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새로운 도전’ 최영걸

순례길서 만난 강아지와 고양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한국 미술시장서 한국화 작품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한국화 작품은 그 기법과 매체의 특성상 서양에 비해 담백하고 선묘적인 표현을 주로 하는 편이다. 이는 시각적인 기준과 시대적 자연관의 변화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최영걸 작가의 작품은 지난 수년간 한국을 넘어 아시아 아트마켓 무대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화익갤러리가 올해 마지막 전시로 최 작가의 개인전 <성실한 순례>를 준비했다.
 

최영걸 작가는 2005년 이화익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후 13년간 전속작가로서 활동 중이다. 그의 작품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홍콩 크리스티를 통해 동양 회화의 본토라 불리는 중국 시장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로 인해 여러 해외 수집가들이 그의 작품을 앞다퉈 수집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1년 이화익갤러리서 열린 그의 6번째 개인전 때는 오픈도 전에 이미 국내외 수집가들이 작품을 선점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한계를 넘어

최 작가는 한국화가가 갖고 있는 재료적 특수성과 전통 화론에 얽매여 나타날 수 있는 표현의 한계를 현대적인 감각과 정묘한 표현력으로 극복해 발전시켜왔다. 그의 끈질긴 노동집약적 작업 방식은 전통 재료와 기법의 수많은 연구와 연습을 통해 구현된 정교한 작품이 얼마나 아름답고 뛰어날 수 있는지 그 가치와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재료와 소재 등 크게 두 가지 부분서 차이를 보인다. 한지 위에 먹과 전통 채색을 주로 사용했던 작가는 재료의 장단점, 그로 인한 한계와 가능성을 겪은 후 그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서양의 캔버스나 종이 위에 전통 재료를 접목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동양적 정서에 맞는 아시아권 풍경만 채집하던 작가가 많은 여행을 통해 얻은 서구의 풍광을 자신만의 기법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이화익갤러리 마지막 전시
서구의 풍광을 전통재료 기법으로

그 결과 최 작가의 작품은 외국 풍경을 전통 재료와 기법으로 그리면 어색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그는 수년간 홀로 작업하면서 겪은 거듭된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집요하게 매달렸다.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표현의 연습 그리고 작품 소재 확장에 대한 작가의 욕심은 새로운 재료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로 작용했다.

하계훈 미술평론가는 “지난 10여년 동안 최영걸 작가는 한국화의 전반적인 소강상태서도 꾸준히 국내외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전통회화의 기법으로 착실하게 재현하면서 동시에 현대적 구도와 기법 등을 연구해왔다”며 “표현된 화면의 곳곳마다 정신성과 종교적 감흥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서 최 작가는 농촌 들판에 배회하는 어린 강아지부터 외국의 고대 유적지의 한 귀퉁이서 잠들거나 문설주에 앉아있는 개와 고양이 그리고 외국의 주요 관광지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등 여러 동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 외국 여행 도중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과 의미 있는 순간을 포착해내고 있다.

유적지·관광지 동물들
관찰자 시선으로 담아


이는 지난 개인전 이후 작품 변화를 보여주려는 시도로, 비교적 폭넓은 내용과 형식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터키와 러시아 그리고 스페인 등 이국적 공간서 작가의 시선을 사로잡은 표정들이 화면에 내려앉은 작품에는 어려운 작업을 외면하거나 기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최 작가의 성실한 창작태도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평이다.

최 작가는 전통 회화의 정신과 특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현대적 감각과 변용을 접합시키는 작업을 늘 고민해왔다. 

종이와 안료를 먹과 화선지서 수채화 물감과 그의 걸맞은 용지로 확대시켜보거나 캔버스 형식의 화면을 채택하는 시도는 기법적인 변화다. 주제의 변화 측면에선 창작의 영감이나 작가로서의 헌신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에너지 제공자에 한 발짝 다가서 보려는 작가의 시도가 읽힌다.
 

하 평론가는 “최 작가의 작품은 우리 시대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자 동시에 그 안에 담겨 있는 초월적 존재의 현현을 기다리는 작가의 성실한 시각적 순례”라고 말했다. 

여운과 감동

이화익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이전 작업서 보여줬던 스타일서 더 나아가 수묵의 표현을 극대화시킨 작업과 새로운 재료, 기법의 작업이 함께 소개되는 전시”라며 “작품 하나하나에 배어있는 정성과 노력을 통해 각박하고 정서에 메마른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감동과 여운을 함께 선사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최영걸은?]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동 대학원 졸업
현)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개인전
이화익갤러리(2017)
이화익갤러리(2011)
이화익갤러리(2008)
갤러리 우덕(2006)
갤러리 아트링크(2004)
마니프9! 03 서울(2003)
갤러리 아트링크(2003)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