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리 모의되는 안철수 제거 작전 전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6:10:1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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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안 vs 비안 전쟁의 결말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론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당내 반발을 무릅쓰며 통합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정치 인생에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비안(비 안철수)계는 ‘독단적 리더십’ ‘소통의 부재’ 등을 언급하며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비안계의 안철수 제거 작전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 21일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을 둘러싼 ‘끝장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이렇다할 합의점을 도출하진 못했다. 정치권 일각서 주장하는 분당 수순을 바로 밟지는 않을 전망이지만 친안(친 안철수) 대 비안의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소득 없이 끝난
5시간 끝장토론 

이날 호남 중진의원들은 바른정당 통합론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한 것은 물론 안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안 대표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의 불찰이었다고 해명해 진화에 나섰다. 

호남 중진 황주홍 의원은 “이런 문제가 야기하게 된 데에 대해 안 대표의 책임이 작지 않다”며 “이런 문제라면 당연히 공식적인 논의가 있는 다음에 언급돼야 할텐데 유감스럽다”고 공격했다. 

최근 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정동영 의원 역시 “어제는 이 말하고 오늘은 이 말하고, 안 대표의 일련의 거짓말 시리즈에 대해 인정해라. 또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고 책임지라고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가 주장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반대 의견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안 대표는) 통합해야 2당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며 “통합에 대한 당내 부정적 기류도 강하고 그 효과 또한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첫 발언에 나선 안 대표는 여전히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안 대표는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서 2등은 해야 하고 자유한국당을 쓰러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이를 위해선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친안계와 비안계는 5시간에 걸친 토론을 벌였지만 ‘선 정책연대, 후 선거연대’ 추진이라는 합의 발표문만 발표했을 뿐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했다. 

끝장토론 의원총회 다음날인 지난 22일에도 친안계와 비안계는 바른정당 통합을 두고 설전을 이어갔다. 친안계가 장악하고 있는 최고위원회회의에선 안 대표의 통합론에 힘을 싣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최명길 최고위원은 “의원총회 결과를 언론에 잘못 전하는 분들이 계시다”며 “연대·통합 찬성이 26명이라고 이해했고, (반대는) 도저히 (의견을) 알 수 없는 3명을 포함해도 14명 정도”라며 “(일부 의원이) 3분의 2는 통합이 안 된다고 인터뷰하는데 그 반대”라고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제가 메모한 것을 갖고 있다. 분위기를 왜곡하는 말을 서로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대·통합 주장이 다수였다는 뜻이다. 

박주원 최고위원도 “전 당원 의사를 묻는 ARS(자동응답) 투표, 국민 여론조사까지 하면 더 이상 논란이 없을 것”이라며 “안철수 대표의 리더십 여부까지 연계해서 투표에 붙인다면 모든 논란은 원샷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의총서 나온 안철수계의 ‘전 당원투표’ 주장을 안 대표 재신임까지 연계한 것이다. 당원 지지를 명분으로 의원들의 반대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천·박
평개연 조직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을 띄운 안 대표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모양새다. 대선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철저한 안 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단순한 수치로만 놓고 봐도 안 대표는 대선 후보에 오를 당시 당내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선 직후 내리막길은 시작됐다. 

대선 패배에 대한 원죄를 비롯해 제보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당내 입지가 축소됐다. 

아울러 2선으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안 대표가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호남·비안계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결국 안 대표가 50%를 간신히 넘는 지지율로 당권을 쥐면서 국민의당은 위태로운 ‘안철수호’ 체제가 됐다. 

최근에는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이 평화개혁연대(이하 평개연)를 구성해 안 대표 때리기에 나선 모양새다. 다만 박 의원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는 전면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개연은 현재 당내서 서명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 의원은 “상당히 많이 (합류)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평개연의 세 확장을 위해 현역의원에게 서명을 받은 뒤 원외 지역위원장으로 확대하는 방법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평개연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의원은 “평화개혁연대는 당을 지키자는 취지의 의견그룹”이라며 “탄생의 기원이 다른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인위적으로 갖다 붙이자는 건데, 그건 바른정당도 원하지 않을뿐더러 안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하는 건 옳지 않다. 안 대표가 이를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당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끝장토론 벌였지만…감정골만 확인
평화개혁연대 조직…안 압박 노림수 

평개연은 햇볕정책으로 대변되는 ‘평화주의’와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주의’를 노선으로 안 대표의 중도통합파와는 함께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연대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들은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외에도 유성엽, 장병완 의원 등 호남 중진의원과 김광수, 최경환, 김경진 의원 등 호남 초선 의원들이다. 

