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바른 이탈자 예상 명단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53:21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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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철수하고 신당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양당이 합당에 나설 경우 소속 의원들의 이탈이 예상돼 자연스러운 정계개편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서 탈당이 예상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추려 향후 정국을 예측해봤다. 
 

국민의당은 크게 두 세력으로 양분됐다.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와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의원 3인을 중심으로한 ‘통합반대파’다. 양 세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전 당원 투표
가처분 신청

먼저 칼을 빼든 건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바른정당과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대표직을 걸고 전 당원 투표를 제안했다.

안 대표는 이날 “계속해서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서 여전히 자신의 정치 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통합반대파는 전 당원 투표를 극렬히 반대했다. 이들은 ‘나쁜투표 거부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꾸려 전 당원투표 거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은 최경환 의원은 지난 26일 “거액을 들여 진행하려는 전 당원 투표는 한 마디로 쓸데없는 짓”이라고 표했고 운동본부의 일원인 장병완 의원 역시 “의총서 나왔던 통합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마치 안 대표 본인은 회사 창립자고 국회의원과 당원은 직원이라는 재벌 총수와 다름없는 천박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7일 법원에 안 대표 재신임 투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전 당원 투표는 지난 27일 개시돼 31일 ‘통합 찬성’으로 결론이 났다.

안 대표의 재신임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부에선 통합에 극렬히 반대한 인원들이 탈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안 대표 측과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이미 심정적으로는 분당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승부수 던진 안…호남의원들 반발
터지는 불만…계산기 두드리는 의원들

향후 전당대회가 열리고 바른정당과 물리적 결합이 이뤄지고 나면 당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호남계 의원들이 될 전망이다. 특히 탈당 선봉에 선 이들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이다. 

세 사람은 반 통합파의 모임으로 불리는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주도하고 있다. 평개연에 포함된 국민의당 의원은 세 사람을 포함해 장병완, 조배숙, 유성엽 의원 등이다. 


앞서 박 의원은 “안 대표가 통합을 선언하면 분당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탈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안 대표의 무리한 통합 노력이 결국 당을 갈라지게 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정 의원도 “안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은 보수세력과의 야합”이라며 “이것은 통합이 아니라 청산해야 할 세력인 적폐와 손을 잡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천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촛불혁명이 만든 국가대개혁의 기회를 살려 선도정당인 국민의당이 적폐 청산과 개혁에 매진하는 것만이 나라를 살리고 우리 당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헌·당규상 전당대회란 절차를 통해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19일 유성엽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통합이 됐다고 가정한다면 호남 중진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통합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탈당할 일도 없다고 본다”며 “지금 이 상황서 만약에 온갖 무리를 다해서 통합을 하게 되면 합쳐서 지금 현재 국민의당 의석수 39석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들썩이는 호남
탈당 움직임

유 의원은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통합반대파로 인해 사실상 통합당의 의석은 현 국민의당 의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관측했다. 사실상 분당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통합반대파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3선 이상’ ‘호남’이란 점에 있다. 이들은 바른정당의 통합이 사실상 ‘DJ-노무현정신’을 위배해 당의 정체성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통합반대에 열을 올리는 의원들이 평개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개연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은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 모임)를 구성해 안 대표의 통합론에 반발하고 있다. 구당초에 속한 의원은 김경진, 김광수, 김종회, 윤영일, 이용주, 이용호, 정인화, 최경환,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 등 11명이다.

구당초는 앞서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 ‘당의 분란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언행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8일 평개연과 구당초는 오전 조찬회동을 갖고 안 대표의 통합 행보 제동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구당초 의원들 대부분도 호남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도 평개연 의원과 마찬가지로 안 대표의 통합추진은 “호남을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바른정당과 통합이 되면 평개연, 구당초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정계개편 소용돌이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선 크게 두 가지 길이 언급되는데 하나는 ‘민주당 합류’ 다른 하나는 ‘신당 창당’이다. 다만, 민주당 합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반대가 완강하기 때문. 
 

추 대표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복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 당의 확고한 정체성에 어긋나는 어떤 일도 우리 당의 누구도 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눈길을 준 바도 없고, 앞으로 줄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복당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선택지는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이 될 공산이 크다. 신당을 만든다면 선제 요건은 원내교섭단체 성립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개연, 구당초 의원을 모두 합친다고 하더라도 18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변수는 구당초에 포함된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은 비례대표라는 점에서 섣불리 탈당을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합의 이혼’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안 대표 측에서 이들을 ‘제명’시키는 방식으로 탈당을 용인해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밖에 통합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의원들이 탈당열차에 탑승할 가능성도 있다. 입장을 유보한 의원은 권은희, 김동철, 김성식, 박주선, 박준영, 손금주, 이찬열,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9명이다. 


