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귀환’ 전 LIG 감독 이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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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8.01.02 11:15:42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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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쉼표 없는 배구인생

“아직도 내 머리에는 수 백 가지의 배구 전술이 존재한다.” 거포 강만수와 컴퓨터 세터로 불리던 김호철의 조합을 가졌던 한양대학교 배구부는 남자배구의 철옹성으로 오랫동안 군림했는데, 그러한 한양대학교 배구부를 제압하며 1980년대 새로운 대학배구의 강자로 떠오른 학교가 바로 경기대학교였다. 그 중심에는 강만수 이래 최고의 거포였던 장윤창(현 경기대학교 교수)과 콤비를 이루던 세터 이경석(전 LIG 그레이터스 감독)이 있었다.
 

지금은 고교 배구선수들조차도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날리고, 후위 라인에서의 백어택으로 스파이를 때리고 있지만 1980∼1990년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국내 배구선수로는 거의 장윤창이 유일했다. 공격이 가능하게끔 플레이 메이킹을 해주었던 세터 포지션의 선수가 바로 이경석이었다.

‘거포 도우미’ 국대 세터로 활약
장윤창 등과 고려증권 전성시대

인천의 신흥초등학교 2학년 때 배구에 입문해 중고등학교 시절 배구의 방랑자로 전국을 떠돌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던 이 전 감독은 경기대학교에 진학하며 어린시절 같이 배구해왔던 장윤창과 재회, 이후 그와 콤비를 이뤄 국내 성인 배구계를 경기대학교 천하로 만들어낸다.

대학 졸업 후 고려증권서 장윤창을 비롯한 경기대 출신 선수들과 다시 남자배구계에 고려증권 신화를 만들었고, 현역 은퇴 후에는 1997년부터 모교인 경기대학교의 감독으로 재임하며 현재 국내 배구계서 맹활약 중인 제자들을 숱하게 양성했다.

2011년부터 현 KB손해보험 배구팀의 전신인 LIG그레이터스 배구팀의 감독으로 프로구단 지도자로서 데뷔한 후 2012년 시즌 우승까지 거머쥐는 등 강팀 조련과 우승을 불러일으키는 명장으로 명성을 날리다 2013년 시즌 중 갑작스런 경질로 다시 야인으로 돌아왔다. 


현재 한국배구연맹(KOVO)의 경기위원이다.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재임 시절까지 그의 쉼표 없는 배구인생을 들어봤다.

▲ 현역시절의 포지션(세터)으로 짐작했을 때 신장이 크지 않을 거라 추측했었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참 큰 신장의 소유자다.

-신장은 186cm이다. 세터로서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의 배구선수로도 작은 키는 아니다. (웃음) 컴퓨터 세터라고 불리던 김호철 선배는 정말 작았었다.

▲선수 시절에는 어땠나?

-지금은 작고하신 배구선수 출신의 누님을 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어려서부터 배구공을 장난감 삼아 다뤘고 누님을 통해 초보적인 리시브나 토스 등의 기술을 익혔다. 인천의 신흥초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부터 배구에 입문했고, 중학교는 인천남중으로 진학했다가 경기도 화성의 송산중학교 배구부로 전학을 갔다. 

그때 전학하며 1년을 유급했었는데 학번은 내가 뒤지만 경기대학 시절 장윤창과는 어릴 때부터 배구를 같이 하던 동기다.
 

고등학교는 부산 성지공고로 진학을 했는데 재학 중 배구부가 해체돼 다시 부산 동성고로 전학했고 경기대학교로 진학했다. 초중고 시절에는 공격수와 세터의 포지션 모두를 소화하다가 대학 진학 이후 전문적인 세터의 역할을 했다. 


대학졸업 후에는 군에 입대해 당시 창단된 상무 소속의 창단 멤버로 뛰었고 전역 후에는 고려증권 배구단에 입단해 장윤창, 정의탁 등 당대의 선수들과 더불어 고려증권 전성시대를 일궜다. 1994년도 시즌을 마친 후 현역서 은퇴했으니 약 27년 동안 선수생활을 했었다.

