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문재인 반년 성적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3:08:36
  • 호수 1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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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진짜! 기대해도 좋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지났다. 전 정권의 국정 농단으로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는 문 대통령이 있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아직도 고공행진 중이다. <일요시사>는 송구영신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반년 성적표를 뽑아봤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촉발된 뒤 촛불은 광화문을 뒤덮었다. 정치시계는 빠르게 돌아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됐다. 대선 과정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후보는 40%가 넘는 지지율로 10년 만에 진보진영 대통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 대통령
불안한 지표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일자리’다.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출범시켰다. 청와대에 일자리수석실이 신설됨과 동시에 각 부처와 17개 지자체에 일자리 전담 부서가 만들어졌다. 

정부가 일자리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일자리의 핵심인 청년층(20∼30대)의 일자리 확대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청와대 홈페이지 상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을 보면 지난 9월 기준 취업자수는 2684만명으로 전년비 31만4000명 증가했지만 청년과 30∼40대는 오히려 취업자수가 감소했다. 취업자수 증가를 이끈 것은 50세 이상 장년층으로 청년실업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고용은 늘었지만 주로 50대 이상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고, 청년들이 취업할만한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줄었다”고 진단했다.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곳곳서 들린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청년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애초에 인력에 대한 수요가 줄어버리면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정부는 민간기업서 거둬들인 세금을 소모해 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금을 많이 걷어 인력 수요를 줄이고 그 돈으로 아무리 일자리 정책을 펼쳐봐야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며 “민간 기업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일자리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올 문재인표 ‘일자리 정책’을 가지고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경제시스템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며 “올해 하반기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기관 등의 채용 확대도 대부분 내년에야 실제 취업이 이뤄져 취업자 통계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정책 이외에도 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 슬로건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기업에 고인 소득을 노동자 임금 상승 등을 통해 가계로 흐르도록 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내수 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을 중심으로 한 경제 정책이 구조적 저성장 탈출을 위한 근본적 해법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정모 한국경제학회장은 “최근 수출 호조에 따른 3%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없다”며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정책에는 단기 처방만 있고 전체적인 밑그림이 없다”고 평가했다.  

적폐청산 기조
국민통합 저해

이밖에 '적폐 청산'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서부터 적폐 청산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등이 적폐 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려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정부 5년으로 다 이뤄질 과제도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부처별 적폐 청산 TF를 구성했고, 검찰 등 사정기관은 MB정권을 겨냥했다. 그 결과 당시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진 야당 사찰, 관권선거, 언론·문화계 탄압 등의 사실들이 밝혀졌다. 

취임 초기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현 정부의 적페 청산 기조를 바라보는 정치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적폐 청산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등을 지켜본 국민들의 요구”라며 “현재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적폐 청산 추진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정치보복 프레임을 비판했다. 반면 검찰의 적폐 청산이 야권에만 향해 있고 정치보복 모양새를 띠어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쪽이 피해의식을 갖게 하면 통합이 어렵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이 올해 안에 (적폐 청산을) 끝낸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끌면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치권의 한쪽은 너무 강하고 한쪽은 너무 죽어 있다”며 “중도와 합리적 보수 정당은 계속 국민들이 분열돼있으면 그 이후에는 통합에 힘썼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 교수는 “여당이 예산안 처리 과정서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갔으면 어땠을까”라며 “정치는 적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야당도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줘야지,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부메랑으로 좋지 않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대통령 강조…소득주도·혁신성장 명암
끝나지 않은 적폐 청산…정치보복 프레임 맹공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도 정부의 적폐 청산 TF의 인사구성을 문제 삼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의 적폐 청산 관련 TF를 전수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편파·이념 지향적 인사’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일선 현장서 자신이 관련된 사업에 잘못이 드러날 경우의 두려움 때문에 방조, 침묵 및 통상 업무까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에 대해서는 “무차별한 기업 대상 사정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으며 금융권도 채용비리 논란으로 사정 정국 심화 중”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적폐 청산에 대해 정치보복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끝난 줄 알았는데 현 정권이 정치보복을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문 정권의 적폐 청산 기조에 대해 비판했다.


