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1)고함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04 10:38:46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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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양국 운명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말과 동시에 이세민의 고개가 다시 돌려졌고 힘들게 말의 의미를 전했는지 이세민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 게냐!”

이세민이 아닌 방금 의미를 전한 사람이 한발 앞으로 나서면서 고함을 질렀다.

“모두 쥐새끼들이로고.”

혼자 말처럼 내뱉은 연개소문이 급히 등에 걸려있는 활을 잡아들고 시위를 당겼다.


곧바로 팅 하는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순간 당태종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부하들이 혼비백산했다. 

“이 쥐새끼들아, 그리도 겁나냐!”

고함을 지른 연개소문이 호탕하게 웃으며 한걸음 나아가며 활을 들어보였다. 

“네 이놈!”

혼비백산

빈 활이었음을 간파한 당태종이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일갈하며 역시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금방이라도 달려 나올 태세였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순간적으로 활에 화살을 얹어 힘차게 당겼다 놓았다. 

화살이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이어지기를 잠시 미세하지만 퍽 소리가 일어나면서 이세민이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 후 화살이 박힌 눈에서 흘러나온 피로 얼굴이 뒤덮인 이세민이 부하들에 의해 들려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연개소문이 곁에 선 병사에게 눈짓을 주자 삼족오 기를 흔들었다.

흡사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고구려 군사들이 급하게 앞으로 내달렸다. 

“고구려 병사들이여,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마치 연개소문의 고함에 화답하듯 거센 함성이 하늘을 가르고 말발굽 소리가 땅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한순간 연개소문 곁에 양만춘과 선도해가 나란히 했다.

“막리지 대감, 가시지요.”

상기된 표정의 양만춘이 칼을 뽑아들었다.

“아니오, 성주는 그동안 고생했으니 몸을 추스르고 있으시오. 지금부터는 내가 직접 처리하겠소.”


전의를 상실한 당나라 군사들을 쫓는 연개소문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오래지 않아 오랜 전투로 심신이 피곤할 대로 피곤해진 당나라 병사들이 그나마 남아있던 보급품이며 우마차를 버리고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특히 치명적 부상을 당한 이세민이 이세적을 후군으로 삼고 맨 앞에서 수레를 타고 꽁무니 빼고 있었다.

그를 살피던 연개소문이 모든 기병을 이끌고 우회하여 이세민의 선두를 향해 내달렸다.

상황을 파악한 이세적이 급하게 앞으로 내달리자 연개소문이 당의 후미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이세적은 고구려군의 다음 수순은 생각도 못하고 그저 이세민 곁에 바짝 붙어서 호위하기에 급급했다.


연개소문이 막 당군의 후미를 따라잡았을 무렵 후미를 달리던 당의 군사들이 일거에 멈추어 전투대형을 갖추었다.

한가운데에 한 장수와 그의 깃발이 시선에 들어왔다. 

‘果毅(과의, 상급 무관) 傅伏愛(부복애)’

잠시 멈추어서 당나라의 선두가 정신없이 도망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혹여나 무슨 함정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고개를 선도해에게 돌렸다.

“내키는 대로 하시지요.”

그러마고 미소로 답한 연개소문이 곧바로 후미를 향해, 장군기를 향해 짓쳐들어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당의 부복애 역시 창을 비켜들고 앞으로 나섰다.

“감히 황제 폐하를 능멸하고도 살아남을 줄 아느냐!”

두려움에 떨고 있는 부복애의 가당치 않은 말에 대꾸고 뭐고 없이 쓴 웃음 한번 지으며 곧바로 칼을 휘둘러 나갔다.

칼과 창이 마주치는 소리를 내기를 잠시 후 부복애의 머리가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목이 잘린 부복애의 목에서 피가 힘차게 솟구쳤고 여기저기서 당나라 군사들의 피와 살점이 튀었다.

