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안계 VS 동교동계’ 파워게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31:57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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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밀리면 끝장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승부수가 난관에 봉착했다. 바른정당과 통합론에 방점을 찍은 그는 당내 반발에 직면해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양당 통합 반대의 중심에는 ‘동교동계’가 있다. <일요시사>는 친안(친 안철수)계와 동교동계의 파워게임 내막을 들여다봤다.
 

급격한 통합 논의 이후 각각 당내 갈등으로 치닫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 논의가 ‘정책연대’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지난 25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으로 중도 개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가치와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 가능성과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당 대 당 통합에서 한발 물러섰다. 

통합 논의 주춤
동·호 반발

앞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해 통합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당내 호남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통합론에 걸림돌로 작용한 모양새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주승용·조배숙·이찬열·박준영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과 가진 조찬 모임 후 “일단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먼저 해보자”고 말해 당 대 당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이는 당의 존립기반인 광주지역 지방의원들의 집단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 의원들은 시의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서 긴급 회동을 열어 중앙당서 시작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대책회의서 한 의원은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 여 앞두고 햇볕정책 폐기와 탈 호남을 주창하는 바른정당과 손을 잡는다는 게 맞는 말이냐”며 성토했다. 즉 이번 통합론이 시기상조며 명분도 없다는 주장이다. 

호남 의원들의 통합론 반대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 및 향후 총선에서의 위기감이 깔려있다. 당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자칫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설 경우 민주당에 호남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바른정당은 전국정당의 이미지를 가짐과 동시에 탈 호남을 주창하고 있어 호남 기반 의원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타오른 통합 논의…당내 반발 직면
'동' 탈당 불사…민주당에 기웃기웃

중앙당 차원서 무리하게 통합에 나설 경우 당내 내홍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호남 및 중진 의원들과 별개로 동교동계 원로들의 입김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안계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양당 통합 논의로 얻는 정치적 이득이 크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양당이 통합하게 되면 안 대표가 줄곧 주창해 온 다당제 구도가 완성되는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지난 20일 안 대표 측근은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하고,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면 안 대표의 지론인 다당제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무너진다”고 말했다. 현 정치제도서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두 번째로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위한 큰 그림이란 분석이다. 안 대표는 대선 패배 및 대선조작 파문으로 인해 정계은퇴설에 휘말렸다. 정치권서도 안 대표가 2선서 머문 뒤 훗날을 도모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조기 등판해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내 패권을 잡았지만 당 지지율은 두 달 넘게 4∼6%에 머물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친안계 의원은 “안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잘 치러야 당이 산다’는 생각이 확실하다”며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통합논의를 통해 당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대선과정서 ‘사당화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당내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에 비교해 보면 현재 안 대표의 당내 입지는 약화된 모습이다.

전당대회 출마과정 및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두고 비안(비 안철수)계 의원들과 대립하는 등 당내 반발도 커진 모양새다. 이런 상황서 안 대표는 통합 논의를 띄움으로써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 자강?
안의 딜레마

이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서 당내 원로들의 모임인 동교동계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 동교동계는 이번 통합론을 두고 안 대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지난 24일 당 고문인 박양수 전 의원은 “안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시도당·지역위원장 사퇴를 하라고 하니 ‘이대론 안 되겠다. 안 대표가 당을 훼손하는 건 그냥 두지 않겠다’는 생각들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동교동계과 친안계 대선 과정부터 정체성 논란이 일 때마다 충돌했다. 특히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이견은 두 파의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한 지난 8월에도 동교동계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탈당 및 안 대표에 대한 출동조치까지 거론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5월에는 대선 패배로 인한 지도부 일괄사퇴 후 비대위원장 인선 및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을 둘러싸고 당 고문단이 집단 탈당을 검토하는 상황까지 번지기도 했다. 
 

