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안계 VS 동교동계’ 파워게임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31:57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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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 밀리면 끝장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승부수가 난관에 봉착했다. 바른정당과 통합론에 방점을 찍은 그는 당내 반발에 직면해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양당 통합 반대의 중심에는 ‘동교동계’가 있다. <일요시사>는 친안(친 안철수)계와 동교동계의 파워게임 내막을 들여다봤다.
 

급격한 통합 논의 이후 각각 당내 갈등으로 치닫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연대 논의가 ‘정책연대’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지난 25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으로 중도 개혁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가치와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 가능성과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당 대 당 통합에서 한발 물러섰다. 

통합 논의 주춤
동·호 반발

앞서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해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영·호남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없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말해 통합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당내 호남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통합론에 걸림돌로 작용한 모양새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주승용·조배숙·이찬열·박준영 의원 등 당내 중진 의원들과 가진 조찬 모임 후 “일단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를 먼저 해보자”고 말해 당 대 당 통합에는 선을 그었다. 이는 당의 존립기반인 광주지역 지방의원들의 집단 반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소속 광주시 의원들은 시의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서 긴급 회동을 열어 중앙당서 시작된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대책회의서 한 의원은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 여 앞두고 햇볕정책 폐기와 탈 호남을 주창하는 바른정당과 손을 잡는다는 게 맞는 말이냐”며 성토했다. 즉 이번 통합론이 시기상조며 명분도 없다는 주장이다. 

호남 의원들의 통합론 반대 배경에는 내년 지방선거 및 향후 총선에서의 위기감이 깔려있다. 당 지지율이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자칫 바른정당과 통합에 나설 경우 민주당에 호남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바른정당은 전국정당의 이미지를 가짐과 동시에 탈 호남을 주창하고 있어 호남 기반 의원들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상황이다.  

타오른 통합 논의…당내 반발 직면
'동' 탈당 불사…민주당에 기웃기웃

중앙당 차원서 무리하게 통합에 나설 경우 당내 내홍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호남 및 중진 의원들과 별개로 동교동계 원로들의 입김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안계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서두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양당 통합 논의로 얻는 정치적 이득이 크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양당이 통합하게 되면 안 대표가 줄곧 주창해 온 다당제 구도가 완성되는 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지난 20일 안 대표 측근은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하고,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면 안 대표의 지론인 다당제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무너진다”고 말했다. 현 정치제도서 다당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두 번째로는 내년 6·13 지방선거를 위한 큰 그림이란 분석이다. 안 대표는 대선 패배 및 대선조작 파문으로 인해 정계은퇴설에 휘말렸다. 정치권서도 안 대표가 2선서 머문 뒤 훗날을 도모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조기 등판해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내 패권을 잡았지만 당 지지율은 두 달 넘게 4∼6%에 머물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친안계 의원은 “안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잘 치러야 당이 산다’는 생각이 확실하다”며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통합논의를 통해 당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대선과정서 ‘사당화 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당내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에 비교해 보면 현재 안 대표의 당내 입지는 약화된 모습이다.

전당대회 출마과정 및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두고 비안(비 안철수)계 의원들과 대립하는 등 당내 반발도 커진 모양새다. 이런 상황서 안 대표는 통합 논의를 띄움으로써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합? 자강?
안의 딜레마

이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서 당내 원로들의 모임인 동교동계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 동교동계는 이번 통합론을 두고 안 대표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 

지난 24일 당 고문인 박양수 전 의원은 “안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시도당·지역위원장 사퇴를 하라고 하니 ‘이대론 안 되겠다. 안 대표가 당을 훼손하는 건 그냥 두지 않겠다’는 생각들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동교동계과 친안계 대선 과정부터 정체성 논란이 일 때마다 충돌했다. 특히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이견은 두 파의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안 대표가 당 대표에 출마한 지난 8월에도 동교동계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탈당 및 안 대표에 대한 출동조치까지 거론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 5월에는 대선 패배로 인한 지도부 일괄사퇴 후 비대위원장 인선 및 바른정당과의 연대론을 둘러싸고 당 고문단이 집단 탈당을 검토하는 상황까지 번지기도 했다. 
 

동교동계는 당 정체성과 연결되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최근 안 대표가 광폭행보를 보이자 더 이상 좌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동교동계 인사들은 민주당 인사들과 접촉면을 늘리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 중이다.

