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리 모의되는 안철수 제거 작전 전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6:10:1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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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안 vs 비안 전쟁의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며 통합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정치 인생에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비안(비 안철수)계는 ‘독단적 리더십’ ‘소통의 부재’ 등을 언급하며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비안계의 안철수 제거 작전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21일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을 둘러싼 ‘끝장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이렇다할 합의점을 도출하진 못했다. 정치권 일각서 주장하는 분당 수순을 바로 밟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친안(친 안철수) 대 비안의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소득 없이 끝난
5시간 끝장토론 

이날 호남 중진의원들은 바른정당 통합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한 것은 물론 안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불찰이었다고 해명해 진화에 나섰다. 

호남 중진 황주홍 의원은 “이런 문제가 야기하게 된 데에 대해 안 대표의 책임이 작지 않다”며 “이런 문제라면 당연히 공식적인 논의가 있는 다음에 언급돼야 할텐데 유감스럽다”고 공격했다. 

최근 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정동영 의원 역시 “어제는 이 말하고 오늘은 이 말하고, 안 대표의 일련의 거짓말 시리즈에 대해 인정해라. 또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가 주장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반대 의견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안 대표는) 통합해야 2당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며 “통합에 대한 당내 부정적 기류도 강하고 그 효과 또한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첫 발언에 나선 안 대표는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안 대표는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서 2등은 해야 하고 자유한국당을 쓰러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이를 위해선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친안계와 비안계는 5시간에 걸친 토론을 벌였지만 ‘선 정책연대, 후 선거연대’ 추진이라는 합의 발표문만 발표했을 뿐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했다. 

끝장토론 의원총회 다음날인 지난 22일에도 친안계와 비안계는 바른정당 통합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친안계가 장악하고 있는 최고위원회회의에선 안 대표의 통합론에 힘을 싣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최명길 최고위원은 “의원총회 결과를 언론에 잘못 전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연대·통합 찬성이 26명이라고 이해했고, (반대는) 도저히 (의견을) 알 수 없는 3명을 포함해도 14명 정도”라며 “(일부 의원이) 3분의 2는 통합이 안 된다고 인터뷰하는데 그 반대”라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제가 메모한 것을 갖고 있다. 분위기를 왜곡하는 말을 서로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대·통합 주장이 다수였다는 뜻이다. 

박주원 최고위원도 “전 당원 의사를 묻는 ARS(자동응답) 투표, 국민 여론조사까지 하면 더 이상 논란이 없을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 여부까지 연계해서 투표에 붙인다면 모든 논란은 원샷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의총서 나온 안철수계의 ‘전 당원투표’ 주장을 안 대표 재신임까지 연계한 것이다. 당원 지지를 명분으로 의원들의 반대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천·박
평개연 조직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띄운 안 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모양새다. 대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철저한 안 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단순한 수치로만 놓고 봐도 안 대표는 대선 후보에 오를 당시 당내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선 직후 내리막길은 시작됐다. 

대선 패배에 대한 원죄를 비롯해 제보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당내 입지가 축소됐다. 

아울러 2선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안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호남·비안계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결국 안 대표가 50%를 간신히 넘는 지지율로 당권을 쥐면서 국민의당은 위태로운 ‘안철수호’ 체제가 됐다. 

최근에는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이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구성해 안 대표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박 의원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는 전면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개연은 현재 당내서 서명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의원은 “상당히 많이 (합류)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평개연의 세 확장을 위해 현역의원에게 서명을 받은 뒤 원외 지역위원장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평개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은 “평화개혁연대는 당을 지키자는 취지의 의견그룹”이라며 “탄생의 기원이 다른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인위적으로 갖다 붙이자는 건데, 그건 바른정당도 원하지 않을뿐더러 안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하는 건 옳지 않다. 안 대표가 이를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당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끝장토론 벌였지만…감정골만 확인
평화개혁연대 조직…안 압박 노림수 

평개연은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평화주의’와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주의’를 노선으로 안 대표의 중도통합파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연대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외에도 유성엽, 장병완 의원 등 호남 중진의원과 김광수, 최경환, 김경진 의원 등 호남 초선 의원들이다. 

