기능을 내포한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배당에 인색하다. 코스피 상장사의 지난 3년 평균 배당성향은 23.8%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30%대를 형성하는 통상적인 개발도상국들의 배당성향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이익잉여금도 충분히 쌓인 상태다. 2014년 2285억원이던 이익잉여금은 이듬해 2259억원, 2219억원 등 매년 감소추세지만 배당 규모를 더 키웠어도 회사 재정에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배당의 최대 수혜자가 박순석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2016년 말 기준 휴스틸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박 회장이 지분율 27.72%(191만7838주)로 최대주주에 등재돼 있다.
이외에도 박훈 휴스틸 대표(3.13%, 21만6344주), 박상훈 신안저축은행(3.01%, 20만8412주), 박지숙씨(2.84%, 19만6572주), 박지현씨(2.00%, 13만8372주), 박현선씨(2.00%, 13만8372주), 박현정씨(2.00%, 13만8372주) 등 박 회장의 자식들이 특수관계인 명단에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오너 일가 구성원들이 보유한 휴스틸 지분율의 총합은 절반에 육박하는 42.70%에 이른다.
이 같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오너 일가는 쏠쏠한 배당금을 챙길 수 있었다. 9억60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은 박 회장을 필두로 박 대표(1억800만원), 박 이사(1억400만원), 박지숙씨(9800만원)가 1억원 안팎의 배당금을 손에 넣었다.
박지현씨, 박현선씨, 박현정씨에게는 각각 6900만원씩 배정됐다. 오너 일가서 받은 배당금의 총합은 14억7700만원이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오너 일가가 수령한 배당금은 50억원에 육박한다. 오너 일가는 2014년 20억6000만원, 2015년 11억8000만원을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바 있다. 이 가운데 박 회장이 수령한 배당금은 21억1000만원이다.
공교롭게도 배당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모습과 반대로 휴스틸은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이유로 직원 정리에 나서 묘한 대조를 이뤘다. 휴스틸은 2015년 9월 과장 및 대리급 직원 98명에게 희망퇴직 명목의 사직원 제출을 요구해 87명의 사직원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부당해고 후 복직 판결을 받고 돌아온 직원들을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도록 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서 복직자들을 내쫓기 위해 이른바 ‘해고 매뉴얼’을 만들어 퇴직을 압박했던 정황이 드러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엄청난 배당성향
오너 일가는 그룹 내 비상장 금융 계열사인 신안저축은행서도 배당금을 받고 있다. 신한저축은행 2016년 사상 첫 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총액은 80억2500만원, 1주당 배당금 750원, 배당성향은 47.8%였다.
신안저축은행 주주명단에는 박 회장과 박 대표가 포함돼있다. 두 사람의 지분율은 각각 9.32%(99만7138주), 7.42%(79만4096주)다. 지분율에 의거해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박 회장은 7억5000만원, 박 대표는 5억90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