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정치권이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양당이 합당에 나설 경우 소속 의원들의 이탈이 예상돼 자연스러운 정계개편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서 탈당이 예상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추려 향후 정국을 예측해봤다.
국민의당은 크게 두 세력으로 양분됐다. 안철수 대표를 중심으로 한 ‘통합파’와 정동영, 천정배, 박지원 의원 3인을 중심으로한 ‘통합반대파’다. 양 세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전 당원 투표
가처분 신청
먼저 칼을 빼든 건 안 대표다. 안 대표는 지난 20일 바른정당과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대표직을 걸고 전 당원 투표를 제안했다.
안 대표는 이날 “계속해서 당이 미래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서서 여전히 자신의 정치 이득에 매달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 당원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통합반대파는 전 당원 투표를 극렬히 반대했다. 이들은 ‘나쁜투표 거부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를 꾸려 전 당원투표 거부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운동본부 대변인을 맡은 최경환 의원은 지난 26일 “거액을 들여 진행하려는 전 당원 투표는 한 마디로 쓸데없는 짓”이라고 표했고 운동본부의 일원인 장병완 의원 역시 “의총서 나왔던 통합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마치 안 대표 본인은 회사 창립자고 국회의원과 당원은 직원이라는 재벌 총수와 다름없는 천박한 인식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7일 법원에 안 대표 재신임 투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로써 바른정당과의 통합과 관련한 안 대표 재신임 전 당원 투표는 지난 27일 개시돼 31일 ‘통합 찬성’으로 결론이 났다.
안 대표의 재신임 여부와 별개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내부에선 통합에 극렬히 반대한 인원들이 탈당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안 대표 측과 통합 반대파 의원들이 이미 심정적으로는 분당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승부수 던진 안…호남의원들 반발
터지는 불만…계산기 두드리는 의원들
향후 전당대회가 열리고 바른정당과 물리적 결합이 이뤄지고 나면 당을 떠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주로 호남계 의원들이 될 전망이다. 특히 탈당 선봉에 선 이들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이다.
세 사람은 반 통합파의 모임으로 불리는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주도하고 있다. 평개연에 포함된 국민의당 의원은 세 사람을 포함해 장병완, 조배숙, 유성엽 의원 등이다.
앞서 박 의원은 “안 대표가 통합을 선언하면 분당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탈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안 대표의 무리한 통합 노력이 결국 당을 갈라지게 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정 의원도 “안 대표가 추진하는 통합은 보수세력과의 야합”이라며 “이것은 통합이 아니라 청산해야 할 세력인 적폐와 손을 잡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천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촛불혁명이 만든 국가대개혁의 기회를 살려 선도정당인 국민의당이 적폐 청산과 개혁에 매진하는 것만이 나라를 살리고 우리 당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헌·당규상 전당대회란 절차를 통해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에는 회의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19일 유성엽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통합이 됐다고 가정한다면 호남 중진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냐’는 질문에 “통합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탈당할 일도 없다고 본다”며 “지금 이 상황서 만약에 온갖 무리를 다해서 통합을 하게 되면 합쳐서 지금 현재 국민의당 의석수 39석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들썩이는 호남
탈당 움직임
유 의원은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을 한다고 하더라도 통합반대파로 인해 사실상 통합당의 의석은 현 국민의당 의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관측했다. 사실상 분당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통합반대파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3선 이상’ ‘호남’이란 점에 있다. 이들은 바른정당의 통합이 사실상 ‘DJ-노무현정신’을 위배해 당의 정체성이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통합반대에 열을 올리는 의원들이 평개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개연과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은 구당초(당을 구하는 초선 모임)를 구성해 안 대표의 통합론에 반발하고 있다. 구당초에 속한 의원은 김경진, 김광수, 김종회, 윤영일, 이용주, 이용호, 정인화, 최경환,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 등 11명이다.
구당초는 앞서 ‘통합을 추진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양당 정책협의체가 통합을 위한 매개기구가 될 수 없음을 천명한다’ ‘당의 분란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언행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지난 18일 평개연과 구당초는 오전 조찬회동을 갖고 안 대표의 통합 행보 제동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구당초 의원들 대부분도 호남에 적을 두고 있다. 이들도 평개연 의원과 마찬가지로 안 대표의 통합추진은 “호남을 무시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바른정당과 통합이 되면 평개연, 구당초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정계개편 소용돌이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선 크게 두 가지 길이 언급되는데 하나는 ‘민주당 합류’ 다른 하나는 ‘신당 창당’이다. 다만, 민주당 합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반대가 완강하기 때문.
추 대표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복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 당의 확고한 정체성에 어긋나는 어떤 일도 우리 당의 누구도 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눈길을 준 바도 없고, 앞으로 줄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복당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만큼,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선택지는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이 될 공산이 크다. 신당을 만든다면 선제 요건은 원내교섭단체 성립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개연, 구당초 의원을 모두 합친다고 하더라도 18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변수는 구당초에 포함된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은 비례대표라는 점에서 섣불리 탈당을 선택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합의 이혼’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안 대표 측에서 이들을 ‘제명’시키는 방식으로 탈당을 용인해 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밖에 통합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의원들이 탈당열차에 탑승할 가능성도 있다. 입장을 유보한 의원은 권은희, 김동철, 김성식, 박주선, 박준영, 손금주, 이찬열, 주승용, 황주홍 의원 등 9명이다.