부복애의 목에서 피가 멈추고 몸뚱이마저 땅으로 떨어질 즈음 허울 좋게 대항하던 당나라 군사들이 다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병들로 구성된 연개소문의 선발대를 피할 수 없었고, 고구려군은 무를 베듯 닥치는 대로 당군을 죽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 남은 당의 군사들은 이어 달려오던 고구려 보병들의 몫으로 남겨놓고 멀찌감치 떨어진 당나라의 주력군을 쫓았다. 

이세민-연개소문 전면전 선포 
승승장구 고…전장 울린 비명    
 

지속해서 고구려군의 발길을 잡는 당나라 군사를 베어가기를 어느 순간 당나라 군사들이 요택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진을 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연개소문이 뒤를 돌아보았다.

당의 군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추운 날씨에 고구려 군사들의 누적된 피로가 순간적으로 감지되었다. 
수하 장군에게 그곳에 진을 치라 명한 연개소문이 선도해와 함께 야음을 이용하여 당나라 군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요택의 지형을 살폈다.

비록 겨울이 가까이 다가온 시기라 하지만 늪지대라 완전하게 얼지 않고 물이 군데군데 고여 있음을 발견했다.

다시 진으로 돌아온 연개소문이 병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 지시하고 기병들을 이끌고 당의 진지 측면으로 접근했다. 

당 군사들이 진을 구축하고 막 휴식에 들려고 하는 시점에 후미가 아닌 옆에서 거센 북소리와 함께 불화살이 날아오자 당군이 혼비백산되어 힘들게 구축해 놓은 진지를 버리고 진창으로 변한 요택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며 한층 더 기세를 올리던 연개소문이 다시 진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며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날이 밝자 전열을 정비한 연개소문이 요택에 다다르자 진창이 된 그곳이 당나라 군사의 시체로 뒤덮여 있었다.

급히 수하들에게 명을 내려 당나라 군사들이 버리고 간 목재로 시체들과 시체들 사이로 다리를 만들게 하여 추격에 속도를 더했다. 

당나라 군사들과 치고받는 공방을 여러 날 지속하여 급기야 임유관(산해관)에 이르렀다.

그곳에 도착하자 한 떼의 군마가 진을 치고 고구려군의 앞길을 막았다. 곧바로 침공을 감행하려던 연개소문을 선도해가 만류했다.

“왜 그러시오?”

“형세가 자못 심상치 않습니다. 잠시 살펴본 연후에 도모하시지요.”

선도해의 심각한 표정을 살피고는 당의 진지를 주시했다.

제법 형세를 갖춘 당 진영에서 나부끼는 깃발이 시선에 들어왔다.

눈에 온 신경을 주고 바라보자 ‘遊擊將軍 薛仁貴(유격장군 설인귀)’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들어왔다.

“저건 또 뭐요?”

“유격이라면 말 그대로 특수군이라는 이야기입니다만.”

연개소문이 병사들에게 잠시 쉬라 하고 삼족오 기를 든 병사와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마치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당의 진영에서도 깃발을 앞세우고 휘황찬란한 복장에 용맹스럽게 생긴 장수가 큰 도끼를 들고 당당하게 나섰다.

울음소리

“네놈은 누구기에 감히 대 고구려 막리지의 길을 막아서는 게냐!”

“뭐라. 네 이놈, 설인귀라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느냐. 감히 네 놈이 황제 폐하께서 다스리는 당나라의 영토를 침입하여 길을 비키라는 게냐!” 

“이놈이 죽지 못해 환장한 게로구나!”

외마디 외침과 함께 연개소문이 칼을 뽑아들고 설인귀에게 다가가자 설인귀 역시 도끼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섰다.

이어 칼과 도끼가 마주치는 소리, 말들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가르며 먼지가 뽀얗게 일어났다.

신출귀몰하는 두 사람의 공방이 쉽사리 결판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서로가 힘에 겨워 잠시 호흡을 고르는 사이 당나라 진영에서 지원군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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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