비례대표인 박선숙, 최도자 의원도 입장 유보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중진이자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반대파 입장에 기울어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평개연은 당이 통합국면에 들어설 경우 이들이 사실상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개연·구당초·입장유보 의원들을 모두 합치면 28명에 이른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갖추게 되는 셈이다. 다만, 사실상 국민의당이 안 대표 체제로 총선에 승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분당한다 하더라도 ‘호남당’으로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에 이를 경우 동교동계를 주축으로 한 국민의당 상임고문단의 집단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은 20여명으로 지난 총선 및 대선 과정서 국민의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상임고문단은 줄고 안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불만을 표해왔다.
 

한 고문은 “당 대표가 발표 전에 구성원들과, 의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비쳐져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당) 정체성은 목숨과 같다”고 강조했다. 

평개연-구당초
동교동계도?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 내부서도 탈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바른정당 20명 의원 중 9명은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이들은 홍준표 체제서 모두 당협위원장직을 회복했다.

당초 국정농단 세력과는 같이 할 수 없다며 당을 박차고 나온 바른정당 의원들은 ‘외연확장’과 ‘보수정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으며 표류했다. 그 결과 절반의 의원들은 큰물을 찾아 한국당 복당을 택했고 나머지는 명분을 중시하며 잔류를 택한 상황이다. 

9명의 의원들이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도 상실했다.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통해 중도보수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24일 “지금은 11명 전원이 똘똘 뭉친 상태”라며 “추가 탈당 사태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의원들 중 일부는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서 유력하게 탈당이 거론되는 인물은 김세연 의원과 이학재 의원이다. 두 사람의 탈당설이 불거지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원함과 동시에 한국당 복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지역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은 지역 당원들을 상대로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이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과의 통합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탈당 가능성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바른정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남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으로 출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밝혀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평개연·구당초·유보…28명 움직임
바른 1∼2명…남경필·원희룡 만지작

특히 바른정당 유 대표와 국민의당 안 대표가 양당 통합 추진 과정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탈당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남 지사는 향후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불가능하다면 이번에 두당(바른정당-국민의당)이 먼저하고, 한국당과 연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표명으로 그동안 ‘선 보수통합 후 중도통합’을 주장해온 남 지사가 한국당 복귀를 강력히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가 한국당으로 복귀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남 지사는 “김성태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당선 과정서 확실히 친박(친 박근혜)당의 이미지가 줄어들었고, 소멸되어가는 중”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 지사가 새 보수 정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남 지사 한 측근은 “새보수 정당 창당은 시기적으로 어렵다. 그런 동력이 없다.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 복당 혹은 잔류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고 있지 않지만 제주도 내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에 무게를 두면서 원 지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국당 지도부서도 원 지사의 복당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 지사 입장에서는 내년 제주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만약,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지지부진해 지거나 통합을 하더라도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내년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원 지사는 한국당에 복당함으로써 잠재적 한국당 제주지사 후보를 제거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이 원 지사 복당 가능성에 대해 “(복당 의사를)타진해서 온다면 받을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복잡한 셈법
남·원 선택은?

바른정당 의원 및 잠룡들의 셈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복당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던 입장을 바꿔 영입 모드로 돌아섰다. 홍 대표는 “샛문은 열려 있다”고 말해 바른정당 일부 의원의 추가 복당을 위한 길을 터줬다. 당 지도부 차원서도 바른정당 잔류파에 대한 ‘러브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바른 통합 지지율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만약 양당이 합당할 경우 ‘두자릿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양당 통합 후 지지율은 12.4%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당(45.3%)과 한국당(16.7%)에  이어 3위인 결과다. 

특히 양당 통합 후 민주당 지지율은 45.3%로 3.5%P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 역시 16.7%로 지지율이 1%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폭은 아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지지율 이탈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 속 기사> 요동치는 호남민심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호남 민심은 ‘격동’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요동쳤다. 

호남은 지난해 4·13총선서 국민의당 녹색돌풍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을 모두 석권하는 등 호남 28석의 지역구 가운데 23석을 휩쓸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호남 맹주 자리를 곧바로 민주당에 빼앗겼다. 지난해 연말 촛불·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30% 초반에 그친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60%가 넘는 지지율로 안 후보를 2배 이상 앞질렀다. 

최근에는 안 대표의 통합 강행에 호남 민심이 다시 한 번 출렁이는 모양새다. 통합 및 분당 결과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이 국민의당을 지지할지 아닐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처럼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심이 요동친 적은 없었다”며 “국민의당이 차갑게 식은 호남민심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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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