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6)소집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8 10:34:03
  • 호수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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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외침…그리고 모종의 압박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외마디 소리를 지른 유신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한쪽에 두었던 갑옷을 급히 차려입기 시작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춘추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가다듬었고 지소 역시 아이를 내려놓고 방 한쪽에 비켜 세워져 있던 칼을 유신에게 건넸다.

모든 준비를 갖춘 유신이 아들을 한번 살피고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

춘추는 물론 지소도 급히 아들을 안고 뒤를 따랐다.

방을 나서 말위에 오른 유신과 춘추를 배웅한 지소가 하인에게 아기를 맡기고 정안수를 떠서 뒷마당으로 움직였다.


정안수를 뜨다

유신과 춘추가 궁에 도착하자 이미 연락을 받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었다. 

“전하께서는!”

“칼이 비켜가기는 했지만 독이 워낙 강해서…….”

알천이 힘없이 말을 받자 주위 모두의 입에서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혀 가망 없습니까?”

“지금 당장은 그렇지만 얼마 사시지 못할 듯하이.”


“장군!”

유신의 부장인 죽지가 급히 앞으로 나섰다.

“이 놈들은 어디로 도망갔는가!”

“지금 명활성(경주의 동쪽을 방비하는 최 일선의 성)에 함께 있다 합니다.”

“명활성에!”

“평소 그 둘을 따르는 무리들이 방비하던 성입니다.”

“이 놈들, 한판 해보겠다는 이야기인가!”

유신의 얼굴에 검붉은 힘줄이 돋았다.

“어찌하오리까, 장군.”

“급히 압량주로 파발을 띄워 군사를 소집하도록 하고 병사들을 명활성으로 보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하라!”

죽지가 급히 밖으로 나가자 유신이 알천에게 다가섰다. 

“소장도 곧바로 명활성으로 이동해서 역적들의 동태를 살피고 올 터이니 대감께서 수고하여 주십시오.”


유신이 한마디하고는 고개를 돌려 밖으로 나가자 춘추가 뒤를 따랐다.

“매부는 이곳에 남아 대감들과 뒤처리 하도록 하시게나.”

“뒤처리라 함은?”

“권력이란 공백이 생기면 안 되니까 그를 도맡아 처리하란 말일세.”

춘추가 유신의 말을 새기는 모양으로 빤히 주시했다. 

“잠시 후에 보세나.”


말을 마친 유신이 단기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매사 여주의 행동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비담이 상대등이 되자 기어코 충돌이 빚어졌다.

그러나 유신으로서는 선덕여왕 시해를 주도한 비담과 염종을 결코 탓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런 연유로 비담이 상대등에 오르는데 일조했었다.  

오히려 비담과 염종은 자신의 뜻에 따라 일조해준 인물들이었다.

이참에 선덕여왕도 제거되고 또 평소 눈엣 가시로 작용하고는 했던 비담과 염종도 아울러 제거되고 나면 이제 남은 성골로는 승만 공주 외에는 없었다.

하니 길게 바라볼 일로 비담과 염종의 처리가 끝은 아니었다.

자신 생전에 마령간 스승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라 한 뿌리인 이 민족을 통합해야 하고 그 일에 반드시 춘추를 앞세워야 할 일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하며 가기를 오래지 않아 명활성 가까이에서 말을 멈추었다.

가만히 성을 살펴보았다.

성루에 병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 움직임을 주시하며 비담과 염종을 생각해보았다.

문인 출신으로 그저 성질만 급했던 그들이 무슨 전투를 준비할까 하는 생각에 씁쓰레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군사 모아 명활성으로 보내다 
비담과 염종 가족을 불러들여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일처리가 한심했다.

아니 그것은 분명 하늘의 도움이었다.

그들이 만약 무인들이었다면 반드시 선덕여왕의 생명을 단숨에 끊어놓고 궁궐에서 마무리했을 터였다.

그러나 죽이려는 시도가 일시적으로 실패하자 지레 겁을 먹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궁궐과 멀지 않은 곳에 진을 치고 말았다.

그런 경우라면 오래지 않아 저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게 환히 그려졌다.

장수 없는 오합지졸을 일순간에 쓸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일어났다.

그러나 너무나 쉽사리 일을 끝내면 차후의 일에 의미가 없을 듯했다.

천천히 주변을 살피던 유신이 다시 궁궐로 말 머리를 돌렸다.

궁궐을 둘러싸고 있는 월성(반월성)에 진지를 구축하여 모든 사람들이 보는 상태서 자신의 존재 더불어 신라의 나아갈 길을 간접적으로 암시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궁에 들자 여주의 상태가 일시적으로 호전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이동했다.

이동 중에 군사들에게 비담과 염종의 가족과 친척들을 모두 잡아들이라는 명을 내렸다.

침소로 들자 여러 신하들에게 둘러싸인 여주의 얼굴에 푸른 기운이 번지고 있었다.

비록 일시적으로 정신을 차린 듯했으나 상태로 보아 오래 가지 못하리란 느낌으로 여주 앞으로 나섰다.

“전하, 이 불충한 소신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장군, 오셨…….”

순간 여주의 입에 고이는 거품이 감지되었다. 

“전하, 옥체도 제대로 보전하지 못한 소신을 벌하여주시옵소서!”

재차에 걸친 유신의 외침에 늘어선 모두의 얼굴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압량주에 있는 유신의 입에서 나온 말, 결국 늘어선 모든 신하들에 대한 모종의 압박이었다.

“아니오, 장군. 그저 뒷일을 부탁할 뿐.”

선덕여왕이 이번에도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녀의 상태로 보아 더 이상 주변에 머물 수 없다는 판단에 알천과 다른 대신들에게 눈짓을 주었다.

모두가 자리를 물려 대전으로 자리를 옮겼다.

“춘추 공 어떻게 하기로 하셨는가?”

“아직, 여주의 상태를 보아가며 일처리 하려고.”

유신이 알천을 주시했다.

“왜 그러는가?”

“지금 비담으로 인해 상대등이 공석 아닙니까. 여주 또한 저런 상태고.”

“그래서 상대등을 바로 지명하자는 말인가?”

순간 유신이 늘어선 대신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비담과 염종 일당을 토벌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일사분란하게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임시라도 상대등을 지명하여야 합니다.”

상대등 지명

“그렇다면 알천 대감께서 수고 좀 하시지요.”

필탄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자 모두 동조했다.

“그리하시지요, 대감. 그리고 소장은 이곳을 거점으로 전투태세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말인가?”

“궁궐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아울러 제 수하들에게 비담과 염종의 가족과 친척들을 모두 잡아들이라 지시했습니다.”

유신이 궁궐을 보호한다는 대목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자 모두의 입에서 가느다랗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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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