▲은퇴 후 지도자로서의 생활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 동안 모교인 경기대학교서 감독으로 재임했다. 재임 중에도 2006년 청소년 대표팀의 감독을 비롯해 유니버시아드, 동아시안게임 등의 국제대회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었고, 경기대학교를 이끌면서는 거의 모든 대회의 우승을 독식했었다. 

당시 내가 경기대서 양성했던 제자들이 후인정(전 KT&G), 문성민(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박승석(대한항공), 최홍석(우리카드), 이민규(OK저축은행) 등이다. 그후 2011년 시즌에 프로배구 LIG그레이터스 감독으로 프로팀 지도자 데뷔를 했고 2012 시즌에 소속팀 우승을 차지했다. 2013 시즌 중에 경질됐다.

▲우승 후 시즌 중 경질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었는가?

-어떤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팀 성적이 나빠서 그만뒀다.(웃음) 원래 국내 배구계가 그만큼 경쟁이 심한 곳이고 잠시도 여유를 부릴 만한 곳이 아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해당 시즌 전 외국 용병의 선발을 잘못했던 것에 기인할 수 있겠다. 용병을 잘못 선택하면서부터 시즌이 잘 풀리지를 않았다.

▲현재 국내 프로배구에 용병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인 것 같다.

-우승의 향방을 결정할 만큼 용병의 존재는 절대적인 것이 돼 버렸다. 어쩌면 국내 배구계가 안고 가야 할 난제다. 다른 종목처럼 용병의 존재는 흥행에 도움이 되지만 국내 배구계의 근간이 되는 엘리트 배구선수의 양성에는 걸림돌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전술의 배구, 스피드의 배구 등 포메이션과 전략적인 문제까지 등한시할 수 있는 문제를 낳게 할 수 있다.

▲ 본인이 생각하는 전술의 배구란 것은 어떠한 것인가?

-감독으로서의 내 머릿속에는 수 백 개의 배구 전술로 가득 차 있다. 전위와 후위로 나뉘어 위치하는 배구에서 나의 지론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백어택에 의한 공격도 속공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백어택의 속공을 전제로 하면 수반되는 여러 가지 전술이 나온다. 일단 전위서 블로킹을 세 선수 모두가 붙을 수 있고 수비의 빈 지리는 후위의 선수들이 커버할 수 있다.

국내 프로배구 용병 비중 절대적
엘리트 선수 양성에 걸림돌 지적

배구에서 3명의 블로킹은 감독 시절 내가 처음으로 도입했었다. 그리고 이런 배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충분한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선수 선발과 기용 역시 그러한 기능을 가진 선수들 위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명의 전위 선수가 블로킹으로 붙었을 때 후속 동작의 공격 형태가 바로 후위의 백어택이고, 그러한 공격이 속공의 형태로 나타난다면 그 위력이 배가되며 공격 옵션이 하나 더 생긴다. 이런 예가 바로 내가 추구하는 배구 전술이다. 이 모든 과정은 연습을 통해 실전서 언제든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게끔 팀워크를 연마해야 한다.

▲좋은 배구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하나?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배구선수의 조건은 세 가지다. 일단 배구를 좋아하고 사랑해야 한다. 이것은 상식적이지만 필연적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는 신체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물론 현행 배구의 룰에는 리베로라는 포지션도 있고, 세터의 기능에 관해서는 신장보다 센스와 기술이 더 필요할 수 있겠지만 배구는 역시 높이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신장을 비롯한 신체조건이 좋아야한다. 

마지막으로는 선수로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내심이야말로 모든 스포츠 종목을 망라해서 가장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사항 아닌가.

▲지금도 아주 훌륭한 신체조건을 유지하고 있는데 배구선수 시절 다른 종목으로 전환하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나?

-나는 이제까지 배구 이외의 운동을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배구는 내 인생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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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