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인 문재인 팬카페서 잡음이 발생했다. 명의 양도문제를 놓고 회원들 간 얼굴을 붉힌 것. 서둘러 운영진이 진화에 나섰지만 회원들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진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문 팬카페서 벌어진 명의 양도 사태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문재인 팬카페(이하 문팬)은 지난해 9월3일 공식 출범했다. 여러 개로 나눠진 문재인 대통령지지 모임단체가 하나로 뭉친 것이다. 당시 ‘문팬’ 창립총회에는 문 대통령도 참석해 지지자들을 격려 한 바 있다.
삐걱삐걱
지난 19대 대선서 문팬은 국민의당에 고발을 당했다.
당시 국민의당 이용주 공명선거추진단장은 “문팬 회원들이 실시간 검색어나 안철수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 작업을 해 비정상적으로 안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검색어 상단에 노출되는 여론조작이 이뤄졌다”며 “이런 문팬들의 행위는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선거에서 활약했던 ‘십알단’에 비견할 만한 여론 조작 행위”라고 비난했다.
당시 이 단장은 문팬 카페지기 ‘지리산반달곰’이 올린 ‘기울어진 언론매체서 문재인을 구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공지글을 문제 삼았다. 이후 민주당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팬클럽을 고발하는 등 양당은 맞고발전에 돌입키도 했다.
이밖에 문팬은 지난 대선과정서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서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본지는 지난 3월 보도한 ‘친문 댓글부대 실체’ 기사에서 ‘달빛기사단’이 선플(?)을 달고 당내 경선결과를 유출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당시 달빛기사단 채팅방 내 방장은 공지사항을 수시로 올렸다. 공지사항 내용은 ▲문재인 공식 팬카페(문팬)에 가입을 해주세요 ▲닉네임은 카페와 동일하게 ▲기사 링크 후에는 카페에도 올려주세요 등이다.
공지사항을 토대로 문팬을 살펴보니 실제로 달빛기사단을 주도했던 인물들이 문팬서 동일한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중에는 문팬 내 게시판지기도 포함돼있었다.
이밖에 최근 문팬은 카페 양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문팬 공지사항에 따르면 ‘개인명의에서 임의단체 명의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카페 전국대표인 ‘군자대도’란 닉네임을 쓰는 인물은 양도 사유에 대해 “전국대표 선출 후 카페양도 절차에 있어 찬반 투표가 별도로 진행되는 중복 투표 문제로 회원들의 혼선이 있었다”며 “이를 방지하고 임의단체(법인) 계정인 ‘문재인 팬카페’로 양도함으로써 사적인 모양새에서 벗어나 단체가 소유함으로 공익차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페회원 중 일부는 명의 양도에 대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명의 양도를 반대하는 A씨는 댓글을 달고 “카페활성화를 하려는 생각 없이 왜 이상한 일들을 자꾸 하시는지”라며 “문통 일정이나 이야기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쓸데없이 법인 타령이나 한다”고 비판했다.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경우도 있다.
법인 문제 두고 내분…단순 오해?
성난 회원들…절차상 문제 지적도
B씨는 “사전 공지도 없이 덜컥 찬반을 묻는 이런 형태의 필독 공지글을 올리신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물은 “법인으로 해서 매번 대표가 바뀔 때마다 대표자 변경을 해야 할 것 아니냐”며 “국세청, 지자체, 세무서에서 오해하겠다. 세무 조사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문팬 사무국장은 “민법 32조에 따라 법인으로 법인격없는 임의단체이니 실상의 일반적 법인격의 비영리법인과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또 문팬이 임의단체로 된 배경에 대해선 CMS(자동이체)통장 개설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현재 명의 양도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 중이다. 투표기간은 10월17일부터 11월1일까지다. 10월20일 기준으로 총 276명이 참여해 189명이 찬성했고, 87명이 반대했다. 반대표의 비율은 31%다.
규정에 따르면 투표한 회원의 40% 이상이 양도를 반대할 경우, 양도가 이뤄지지 않고 현재의 카페지기를 유지한다. 현 흐름대로 11월2일까지 투표가 이어질 경우 카페는 양도 절차를 밟게 된다.
문팬 운영진과 회원 간의 분란은 운영진의 매끄럽지 못한 설명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인과 임의단체의 차이를 뚜렷이 설명하지 않아 회원들에게 마치 법인격있는 법인으로 양도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앞서 지난해 10월28일 문팬은 임의단체로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는 개인 명의로 통장을 관리할 경우 대표 변경 시 통장 변경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였다.
모임회비를 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세무서에 임의단체등록을 마쳐야만 한다.
그렇다면 최근에 왜 문팬은 양도에 나선 것일까. 우선 절차적 문제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팬대표 선출은 온라인 투표에 의하며 유효투표수의 최다득표자를 당선으로 한다. 그 결과 지난 6월 ‘군자대도’는 단독 후보로 찬반투표를 거쳐 당선됐다.
하지만 대표자가 된다고 해서 바로 문팬의 카페지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문팬서 온라인상 투표를 거쳐야 한다. 즉 중복투표의 문제점을 갖고 있던 셈이다. 만약 임의단체로 양도를 하게 되면 전국대표 선출 후 별도의 카페양도 찬반투표를 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 같은 절차상 문제를 고치기 위해 양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측면으로는 형식상 카페 소유권을 카페지기(전국대표)가 갖고 있던 것을 문팬 회원 모두에게 이양하는 의미를 지닌다. 문팬 사무국장은 “문팬이란 단체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공식화한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전국대표와 사무국장은 서둘러 진화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일정부분 법인과 임의단체에 대한 오해는 풀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란으로 문팬 운영진은 회원들에게 ‘불편한 운영진’이란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
커지는 불만
한 회원은 대표의 운영자질 및 운영 방식을 꼬집었다.
그는 “모든 글은 제목과 목차가 제일 중요한 법인데 한 카페의 대표님께서 올리신 글로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며 “더구나 이런 중요한 문제를 공지 글만 올려두고 회원들은 알아서 찾아 읽으라는 듯한 조치는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단체 쪽이나 지역팀장들을 통해 문자 연락 등 한 번쯤은 읽을 수 있게 조치해야 하는 사항 아니냐”며 “현 조회수를 보니 1200(명)인데 앞으로 남은 기간 중 이 내용을 모르고 있는 회원들이 카페에 들어와 글을 읽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