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차에 블박 없는 이유

개망신 당할라 ‘욕 금지령’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최근 몇 년새 재계 회장님들 사이서 ‘블랙박스 없애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블랙박스서 나온 정보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없애기 앞과 뒤를 알아봤다.
 

A기업 회장의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다. 2억원 상당의 고가 차량에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블랙박스가 없으면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사적인 얘기가 공개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비밀을 사수하라

회장이 개인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는 상당히 사적인 이야기가 오고간다. 특히 휴대전화를 통해 나누는 대화에 민감한 내용이 많이 포함된다. 회사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은 물론 개인의 사생활 영역까지 다양한 주제가 거론된다. 

휴대전화를 통해 나누는 대화가 공개될 경우 불필요하게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때론 자신의 치부가 기록될까 두려워 블랙박스를 없애는 경우도 있다. 차량 내서 발생하는 갑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날까 우려하기도 한다.

10여년 경력의 수행기사 B씨가 모는 차량에도 블랙박스가 없다. 현재 ‘모시는(?)’ 회장에게 이따금 언어적인 무시와 폭력에 시달리지만 증거로 쓸 수 있는 블랙박스가 없다. 그는 사고가 났을 때 블랙박스가 없으면 자신이 책임질 일이 생길까 걱정이 되지만 회사 측에 요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회장 차량에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는 이유가 비밀유지에 있다고 보는데 이를 요구할 경우 회사 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회사 측은 블랙박스 제거뿐만 아니라 수행기사와의 비밀유지 계약을 통해 수행기사의 입단속을 한다.

과거에는 수행기사들이 회장의 갑질을 참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제보를 통해 갑질 회장의 민낯을 공개하기도 한다. 이 경우 운전기사가 녹취한 내용이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잇단 운전기사 폭로에 블랙박스 없애
대화기록 부담…회사 기밀유출 우려도

 

운전기사들이 회장의 갑질을 폭로하는 일이 잦아지자 아예 정보가 기록될 가능성을 철저하게 막는 분위기다. 특히 블랙박스를 떼는 주요 이유는 회장이 운전기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 운전기사의 존재감은 어떨까. 

회장의 일상을 보좌하는 운전기사는 회사서 고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회장의 사적인 시간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운전기사가 아닌 직함이 있는 경우도 있다. 회장의 복심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 내에서 존재감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점 때문에 관리와 감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회장과 수행기사 사이에 신뢰가 높다고 해도 블랙박스의 존재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자가 만났던 수십년간 대기업 F회장의 수행기사였던 E씨는 불만스레 회장의 비밀(?)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요즘 같이 블랙박스에 기록돼있는 경우 진작에 회장의 갑질을 언론에 제보했을 것”이라고 했다. 퇴사 당시 퇴직금도 챙겨주지 않는 등 서운하게 내쫓다시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행기사가 회장의 갑질을 참는 이유가 퇴직 후 어느 정도 퇴직금 명목으로 금전적인 혜택을 주는데 자신은 버려지다시피 수행기사를 그만뒀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경우에 블랙박스에 회장의 갑질 등의 일탈이 기록돼있다면 적잖은 리스크가 될 우려가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회장뿐 아니라 차량이 지급되는 임원 업무용 차량에도 블랙박스를 떼는 경우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차량서 개인 사생활은 물론 회사 전반에 대한 내용이 대화 소재로 오를 수 있는데 이 같은 부분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과거 중견기업 오너 일가의 운전을 하던 E씨는 “녹취 우려가 있는 운전기사 개인 휴대폰을 관리하기도 한다”며 “시대가 변해 블랙박스를 통해 차량 내 상황을 녹취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달하면서 (회장들이)이 부분을 신경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정치권서 넘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블랙박스를 없애는 분위기가 정치권서도 보이기 때문이다. 

서약으로 입단속

재계 한 관계자는 “개인 사생활이나 회사의 비밀이 새 나가는 것에 대한 단속 목적도 있겠지만 운전기사들이 폭로를 블랙박스 없애는 것으로 막는다는 발상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 회장 스스로가 갑질 등 약점 잡힐만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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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