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2) 갈등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35:23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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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당나라만 믿었는데…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연개소문이 그를 확인하고 남아 있는 힘을 다해 설인귀에게 칼을 휘둘렀다.

잠시 호흡을 고르던 설인귀가 갑작스런 공격에 말머리를 돌려 뒤로 물러나는 순간 연개소문이 급히 말머리를 돌려 고구려 진영으로 돌아갔다.

“오랑캐 중에도 저런 놈이 있었다니.”

호흡을 가다듬으며 당의 진영을 주시하자 설인귀가 부하들과 함께 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저놈 영웅으로 만들어 주어야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우리의 실정을 살펴보시지요.”

가만히 선도해의 표정을 살피며 고구려 군사들을 돌아보았다.

추격만 생각했지 장기적 측면에서 고려해 보지 않았다.

그를 살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결국 쥐새끼를 놓아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언뜻 보기에 그리 오래 가지 않을 듯합니다.”


“하기야, 정통으로 맞았으니. 그러면 어찌해야 하오?”  

“퇴각해야지요.”

“바로 말이오? 그러면 저들이 쫓아올 터인데.”

“곧바로 퇴각할 수는 없지요. 저놈에게 한번 본때를 보여주어야지요.”

“영웅으로 만들어 주는 대가로 말입니다.”

영웅의 대가

연개소문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선도해의 지시로 고구려 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둘러 되는 대로 진을 세우고 일찌감치 밥을 해먹고 저녁 무렵이 되자 슬금슬금 이동했다.

설인귀가 당나라 진영에서 그를 유심히 살피고는 밤이 깊어지자 고구려 군들이 퇴각한 것으로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고구려 진으로 다가섰다.

가까이 이르러 고구려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설인귀를 필두로 당당하게 진으로 들어섰다.

거의 모든 당나라 군사들이 진에 들어서자 선도해의 지시로 불화살이 날아올랐다.

그를 신호로 주변 숲속에 매복해 있던 고구려 군사들이 일시에 튀어나와 당나라 군사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고구려의 진이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해갔다.

진을 세우면서 겨울철 마른 풀들 역시 곳곳에 배치해 놓았고 살랑살랑 이는 바람에 불길이 거세게 타올랐던 때문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당나라 군사들이 싸움은 고사하고 등을 돌려 달아나기에 바빴다.

다시 불화살을 날리자 당나라 군사들의 몸에서 불이 타오르며 이러 저리 도망가는 모습이 흡사 불꽃 축제를 하는 듯 보였다.

설인귀가 크게 낙담하며 전방을 주시하자 연개소문이 고함과 함께 곧바로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낮에 한번 겨루어 보았던 터고 사기가 꺾일 대로 꺾인 상태서 곧바로 말머리를 돌려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모든 화살을 소비하고 진 앞에 서서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가는 그들을 주시하며 연개소문이 선도해를 주시했다.

“자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퇴각하도록 하시지요.”

연개소문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렸다. 

당태종이 고구려 침공에 실패하였고 그 과정에서 연개소문에게 치명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신라 조정은 그야말로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 와중에도 황룡사에 탑을 건조하는 데 혼신을 다하던 선덕여왕이 비담과 염종의 강력한 요구에 회의를 소집했다.

그 회의에는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춘추는 물론이고 알천과 필탄ㆍ술종(죽지의 아버지)ㆍ임종ㆍ호림(고승 자장의 아버지)ㆍ염장 등 다수의 각간들이 참여했다. 

“이게 뭡니까. 흡사 우리 꼴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자 염종이 포문을 열었다.

고구려에 패한 당나라…위기의 신라
회의 소집한 선덕…날선 책임론

“뭐라. 우리가 개란 말인가. 지금 어느 안전이라고!”

필탄이 핏대를 올리자 여러 사람이 혀를 찼다.

“이보시게, 트집 잡지 말고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게.”

“현실이 어떻다고 그러시는가?”

비담의 이야기에 알천이 나섰다.

“그래요. 그동안 조정 일에 그다지 신경을 기울이지 못했는데 이참에 한번 세심하게 살펴봅시다.”

아들 자장이 여주와 함께 황룡사 탑을 건설하자 본의 아니게 그 일에 매달렸던 호림이 선덕여왕을 주시했다.

“이왕 이야기 나온 거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여주가 힘없이 말을 받았다.

“먼저 이 나라에 중심이 누구인지 살펴봅시다.”

“중심이라니요. 당연히 전하께서 계시지 않습니까?”

“누가 그를 몰라서 이럽니까. 그러나 전하께서는 전쟁 상황보다 불교에 심취하셔서 너무 자비롭게 일처리 하시려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나라간의 문제는 단지 불덕으로 해결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차원에서 일을 도모해야지요.”

염종과 필탄의 대화를 들으며 선덕여왕이 신하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수품 상대등은 아직도 편치 않으십니까?”

오래전에 상대등에 오른 수품의 건강이 악화되어 그동안 거의 공석이다시피 했다.

“일전에 방문한 적 있는데 거동조차 힘들다 합니다.”

비담이 염종의 눈치를 살피며 목소리를 깔았다.

“그렇다면 이대로 있을 수는 없고, 이른 시일에 상대등을 새로 임명하셔야 할 일입니다.”

염종이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겠다는 듯이 모두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당연한 일이오.”

“그렇다면 말이 나온 김에 탁방을 내시지요.”

염종이 시선을 비담에게 주며 말을 이었다.

“잠깐, 그 전에. 지금 이 자리에 김유신 대장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술종의 말에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패장 입장에서 언감생심 참석할 수 있었겠소.”

“그건 또 무슨 소리요?”

“패장이 아니면. 기껏 백제군을 격퇴시키라고 군사를 주어 보냈는데 격퇴는 고사하고 당나라에게도…….”

“그걸 어떻게 패장이라 칭할 수 있는 게요.”

염종과 필탄의 대화에 술종이 개입했다.

초췌한 모습

“아들이 함께 있다고 편드는 겁니까?”

김유신 휘하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 죽지를 지칭했다.

“뭐라! 공과 사를 그리고 대인과 소인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 무슨 망발이오!”

술종의 목소리가 올라가는 순간 밖에서 김유신이 도착했다는 전갈에 이어 초췌한 모습의 유신이 들어섰다.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다고 했는데 늦었습니다.”

사태의 추이를 짐작하였는지 목소리가 차분했다.

“그곳에서 여기까지 짧은 거리가 아닌데, 여하튼 고생하셨습니다.”

춘추의 치사에 유신이 여주를 향해 가볍게 고개 숙였다.

“김유신 장군이 도착하였으니 금번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패장으로서 유구무언입니다.”

“아니오. 그러니 더 들어봐야겠어요.”

비담의 점잖은 말투에 유신이 늘어선 대신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모두의 시선이 유신에게 한 마디 하라는 듯이 비쳐졌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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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