동교동계를 중심으로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합당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국민의당 권노갑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당 임채정 상임고문과 여러 차례 만나 양당 통합을 추진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국민의당 이훈평 고문은 최근 안 대표의 행보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안철수 대표가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겪”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정대철 상임고문도 민주당과 통합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 19일 정 상임고문은 “나는 민주당하고 통합해야 정체성도 맞고 또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의 집단이고 뿌리가 같은 민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과 연대나 연합이나 연정이나 혹시 통합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고문은 “정당 내에 친안(친 안철수)과 반안(반 안철수)의 절반으로 갈라져 있다. 의원들도 20여 명씩 나뉘어져 있다”며 ‘민주당 통합파’의 수가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꼭 동교동계만은 아니다. 동교동계를 포함한 범민주계, 적지 않은 국회의원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민의당에선 동교동계 인사들을 비롯해 박지원 의원, 정동영 의원 등이 민주당과 통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동교동계에선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할 시 정치적 시너지가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불신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정 고문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유도하기 위한 여론조사로 보여진다. 그쪽 당(바른정당)하고 통합하기 위해서 안철수 대표 이하 몇 분들이 그렇게 끌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당의 정신적 지주인 박지원 의원이 탈당을 언급해 당 지도부에 ‘으름장’을 놓았다. 정치권에선 햇볕정책 폐기론을 바른정당이 주장하자 동교동계의 ’입‘ 역할을 하는 박 의원이 이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탈당을 언급해 현 지도부에 경고를 했다는 분석이다.  

탈당 카드  
민주당 합류?

이밖에 동교동계는 바른정당보다는 차라리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통합하는 것이 명분이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민주당서조차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소야대서 국회 운영과 통합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 사례를 언급하면서 “열린우리당 시절 과반 152석으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며 “합당으로 의석수를 늘려 과반 정당이 된다 해도 국회를 잘 이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선진화법으로 인해 200석 가까운 의석을 보유한 거대 정당이 탄생하지 않는 한 어느 한 정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은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무리한 추진으로 당내 분란이 커질 경우 국정 동력만 상실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이유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대선 이후 줄곧 50%를 상회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을 모두 합쳐도 민주당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민심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국정운영에 중요 동력이 된다. 법안이나 인사에 대한 표결이 국회에 부쳐졌을 때 야당은 국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통합에 사활 진짜 이유는?
결국 사분오열 수순…국당 운명은

또한, 섣불리 통합에 나선다면 호남 민심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통합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광주·전남 지역의 국회의원은 국민의당이 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 구도를 보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지방선거 나아가 향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호남서 텃밭을 다지고 있는 민주당 내 인사들의 반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국민의당 인사들과 민주당 인사들 간의 교통정리 문제가 대두되는 셈이다. 

친안계 입장에선 민주당과 합당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도권 의원 및 비례대표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안철수 키즈’들이 주축이 된 친안계는 과거 민주당서 친문패권주의에 반기를 들고 당을 박차고 나온 인사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시 복당 내지 합당 수순을 밟는다고 해도 민주당 내 인사들과 감정의 골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안 대표 입장에선 말 그대로 정치생명이 끝날 가능성도 높다. 대선 이후부터 줄곧 ‘자강론’을 강조해 온 그가 만약 민주당에 합류하면 본인의 정치철학을 펼칠 공간이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이라는 승부를 띄운 만큼 앞으로 통합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다. 당권을 쥐고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선 앞으로 동교동계와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독자노선을 택할지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회복
당장 어렵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민의당이 대부분의 지지층을 여당에 빼앗긴 구조적 문제 때문에 당분간 무엇을 하든 지지율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당장 주목도를 높이고 일부 보수층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주요 지지층을 여권에 빼앗긴 상항에 정부·여당 지지도가 조기에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한 단기간 내 지지율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민주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실정으로 지지도가 올랐다”며 “그런 특정한 사안이 발생한다면 모를까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바로 지지율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예측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교동계는?

동교동계란 야당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에 상주해 그를 보좌했던 측근들을 일컫는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더불어 한국 정치 양대 산맥을 이뤘다. 김 전 대통령이 1995년 일산으로 이사를 갔지만, 언론은 김 전 대통령을 추종했던 사람들을 동교동계라 불렀다.

동교동계 1세대는 60년대부터 김 전 대통령과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이용희, 남궁진, 이윤수 등이며 2세대는 최재승, 윤철상, 설훈, 배기선, 정동채 등이다. 87년 이후 합류한 3세대는 전갑길, 배기운, 이협 등 인사들이 있다.

범동교동계로는 한광옥, 조재환, 박양수, 이훈평 등이 있다. 지난해 3월 권노갑, 박지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은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당시 동교동계의 입당으로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정통성 경쟁서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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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