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금주의 국감스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1:04:09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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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됐다. 추석 연휴를 뒤로 한 국회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국감을 진행되며 16개 상임위원회(겸임 상임위 포함)에서 701개 기관을 상대로 치러진다. 
 

이번 국감은 큰 줄기에서 ‘적폐청산’ 대 ‘무능심판’의 대결 구도로 흐를 예정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이명박근혜정권 때 행해졌던 각종 비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감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개혁과 적폐청산을 화두로 꺼내며 여당을 지원사격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지난 5개월간 무능을 심판하는 이른바 무심 국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5대 신(新) 적폐를 파헤쳐 국민들이 정부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강대강 대립에 국회 일각에선 파행으로 인한 ‘부실 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정치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송곳 같은 문제제기로 눈길을 끈 의원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금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자부 출자회사 누적적자 10조9000억”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훈 의원은 지난 18일 산자부 산하 21개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기관들의 출자회사 149곳이 설립 이후 현재까지 기록한 적자규모가 총 10조9508억원에 이르러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기업별로 보면 석유공사가 6조7934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체 적자규모의 70%를 차지했다. 뒤이어 가스공사가 1조9270억원, 광물자원공사가 1조5206억원, 한전이 22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출자회사들이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본 데에는 우둔한 회사 운영 실태가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가스공사는 2010년부터 우즈베키스탄에 CNG충전소 운영사업과 실린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스공사의 사업목적과 연관성이 낮아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서부발전의 경우 고유목적사업인 석탄개발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도 않고 부대사업인 석탄터미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PT Mutiara Jawa를 설립했다. 하지만 2014년 준공 이후 선적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에 이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들이 출자회사를 아주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이 출자한 기업 149곳서 11조원에 육박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공공기관은 감시와 견제 대상으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만, 이러한 출자회사들은 존재감이 미약해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어 출자회사야말로 세금의 보이지 않는 하수구”라며 “무책임하고 아둔한 운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출자회사에 대해 공공기관 못지 않게 제도적 감시와 견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위원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
“진료비 허위청구 급증”


최근 4년간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료기관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허위청구로 인한 부당금액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최근 4년간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료기관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허위청구로 인한 부당금액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료기관이 2013년 658개서 2016년 741개를 늘어남과 동시에 허위 청구로 인한 부당 지급 금액도 2013년 119억원서 2016년 381억원으로 3.2배 증가했다.

진료비 허위 청구 중 진료행위를 거짓으로 작성해 의료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한 금액은 2013년 17억2400만원서 2016년 47억4400만원으로 2.8배 증가했다. 

이 같은 불법을 적발하기 위해 심평원은 진료비 부당청구의 유형을 거짓 청구, 산정기준 위반, 대체 초과 청구, 본인부담 과다징수, 기타 항목으로 분류해 현지실사를 통해 적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A병원의 경우 천식이나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증기흡입치료를 하지 않고도 한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기재해 772만원을 더 받아냈다.

B약국은 낮에 조제투약을 하고도 밤에 투약한 것으로 허위 기재해 421만원을 부당하게 청구해 지난해 11월 심평원 현지조사서 적발되기도 했다. 

환자 본인부담금을 과다하게 청구한 경우도 늘고 있다. 2013년 15억5500만원이던 본인부담금과다청구액은 2016년 53억1900만원으로 3.4배 늘었다. 지난해 1월 심평원 현지조사서 한 병원은 요양급여대상인 트리돌 50mg을 주사한 후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환자 본인에게 직접 3000원을 받는 등 149만원을 부당하게 청구해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5월 E요양병원은 간호사가 장기휴가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담 간호 인력으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요 차등제’ 적용 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해 666만원을 더 청구했다가 발각됐다. 

이에 송 의원은 “진료비를 허위청구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을 좀 먹는 일”이라며 “현지실사를 강화해 건강보험 재정이 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동섭 의원(국민의당)
“매장문화재 관리 엉망”

문화재청의 발굴조사 후 문화재 가치가 인정돼 보존조치 결정이 내려진 유적 수백 곳이 훼손·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매장문화재 보존조치유적 관리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보존조치유적 점검대상 585곳 중 절반가량인 250곳의 점검기록이 없어 부실한 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발굴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23조(보존조치 매장문화재 관리)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매년 보존조치유적 관리 실태를 점검해야 하고, 지자체는 관할지역 내 보존조치유적을 연 1회 이상 점검해 그 결과를 문화재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서 점검한 보존조치유적 관리대장에는 안내판이나 보호시설 없이 방치되거나 경작지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돼 훼손된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 미점검 지역 250곳은 상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남지역은 전체 59곳의 보존조치유적 가운데 80%에 달하는 47곳이 점검 기록이 없으며, 제주지역은 지역 내 유적에 대해 점검기록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존조치 결정이 내려진 유적이 개인사유지인 경우 관리가 어려울 수 있지만 지자체가 매입한 유적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서 “보존조치유적서 발굴된 유구나 유물은 역사기록이 없거나 부족한 시기의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문화재청은 유적 사후관리를 지자체나 개인에게 일임할 것이 아니라, 유적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위원회] 유의동 의원(바른정당)
“문정부, 정규직전환 문제 많다”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유의동 의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비판했다.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 내 비정규직 전체 5975명 중 내년도 정규직 전환대상은 ▲기간제 근무자 300여명 ▲파견 용역 근무자 중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290여명이다. 즉 총 600여명에 못 미치는 규모로 전체 금융위 산하 공기업 비정규직(6975명)의 10.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파견용역 근무자 290명은 계약만료 시점인 연말 협상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정규직 전환까지는 변수가 남아있다. 유 의원은 자료 분석을 통해 민간 금융기관의 정규직 전환 역시 큰 호응이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마중물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시장 상황을 도외시한 일방적 추진이라서 그런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냉정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정규직 전환 계획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들만 정부시책에 따른다고 돼있을 뿐, 대부분 ‘성과에 따라’ 또는 ‘일부 전환’ ‘검토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권 이외의 다른 업권은 뚜렷한 전환계획조차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정부는 비정규직 전환을 놓고 범부처 공동으로 가이드라인 발표 후, 9월 중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삼고 실태조사 등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10월 중순이 지난 현재까지도 로드맵은 발표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정책인 만큼 많은 근무자가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첫 해의 전환 예상율은 국민기대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국민기대를 크게 만들어 놓고 구체적으로 구현하지 못해 국민들을 상대로 희망고문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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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