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구상’ 띄운 문재인 노림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10:32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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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잡고 미일 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평창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줄기가 흐르는 모양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 북핵 해결에까지 이르는 ‘평창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의 취임 2년 차 신년사를 통해 평창구상 노림수를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서 집권 2년 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남북 대화와 북핵, 한일 관계,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신년 기자회견
남 다른 소통

문 대통령의 새해 첫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미리 질문지를 나눠주지 않고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대해 즉석 답변해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소통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년사에서 처음 언급된 부분은 경제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을 두고 “‘사람중심 경제’라는 국정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며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 삶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밝혔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노사정 대화의 장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혁신성장·공정경제에 대한 청사진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2000개의 스마트공장을 새로 보급해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채용비리,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제천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로 국민들이 신음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안전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국민 안전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 재난과 사고에 대해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상시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세부적인 복지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 실시되는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24%, 오는 7월 시행예정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8600억 원 모태펀드 시중 지원, 연대보증제도 전면 폐지, 9월 시행예정인 기초연금 20만원서 25만원 인상 등을 언급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민생과 피부에 와 닿은 정책들을 신년사에 발표함으로써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정치권 최대 당면 과제인 ‘개헌’을 언급해 새로운 국정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며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밝혀 야당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돼야 한다”며 “한반도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임기 중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구상’을 구체화했다. 

평창 구상은 2월 치러질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러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의 평창구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선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새해는 (북한) 공화국 창건 70돌이며,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남조선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과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견지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위원장의 대남 유화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검토 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신년 기자회견서 정책비전 제시 
한미훈련 연기에 북, 참가 의지 내비쳐


이를 두고 우리 측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통해 북한 측이 대화에 참여할 여지를 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양국의 대화 무드는 급물살을 탔다. 2년여 만에 판문점 평화의집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북한은 고위급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평창에 파견키로 했다. 남측은 북한의 방문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실무회담을 통해 규모와 방남 경로, 절차, 숙박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북한 방문단은 역대 최대규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담은 단순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뿐만 아니라 개회식 공동입장 및 남북공동문화행사 개최 등에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한이 함께 어우러지는 체육·문화의 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회담 설명 자료서 “북측의 고위급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북측이 자연스럽게 우리 측 및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정부가 이번 회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우선 논의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던 만큼 첫 번째 과제는 달성한 셈이다. 평창 문제서 나아가 이번 회담을 협의하는 과정서 남북관계 복원의 기반을 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훈련 연기
북한 올림픽 참가

여기에다 이번 회담 성사과정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끊겼던 남북 판문점 직통 전화가 회담 논의를 위한 북측의 조치로 지난 3일 재개통됐다. 

또 회담 과정서 북측은 서해 지구 군 통신선이 복원됐다고 설명했고 지난 10일 오전 8시부터 이 통신선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남북한 군 당국을 연결하는 소통로가 복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 회담의 주요 과제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였는데 이 문제는 북측의 의지로 비교적 쉽게 풀렸다”며 “부수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만들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정부가 평창구상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연 것과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에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별개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리 측이 북측에 제의한 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산가족 고령화로 상봉이 시급함에도 남북 양측이 다양한 분야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자고 합의했지만, 이산상봉과 관련된 내용은 공동보도문에 끝내 담기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이산가족문제는 시급성을 감안해 상봉 문제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꽉 막혀있던 남북 대화가 복원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평창올림픽을 통한 평화 분위기 조성을 지지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통해 남북관계 개선 복안
북미 대화 물꼬…한반도 운전자론 성패

이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다짐키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 올림픽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며 “나아가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평화올림픽이 북핵문제 해결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겠다”며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남북문제 질문에 대한 대답도 이어갔다. 한 언론사의 기자가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의도와 향후 정상회담 목적과 정상회담 전제조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관계가 개선되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핵과 남북관계를 상보적 관계로 이해했다.  

아울러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떠한 만남도 열어 두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얼마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
남북 해결 

일각에선 미국이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미뤘지만 폐막 후 곧바로 훈련이 실시된다면 북한이 다시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쥔 현재의 분위기를 문 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가고, 그 과정서 북·미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느냐에 따라 평창구상과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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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