동교동계는 당 정체성과 연결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최근 안 대표가 광폭행보를 보이자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들은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합당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당 임채정 상임고문과 여러 차례 만나 양당 통합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국민의당 이훈평 고문은 최근 안 대표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안철수 대표가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겪”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도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정 상임고문은 “나는 민주당하고 통합해야 정체성도 맞고 또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집단이고 뿌리가 같은 민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과 연대나 연합이나 연정이나 혹시 통합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정당 내에 친안(친 안철수)과 반안(반 안철수)의 절반으로 갈라져 있다. 의원들도 20여 명씩 나뉘어져 있다”며 ‘민주당 통합파’의 수가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꼭 동교동계만은 아니다. 동교동계를 포함한 범민주계,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당에선 동교동계 인사들을 비롯해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이 민주당과 통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교동계에선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할 시 정치적 시너지가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조사로 보여진다. 그쪽 당(바른정당)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안철수 대표 이하 몇 분들이 그렇게 끌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당의 정신적 지주인 박지원 의원이 탈당을 언급해 당 지도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정치권에선 햇볕정책 폐기론을 바른정당이 주장하자 동교동계의 ’입‘ 역할을 하는 박 의원이 이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탈당을 언급해 현 지도부에 경고를 했다는 분석이다.  

탈당 카드  
민주당 합류?

이밖에 동교동계는 바른정당보다는 차라리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명분이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민주당서조차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소야대서 국회 운영과 통합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 사례를 언급하면서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152석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며 “합당으로 의석수를 늘려 과반 정당이 된다 해도 국회를 잘 이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200석 가까운 의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 탄생하지 않는 한 어느 한 정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무리한 추진으로 당내 분란이 커질 경우 국정 동력만 상실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대선 이후 줄곧 50%를 상회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모두 합쳐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민심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정운영에 중요 동력이 된다. 법안이나 인사에 대한 표결이 국회에 부쳐졌을 때 야당은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통합에 사활 진짜 이유는?
결국 사분오열 수순…국당 운명은

또한, 섣불리 통합에 나선다면 호남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통합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의 국회의원은 국민의당이 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구도를 보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지방선거 나아가 향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호남서 텃밭을 다지고 있는 민주당 내 인사들의 반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국민의당 인사들과 민주당 인사들 간의 교통정리 문제가 대두되는 셈이다. 

친안계 입장에선 민주당과 합당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의원 및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키즈’들이 주축이 된 친안계는 과거 민주당서 친문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당을 박차고 나온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시 복당 내지 합당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민주당 내 인사들과 감정의 골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안 대표 입장에선 말 그대로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도 높다. 대선 이후부터 줄곧 ‘자강론’을 강조해 온 그가 만약 민주당에 합류하면 본인의 정치철학을 펼칠 공간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이라는 승부를 띄운 만큼 앞으로 통합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권을 쥐고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선 앞으로 동교동계와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독자노선을 택할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회복
당장 어렵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대부분의 지지층을 여당에 빼앗긴 구조적 문제 때문에 당분간 무엇을 하든 지지율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장 주목도를 높이고 일부 보수층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주요 지지층을 여권에 빼앗긴 상항에 정부·여당 지지도가 조기에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한 단기간 내 지지율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민주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실정으로 지지도가 올랐다”며 “그런 특정한 사안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바로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교동계는?

동교동계란 야당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에 상주해 그를 보좌했던 측근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더불어 한국 정치 양대 산맥을 이뤘다. 김 전 대통령이 1995년 일산으로 이사를 갔지만, 언론은 김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사람들을 동교동계라 불렀다.

동교동계 1세대는 6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과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이용희, 남궁진, 이윤수 등이며 2세대는 최재승, 윤철상, 설훈, 배기선, 정동채 등이다. 87년 이후 합류한 3세대는 전갑길, 배기운, 이협 등 인사들이 있다.

범동교동계로는 한광옥, 조재환, 박양수, 이훈평 등이 있다. 지난해 3월 권노갑, 박지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당시 동교동계의 입당으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정통성 경쟁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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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