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가려진 왕회장 제약사 미등기 총수 백태

돈만 챙기고 법적 책임은 일꾼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 오너 일가의 미등기 임원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변할 의지는 안 보인다.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따가운 눈총을 받는 업체들을 확인했다.
 

2013년부터 미등기 임원에 대한 연봉공개 의무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효됐다. 개정안은 5억원 이상의 대기업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에 대한 공시의무를 명문화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기업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부담스러워”
연봉 공개 때문?

그러나 기대감이 사라지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기업들이 올린 사업보고서에서 총수들의 연봉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는 반대로 대거 기업 오너 일가 경영인들이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 자신의 연봉을 감췄다. 

이 같은 기조는 재계 상위 그룹부터 중견그룹까지 퍼져있다.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계연도 2016년 1월부터 12월 사이 1878개 전체 상장사 임원 1만1706명 중 보수가 공시된 임원은 총 694명으로 전체 임원의 5.3%에 불과했다. 


전체 사내이사 6375명 대비로는 보수가 공개된 임원은 10.89% 수준이다.

제약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인 2013년까지 등기임원이었으나 이후 등기임원에 물러났다. 

그러나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녹십자의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제외)는 4명이 있는데 1인당 평균 2억9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이들 가운데 개별 보수 공개 대상인 연봉 5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는 없었다.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5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경영대학원서 석사학위를, 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회사 생활은 1988년 한일시멘트서 이사로 시작했다. 1991년부터는 녹십자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긴 후 전 녹십자 회장이자 형인 허영섭 회장이 작고하면서 2009년 회장 직에 올랐다.

그는 녹십자를 1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녹십자의 2016년 기준 매출액은 1조331억원 규모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93억원, 629억원 수준이다. 

그는 녹십자 지분 11만7173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 수준이지만 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이자 녹십자 지분 50.06%를 가지고 있는 녹십자홀딩스를 통해 녹십자를 지배한다. 녹십자홀딩스는 허 회장의 우호지분이 43.46% 달한다.


날선 비판에
미동도 없어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도 미등기 임원이다. 임 회장은 2014년 1분기까지 등기임원으로 있다가 같은 해 2분기부터는 미등기임원이 됐다. 이에 따라 2013년 임 회장의 연봉이 공개됐다. 

그의 당시 연봉은 8억4600만원이었다. 하지만 회장직은 계속 유지한 채 현재까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2014년 1분기 당시 등기임원은 총 5명이었는데 이들의 누적 보수 총액은 6억200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으로 환산하면 1억2000만원 수준이다. 한미약품도 녹십자와 마찬가지로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없다. 

임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미약품은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액 8827억원, 영업이익 26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02억원 수준. 전년에는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지분 5만7857주를 전 직원에게 증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도 했다. 1100억원 규모로 전 직원에게 증여하기까지 1년8개월이 걸렸다.

일동홀딩스 윤원영 회장도 임원 등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연결 기준 7951억원의 매출을 이끌었다. 현재 일동홀딩스의 지분 6.42%를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의 아들인 윤웅섭씨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씨엠제이씨가 지분률 8.34%로 최대주주 자격을 가지고 있고 윤 회장이 뒤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윤 회장도 다른 많은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전인 2012년까지 임원등기를 했다가 이듬해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 그가 등기임원에 포함돼있던 2012년에는 총 5명이 등기임원이었는데 이들에게 총 16억723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가 이듬해 15억7280만원으로 줄었다. 

2013년 이후 5억원 넘는 등기임원이 없다.

제일파마홀딩스 한승수 회장 역시 미등기임원이다. 제일파마홀딩스는 2016년 기준 6172억원 매출을 시현했다. 영업이익 93억원, 당기순이익 78억원 수준이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지난해 제일약품 등을 주력 계열사로 하고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앤파트너스 등 4개 사업부분으로 구성된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현재 지주사인 제일파마폴딩스는 오너 3세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한상철 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승계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는 등기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도 
꼬박꼬박 배당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 회장이 27.3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이어 한응수씨가 6.91%, 한 사장이 4.66%, 한 회장의 부인 이주혜씨가 2.40% 등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2016년 기준 제일파마홀딩스의 등기이사는 총 4명이다. 이들의 보수의 총 합은 10억6842만원이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억6000만원 수준이다.
 

신풍제약 역시 오너 일가인 장원준 사장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 사장은 신풍제약의 지분 5.12%를 가지고 있다. 그의 어머니 오정자씨는 11.95%의 지분율로 집계됐다. 

신풍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 42.75%를 가지고 있는 송암사다.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송암사는 장 사장이 최대주주로 돼있다. 현재 전문경영인 유제만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향후 장 사장이 회사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장 사장은 2004년 3월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따라서 그의 연봉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2016년 기준 등기이사는 2명이다. 보수총액은 3억3791만원이다.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6895만원 수준이다. 최근 3개년 신풍제약의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4년 2095억원, 2015년 1854억원, 2016년 1822억원 등으로 실적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역시 미등기 임원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17년 9월30일 사업보고서 기준 임원 및 직원의 현황은 강신호 명예회장과 강정석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연봉 확인이 불가하다. 

2016년 기준 총 5명의 등기이사가 있는데 이들은 총 9억66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9300만원 수준으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1년 매출은 7261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759억원, 1756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경영자로서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동아에스티 경영과 관련 2017년 8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현재까지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업종 불문하고 미등기임원이 문제가 되자 관련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으며 회사 보수 상위 5위 이내에 들면 급여 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 일반 직원도 연봉 5억원 이상에 상위 5위 안에 들면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은 올해 공시하는 사업보고서부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숨겨왔던 총수들의 연봉 내역에 대해 눈길이 쏠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정안 시행
올해 다를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총수들이 회사 실적과 관계없이 연봉을 챙겨가는 경우가 상당했다”며 “관련법 개정안에 따라 이들의 연봉이 공개되면 상식밖에 연봉 책정은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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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