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릴 대로 몰린’ MB 구속 가능성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34:47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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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포토라인 설까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최근 문재인정부가 이명박(MB)·박근혜정부 적폐 청산에 나선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될지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몰릴 대로 몰린 MB는 과연 구속을 면할 수 있을까. <일요시사>는 MB 구속 가능성을 살펴봤다. 
 

최근 시민단체 ‘이명박 심판 범국민 운동본부’와 ‘쥐를 잡자, 특공대’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 삼거리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의 구속과 처벌을 촉구했다. 

혐의는 충분

이들은 “국민 대다수가 이명박의 범죄 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구속 수사를 원하므로 이명박을 수사하는 것은 정치보복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수사를 회피한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MB 구속의 큰 그림은 문 정부 국정원 개혁위가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월 국정원 개혁위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인 2012년 총선·대선 때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팀을 운영했다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개혁위는 국정원이 KBS·MBC에 압력을 행사해 특정 문화·예술인들의 출연을 막았다는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등 여야 정치인을 비방했다는 의혹, 대기업들을 압박해 일부 단체를 지원토록 했다는 의혹이 줄줄이 검찰로 넘어왔다.


검찰은 우선적으로 MB정부의 댓글공작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모양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MB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소환했다. 

김 전 실장은 임관빈 당시 국방부 정책실장으로부터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여론조작 활동에 관한 내용을 보고받고 주요 사항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연루된 것으로 의심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2012년 7월 사이버사가 댓글공작에 투입할 민간인 군무원 70명을 선발할 당시 “성향 분석을 철저히 해 선별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권에선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붙으면 자연스럽게 칼끝이 이 전 대통령에게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개혁위는 다각도로 MB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MB정부 당시 청와대가 명진 스님의 동향 보고를 지시하고 좌파 활동 경력 온라인 전파를 주문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동향 보고 지시는 2010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실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아울러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명진 스님을 견제하려고 한 정황도 파악해 검찰에 넘겼다. 

개혁위는 지난 6일에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 공개돼 ‘노무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을 낳았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이 2009년 국정원이 MB정부 때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며 이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에 의해 유출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위·검찰 막판 총공세
쏟아지는 의혹들…운명의 날은?

해당 대화록은 2008년 1월 국정원이 ‘2007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이란 제하의 문건을 1급 비밀로 생산해 보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2009년 3월3일 2급 비밀로 재분류된 해당 문건은 2009년 5월4일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 하에 따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할 목적으로 보고서로 만들어져 청와대에 보고됐다.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보고를 받은 청와대 인물은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김성한 외교안보수석이다.  

국정원이 문건을 유출한 것은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위반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국정원과 MB정부의 의도적 문건 유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경우, 과연 누가 이러한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돼 자연스럽게 MB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가 전체적인 MB 구속 프로젝트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검찰은 직접 MB를 겨누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투자 자문 회사 BBK로부터 피해를 보았다는 옵셔널캐피탈 장모씨로부터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장씨는 자신이 BBK 대표 김경준씨로부터 받아야 할 돈 140억원을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힘을 써 ‘다스’에 주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상은씨가 회장으로 있는 다스가 이 전 대통령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검찰은 부랴부랴 “다스의 법적 실소유주를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앞서 10년 전 대선과정에서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다스 설립 및 증자 때 납입된 자본금, 이익배당 등 회사수익 귀속 주체, 거액투자 등 중요 의사결정 과정 등을 살펴봤지만 MB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계좌추적이 가능한 5년치 자금 흐름과 임의제출 받은 회계장부까지 9년치를 조사했지만 역시 다스 설립에 MB가 관여했거나 배당금 등이 넘어간 흔적이 없었다. 특검도 관련 의혹을 들여다봤지만 “MB를 다시의 실소유주로 볼 증가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다스 논란은 다시 중심에 섰다.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130억원 이상 비자금 조성 ▲특혜 대출 의혹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운용 흔적 ▲해외 법인 대표에 MB 장남 선임 등이다. 이와 관련해 MB가 “다스는 내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MB 소유가 아니고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 의혹 제기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 궁극적으로 MB를 겨냥한 검찰 수가가 기소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 이 전 대통령이 기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의 의지가 대단하다. 수사기관을 비롯한 온 국가기관이 나서고 있고 여론이 받쳐주므로 이 전 대통령에겐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이 좌우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측은 지금은 로키(low-key, 신중) 전략을 쓰고 있지만 궁지로 몰리게 되면 여론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며 “법리보단 여론이 MB의 운명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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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