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금주의 국감스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1:04:09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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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시작됐다. 추석 연휴를 뒤로 한 국회는 12일부터 31일까지 20일간 국감을 진행되며 16개 상임위원회(겸임 상임위 포함)에서 701개 기관을 상대로 치러진다. 
 

이번 국감은 큰 줄기에서 ‘적폐청산’ 대 ‘무능심판’의 대결 구도로 흐를 예정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이명박근혜정권 때 행해졌던 각종 비리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감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개혁과 적폐청산을 화두로 꺼내며 여당을 지원사격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지난 5개월간 무능을 심판하는 이른바 무심 국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5대 신(新) 적폐를 파헤쳐 국민들이 정부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강대강 대립에 국회 일각에선 파행으로 인한 ‘부실 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가운데서도 정치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송곳 같은 문제제기로 눈길을 끈 의원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금주의 국감스타를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산자부 출자회사 누적적자 10조9000억”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훈 의원은 지난 18일 산자부 산하 21개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각 기관들의 출자회사 149곳이 설립 이후 현재까지 기록한 적자규모가 총 10조9508억원에 이르러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기업별로 보면 석유공사가 6조7934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체 적자규모의 70%를 차지했다. 뒤이어 가스공사가 1조9270억원, 광물자원공사가 1조5206억원, 한전이 226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 의원은 출자회사들이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본 데에는 우둔한 회사 운영 실태가 한몫을 했다고 지적했다. 

2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가스공사는 2010년부터 우즈베키스탄에 CNG충전소 운영사업과 실린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가스공사의 사업목적과 연관성이 낮아 최근 5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서부발전의 경우 고유목적사업인 석탄개발사업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지도 않고 부대사업인 석탄터미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PT Mutiara Jawa를 설립했다. 하지만 2014년 준공 이후 선적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에 이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들이 출자회사를 아주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이 출자한 기업 149곳서 11조원에 육박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 “공공기관은 감시와 견제 대상으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만, 이러한 출자회사들은 존재감이 미약해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어 출자회사야말로 세금의 보이지 않는 하수구”라며 “무책임하고 아둔한 운영을 방지할 수 있도록 출자회사에 대해 공공기관 못지 않게 제도적 감시와 견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위원회] 송석준 의원(자유한국당)
“진료비 허위청구 급증”


최근 4년간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료기관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허위청구로 인한 부당금액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은 최근 4년간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료기관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허위청구로 인한 부당금액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료기관이 2013년 658개서 2016년 741개를 늘어남과 동시에 허위 청구로 인한 부당 지급 금액도 2013년 119억원서 2016년 381억원으로 3.2배 증가했다.

진료비 허위 청구 중 진료행위를 거짓으로 작성해 의료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한 금액은 2013년 17억2400만원서 2016년 47억4400만원으로 2.8배 증가했다. 

이 같은 불법을 적발하기 위해 심평원은 진료비 부당청구의 유형을 거짓 청구, 산정기준 위반, 대체 초과 청구, 본인부담 과다징수, 기타 항목으로 분류해 현지실사를 통해 적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A병원의 경우 천식이나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증기흡입치료를 하지 않고도 한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기재해 772만원을 더 받아냈다.

B약국은 낮에 조제투약을 하고도 밤에 투약한 것으로 허위 기재해 421만원을 부당하게 청구해 지난해 11월 심평원 현지조사서 적발되기도 했다. 

환자 본인부담금을 과다하게 청구한 경우도 늘고 있다. 2013년 15억5500만원이던 본인부담금과다청구액은 2016년 53억1900만원으로 3.4배 늘었다. 지난해 1월 심평원 현지조사서 한 병원은 요양급여대상인 트리돌 50mg을 주사한 후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환자 본인에게 직접 3000원을 받는 등 149만원을 부당하게 청구해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5월 E요양병원은 간호사가 장기휴가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담 간호 인력으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른 요양병원 입원요 차등제’ 적용 등급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해 666만원을 더 청구했다가 발각됐다. 

이에 송 의원은 “진료비를 허위청구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을 좀 먹는 일”이라며 “현지실사를 강화해 건강보험 재정이 새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동섭 의원(국민의당)
“매장문화재 관리 엉망”

문화재청의 발굴조사 후 문화재 가치가 인정돼 보존조치 결정이 내려진 유적 수백 곳이 훼손·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매장문화재 보존조치유적 관리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보존조치유적 점검대상 585곳 중 절반가량인 250곳의 점검기록이 없어 부실한 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발굴조사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제23조(보존조치 매장문화재 관리)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매년 보존조치유적 관리 실태를 점검해야 하고, 지자체는 관할지역 내 보존조치유적을 연 1회 이상 점검해 그 결과를 문화재청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서 점검한 보존조치유적 관리대장에는 안내판이나 보호시설 없이 방치되거나 경작지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돼 훼손된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 미점검 지역 250곳은 상태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남지역은 전체 59곳의 보존조치유적 가운데 80%에 달하는 47곳이 점검 기록이 없으며, 제주지역은 지역 내 유적에 대해 점검기록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존조치 결정이 내려진 유적이 개인사유지인 경우 관리가 어려울 수 있지만 지자체가 매입한 유적조차 관리되지 않고 있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서 “보존조치유적서 발굴된 유구나 유물은 역사기록이 없거나 부족한 시기의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문화재청은 유적 사후관리를 지자체나 개인에게 일임할 것이 아니라, 유적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위원회] 유의동 의원(바른정당)
“문정부, 정규직전환 문제 많다”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과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정당 유의동 의원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문제를 비판했다. 

금융위 산하 금융공기업 내 비정규직 전체 5975명 중 내년도 정규직 전환대상은 ▲기간제 근무자 300여명 ▲파견 용역 근무자 중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290여명이다. 즉 총 600여명에 못 미치는 규모로 전체 금융위 산하 공기업 비정규직(6975명)의 10.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파견용역 근무자 290명은 계약만료 시점인 연말 협상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정규직 전환까지는 변수가 남아있다. 유 의원은 자료 분석을 통해 민간 금융기관의 정규직 전환 역시 큰 호응이 예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마중물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시장 상황을 도외시한 일방적 추진이라서 그런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냉정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정규직 전환 계획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은행들만 정부시책에 따른다고 돼있을 뿐, 대부분 ‘성과에 따라’ 또는 ‘일부 전환’ ‘검토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은행권 이외의 다른 업권은 뚜렷한 전환계획조차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7월 정부는 비정규직 전환을 놓고 범부처 공동으로 가이드라인 발표 후, 9월 중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삼고 실태조사 등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10월 중순이 지난 현재까지도 로드맵은 발표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정책인 만큼 많은 근무자가 혜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첫 해의 전환 예상율은 국민기대를 훨씬 하회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국민기대를 크게 만들어 놓고 구체적으로 구현하지 못해 국민들을 상대로 희망고문 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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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