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사이비종교 포교법 공개

미인이 전화번호 묻는다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포교 활동에 활용할 목적으로 개인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얻으려는 이른바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길을 알려달라느니, 눈이 참 맑다느니 하면서 행인의 팔을 붙잡고 무조건 자기 종교 소개를 늘어놓는 구닥다리 수법은 옛말. 종교와 전혀 무관한 서명운동이나 여론조사, 심리테스트 등을 가장해 개인 정보를 뽑아간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포교방법인 만큼, 애초에 의심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종교판 피싱 사기’라고 부를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준비생 A씨는 얼마 전 지인과 크게 다퉜다. 지인에게 소개받은 ‘취업 상담가’라는 사람이 알고 보니 사이비 종교 신자였던 것. 만남 초반에 취업 정보를 전해주던 그 ‘상담 선생님’은 시간이 갈수록 종교 이야기를 들먹이며 교회에 나올 것을 강요했고, 급기야는 제사 명목으로 돈까지 요구했다. 

모르면 당한다

A씨는 “평소에 내가 이런 일에 걸려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취준생을 이용해 포교활동할 줄은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회사원 B씨도 스터디에 나갔다가 뜬금없는 포교활동에 곤욕을 치렀다. 네 명이나 되는 다른 스터디 멤버들이 단체로 B씨 한 사람에게 교회에 나올 것을 권했기 때문. 

퇴근 후 스터디 모임을 하는 게 전부였던 그는 멤버들의 계속되는 권유에 못 이겨 교회에 나갔지만, 웬 남자의 사진 앞에서 절을 올리는 그들을 보고 급하게 도망쳐 나왔다. 


B씨는 “그 사람들은 애초에 포교를 목적으로 스터디 멤버를 모집했던 것”이라며 “한 번 당하고 나니 이제는 무서워서 스터디도 못 하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생 C씨에게 앳된 외모의 학생들이 말을 걸어왔다. “저희는 S대 심리학과 학생들인데 잠시 설문조사에 응해주실 수 있나요? 간단한 거예요.” C씨는 딱히 바쁘지도 않고 대학생 때 과제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 설문지를 받아들었다. 

무엇보다도 ‘S대’라는 구체적인 명문대 이름이 내 의심을 걷어냈다. 약속대로 잠시 동안의 설문 작성 후 자리를 떠났다. 그후 C씨는 한동안 한 사이비 종교의 포교문자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에는 이처럼 구체적인 대학을 사칭하며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사이비 종교도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포교방법인 만큼, 애초에 의심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이비 종교의 포교 방법은 날이 갈수록 치밀하고 대담해진다. 사례를 들은 적이 없다면 누구나 걸려들 정도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사이비의 구체적인 포교 방법을 기억하고 이들의 함정에 절대 걸려들지 않도록 주의하자.

▲주로 2인 1조를 이뤄 활동 = 아무래도 혼자 설득하는 것보다 둘이서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 명이 설득하고 다른 한 명이 바람을 잡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낯선 사람이, 그것도 동시에 2명의 사람이 함께 다가와 말을 건다면 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한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맴돌며 = 절대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그 대상이 자리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면 포기하고 자리로 복귀한다. 이 때문에 과감하게 뿌리치고 무시한 채 어느 정도 걸어가면 떼어낼 수 있다.


무조건 떠드는 건 옛말…수법 날로 정교
종교의 자유? 피해 크면 형사처벌도 가능

▲절대 종교 단체라고 언급하지 않는다 = 사업을 준비하는 데 자료 조사를 하고 있다거나 졸업 논문을 준비하느라 설문 조사 중이라는 등의 핑계를 댄다. 공짜로 심리 검사를 해준다거나 영어를 가르쳐 준다는 제안도 흔하다. 캘리그래피 전시회를 할 계획인데 글씨를 좀 써달라거나 연극 또는 웹툰을 준비하고 있는데 스토리를 봐달라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같이 성경 공부를 하자고 한다 = 기독교 계열의 사이비 종교는 애초에 종교가 없는 사람이 아닌 기독교 신자들을 노리고 포교한다. 비종교인에게 종교를 갖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기존의 신자들을 자신의 교단으로 빼돌리는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 

이미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누군가 따로 성경 공부를 하자고 권했다면 바로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목회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들은 선교 단체의 이름이나 장로교의 이름을 도용해 위장 교회를 운영하기도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단체명이나 장소를 봐도 쉽게 믿어선 안 된다.

▲가짜 동아리나 동호회를 운영 = 찬양 동아리 등 종교 관련 동아리부터 시작해, 요가 , 악기, 축구, 영화 등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동아리까지 만든다. 동아리 및 동호회 활동을 통해 친분관계가 형성되면 슬슬 종교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반대로 원래 존재하는 동아리나 동호회에 침투해 포교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인터넷 카페 등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동아리 및 동호회를 가입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 = 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데 우연히 어릴 적에 알던 친구나 선후배 등을 만날 때가 있다. 우연한 만남 이후 또 한 번 보자는 연락이 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지인을 소개한다. 

자신의 지인을 소개할 때 역시 마저 마치 우연히 지나가다가 발견한 것처럼 꾸미는 경우도 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실제 사이비 종교는 타깃을 정하고 포교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서까지 작성한다.

▲미인계를 쓴다 = 주로 젊은 여성을 이용해 남성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종교도 있다. 같이 수업을 듣는 남학생에게 수업 자료를 보여달라고 하거나 서점서 책을 추천해달라며 말을 건다. 이후 ‘커피를 마시자’ ‘밥을 먹자’며 개인적인 약속을 잡는다. 

여기까지는 포교를 위한 것인지 알아채기 힘들지만 두 사람의 만남에 또 다른 지인까지 끌어들인다면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일부 종교단체들의 이 같은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수집된 정보는 미리 제시한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하고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 현행법상 사이비 포교 활동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을 방안도 없거니와 경제적 손해를 입었어도 증명하는 절차가 어려워 소송까지 가는 경우도 드물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전에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 기독교 이단 상담소 관계자는 “최근 멘토, 직업 안내 등을 빌미로 취준생에게 접근하는 사이비 포교 활동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며 “법적 제재가 힘든 만큼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주의 요구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교단체들이 전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것이라는 점을 알리고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법 위반”이라며 “과태료 처분은 물론이고 피해가 광범위하면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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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