평개연은 보수정당과의 연대·통합에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는 박주선, 이상돈, 장정숙, 박선숙 등 초선의원들에 대해 참여를 설득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대 창립 서명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명에 부정적 의견을 가진 의원들은 형식에 구속되기 보다는 평화주의 및 개혁주의 노선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모두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5명의 의원들이 모이면 공식적으로 사무실을 차려 출범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평개연이 민주당의 민주평화국민연대처럼 ‘당 내 당’ 역할을 해 친안계와 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친안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평개연을 지칭해 “어르신 연대”라고 평가절하했다. 연대에 참여한다는 한 의원을 겨냥해선 “참여할 것처럼 말했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며 평개연의 세력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23일 “평개연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명단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데 대부분의 의원들이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개연 소속 의원들을 포기하고 바른정당과 통합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도부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위치는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탈당론 띄우고 
민주당 손잡고 

바른정당과의 합당 여부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홍이 격화되는 가운데 비안계로 분류되는 호남 의원들의 집단 탈당론이 번지고 있다. 일부 강성 비안계 의원들 사이서 거론됐던 별도 원내교섭단체 구성 주장이 호남 중진 의원들 입에서 자주 거론되는 등 사실상 결별을 위한 여론전도 시작된 모양새다. 

비안계 의원들은 바른정당에 대해 기본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다름없는 적폐정당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비안계 의원들은 ‘햇볕정책’에 대한 바른정당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또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자칫 당의 정체성을 흔들어 호남 정당이란 명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비안계 측에서 안 대표를 압박하는 방법 중 하나로는 탈당이 꼽힌다. 만약 비안계가 탈당 수순을 밟는다면 안 대표는 호남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잃게 된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세 확장을 통해 중도보수진영의 대표주자가 되고자 하는 안 대표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인 셈이다. 비안계 의원들이 탈당할 경우 민주당에 둥지를 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까지만 하더라도 호남지역서 국민의당은 맹주로 통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과 19대 대선을 거치면서 호남 민심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서 지자체장 및 기초단체장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호남을 민주당에 내주게 되면 국민의당 내 호남의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도 이들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높게 한다. 

탈당 불사 비안계…민주당과 손잡기?
뿔난 동교동계…안 독단리더십 지적

안 대표를 압박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리더십 부재를 강조하는 것이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 움직임에 나서자 당내 반발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실제로 비안계에선 안 대표가 합당 논의를 사사로운 욕심으로 보고 소통이 부재함을 토로하고 있다.

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고문단인 동교동계도 안 대표의 독선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이훈평 고문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요새 왜 저렇게 됐겠느냐”라며 “평소에 소통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인데) 우리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가 누구하고 소통하면서 이런 문제를 만들어내는가를 모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관련해 “다 논의해서 하면 뭐라고 하겠나. 다만 논의를 안 하고 하는 부분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독단적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럼 당이 분열된다. 그러니까 요새 그런 사건들(내홍)이 벌어진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안철수·유승민 두 상전 모시라고 호남이 표를 주셨냐”는 비판글을 의원들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에 나설수록 당내 반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 확장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과 당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적 요소로 보고 있는 안 대표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위기의 안철수 
통합 가능성은?

비안계와 친안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바른정당 내부서 통합보다는 연대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연내에 결론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지금은 최선의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며 “데이트 기간을 좀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바른정당 가상통합 지지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전국서 20%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지지율 2위 정당으로 올라설 것이란 자체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3일 나왔다.

민의당이 지난 18~19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통합 정당 지지율은 19.2%로, 통합 전 국민의당 지지율인 5.5%서 급격하게 치솟았다. 

같은 경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7.5%,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5%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여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는 셈이다. 

양 당이 통합할 경우 호남 지지율도 2배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전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6.0%인 반면, 바른정당과의 통합 정당은 호남서 11.0%의 지지를 얻으며 두자리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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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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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