안 대표는 “지금 서로 전, 전전, 전전전 (정권을)때려잡느라고 완전히 정신이 없다”며 “복수하려고 서로 정권을 잡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의 정치보복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한겨레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의 청와대·국정원·군 등에 대한 조사·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7.8%를 기록했고 “동의한다”는 응답은 29.2%에 그쳤다. 

낙제점 인사
캠코더 논란

문 정부의 ‘인사’는 반년 성적표에 있어 낙제점에 가깝다. 앞서 문 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병역면탈·부동산투기·위장전입·세금탈루·논문 표절 등을 인사 5대 원칙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내각 인사를 발표할 때마다 인사들은 5대 원칙을 위배했고, 12월에 들어서야 내각이 완료됐다.

특히 공공기관장에 참여정부 인사들 및 문재인 캠프 인사들이 대거 합류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 이명박정부 인사는 '고소영' '영포라인' 등으로 비판하고 박근혜정부에서는 '수첩인사'라고 비판하지 않았느냐"라며 "국민들은 적폐 청산하자면서 새로운 적폐가 쌓여가는 과정을 똑똑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정부의 외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선 청와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 지나면서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몇 개의 산을 힘들게 넘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자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정부의 외교를 ‘산’으로 비유했다. 

이 관계자는 “첫 산은 6월 말 워싱턴을 공식 방문했을 때”라며 “6월29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7월7일 독일 함부르크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 남북문제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약속받았다.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민주연구원 주관 ‘문재인정부 2017년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외교·안보 분야 발제를 맡은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안보적 측면서 강한 안보체제 구축과 책임 국방 구현을 위한 기반과 남북관계의 북핵위기 안정화 및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며 “외교에선 주변 4강과의 외교가 정상화되면서 새로운 외교지평을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방개혁은 여전히 미진하고 한국이 주도하는 외교를 위한 제도와 인력 부족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및 여권은 반년 동안 이뤄진 문 정부 외교·안보에 대해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은 문 정부의 ‘균형외교’를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함께 전쟁을 치른 미국과의 군사 동맹과 북한과 여전히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금은 한미가 굳건한 군사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해 북핵을 제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훈수했다.

중국과 우호관계 형성을 원하는 문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한 셈이다.

인사 적폐 솔솔…불안한 대북·4강 외교
중국서 홀대 받은 문통…외교 해법은?  

문 정부 외교·안보에 대한 지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4강(미중일러) 외교서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핵 이슈와 관련해선 “문재인정부는 ‘코리아 패싱’도 원치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에 깊이 연루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방중외교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서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3박4일간 중국 지도자와의 식사가 단 두 차례뿐이었다는 ‘혼밥’ 논란과 방중 첫날 중국 지도부의 베이징 부재, 우리나라 취재기자가 중국 경호원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등 논란이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다. 중국 국영 중국중앙TV가 중국 방문 하루를 앞두고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서 사드 문제에 대한 의도적 질문 공세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CCTV는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편집 방송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중국 측의 홀대논란은 본격화됐다.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문 대통령을 차관보급 인사가 영접을 한 것이다. 통상 중국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은 차관급 인사가 영접하는 것이 의전 관례다. 

혼밥 논란에 대해선 중국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문 대통령과 식사 약속을 잡지 않아 불가피하게 수행원과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 식사 일정이 중국 서민 일정을 체험하기 위한 기획성 이벤트로 사전에 준비된 행사라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러한 홀대 논란에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무리한 일정으로 문 대통령의 방중을 추진하면서 중국의 홀대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는?
대북문제 관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재인정부에 대해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부 이후 들어선 만큼 국민들의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라며 “집권 초기인 내년까지는 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를 둘러싼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국민들의 위기감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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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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