비례대표인 박선숙, 최도자 의원도 입장 유보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중진이자 호남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반대파 입장에 기울어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평개연은 당이 통합국면에 들어설 경우 이들이 사실상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개연·구당초·입장유보 의원들을 모두 합치면 28명에 이른다.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갖추게 되는 셈이다. 다만, 사실상 국민의당이 안 대표 체제로 총선에 승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이 분당한다 하더라도 ‘호남당’으로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에 이를 경우 동교동계를 주축으로 한 국민의당 상임고문단의 집단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들은 20여명으로 지난 총선 및 대선 과정서 국민의당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상임고문단은 줄고 안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에 불만을 표해왔다.
한 고문은 “당 대표가 발표 전에 구성원들과, 의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비쳐져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국민의당) 정체성은 목숨과 같다”고 강조했다.
평개연-구당초
동교동계도?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바른정당 내부서도 탈당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바른정당 20명 의원 중 9명은 자유한국당에 복당했다. 이들은 홍준표 체제서 모두 당협위원장직을 회복했다.
당초 국정농단 세력과는 같이 할 수 없다며 당을 박차고 나온 바른정당 의원들은 ‘외연확장’과 ‘보수정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으며 표류했다. 그 결과 절반의 의원들은 큰물을 찾아 한국당 복당을 택했고 나머지는 명분을 중시하며 잔류를 택한 상황이다.
9명의 의원들이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도 상실했다. 유승민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통해 중도보수 재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 24일 “지금은 11명 전원이 똘똘 뭉친 상태”라며 “추가 탈당 사태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의원들 중 일부는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서 유력하게 탈당이 거론되는 인물은 김세연 의원과 이학재 의원이다. 두 사람의 탈당설이 불거지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원함과 동시에 한국당 복당을 강하게 압박하는 지역민심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은 지역 당원들을 상대로 계속 설득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이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과의 통합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탈당 가능성은 많이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바른정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일 남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바른정당으로 출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밝혀 정치권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평개연·구당초·유보…28명 움직임
바른 1∼2명…남경필·원희룡 만지작
특히 바른정당 유 대표와 국민의당 안 대표가 양당 통합 추진 과정서 나온 말이기 때문에 탈당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남 지사는 향후 정계개편 방향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이 통합하는 것이 제일 좋은데 불가능하다면 이번에 두당(바른정당-국민의당)이 먼저하고, 한국당과 연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표명으로 그동안 ‘선 보수통합 후 중도통합’을 주장해온 남 지사가 한국당 복귀를 강력히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가 한국당으로 복귀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남 지사는 “김성태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당선 과정서 확실히 친박(친 박근혜)당의 이미지가 줄어들었고, 소멸되어가는 중”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 지사가 새 보수 정당을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남 지사 한 측근은 “새보수 정당 창당은 시기적으로 어렵다. 그런 동력이 없다. 무소속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원희룡 제주지사의 경우 복당 혹은 잔류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고 있지 않지만 제주도 내 바른정당 의원들이 한국당 복당에 무게를 두면서 원 지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국당 지도부서도 원 지사의 복당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원 지사 입장에서는 내년 제주지사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이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만약,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지지부진해 지거나 통합을 하더라도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내년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원 지사는 한국당에 복당함으로써 잠재적 한국당 제주지사 후보를 제거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이 원 지사 복당 가능성에 대해 “(복당 의사를)타진해서 온다면 받을 것”이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복잡한 셈법
남·원 선택은?
바른정당 의원 및 잠룡들의 셈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복당은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던 입장을 바꿔 영입 모드로 돌아섰다. 홍 대표는 “샛문은 열려 있다”고 말해 바른정당 일부 의원의 추가 복당을 위한 길을 터줬다. 당 지도부 차원서도 바른정당 잔류파에 대한 ‘러브콜’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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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국민-바른 통합 지지율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만약 양당이 합당할 경우 ‘두자릿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양당 통합 후 지지율은 12.4%로 나타났다. 이는 민주당(45.3%)과 한국당(16.7%)에 이어 3위인 결과다.
특히 양당 통합 후 민주당 지지율은 45.3%로 3.5%P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당 역시 16.7%로 지지율이 1%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폭은 아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지지율 이탈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 속 기사> 요동치는 호남민심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호남 민심은 ‘격동’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요동쳤다.
호남은 지난해 4·13총선서 국민의당 녹색돌풍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을 모두 석권하는 등 호남 28석의 지역구 가운데 23석을 휩쓸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호남 맹주 자리를 곧바로 민주당에 빼앗겼다. 지난해 연말 촛불·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30% 초반에 그친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60%가 넘는 지지율로 안 후보를 2배 이상 앞질렀다.
최근에는 안 대표의 통합 강행에 호남 민심이 다시 한 번 출렁이는 모양새다. 통합 및 분당 결과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이 국민의당을 지지할지 아닐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처럼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심이 요동친 적은 없었다”며 “국민의당이 차갑게 식은 호남민심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