평개연은 보수정당과의 연대·통합에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는 박주선, 이상돈, 장정숙, 박선숙 등 초선의원들에 대해 참여를 설득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대 창립 서명을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명에 부정적 의견을 가진 의원들은 형식에 구속되기 보다는 평화주의 및 개혁주의 노선에 동의하는 의원들이 모두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25명의 의원들이 모이면 공식적으로 사무실을 차려 출범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평개연이 민주당의 민주평화국민연대처럼 ‘당 내 당’ 역할을 해 친안계와 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친안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평개연을 지칭해 “어르신 연대”라고 평가절하했다. 연대에 참여한다는 한 의원을 겨냥해선 “참여할 것처럼 말했는데 사실은 그 반대”라며 평개연의 세력화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언주 의원도 지난 23일 “평개연이 뭔지 잘 모르겠다”며 “명단이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데 대부분의 의원들이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개연 소속 의원들을 포기하고 바른정당과 통합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도부가 아니기 때문에 말씀드릴 위치는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탈당론 띄우고 
민주당 손잡고 

바른정당과의 합당 여부를 둘러싼 국민의당 내홍이 격화되는 가운데 비안계로 분류되는 호남 의원들의 집단 탈당론이 번지고 있다. 일부 강성 비안계 의원들 사이서 거론됐던 별도 원내교섭단체 구성 주장이 호남 중진 의원들 입에서 자주 거론되는 등 사실상 결별을 위한 여론전도 시작된 모양새다. 

비안계 의원들은 바른정당에 대해 기본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다름없는 적폐정당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비안계 의원들은 ‘햇볕정책’에 대한 바른정당의 태도에 대한 불만도 높은 상황이다. 

또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자칫 당의 정체성을 흔들어 호남 정당이란 명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비안계 측에서 안 대표를 압박하는 방법 중 하나로는 탈당이 꼽힌다. 만약 비안계가 탈당 수순을 밟는다면 안 대표는 호남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잃게 된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세 확장을 통해 중도보수진영의 대표주자가 되고자 하는 안 대표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인 셈이다. 비안계 의원들이 탈당할 경우 민주당에 둥지를 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총선까지만 하더라도 호남지역서 국민의당은 맹주로 통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과 19대 대선을 거치면서 호남 민심은 민주당을 향하고 있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서 지자체장 및 기초단체장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호남을 민주당에 내주게 되면 국민의당 내 호남의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점도 이들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을 높게 한다. 

탈당 불사 비안계…민주당과 손잡기?
뿔난 동교동계…안 독단리더십 지적

안 대표를 압박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리더십 부재를 강조하는 것이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 움직임에 나서자 당내 반발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실제로 비안계에선 안 대표가 합당 논의를 사사로운 욕심으로 보고 소통이 부재함을 토로하고 있다.

안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고문단인 동교동계도 안 대표의 독선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 이훈평 고문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요새 왜 저렇게 됐겠느냐”라며 “평소에 소통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인데) 우리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가 누구하고 소통하면서 이런 문제를 만들어내는가를 모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바른정당과의 통합론 관련해 “다 논의해서 하면 뭐라고 하겠나. 다만 논의를 안 하고 하는 부분이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독단적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럼 당이 분열된다. 그러니까 요새 그런 사건들(내홍)이 벌어진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안철수·유승민 두 상전 모시라고 호남이 표를 주셨냐”는 비판글을 의원들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합당에 나설수록 당내 반발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 확장을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과 당의 미래를 위해서 필수적 요소로 보고 있는 안 대표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위기의 안철수 
통합 가능성은?

비안계와 친안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와중에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바른정당 내부서 통합보다는 연대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연내에 결론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지금은 최선의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며 “데이트 기간을 좀 많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바른정당 가상통합 지지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전국서 20%에 가까운 지지를 얻으며 지지율 2위 정당으로 올라설 것이란 자체여론조사 결과가 지난 23일 나왔다.

민의당이 지난 18~19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통합 정당 지지율은 19.2%로, 통합 전 국민의당 지지율인 5.5%서 급격하게 치솟았다. 

같은 경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7.5%,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1.5%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여당에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하는 셈이다. 

양 당이 통합할 경우 호남 지지율도 2배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전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6.0%인 반면, 바른정당과의 통합 정당은 호남서 11.0%의 지지를 얻으며 두자리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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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